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마지막 100Km가 부른다.
재경부산중고총동창회의 특별사업인 백두대간 종주 산행에 과거 여러 동기들이
참여 하였으나, 매번 주말에 이루어진 행사이어서 나는 관심은 있어도 끼이지 못
하였다. 15회 아는 후배가 사석에서 강력히 권유하는 통에 이제는 마지막 기회라
하여 교회에 결석계를 내고 따라 붙었다. 마지막 100Km의 초반인 #47구간 20 Km
를 6/24.25 양일간 주행하며고생한 보람을 후일의 참고를 위하여 기록으로 남긴다.
코스 :
구룡령(1,013m)-(1시간30분) ~갈전곡봉(1,204m)-(1시간) ~ 왕승골 삼거리-(1시간) ~ 연내골삼거리-(1시간) ~1,061봉-(1시간) ~황이리 갈림길-(1시간30분) ~조침령-(30분) ~ 진동리
총주행거리 : 19km(도상) + 1km + 4 <m (고도감안)
총소요시간 : 8시간 50분
▶ 구룡령(1,013m)~치밭골령 ~갈전곡봉(1,204m)
3:15출발 -> 5:10 도착
(거리:3.5km /소요시간:1시간 55분)
버스에서 졸다가 비몽사몽중에 내려 산에 붙는다. 새벽이라 하기에는 너무 이른
3시15분. 11회 선배 내외를 포함 하여 모두 75명의 동문들이 구룡령에 모여 선다.
예전에 전망대 있던 자리에 동물이동터널이 축조되었고 우리는 터널 상단부로
올라서서 좌측방향으로 산행을 완만하게 시작한다.
머리에 칸데라를 켜고 일렬종대로 묵묵히 올라간다. 앞사람의 배낭이나 뒤축만
보고 오른다. 앞에서 동행하는 이가 17회 한 모 동문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첫 능선에 올라선다.
돌아보면 이마에 켠 불들이 여름밤 수많은 반딧불이 같이 일행들이 따라 오고
있음을 알고 조금은 안도하게 된다. 그러나 두어 번째 봉우리를 넘으며 내리막 길
로 들어서는데 선두 그룹은 어느새 사라지고 뒤에도 인기척이 없게 된다. 앞만
보고 따라 붙은 17회 그룹에 끼여 떨어지지 않으 려고 신경을 쓴다.
몇 번째 봉우리인지 4시30분쯤 칸데라 불을 꺼서 배낭에 넣고 물을 몇 모금
마신다. 물은 한 시간에 300ml 한 병 씩 배정한다. 앞 봉우리가 시끌뻑쩍
하여 오르니 누군가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오늘의 첫 목표인 갈전곡봉에
도착한다. 호박떡 한 조각에 물을 마시며 아침을 대신한다. 좌측의 등산로는
가칠봉을 경유 하여 삼봉약수로 가는 길이라는데 그 길은 아는 길이니 그만
내려 갈 가 하다 벌떡 일어선다.
▶ 갈전곡봉(1,204m) ~ 왕승골삼거리
5:20 출발 -> 6:40 도착
(거리:3km /소요시간:1시간 20분)
내리막 길이 한참 이어지고 1,080봉 에서 작은 연봉을 7~8개정도 넘어 내 려
가면 왕승골 삼거리까지 가게 된다. 밤중에 표고200을 벌었다가 새벽에
표고 400을 잃게된다. 등산로 주변은 키가 큰 수림이 빽빽하게 들어차 울창 한데
날이 밝으며 운해가 펼쳐진다. 보이소 아무리 바빠도 이 광경은 좀 보고 갑시데이.
▶ 왕승골삼거리~연내골갈림길 ~1,061봉
6:50 출발 -> 9:20 도착
(거리:5.5km/시간:2시간 30분)
표고 260을 다시 벌기 위하여 악전 고투를 한다. 첫째, 우람한 산 다섯개 (920,
968, 1,020, 940, 1,060)를 넘어야 한다. 둘째, 언제부터인가 (7시 10분?) 비가
온다. 셋째, 쉼터에서 일찍 나왔더니 아무도 주로에 없다. 멧돼지들이 발정기
이니 주의하라는 유의사항 이 생각나 주위를 살피며 걸어본다. 여기저기 멧돼지
들이 파헤쳐놓은 곳이 밭고랑 같이 되어 어떤 곳은 산행로 양 옆이 모두 쑥대밭이다.
1,020봉을 지나면 연내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다. 이어 잡목 숲 지대를 계속
오르면 헬기장이 있다는 1,061봉 에 이른다. 이곳에는 구룡령 포장도로가 보이고
다음 산행코스인 점봉산과 설악산 대청봉도 관측된다는데 운무가 잔득 가리니
이를 확인할 도리가 없다..
▶ 1,061봉~황이리갈림길 ~쇠나드리~조침령~진동리
9:20 출발 -> 12:10 도착
(거리:7km /시간:2시간 50분)
트레일에는 표지가 부실하고, 갖고 온 자료와 일치하지 않아 위치 추적을 포기 한다.
마지막 표지판에서 본 현위치 -> 4.2Km -> 단풍군락지 -> 한 4 Km -> 쇠나드리 ->
갈림길 -> 진동 리 + 옛 조침령길 이라는 이정을 모니터 하려다 그만둔다.
1,061봉에서 떠날 때 우측의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서면 완만한 능선과 야영터가
보이는데 멧돼지 밭이 너무 심하여 막대기를 하나 찾아 들고 내리막 길의 스틱으로
쓰며, 혼자서 가는 능선 길에서는 호신구로 쓰며 간다.
조릿대 밭 위의 나무 들을 자세히 올려다 보니 단풍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드디어 단풍군락지에 예정대로 들어 와 있고 앞으로 2 시간 정도면 종점이라는
가늠을 한다. 단풍이 자생인지 조림인지 알 길이 없으나 그 종심이 4~5백미터
정도 되어 보인다. 표고 1,000m되는 지대에 누가 조림을 할 가 싶기도 하다.
언제 가을에 단풍구경 삼아 다시 올 생각을 하며 가파르고 미끄러운 흙길을
나무 막대기에 의지하고 내려온다. 몇 시간을 혼자서 걸으며 주로표지가
혼란을 주지만, 크게 겁 나지 않은 것은 길이 아주 또렷하여 길 잃을 염려가
없고, 주요 길목마다 청조산악회의 붉은 꼬리표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걸어도 갈림길은 나오지 않아, 쇠나드리 부근에서 후미를 기다리며
점심삼아 인절미를 먹고 마지막 물 한 병은 보관한다. 다시 만난 17회 일행과
길을 확인 한 후 합류하여 길을 치고 오른다.
중대오피 자리쯤 되보이는 중간고지에 이르러 나는 쉬지 않고 앞 부대에 합류
하여 쇠나드리를 벗어난다. 21회, 22회 두 동문이 짝지어 가는 팀은 꽤나 빠르다.
잠시 물 마시는 짬에 우리는 인사 하며 열심히 지루함을 벗어나고자 애쓴다.
말미에 선 내가 하는 일은 경과 시간을 알리는 일이다. 춘양목같이 쭈욱 올라
간 소나무 밭을 지나며 "우리 일곱 시간 걸었읍니다아." "형님 말씀 낮추이소."
능선의 돌길을 지나며 "우리 여덟시간 걸었습니다."" 형님, 이, 삽십 분이면
끝 납니대이." 산밑에서 버스 소린지 확성기 소린지 들린다는데 느닷없이
목제 유도로와 계단이 나타나고 임도가 나와 버린다. 그. 길 끝이 조침령이다.
QEF. 이것이 앤타이클라이맥스 라는 것이구먼.
▶ 진동리 ~ 서울
진동리 냇가에는 긴장이 풀린 발을 씻는 동문들과 늦은 아점을 드는 그룹들이
삼삼오오 한가로운 막후를 보내고 있다. 전투를 방금 마친 소총중대가 부대재편을
위하여 재보급 받는 그런 평화가 있는 모습이다. 나는 혼자라서 15회 일행과 식구
가 되어 막걸리에 훈제족발을 음미하며 여유로워진 시간을 쓴다.
지리산에서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 프로젝트는 이제 네 구간만 주파하면 완주
하게 된다고 한다. 그 사이 강원도 구간들은 접근성 때문에 20 Km구간을 여러 번
넘어와야 했고 열 몇 시간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강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왠지 미안해 진다. 점봉산에서 설악산을 넘어 가는 구간은 일생에 한 번 올가 말가
하는 구간인데 12시간 걸린다 하니 참여하고 싶기는 한데 몸이 허락할지 마음이
괴로와진다.
옆의 좌판은 14회팀이라서 자연스레 술잔이 오가며 세 기수가 화통하게 오후의
탁주를 즐긴다. 특별히 14회 카페의 인기 기고가 恩中 박칠성 동문 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 많은 식구들이 군소리 없이 군대 작전 같은 고생을 하고 나서 조용히 없어지는
술을 응시하며 즐거워한다. 물도 우리 옆을 가능한 한 작은 소리를 내며 흐른다.
모두 수고 했어예 하며. (정승택)
산행메모
1. 일자 : 2006년 6월 24일 밤12시10분~25일 20시
참가인원: 75명
출발장소 :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2. 점심은 24회 동기회가 정성드려 준비 하였다.
3. 백두대간
마지막구간(100Km)의 소감
- 누구나 혼자 갈 수 있게 트레일 (소로)이 되어 있다.
- 워킹스틱이 두 개 필요하다.
- 스틱이 하나라도 있어야 멧돼지와 맞부딪칠 수 있다.
- 1,000미터 고지대에 단풍군락지 가 있는 곳을 본다.
- 아름다운 능선과 설악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