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 8. 14. 토요일.
무척이나 피곤한데도 오후 세시 반에 아파트 현관문을 밀고는 바깥으로 나섰다.
지하전철 9호선 삼전역(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위치)으로 걸었다.
잠실아파트에서 나선지 15분에 삼전역에서 중앙보훈병원으로 가는 전철을 탔고, 5번째 역인 올림픽공원역에서 내렸다. 3번출구로 빠져나오니 올림픽공원 안이다.
'만남의 광장' 전면에는 올림픽2경 '엄지손가락' 조각품이 보인다. 천천히 걸어서 앞으로 나갔다.
토요일 오후라서 그럴까? 올림픽 공원 안에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넓은 광장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도 제법 많다. 가족단위로 즐기는 모습이 무척이나 즐거워 보인다. 잠실아파트에서 따로 사는 내 손녀(8살, 초등학교 1학년)와 손자(6살)도 이곳에 와서 즐겼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는 88호수로 향했다. 서울역사편찬원을 지나고, 88호수를 내려다보았다. 연못 수면 위에는 연잎이 가득 찼으며, 3m 깊이의 수중에 세워둔 바람개비들이 이따금 부는 바람에 흔들려서 빙그르 회전했다. 오륜정팔각정을 지나쳤고, 까치다리도 지나쳤고, 몽촌역사관에 들러서 몽촌토성의 유물을 잠깐 둘러봤다. 북편 산책로를 따라서 천천히 호젓하게 걸었다. 올림픽공원 외곽 한 바퀴를 얼추 돌면서 한성백제박물관 쪽으로 향했다. 고개를 쳐들어서 몽촌토성을 올려다보았다. 무릎이 또 시큰거려서 몽촌토성 위로 올라가지는 못하고 그냥 하단의 산책로만 따라서 걸었다.
한성백제박물관 쪽으로 나온 뒤 지하철 한성백제역으로 향했다. 한성백제역에서 9호선을 타고는 잠실종합운동장 쪽으로 향했다.
삼전역으로 되돌아온 뒤에 잠실아파트로 되돌아왔더니만 2시간 반을 살짝 넘겼다.
그만큼 무릎은 더욱 아프고...
내가 잠실에서 산 지는 제법 오래된다. 1978년 5월부터 잠실아파트에서 살기 시작했으니 햇수로는 44년째이다.
한 지역에서 제법 오랫동안 살아오는데도 내가 잠실지역을 제대로 둘러봤을까? 구석구석을 제대로 알까?
거의 없다. 그냥 지하철을 타고는 점(point)에서 점(point)으로 이동하거나 자동차를 끌고는 스쳐 지나쳤을 뿐 구석구석을 견학하지는 못했다.
송파구 잠실지역만 해도 이럴 지경이니 수도권 전체 지역에 대해서 내가 제대로 아는 것이 무엇일까?
21세기인 지금 서울은 교통편이 아주 발달되었다. 특히나 전철이다.
수도권지하철은 1호선에서 9호선까지 있다. 이외에도 경강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공항철도, 서해선, 수인/분당선, 신분당선, 김포도시철도, 용인에버라인, 우이신설역, 의정부 경전철, 인천1호선, 인천2호선, 인천공항자기부상철도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서울지역의 전철역 개수는 얼마쯤일까? 아마도 300개를 훌쩍 넘을 게다. 여기에 수도권 전부를 포함하면 아마도 500 ~ 600개 쯤일 게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전철역이 있다.
이 가운데 나는 몇 개의 전철역에서 오르고 내렸을까? 전철역에서 내린 뒤 역 주변의 상가, 시가지, 유원지, 산, 유적지 등으로 구경하면서 여행 다닌 곳이 과연 몇 군데나 됄까? 지극히, 아주 극소수 지역에 불과할 게다.
내가 중년을 넘어 장년인 50대였을 때에는 수도권을 조금은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다.
정년퇴직을 한 뒤로는 서울 수도권지역에서의 여행은 거의 하지 못했다. 퇴직한 그 다음날에 그참 시골로 내려가서 그때까지 혼자서 살던 아흔 살 어머니와 함께 둘이서 살기 시작했기에, 수십 년만에 함께 살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치매기가 진행 중이었기에 나는 시골집에서만 맴돌기만 했다. 정말로 어쩌다가 서울에 올라와 일을 보려고 며칠간 머물렀고, 일이 끝나면 그참 시골로 도로 내려갔다.
* 치매기 진행 중인 어머니를 누군가가 돌봐주면 그때서야 내가 시골집을 잠깐이라도 벗어날 수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참 서울로 올라와서 살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잠실아파트 주변만 맴돌았을 뿐이다. 조금 멀리 떨어진 서울근교 여행은 완전히 접었다. 무릎도 아프기 시작했고, 또 도보여행에 대한 흥미도 사라졌기에...
2021년인 요즘은 일년 중 가장 무덥다는 8월이다.
무더위가 점차로 가시기 시작한 요즘에서야 나는 네가 사는 잠실지역을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수도권 광역전철 노선도(지도)를 펼쳐서 전철역 이름을 본다.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역도 수두룩하다.
지하철역 주변의 이모저모를 아예 모를 터.
나는 서울에서 산 지는 1960대 말부터이다. 50여 년이 더 지났는데도 제대로 아는 곳이란 거의 없다. 슬쩍 스쳐 지나갔을 뿐이기에, 고작 몇몇 곳데만 알 뿐이다. 젊은날 4년간 하숙하면서 학교 다녔던 곳, 30년이 넘도록 직장생활을 했던 곳에 불과하다. 결혼 후 처자식과 함께 44년째 살고 있는 송파구 잠실아파트 인근이나 고작이며,그것도 지극히 어설프게 짐작할 뿐이다.
예전 50대 후반에는 정형외과에 다니면서 무릎통증을 줄여야 했다. 연골이 많이 닳았으나 수술할 정도는 아니었다.
70대 초반인 지금 도보여행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연골통증이 재발했는지 은근히 뻐근히 아파온다. 손가락으로 무릎뼈를 집어서 세게 누르면 통증이 조금은 가라앉는 듯하고, 덜 아픈 것기도 하다.
수도권에서 지하전철역 이름을 제대로 아는 곳이 과연 몇 군데나 있을까?
또한 내가 아는 지식, 상식, 경험이라는 것이 지극히 보잘것없다는 사실에 조금은 슬퍼진다.
두 다리가 성성할 때 국내여행을 더 많이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또 일렁거린다.
이런 것이 아쉬운 탓일까?
내가 밥 먹는 식탁의 유리판 밑에는 세계지도가 있기에 밥을 떠먹으면서도 각국의 나라 크기를 확인하며, 사회지도부, 역사지도부의 책도 늘 펼쳐 본다. 내 방안에는 지구의가 있어서 빙글 빙글 돌려가면서 한반도 위치를 확인한다.
세계지리학, 세계사, 국사, 정치지리학 등에 관해서 옛 기억을 더듬는다.
전체 우주 가운데 하나인 지구... 한강 전체 모래 가운데 한 알쯤 되는 지구의 크기, 지구의 탄생역사 등 지극히 쬐끔만 조금만 알 뿐이다. 그것도 극도로 최근사에 불과하고.... 인간의 과학이 발달한 시기는 불과 얼마 안 되었기에.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고,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데도 그저 상상으로만 우주 공간, 저너머, 인간 내면의 세상으로 여행 떠나고 싶다. 요즘 산책하면 산책로에 떨어져서 죽은 매미를 본다. 손가락으로 가만히 집어올려서 살펴보다가는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슬쪅 내려놓는다. 그들한테도 영혼이 있을 것 같기에. 인간의 눈에 비친 그들의 미미한 모습이 안타깝기에...
잠시 쉬자.
2021. 8. 14. 토요일(음 7월 7일 칠석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