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밤
이원
모든 시간이 몰려오면
그림자들은 포구 근처에 몰려들 거니까
그때서야 끼룩끼룩 어흥어흥 야옹야옹 주륵주륵
예상 못 한 소리를 쏟아낼 거니까
밖을 갈아엎는 시도가 시작된다면 우리는 안이 되는 거다
우리는 안이 없어지는 거다
벽 뒤에라도 숨어봐
벽 뒤란 없어 숨을 곳이 사라진 게 언제인데
태양은 떠올랐다 잠겼다 하니까
어깨와 등 사이니까
기도와 식도 옆 통로니까
검은 것이라면 무조건 너울처럼 쓰고
비치는 것은 무조건 눈코입이라고 말하고
피부 속에 눈을 밀어 넣으라니까
허공을 접으면 그래도 벽이 나타난다는 것
허공은 비밀을 간직할 줄 알아서
생김새와 소리를 맞춰보는 일은 없었다
질긴 가죽만 남은 지구에서 피리 소리가 났다
울음은 덩어리째 식도와 기도를 막았다
여기서 인사한다는 것 끊어진다는 것
네 몸에 아니 내 몸에 아니 숲속에 아니 지구에
성냥을 타닥타닥 켜봐
켜볼까
창문 돌멩이 파도 새의 강철같은 부리 노란 털을 가진 고양이들
지구의 복도들
나란히 밤을 구하는 수밖에
《청색종이》202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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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에게 온 시
모두의 밤 / 이원
임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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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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