언제부터인가 도무지 잠이 오지 않으면 카페에 글을 올리고 싶어졌다.
어쩌면 카페에 글을 올리고 싶어 잠이 오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는데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쓰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듯 하다.
밀린 숙제를 안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아마도 '엄마와 딸'이라는 글을 쓴 뒤 부터 그러는 듯 하다.
계속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관장님께서 '외로움을 글로 토해 내라'고 하신 말씀과
오래전 강창래 선생님이 '글로 써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말씀이 잊혀지지 않아서 이기도 하고
첫번째 '나는 ...이다!!!'를 쓰고 배운 점이 많아서 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것과 읽고 얘기를 나눈 것과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차이가 있듯
내가 혼자 생각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얘기 나누는 것과 내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은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나를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그래서 쓰기 전에는 안보이던 것이 보이기도 했다.
가령, 내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 문제가 아니었고 남편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 문제가 되었다.
사실 '나는 ...이다!!!'를 쓰고는 처음으로 카페에 글을 올린 것을 잠시나마 후회했었다.
100% 다 표현하지 못했는데도 내가 괜한 짓을 했나 싶기도 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상처 받냐고 하지 않을까.' '다 그러고 산다고. 유난 떤다고 하지 않을까.'등등
난 조그마한 비난도 듣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쓴 뒤 이틀 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다.
장은주씨의 솔직한 답글이, 이향숙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고
밤모임 친구들의 글이 나의 아픔을 잠재웠다.
영숙언니의 솔직한 글이 나에게 힘이 된 것처럼 나의 솔직한 글이 그 누군가에게 힘이 될지도 모르기에
우리는 말도 글도 솔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감추지 말고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저번 주 밤모임 때 남편에 대해 글을 쓰기로 했는데 전에 썼다는 핑계를 대며 아무 말도 못했지만
사실은 모임 며칠 전부터 남편과 나는 번갈아 가며 눈물을 빼면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였다.
남편이 투자한 회사에서 나오면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회사에서 겪었던 상처가 이제 겨우 아물어 가고 있었는데...
남편은 무서움에 정서불안증세를 보이며 그동안 내가 알던 이가 아니어서 나를 당황스럽게 하였다. 무서웠다.
다른 건 아무래도 괜찮다며 제발 정신만 차리자고 하는데도 소용이 없어서 나는 그 순간 하느님을 원망했다.
'어디가 끝이냐고. 더 이상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앞으로는 감사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그건 잠시였다. 나는 길거리에 나앉게 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귀영아 너 잘하고 있는 거야. 어쩔 수 없잖니? 살아야 하니까.
살기 위해 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도 아는구나! 기특하다!'
병원에서 힘든 치료를 잘 이겨내고 있을 때도 내가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었다.
분명 치료는 힘들었는데 그 상황을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며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때 병실에 같이 입원해 있던 한 아주머니는 늘 웃던 내 모습이 그립다며 아직도 전화를 주신다.
그러고보니 난 내 자신에게 너무 인색했다. 남들은 나를 많이 칭찬하는데 난 나를 칭찬해 본 적이 없다.
남에게는 모든 것이 관대하면서 나에게는 왜 그리 인색했을까.
왜 나의 특별함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직업학교에서도 모든 엄마들이 날 칭찬하고 부러워했는데도 정작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내가 잘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더 잘하지 못해 목이 말랐다.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 공부를 한 내 짝꿍 아가씨처럼 하려고 하니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다.
6개월 공부가 끝날 쯤 알았다. 모든 일에서 내가 나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은 사람이라는 걸.
내가 남보다 못해서 자신감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그랬던 것이다.
어제로 웹디자인 6개월 과정을 다 마쳤다. 웹디자이너가 되려고 배운 건 아니지만
이 과정을 통해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수료식에서 젊은 사람들을 제치고 나보다 잘하는 짝꿍도 제치고 내가 교장선생님이 주시는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예전 같으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이걸 왜 받지.'하며 굉장히 쑥쓰러워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 상장을 받으며 뻔뻔하게(?) '그래 나 참 열심히 잘했지. 받을 자격 되네.'하고 생각했다.
모든 게 아무 문제없이 무던하게 지낼 때는 몰랐던 것을 많은 어려움이 닥치자 알게 되는 듯 하다.
그 중에서도 내가 나를 보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큰 수확이다.
난 요즘 내가 대견하다. 그래서 자꾸 스스로에게 칭찬한다.
전에는 남들이 많은 칭찬을 해줘도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젠 남들이 칭찬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인정한다.
너무 욕심을 부려 나를 괴롭히지 않으면서 앞으로도 열정적으로 살련다.
곽정란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적인 힘'을 나는 갖고 있지 않은가.
'내적인 힘'이 책에서만 나온다고 할 수는 없지만 책이 '내적인 힘'을 길러주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어린시절 엄마가 큰 맘 먹고 사 주셨던 세계명작동화로 인해 '신비로움'을 꿈꿀 수 있었고
순정만화와 셜록홈즈의 추리소설로 '상상력'을 갖게 되었다.
사춘기에 접어 들면서 읽기 시작한 세계문학전집은 나에게 '간접경험'을 통해 대리만족을 주었으며
20대에 읽은 많지 않은 소설책과 수필집, 시집은 나이가 들어도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39세의 엄마가 되어 읽기 시작한 동화와 청소년소설, 훌륭한 몇 권의 책들은
잊었던 나를, 아니 온전히 몰랐던 나를 찾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하여 지금의 나는 진짜 '꿈'을 갖는 사람이 되었다!
이것이 나의 두번째 '나는 ...이다!'다.
첫댓글 드이어 알껍떼기가 벗겨지는 소리가 나는군!!!! 귀영아.
관장님, 중3 사춘기 때 <데미안>을 읽었습니다. '알을 깨고 나오라'는 그 글귀가 저를 후려쳤었지요. 저는 '모든 건 내 안에서 이루어진다. 내가 하기 나름이다.'라는 것을 그 나이에 이해했던 것 같은데 지금 42세가 되어서 그 알 속에서 나오고 있다니... 알껍떼기를 벗긴다는 거. 잊고 있었는데 관장님께서 그 기억을 떠올려 주시네요. 관장님, 사랑합니다!
최우수상을 받은 정말 대단하고 멋진 나의 귀영언니!!! 언니가 서울로 떠난다는 이야기는 진한 소주를 마셔도 잠이 오질 않게하네요!! 마음이 쿵 내려앉습니다. 그러나 어디에 있든 우리가 만날수 있다면 그걸로도 위안을 삼아야겠지요 이충동만 가면 언니네 집에 가고싶고 이편한세상 아파트만 봐도 언니생각이 납니다. 언니가 있어서 이충동에 이사가고 싶었는데... 이젠 서울로 가야하나요??? 귀영언니 정말로 언니는 너무나 멋진 내적인 힘이 있다는거 그리고 칭찬받을 자격있다는거 잊지마세요 그리고 마음을 다해 은일이가 사랑합니다. *^^*
오늘 철없는 은일이 때문에 맘껏 내 감정을 표현하며 실컷 울고 웃었습니다. 은일아~~~
솔직함이 당당함이 이리도 아름다운거네요. 언니야...힘내요.
깜장머리 앤... 만나고 싶다...
어제 언니의 이사소식을 듣고 아쉬운 반 허전한 반모임을 통해 만나 사이지만 말 한마디 글 한줄이 내게 위로가 되었고 따듯한 포옹이 가슴을 설레게 했는데..... 언닐 넘 좋아하는 지인들이 많아 한 걸음씩 가려했는대 언니 말처럼 글쓰기에 게으름을 피우지 말아야겠어요
인자가 첫 답글을 달아주었네.^^ 인자야, 꼭 놀러와야 해!
잘 읽었습니다. 6개월 과정의 웹디자인 수업끝에 최우수상을 수상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나를 나타낸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데, 긍정의 힘을 믿으며 스스로를 변화해가는 과정이 배울만 합니다. 노력하는 이상으로 님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금춘햇살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가 이렇게나마 나를 찾을 수 있는 건 우리'송탄동화읽는어른모임' 때문이지요.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난 아직 뻔뻔함의 경지에 다다르지 않았는데 언니 글 읽고 나니 더 뻔뻔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니가 서울로 간다는데 전 아주 덤덤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분명 더 나은 삶의 시작이 될거라는 믿음 때문이죠. 귀영언니 홧팅!!
그래~~ 난 헤어지기 너무 힘든데 미아가 너무 덤덤해서 이 못난 언니는 잠깐이나마 섭섭했지. 미아도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