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 정주(定州)
오구(烏臼) 화상에게 어떤 스님이 정주(定州) 화상의 회상에서 오자, 선사가 물었다.
“정주의 법이 나의 여기와 어떤고?”
스님이 말하였다.
“다르지 않습니다.”
선사가 말하였다.
“다르지 않다면 다시 그리고 가라.”
갑자기 때리니, 스님이 말하였다
“방망이 끝에 눈이 있으니, 함부로 사람을 때리지 마십시오.”
선사가 말하였다.
“오늘 한 대 때리겠다.”
도 세 차례 때리니 스님이 문득 나가버리거늘, 선사가 말하였다.
“굴방(屈棒)1)은 원래 맞는 놈이 따로 있느니라.”
스님이 돌아서면서 말하였다.
“그러나 자루가 화상의 손아귀에 있으니 어찌합니까?”
이에 선사가 말하였다.
“그대가 요구한다면 내가 그대에게 넘겨주리라.”
스님이 가까이 와서 선사의 손에서 방망이를 빼앗아 선사를 세차례 때렸다. 이에 선사가 말하였다.
“굴방 굴방이로다.”
스님이 말하였다.
“맞을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선사가 말하였다.
“경솔히 때리는 놈이로구나.”
스님이 문득 절을 하거늘, 선사가 말하였다.
“도리어 그렇게 하는구나.”
스님이 깔깔 웃고 나가거늘, 선사가 말하였다.
“그렇게 이해했는가, 그렇게 이해했는가?”
설두현(雪竇顯)이 송했다.
부르기는 쉽고 쫓기는 어렵나니
엇바뀌는 재치를 자세히 살펴라
굳은 겁석(劫石)1)은 부술 수 었거니와
푸른 바다 깊은 곳은 곧 말려야 하느니라
오구 노장이여, 오구 노장이여, 몇 가지 재주인고?
자루를 넘겨 준 일, 크게 잘못하였네
1) 맹목적으로 아프게 때리는 방망이
2) 둘레 40리가 되는 돌인데, 하늘 사람이 3주(肘 )의 가벼운 옷을 입고 3년마다 한 번씩 스치어 그 돌이 다 닳아 없어지는 동안을 한 겁이라 계산하였다.
說話
“정주의 법이[定州道法]……”라 함은 법도의 같음과 다름을 물은 것이 아니라 그의 안목을 시험코자 한 것이다. “다르지 않다[不別]”함은 본래 피차가 없거니 어찌 같음과 다름이 있겠는가 함이다. “다르지 않다면[若不別]……”이라 함은 “방망이 끝에 눈이 있으니 밝기가 해와 같다……”고 한 뜻이요, “방망이 끝에 눈이 있으니[棒頭有眼]……”라 함은 자기의 주장을 굳힌 것이다. “오늘 한 대 때리겠다[今日打着]……”고 함은 일반적인 행령(行令)3)이니 세 번 친 것에 뜻이 없지 않다.
“스님이 문득 나가버렸다.[僧便出去]”함은 아직은 몸을 빼낼 길이 있다는 뜻이요, “구랑은 원래[師云屈棒]……따로 있느니라[喫在]”함은 득(得)과 실(失)을 가릴 수 없으므로 끝까지 시험해 보아야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루가 화상의 손아귀에[爭奈杓柄]……”라 함은 활용함이 무방하다는 뜻이요, “그대가 요구한다면[汝若要]……”이라 함은 역시 사람을 징험하는 수단이다. “가까이 와서 선사의 손에서[近前奪師]……”라 함은 궁하면 통하고 통하면 변한다는 뜻이요, “선사가 말하였다. 굴방[師云屈棒]……”이라 함은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다. "맞을 사람이 따로 있다[有人喫在]“함은 굴방(헛방망이)이라 말하지 말아야 할지니, 이미 누군가가 먹었다는 뜻이요, ”경솔히 때리는[草草打]……“이라 함은 자신이 그런 첨지라고 이르는 뜻이며, ”문득 절을 하였다[便禮拜]“함은 좋은 마음이 아니다.
“그렇게 하는구나[伊麽去]”라 함은 그렇게 예배하는 것으로는 안목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뜻이요, “깔깔 웃고 나갔다.[大笑而出]”함은 방약무인[傍若無人]한 자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이해했는가, 그렇게 이해했는가?[消得伊麽消得伊麽]”라 함은 대답을 잘했으므로 한 입 가득 그를 허락한 것이다.
설두(雪竇)의 송에서 첫 구절은 그 스님을 뱀에 비교한 것이요 둘째 구절은 이 선사가 든 방망이를 돌려서 그 스님에게 준 내용이니, 뱀을 내쫓는 수단이요, 셋째 구절과 넷째 구절은 오구(烏臼)의 설자리가 깊고 견고하다는 뜻이며, 그 뒤는 오구가 대담(大膽)하게 풀어놓았음을 송한 것이니, 그 뜻이 매우 무한하다.
3) 영을 시행하는 것이다.
298. 편타(便打)
오구(烏臼)가 현(玄)과 소(紹) 두 상좌(上座)가 온 것을 보고 물었다.
“두 선백(禪伯)은 요즘 어디서 떠났는가?”
스님이 말하였다.
“강서(江西)에서 떠났습니다.”
선사가 문득 때리니, 스님이 말하였다.
“오래전부터 화상에게 이런 기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하였다.
“그대는 알지 못하니, 다음 사람이 앞으로 가까이 오너라”
다음 스님이 머뭇거리거늘, 선사가 또 때리면서 말하였다.
“같은 구덩이에 다른 흙이 없느니라. 큰 방에 가서 참선이나 하라.”
운문고(雲門杲)가 송했다.
타오르는 불길에 모기가 머물지 못하나니
큰 바다에 어찌 시체가 용납되랴
세 머리, 여섯 팔 가졌다 하여도
소문 듣곤 모두가 백기[降旗]를 올린다.
죽암규(竹庵珪)가 송했다.
알몸으로 칼날을 맞았고
죽음 속에서 살길을 찾았다.
한 화살4)이 제 홀로 자취를 잃으니
만 수레 모두가 운행을 멈춘다.
심문분(心聞賁)이 송했다.
국내에는 천자의 분부요
싸움텨엔 장군의 명령이라
변방에 급한 일 생기면 경계해야 되고
나라에 난리가 일면 반드시 진정시켜야 된다.
거리낌은 물리는 것 같고
목숨은 달린 실과 같도다.
세류영(細柳營)에서 성벽을 두드리지 않았던들
패상(灞上)의 일, 아이 장난 같은 줄 누가 알리요.
설두현(雪竇顯)이 염하였다
“종사의 안목(眼目)은 마땅히 그래야 하나니, 마치 금시조(金翅鳥)가 바닷물을 헤치고 용을 잡아먹는 것 같으니라. 어떤 이는 안목이 동쪽 서쪽도 가리지 못하고 주장자가 뒤바뀜도 알지 못하면서도 덮어놓고 비춤과 작용이 동시이며, 사람과 경계를 모두 묵살한다고만 하느니라.”
대위철(大潙喆)이 염하였다.
“오구는 마치 거령신(居靈神)4)이 태화산을 손뼉으로 쪼개는 것 같고 창룡(蒼龍)이 여의주를 다투어 빼앗는 것 같으니, 당장에 건곤이 빛을 잃으리로다.”
다시 주장자를 들어 올리고 말하였다.
“여러분은 오구를 아는가? 만일 안다면 막야(鏌鎁)검을 비껴들고 천하를 홀로 주름잡겠지만, 만일 알지 못한다면 방망이 끝에 눈이 있어 해보다 밝으리라.”
그리고는 주장자를 세웠다.
장산근(蔣山勤)이 이 이야기를 들고 , 연이어 설두(雪竇)의 염을 들어 말하였다.
“설두가 고금(古今)을 밝게 가리고 사(邪)와 정(正)을 분별하였으니, 만일 아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었으랴. 그러나 오구가 놓아 버린 곳만을 보았고, 오구가 잡아머물게 한 곳은 보지 못했다. 오구가 잡아 머물게 한 곳을 알고자 하는가? 설사 석가와 미륵일지라도 오히려 심부름꾼이어서 바른 눈으로 쳐다보지 못할 것이다. 만일 법령에 의저하여 시행한다면 온 누리 사람들이 모두가 방망이를 맞아야 하리라.”
4) 활을 잘 쏘면 그 화살의 자취가 까마득히 가서 목적물에 명중한다. 그리하여 적장을 죽였으면 만 수레가 무엇하러 더 전진하랴. 이는 오구의 기개를 긍정한 말이다.
5) 중국 신화에 나오는 신으로서 태산과 화산을 손뼉으로 쳐서 갈랐다고 한다.
說話
앞의 스님은 깨달은 스님이기 때문에 이르기를 “오래전부터 화상에게 이런 기개[機 ]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라고 하고, 뒤의 스님은 미혹한 스님이기 때문에 머뭇머뭇 망설였는가? 아니다. 낱낱이 때린 뜻은 미혹해도 때리고 깨달아도 때린 것인가? “문득 때렸다[便打]”함은 부처도 때리고 조사도 때려 정령(正令)을 행하는 모습이다.
“오래전부터 화상에게 이런 기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久嚮和上有此機要]”라 함은 충분히 알아듣고 짊어져서 이 방망이의 떨어질 자리를 안다는 뜻이요, 뒤의 스님이 머뭇거렸는데 만일 그 스님이 아니었다면 어찌 머뭇거릴 줄 알았겠는가? “선사가 또 때렸다.[師亦打]”고 함은 전과 같이 정령을 행한다는 뜻이니, 그 스님이 안목을 갖추었는가? 못 갖추었는가를 따지지 않고 정령을 끝까지 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먼저는 “그대는 알지 못하니 다음 사람이 앞으로 가까이 오너라.” 하였고, 뒤에는 “같은 구덩이에는 다른 흙이 없느니라. 큰 방에 가서 참선이나 하라[參堂去]”고 한 것이다.
운문(雲門)의 송은 오구(烏臼)의 정령을 송한 것이다.
죽암(竹庵)의 송에 첫 구절은 앞의 스님을, 둘째 구절은 뒤의 스님을, 셋째 구절은 오구의 정령을 송한 것이요, 넷째 구절은 여기에 이르러서는 낱낱이 범접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심문(心聞)의 송에서 위 두 구절은 오구의 수단이, 국내에서 천자의 분부뿐만 아니라 변방 밖에 장군의 영이기도 하다는 뜻이요 셋째 구절은 장군의 영이요, 넷째 구절은 천자의 분부이며, 다섯째 구절은 위의 두 수좌요, 여섯째 구절은 그 스님이 오구에게 참문하지 않았다면 어찌 본분종사(本分宗死)의 수단을 알리요 하는 뜻이다.
주아부(朱亞夫)가 세류영(細柳營)의 장군이었는데, 한문제(漢文帝)가 시험코자 이르시기를 (국내에는 천자의 분부요, 변발에서는 장군의 영이라) 비록 천자와 제후라도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라고 하였다.)
황제가 간절히 빌어서 겨우 들어가 군령(軍令)을 보니, 몸과 마음이 송연(悚然)해지는데 아부는 그 용모가 엄연(儼然)하였다. 황제가 물러나서 패상(灞上 )의 극문영(棘門營)으로 들어가려는데, 위엄스러운 품위가 없었다. 장군이 송구해 하면서 이르기를 “천자께서 싸움터에 들어오시다니……”하면서 허겁지겁 갈팡질팡하니 그 모습이 마치 이이들의 놀이 같았다.
설두(雪竇)의 에서 “마치 금시조가[如金翅鳥]……”라 함은 오구의 대용(大用)을 밝힌 것이요, “어떤 이는[有般漢]……”이라 함은 한결같이 분별할 길이 없기 때문이니, 정령을 일러서 인과 경을 모두 빼앗은 것[人境俱奪]이라 하고, 또 조와 용이 동시[照用同時]라고만 알기 때문이다.
대위(大潙)의 염에서 “거령(巨靈)……”이라 함은 정령(正令)이요, “창룡(蒼龍)……”이라 함은 대용(大用)이며, “건곤이 빛을 잃었다.[乾坤失色]”함은 캄캄해서 동ㆍ서ㆍ남ㆍ북을 묻지 않는 경지요, “주장자(拄杖子)”라 함은 정령을 갖춘 대용의 경지이며, “……을 비껴 들고[橫按]……”라 함은 정령이요, “방망이 끝에[棒頭]……”라 함은 대용이다.
장산(蔣山)의 거화에서 “……을 밝게 가리고[明辨]……사와 정을[邪正]……”이라 함은 대용을 드러낸 것이요, “설사 석가와[直得釋迦]……”라 함은 삼세제불(三世諸佛)도 발을 붙이기 어렵다는 뜻이며, “온 누리[盡大地]……”라 함은 정령을 끝까지 행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