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사(長相思) -성현
長相思 思不見 (장상사 사불견) 그립고 그리워도 만날 수 없네
心如紙鳶風中轉 (심여지연풍중전) 내 마음 종이연 바람에 떨 듯(뒤척뒤척)
有席可捲石可轉 (유석가권석가전) 자리라면 말아두고 돌이라면 굴리련만(굴려내겠지만)
此心鬱結何時變 (차심울결하시변) 내 마음 답답함 언제나 풀릴 것인가
▻1~4행 :임과 만날 수 없는 답답함
所思遠在天之娵 (소사원재천지추) 그리운 임 아득히 하늘가에 있는데
雲天綠樹晴悠悠 (운천록수청유유) 흰 구름 낀 하늘 아래 푸른 버들만 늘어졌네.
悠悠不盡愁 (유유불진수) 가득한(끊임없는) 수심 끝이 없어
獨坐彈箜篌 (독좌탄공후) 홀로 앉아 공후를 타네(연주하네)
箜篌如訴復如泣 (공후여소복여읍) 공후도 하소연하듯 흐느끼는듯
彈罷不覺羅衫濕 (탄파불각나삼습) 연주가 끝나니 비단적삼 눈물에 젖는 줄 몰랐네
▻5~10행 : 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슬픔
願爲雙飛鳥 (원위쌍비조) 바라건대 쌍쌍이 날아가는 새가 되어
向君窓前立 (향군창전입) 님 계신 창문 앞에 서 있구 싶어라
願爲明月光 (원위명월광) 바라건대 밝은 달빛 되어라
穿君유陷入 (천군유함입) 님 계신 방으로 들어 가고 싶어라
▻11~14행 : 임과 함께 하고 싶은 소망
悲歌無寐夜何長(비가무매야하장) 슬픈 노래에 잠 못 들어 밤은 왜 이리 긴지
魂夢不渡療山陽(혼몽불도요산양) 꿈 속의 넋은 요산(療山) 땅을 건너지 못하였네.
長相思 (장상사) / 空斷腸 (공단장) 그립고 그리워라 / 공연히 애간장만 끊어지는구나.
▻15~17행 : 꿈속에서도 임을 만날 수 없는 안타까움
* 내 마음 종이연 바람에 떨 듯: 임과 만날 수 없는 화자의 심정이 비유적으로 표현
* 종이연: 하늘을 지향하지만 바람에 펄럭이며 빙빙 돌기만 하는 존재-임의 곁(하늘가)에 가지 못하는 화자
[참고] ‘종이연’과 처지가 비슷한 존재-서정주의 <추천사>의 ‘그네’,
유치환의 <깃발>의 ‘깃발’
* 자리라면 말고 돌이라면 굴리련만: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돗자리라면 둘둘 말아 치울 수 있고, 돌이라면 굴려 없앨 수 있으련만
* 흰 구름 뜬 하늘 아래 늘어진 푸른 버들: 가지가 하늘로 향하지 못하고 땅을 향해 축 늘어져 있는 존재-임의 곁에 가지 못하고, 그로 인해 수심 속에 잠겨 지내는 화자
* 쌍비조, 달빛: 임과 함께 하고 싶은 화자의 소망이 투영된 소재
* 꿈: 화자의 소망이 간절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비극성을 두드러지게 함
* 요산(療山) 남쪽 : 임 계신 곳
◉ 성현 : 成俔(성현, 1439~1504) : 세종 21~연산군 10. 학자. 명신. 字(자)는 磬叔(경숙). 號(호)는 慵齋(용재) · 虛白堂 (허백당). 本貫(본관)은 昌寧(창녕) 대사헌, 대제학 등 역임.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부관참시 당했다. 禮樂(예악)에 밝고, 문장에 뛰어났다. 『樂學軌範(악학궤범)』을 찬진하였으며, 『虛白堂集(허백당집)』이 있고 『용재총화』는 조선 초기의 정치 · 사회 · 문화면에 있어서의 중요한 문헌이 되어 있다. 諡號(시호)는 文戴(문대).
◉ 주제 : 임에 대한 그리움
◉ 표현상의 특징 :
① 여성화자를 등장시켜 임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고 있다.
② 여성화자와 임의 관계는 ‘임금’과 ‘신하’와의 관계로 볼 수 있어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로 볼 수 있다.
③ 적절한 비유와 상징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 해제: ‘장상사’는 긴 그리움이라는 뜻으로, 사실 악부의 편명으로, 이백을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이 제목으로 작품을 남긴 바 있다. 성현의 ‘장상사’는 ‘고원사’ 25수의 하나로, 임이 보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 날마다 언덕에 올라가 사모의 정을 하늘로 날려 보내지만 마치 종이 연과 같이 바람에 펄럭이며 빙빙 돌고만 있어 님에게 전할 길이 없음을 슬퍼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화자는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음이 돗자리라면 차라리 둘둘 말아 한곳으로 치워 버리고, 돌이라면 굴러서 없애 버리면 되련만 그럴 수가 없다며, 가슴에 맺힌 한이 풀릴 날이 아득하기만 하여 한탄하고 있다. 이처럼 화자는 임을 그리는 자신의 처지를 바람에 떨고 있는 종이연에 비유하여, 임과 이별하고 홀로 지내는 화자의 간절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비유, 대구, 감정의 직접적 서술(감정이입)을 통해서 임과의 만남을 애타게 소망하는 화자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