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생활을 끝내고
나오는 듯한 사람들.
가방과 침구등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과
그들을 마중나온 가족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들 틈에 아까부터 광수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박여사와 월순.
이윽고 출옥하는 사람들 틈에 광수의 모습이 나타나자
월순 반가운 듯 광수쪽을 가리킨다.
월순 저기 나오시네요 아버님...
박 워디?
월순 저기요, 모자쓰시구요...
박여사 희색이 감돌며 광수쪽으로 다가간다.
광수 이불 보따리와
가방을 들고 있다가
다가오는
두사람을 보고
광수 (무뚝뚝하게) 아... 집에서 기다리지 뭐하러들 나와...
박 사람이 오년만에 나오는데
어떻게 집에 있을수가 있어유.
여기 나와서도 기냥
이제나 저제나
침이 바짝 마를 판인데.
월순 아버님, 이리 주세요.
그 가방하구....
월순, 가방과 보따리
받아든다.
광수 어디... 차 대놓구 왔냐?
월순 예. 저기 주차장쪽에 대놨어요.
가세요... 저쪽으로..
박 거시기...
절대 뒤 돌아보지 마시고
빤듯하게 가세유.
돌아다보믄 재수 옴붙어
또 들어올지도 모른대유.
팔짱끼는 박여사.
광수, 전혀 뒤돌아 볼 마음 없는 듯
월순의 뒤를 따른다.
광수 담 하나 차인데두
어떻게 이렇게 공기가 다르냐..
공기가 달다 달어...
광수, 심호흡 하며
하늘을 두리번거린다.
S#2 교도소 앞 주차장
중형 승용차 앞에서
깔끔한 차림으로 담배 피우고 있던 창만(32세) 저만큼에서 광수와 박여사,
월순이 나타나자
서둘러 담배 비벼끄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트렁크 뒷뚜껑을 연다
앞서오는 월순의 가방과 보따리를
받아들려는 창만.
창만 형수님, 이리 주십쇼.
월순, 가방과 보다리 건넨다.
광수 누구냐, 저 양반은?
월순 애비 후배되는 사람인데요...
(말문이 막히는 듯
깊은 한숨 쉬며 박여사를 본다)
박 일단 차에 탑시다. 차로 가믄서 말씀 다 디릴테니까...
창만, 뒷트렁크 닫고
광수 앞에 와 선다.
창만 (정중하게) 선생님,
처음 뵙겠습니다.
배창만이라고 합니다.
광수, 불안한 얼굴로
창만을 훑어보며
월순쪽을 본다.
월순 (차 문 열어주며)
타세요.. 아버님...
광수, 웬지
불안한 느낌으로
차에 탄다.
사뭇 무거운 분위기 속에 승용차에 탑승하는 일동.
창만은 운전석에, 월순은 운전석 옆에
태운채 승용차 교도소 주차장을 벗어난다.
S#3 달리는 승용차 안
이미 자신의 남편인 덕구가 구치소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털어놓는 듯 훌쩍
거리며
눈물 찍는 월순.
광수 아니, 그 자식은
왜 또 그모양이야?
또 남의집 담 넘었어?
박여사, 심란한 듯
한숨 쉰다.
박 직접 당사자들한테 물어보세유...
내 얼굴 쳐다보시지 마시구유.
창만 담 넘은게 아니구요.. 장물입니다.
광수 그래서? 재판까지 받았어?
창만 현재 영등포 구치소에
들어가 있는데요.
앞으로 얼마나 들어가 살란가는
내일 변호사 만나봐야
자세한건 알수있을 것 같습니다.
월순 훌쩍임이 커진다
광수 집안에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에 와서 나한테
얘길 했어야지, 왜 지난달에 면회왔을땐 그 얘길 안해?
박 걱정하실께베 못했지유,
걱정하실께베...
광수 그래도 나한테 얘길했어야
장물쪽으로 잘 아는
전문 변호사라도 골랐을 거 아냐.
창만 그쪽으로는 저도 잘 아는
변호사가 있습니다.
너무 걱정마십쇼.
박 자식 나오믄 아부지 들어가고...
아부지 들어가믄 자식 나오고...
도대체 무언놈의 팔자가 이런지
나는 알다가도 모르것시유.
박여사, 한숨 쉰다.
창만 다들 아침도 안드셨는데
식사들 뭘로 하시겠습니까?
박 일단 두부집으루 가유.
쌩부두부터 잡숫게...
광수, 괴로운 듯
차창밖을 본다.
S#4 두부전문집 앞
구기동 근처의
할머니 두부집같은 곳이라도 좋다.
입간판 보이는 곳에
창만의 승용차 다가오며 눈물젓은 월순의 음성
화면 밖에서 들린다.
월순E 아줌마 여기 있죠...
그냥 쌩두부 하나...
순두부 하나, 두부찌개 하나...
두부전골 하나...
골고루 맛있게 해주세요...
S#5 두부전문집
일동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밥먹고
광수는 심란한듯
꾸역꾸역 맨두부 먹으면서
소주잔 들이킨다.
광수 (이윽고) 도대체 장물은
어떤놈들한테 받았길래
그모양이 됐어?
창만 주로 지방쪽 시장으로 다니면서
굴레따기하는 애들한테 받은겁니다.
광수 굴레따기면 주로 금목걸일텐데...
덕구놈이 금도 취급했단 말이야?
창만 예... 처음엔 저하고 같이 동업하다가 저는 사주에 빤짝이
는게 안맞다구 해서
국공채... 채권 전문으로 하고
덕구형은 그걸 계속하고 있었거든요.
사실 형수님도 보셨지만
이번에 잡은 물건이
엄청나게 좋았습니다.
월순 좋았으면 뭘해요...
결국은 좋다말구 뒤로 넘어져서 코깨진건데.
광수 물량이 많았어?
창만 저울이 없어서 직접 달아보진 못해봤는데요. (맥주잔 들
며)
요거하고 똑같은 맥주잔에 담아서 뒷박되듯이 되어보니까
순금목걸이가 딱 입곱잔 나오고 쓰부말고 다이아달린거로만
한잔 조금 안되게 나왔습니다.
월순 디자인도 세련된거
굉장히 많드라구요. 정말이지 목에 한번 걸어보지도 못했어요.
박 (아쉬운듯) 나는 구경도 못해봤다, 구경도!
광수 그럼 잡아갖고 있다가
뜸만 들이다 잡힌거야?
창만 예... 나중에 알고보니까
진성이라고 그놈들 패거리에 있다가 야당하는 놈이 있는데
그놈이 찔렀드라구요.
광수 천하에 미련한놈!
광수, 속상한듯
소주잔 들이킨다.
월순 (보충설명 하듯) 집안에
현찰만 좀 돌았어두요...
그 즉시로 지방으로 빼돌리고 처분 할수도 있었거든요..
아버님 아시다시피 장물은
현찰 장산데 워낙이 집에
현찰이 없다보니까...
박 아유 시끄러... 지나간 뻐스
손 흔들어봐야 말짱 헛거여.
얘기해 봐야 가슴만 아프니까 인저 그만혀!
월순, 속상한듯 글썽이며
맥주잔 고개 돌려 꼴깍꼴깍 마신다.
그러한 월순을 보는 광수, 안스런 눈으로.
광수 (화제 돌리듯) 덕경인 어때?
요즘도 집에 잘 안들어와?
박 난 갸 얼굴본지 오래 됐시유.
광수 뭐한데 그자식은?
박 짜장면 집에서 먹구자고 배달 댕기다가유... 요즘은 거 뭐냐..
.
오토바이 타고 댕기믄서 심부름 하는거?
월순 퀵서비스요.
박 그거 댕긴대유.
월순 저번 어린이날 어머니 안계실때 오토바이타고 한번 왔었어
요.
정님이 롤라브레이드 선물 사갖고요.
광수 명선이는?
월순 (박여사 눈치본다) ....
박 갸는 물어보지도 말고
우리식구라고 생각허지도 마세유.
아.. 지가 지입으로 아부지 하고는 인연 끊었다 그러는데
무슨 할말이 더 있겠어유.
광수
착찹한 한숨 쉬며
소주잔 쓰게 들이킨다.
S#6 겨울 나그네
클라식 음악 나오는 가운데 30세 정도의 직장인 CD를 고르고 있고 그뒤에서
조용히 손님이 판 고르는 것을 지켜보는 명선.
출입구 가까운 쪽에서 고등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소년 역시 국내가요
음반을 고르고 있다.
손님 샤롯 쳐치껀 없습니까?
명선 1집하고 2집 나온게 있는데...
피에 예수 들어 있는거 말씀하세요?
손님 아니 그거 말고 딴거 뭐 있든데..
명선 (골라서 뽑아주며) 그럼 이거 말씀하시는 걸 거에요.
드볼쟉에 어머님이 가르쳐 주신 노래도 들어있구요.
헨델에 울게 하소서도 불렀는데 굉장히 맑고 좋아요.
손님 아.. 맞다 울게하소서.
명선 한번 틀어봐 드릴까요?
손님 아니 됐어요. 그냥 주세요.
명선 카운터 쪽으로 가서 CD를 포장지에 넣으며 학생 쪽을 힐끔거린다.
명선 (학생에게) 뭐 찾으세요?
학생 그냥 좀 보는거에요...
명선 내가 찾아드릴까?
학생 아녜요, 됐어요...
다음에 또 올께요.
학생 밖으로 나간다.
손님 CD를 받고
돈 건넨다.
명선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손님 수고하세요.
손님 밖으로 나가자
명선 아까 학생이 뒤적거리던 국내 가요 코너쪽으로 간다.
뭔가를 확인하듯
뒤적거리다가
음반이 없어진 것을
확인한 듯
얼굴 표정이 굳어진다.
명선 어머머... 얘 좀봐....
S#7 겨울 나그네 앞 상가복도
겨울나그네 출입문을 박차고 나오는 명선
학생이 사라진 듯한 상가 입구를 향해 뛰어나간다.
S#8 상가 건물 앞
명선 상가건물에서 뛰어나와 오가는 사람들 틈을 두리번 거리며 학생의 모
습을 눈으로 찾는다.
문득 횡단보도 맞은편 쪽을 아무일 없는냥
걸어가고 있는 학생의 모습 눈에 들어온다.
S#9 횡단보도 길 건너편
명선 횡단보도를 황급히 뛰어 건너서
학생이 가고 있는 쪽을 뒤따라 간다.
이윽고 학생의 뒷덜미를 낙궈채는 명선.
명선 너 일루와!
학생 (어이 없다는 듯 정색하며)
왜 그러세요?
명선 (되뇌이듯) 왜그러세요?
너 우리가게에서 갖고간 CD내놔!
학생 내가 뭘 갖고 가요? 이거놔요!
학생 명선의 팔을 거칠게 뿌리친다.
지나던 사람들 몇명 힐끔거리며 멈춰선다.
명선 얘가 순 도둑놈 배짱이네!
내가 너 CD훔쳐간거 모를줄 아니?
학생 (버럭 대들며) 이 누나가 미쳤나봐 내가 뭘 훔쳐!
명선 (와락 잡아끌며)
너 이리 따라와!
학생 놔 이거!
학생 명선의 손을 비틀며 밀어버린다.
그자리에서 엉덩방아 찧으며 넘어지는 명선
그사이 후다닥 도망가려는데
학생 누군가의 발에 걸려 넘어진다.
어느새 나타났는지
민규 학생의 어깨를 잡아 일으킨다.
일어나며 학생쪽으로 다가오는 명선.
민규 무슨 일입니까?
이 학생이 아가씨한테
무슨 잘못한거 있습니까?
명선 얘가 우리 가게에서
CD를 훔쳤어요.
학생 내가 CD를 언제 훔쳐요?
이누나가 사람잡네!
길가던 행인들 모여든다.
민규 훔쳤는지 안훔쳤는지는
아저씨가 판단해 줄테니까 앞장서!
학생 아저씨는 뭔데
남의 일에 끼어드세요?
민규 나? (수갑 꺼내 보여준다)
도둑놈 잡는 형사야!
명선 수갑과 민규의 얼굴을 강한 눈으로 본다.
S#10 고향식당 안
주방아줌마인 대전댁 마늘 등을 까고 있는데
식당 카운터 보는 주인딸 금희 문열고 반만 들어온다.
금희 아줌마 빨리 나와보세요!
대전 왜?
금희 CD가게에서 CD 훔치던 도둑놈이 잡혔는데요
글쎄 고등학생이래요.
지금 가게에 형사도 와 있어요.
대전 세상에.. 아침부터 웬일이야.....
대전댁 마늘까던 손 멈추고 일어난다.
S#11 겨울 나그네 안
상가 경비원을 비롯해서 등산 장비점 고회장, 명선, 민규, 학생이 주머니에
서 꺼내 놓는 휴대품을 지켜보고 있다.
담배, 라이터, 쓰다남은 전자오락실 도박카드 등과
지갑이 나온다.
민규 (오락실카드 집어들며)
너 고등학생이 이런데도 출입해?
학생 제거 아니고 아는 형거에요.
이때 금희와 대전댁 들어와 조용히 지켜본다.
고 강형사 그건 뭐냐?
민규 오락실에서 놀음 할 때
끊어서 하는 카드에요.
민규 베낭식 가방을 뒤진다.
냉혹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명선.
대전 고등학교 몇학년이래요?
경비 일학년이랍니다...
대전 일학년이믄 우리애 하고
같은 학년이네.
민규 가방에서
CD두장을 꺼낸다.
민규 (확인하듯) 이 CD 맞습니까?
명선 예, 맞아요.
학생 잘못했어요, 아저씨...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민규 너 여기 몇번이나 들어왔냐?
학생 처음에요....
명선 처음 아니야 너,
우리가게 오픈한지 한달 밖에 안됐는데 내가 너 서너번 들락 거리는거 봤
어.
학생 훔친건 오늘이 처음에요...
누나.. 한번만 봐주세요...
이때 민자 출근하는 차림으로 문 열고 들어온다.
민자 아니 왜들 이렇게 와계세요?
금희 쟤가요... CD두장 훔쳐갖고 나가다가 언니한테 잡혔대요.
저 아저씨는 동부경찰서 형사시구요.
민규 이가게 주인 되십니까?
민자 예....
민규 (명함 꺼내주며) 동부경찰서 강력계에 있습니다.
민자 예에 그러세요...
민규 전 사실 오늘 비번이라
이형님 장비점에 등산장비 보러 가는 중이었거든요.
고 등산학교 제 후뱁니다.
민자 (학생에게) 아니 근데
생긴것도 멀쩡하게 생긴 애가
왜 그런 짓을 하니..
너 이거 우리 한장 팔아봐야 얼마 남지도 않어.
학생 (울먹인다) 제가 갖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구요...
제 여동생이 심장수술을 받아서 입원해 있거든요...
근데 걔가 유승준이를 좋아해서..
막상 유승준이 판을 보니까...
동생한테 선물하고 싶은 욕심이 나서... 잘못했어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명선과 민규를 제외한 일동들 동정의 눈빛이다.
민자 너두 참 딱하다.
아니 느이부모님은 뭐하시길래
니가 니동생한테 음반을 도둑질해서 선물할 생각을 하니?
학생 흐흐흑흑....
민자 얘기 해봐.
학생 아버지는 환경미화원 일하시구요.
어머니는 동생 병간호하느라 병원에만 계세요...
대전 (동정의 눈길로) 아유...
느이엄마 너 이러구 있는거 보면 오장육부가 다 뒤집어 지구도 남것다. 가
자 금희야.
금희 (명선에게)
언니.... 얘 한번만 봐줘요.
명선 넌 참견하지 말고
느이가게 가 있어.
금희와 대전댁 나간다
민규 (이윽고) 어떡하시겠어요?
이학생 처벌 받기 원하세요?
민자 다음부터 안그러겠다는데
그냥 가라그러세요.
명선 안돼. 이모! 얘 이대로 풀어주면 딴데가서 또 이짓해!
처벌 받는걸로 해주세요!
민규와 고회장
명선의 반응이
맘에 걸리는 눈빛
학생 누나... 저 다신 이런 짓
안 할거에요. 한번만 봐 주세요...
민자 그냥 가라 그래...
다신 안그런대잖니...
명선 이모! 얘는 지금 봐주면
평생 도둑질할 얘야.
세상 무섭다는 걸
가르쳐줘야 돼!
경찰서 따라가서
진술서 다 써드릴테니까
꼭 처벌해 주시구요.
민규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학생 누나...
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셔요.
명선 미안하지만,
난 너같은 앨 너무 잘알어. 안돼!
명선, 강력한 눈빛으로 거절한다.
S#12 상가 주차장
순찰차 정차해 있는 가운데 상가출입구를 통해 순경에게 연행되어 나오는
학생의 모습 보인다.
그 뒤를 따라 나오는 민규와 명선.
명선,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순찰차에 태워지는 학생의 모습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민규,
순찰차에 탄
순경과 차창을 통해 무어라 얘기를 주고 받는다.
이윽고,
순찰차 떠나가고
민규 돌아서서
명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명선 전 가게 일 좀 처리해놓고
한시간 후에 갈께요.
민규 예... 그렇게 하십쇼.
명선 (한숨)...
민규 원래 그렇게
성격이 인정사정 안 봐주고 얄짤없는 쪽이십니까?
명선 얘든 어른이든 법을 어겼으면 벌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
요...
민규 이왕 데려가는거 여죄추궁까지 잘하라고 얘기해 놨습니다.
명선 수고하셨어요.
명선,
우울한 표정으로
상가 쪽으로 들어간다.
명선의
뒷모습 바라보며 담배한대 꺼내무는 민규.
웬지 호기심이 가는 눈빛이다.
S#13 티롤리안
등산용 쟈일과 카르비나등이 모던하게 쇼윈도우에 장식돼 있는 등산장비점
이다.
낡은 쟈일, 쟈켓차림의 고회장.
고장난 헤드랜턴을 수리하고 있다가 들어오는
민규를 본다.
고 순찰차에 태워서 보냈냐?
민규 예.
고 그럼 어떻게 되는거냐 쟤는?
민규 현행범이고 증거가 있으니까 조서 받고 입건되는거죠. 뭐.
고 CD 두장 훔친거 때문에
호적에 뻘건 줄가게 생겼네.
민규 가정법원 쪽으로 송치되는거니까 빨간줄은 안가요.
그대신 인제 평생 전과기록은 남는거죠.
고 니 생각은 어떠냐.
CD 가게 아가씨
너무한거 아니냐?
민규 글쎄요... 제 입장에선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어요.
고 나 같으면 봐준다.
CD 두장 해봐야
그게 얼마나 되냐?
넌 뭐 우리가게에서
도둑질 안해 갔냐?
민규 내가 형네 가게에서
언제 도둑질 했어요.
이 형 누가 들으면
큰일날 소리하네!
고 까불지마, 임마...
너 우리 가게에서
깨스버너 하나 훔쳐갔잖아.
민규 아유.. 형 그게 언제적 얘기유.
3년전 얘기다, 3년전!
고 어쨌든 너는 나한테 전과 있어!
헛소리 말어.
이때 조사장 배달쟁반 들고 들어온다.
조 식사 왔습니다!
고 형님. 수고스럽지만
식사 하나 더 갖다 주세요.
야, 너 뭐 먹을래?
민규 됐어요. 난 조금전에 먹구왔어요.
조 (민규를 보며) 가만있자...
이 양반 내가 아는 분 같은데...
민규 (보며) 포장마차 하셨었죠?
조 작년까지 했었지!
저기 승일빌딩 뒤에서!
아니 파출소근무 했었잖어!
민규 예. 파출소 근무하다
본서 강력계로 발령받아
지금 거기 있습니다.
조 아유, 반갑네... 파출소근무
하실때 내가 속도 많이 썩이고
민폐도 많이 까쳤는데,
나 지금 요 앞에 식당냈어요.
민규 그러세요?
아유 그렇게 고생하시드니
잘되셨네요.
조 조금전에 우리 딸애가
CD가게에 도둑이 들고
형사가 왔다갔다드니
바루 강순경이 왔다간거구만!
고 이 친구 인제 순경 아닙니다. 경장으로 진급해서 간거에요.
조 아이구 그거 잘되셨네!
남의 어려운 사정 그렇게
잘 알아주고 인정스럽더니
결국은 잘되는구먼. 축하하네.
민규 아저씨도 사장님으로
진급하신거 축하드립니다.
고 그러게 사람이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니까
베풀고 살아야 돼.
CD 가게 쟤처럼 저러면 안돼!
조 나도 우리 딸애한테 들었는데 못돼쳐먹었드만!
아니, 그까짓 CD 두장 잃어버렸다고
지 막내동생같은 애를
유치장에 보낼 수가 있느냔 말여.
고 야 강형사...
니 끝발로 어떻게 봐줄수 없냐?
민규 못봐준다니까요.
고 깨스버너 얘기 앞으로
절대 안할 테니까 좀 봐주라.
불쌍하잖냐.
민규 차라리 깨스버너값
내가 드릴께요.
이미 내 손을 떠났는데
내가 어떻게 봐줘요.
고 아.. 자식 참 생각할수록
안됐네...
고회장, 마음에
걸리는듯한 표정 짓자
외면하듯 딴청하는
민규.
민규 (둘러보며) 나 안오는 사이에
물건 좋은거 많이 들여놨네!
S#14 겨울나그네
음악 흐르고 있는
가운데
명선, 우울하게 CD
정리하고 있다.
민자, 밥먹고 들어오는듯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민자 (짜증스레) 얼른 갔다와.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 쓰고 와야된다 그랬잖아!
명선 잠깐 요것만 정리해놓구...
민자, 소파쪽에 가서
커피 따뤄서
소파에 앉는다.
명선, 묵묵히
CD 정리한다.
민자 뭐하러 이웃사람들한테
인심 잃고 귀찮은 짓을
사서하니?
명선 ...
민자 너는 세상 물정을 다 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내가 보기엔
아직 멀었어.
너는 자식을 안키워봐서 몰라.
명선 이모! 이모는 아까 걔가
CD 집어가는 손동작을
못봐서 그래.
차라리 서너명씩 들어와서
바람잡고 주인 못보게
까치집 짓는 애들은
봐줄수도 있어. 걔는 내가 보기엔
한두껀이 아닌 애야.
민자 어쨌든 학생 신분이잖니.
형사도 눈 감아주고 싶어하는데
왜 니가 못봐줘?
명선 이모는 몰라...
걔는 봐줘서 될 애가 아냐.
민자 그래... 너 똑똑하고 너 잘났다.
명선 나도 마음 안편해.
이모만 인정 많은척 하지마...
이때 전화벨 울린다.
수화기 집어드는 명선
명선 겨울나그넵니다.
S#15 상가 주차장
명선, 상가 주차장
입구쪽으로 나오는데
저만큼에서 퀵서비스
오토바이 한대가
진입해 들어와 멎는다
시동 끄며
명선쪽을 향해
손들어 보이는 덕경.
명선, 그저 그렇게
우울한 표정으로
덕경이 있는쪽으로
다가간다.
헬멧 벗는 덕경.
명선 점심 먹었니?
덕경 응...
명선 왜 보자 그런거야?
덕경 조금전에 새엄마한테서
전화 왔었는데
아버지 오늘 아침에 나오셨대.
명선 (한숨)...
덕경 오랫만에 모여서 식구들끼리
저녁 먹자는데 어떡할까?
명선 나도 왔으면 좋겠대?
덕경 응...
명선 난 안가!
덕경 그럴줄 알았어...
에이 나도 누나 안가믄 안가.
명선 (한숨)...
덕경 (시무룩해서 한숨쉬며
먼산 본다)...
명선 그러지말고 넌 가봐.
덕경 왜?
명선 너까지 아부지한테 등돌리면
너무 불쌍하시잖니..
덕경 ...
명선 가 드려...
덕경 나 지금 택배 가는 길이니까...
택배 끝내고 생각해볼께.
덕경, 헬멧 쓴다.
시동거는 덕경.
명선 조심해서 몰구 다녀!
덕경, 대꾸없이
손만 흔들며 멀어진다
멀어지는 덕경의 모습
지켜보는 명선.
S#16 목욕탕 샤워꼭지 아래
광수, 지난 몇 년간의
묵은때를 벗겨내듯
거품 칠해
샤워하고 있다.
격동의 세월처럼
샤워꼭지에서
거센물살 쏟아져 내린다.
눈감고 고개들고
소낙비 맞듯 맞는 광수.
S#17 목욕탕 입구 거울 앞
팬티차림에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 광수.
스킨 로숀 바르다가
문득 자신의
반백의 머리칼과
어느덧 늙어있는
주름진 얼굴을
하염없이 보는 광수.
그야말로
어느 거울속에
들어있는
욕된 얼굴이다.
S#18 이발소 안
눈 감고 반쯤 의자 젖히고 누운채
얼굴 마사지나 혹은
안마를 받고 있는 광수.
옆에서는 서빙하는
아가씨가
손톱 깎고 있고...
광수 문득 눈을 뜬다.
몽롱한 현실이
믿기지 않는듯
이발소 천장을 응시한다.
S#19 이발소 앞
이발소 천장의 불빛이
이발소 앞의
장식용 회전등과
연결된다.
이발소에서 나오는
광수.
계단을 올라가거나
적당한 쪽으로 간다.
S#20 어느 커피숍
창만,
신문 보고 있다가
출입문 열리며
말쑥한 차림으로 들어오는 광수의
모습 보고 일어난다.
창만의쪽으로
다가오는 광수.
창만 시원해 보이십니다!
광수 응... 몸이 아주 가볍구만...
광수, 자리에 앉자
창만 앉는다.
종업원,
주문 받기위해
다가온다.
창만 차... 뭘로 드시겠습니까?
생딸기쥬스 괜찮은데요.
광수 응... 나도 그걸로 줘...
창만 (종업원에게) 생딸기쥬스!
종업원 감사합니다.
종업원, 사라진다.
광수, 리치 담배
빼어물고 불을 당긴다
광수 (담배곽을 요모조모 보며)
이 담배는 언제 나온거야?
창만 작년말인가 금년촌가...
나온지 좀 됩니다.
광수 PC방, 찜질방, 초고속멀티미디어
인터넷... 모르는 말이
너무 많이 생겼어.
창만 몇 년 사셨죠?
광수 5년.
창만 전 노태우때 특사먹구
2년 6개월만에 나왔는데도
한동안 멍한게 정신 없드라구요.
세상 많이 바뀐거 실감하실겁니다.
종업원, 딸기쥬스
갖다 놓는다.
종업 맛있게 드십쇼...
광수, 딸기쥬스를
빨대로 빨며
메뉴판을 본다.
광수 그전엔 이천오백원인가
3천원 했었는데...
곱빼기도 더 올랐네 이것두...
창만 오늘 신문에도 나왔지만
지금 선거 끝나구
집권당쪽에서
제일 골치 아파하는게
물가 안정대책이거든요.
오년전 따지믄야 차값이니 목욕비니 엄청나게 오른 셈이죠.
광수 벤처니 코스닥이니 나스닥이니..
떼돈 벌고 벼락부자된 놈들도
무지하게 많두만.
창만 예... 그야말로
선생님 안계시는동안
재계의 판도가 바꿔버렸습니다.
광수 (딸기쥬스 빤다)...
창만 (뭔가 갈구하는 눈빛으로 본다)..
광수 (이윽고) 뭘 원해, 나한테?
창만 언제쯤 일 하실 생각이십니까?
광수 (한숨 쉬며 본다)...
창만 일을 배워도 제대로 배우고 싶고
한껀을 하드라도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광수 건강도 옛날 같지 않고...
당분간은 푹 쉴 생각이야.
창만 당연히 푹 쉬셔야죠...
쉬시면서 구상하시구...
뭐 잡숫고 싶은게 있으시다거나
어디 가시고 싶은데 있으시면
부담없이 전화주십쇼.
항상 24시간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광수 (본다)...
창만 존경합니다, 선생님...
광수, 가벼운 한숨 내쉰다.
S#21 00 경찰서 정문
민규의 낡은 프라이드
승용차 정문을 통과해
주차장쪽으로 향한다.
S#22 경찰서 주차장
차에서 내리는 민규.
현관쪽으로 가다가
몇 명의 경찰관들과
자연스레 인사하며
지나친다.
S#23 경찰서 안 복도
주형사(32세)
강도인듯한 사내를
수갑 채워
순경과 함께
끌고 나오다가
들어오는 민규와
마주친다.
주 야 강민규!
민규 예...
주 니 임마 우째된거야?
또 내 앞으로 카드 독촉장
날라오게 만들고!
민규 아이... 자식들 그거
내가 이번달 보너스 타면
막는다 그래도
자꾸 선배님한테로 보내네.
제가 카드회사에 전화하겠습니다.
주 니 한번만 더 내 책상위에
씰데없는 표쪼가리
날라오게 만들몬
내 참말로 가만 안있는데잇.
민규 죄송합니다...
어디 현장검증 나가세요?
주 내가 안그래도 오늘
(강도 가리키며) 일마 때문에
미치겠는데... 사람 쫌 살리도!
으이?
민규 예... (강도에게) 야! 강도!
강도 예...
민규 현장에 나가면 질퍽거리지 말고
니가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그대로 하란 말이야.
그래야 니가 우리 선배님한테
귀염 받어.
내말 무슨말인지 알겠지?
강도 예..
주 니나 똑바리 잘해 임마! 니나!
민규 (머쓱해 하며)
조심해서 다녀오십쇼.
주형사와 일행들
멀어진다.
*강도의 경우는
뒤로 수갑 채우고
포승으로 묶어야 함.
S#24 소년계
모니터 보며
피의자 신문조서
꾸미고 있는 이형사.
주눅 든채 앉아있는
학생.
책상위에 카메라
놓여 있다.
이 어쨌든 그시간에
친구네 집에 아무도 없었지?
학생 예...
이 근데 그게 어떻게 빌린거냐?
학생 카메라 갖고 나와서
친구한테 몇번 전화를 했었는데요...
가족이 다 설악산 놀러가구...
이 (말 끊으며) 야 임마!
학생 ...
이 엉뚱한 소리 말고
아저씨가 묻는 말에
간단 간단하게 대답하란 말이야!
학생 예.
이 친구네 집이건 누구네 집이건
빈집 아니냐.
근데 문따구 들어가서
카메라를 들고 나왔으면
누가 봐도 그건 빈집털이로 보지
빈집에 들어가서
물건 빌려 나오는걸로
보는건 아니잖어.
나중에 전화 할라 그랬다는건
니 마음이고!
학생 예...
이형사 짜증스러운듯
조서 작성하는데
민규 나타난다.
민규 잘 되가냐?
이 아유... 이자식 국밥을 멕여도
한참 멕여야겠어.
자취방 가봤더니
책가방 하고 교복만 빼놓고
다 도둑질한 물건이야.
디지털카메라, 비디오, 워크맨...
없는게 없구...
이런 카메라도 3개씩이나 돼.
민규 (한심한듯) 야! 너 학생 맞니?
학생 ...
이 학교에 연락해 보니까
지난달에 퇴학 맞았대.
민규 (비꼬듯이)
동생이 심장수술로
입원해 있는데
유승준이 노래를 좋아하냐?
학생 ...
민규 (알밤 먹이며)
이자식아 벌써부터 이래가지고
커서 뭐 될래?
학생 ...
민규 CD가게 아가씨한테
조서 잘 받았냐?
이 응. 나하고 차도 마시고
여기서 한참 있다 갔어.
(명함 꺼내 보며) 김명선씨...
민규, 이형사 손에서
명함을 잽싸게 뺏는다
이 야 그거 이리줘!
나 그 아가씨 전화번호 필요해!
민규 (멀찌감치 도망가며)
필요할때 나한테 와!
내가 가르쳐줄께.
닭 쫓던 개
지붕보듯 보는 이형사
S#25 강력 5반
문형사, 모니터 보며
서류작성하고 있고
유일한 여자형사인
정형사 구석에서
팩스 등을 받고 있다.
민규, 들어온다.
문 (힐끗 보며) 넌 비번인데
왜 왔다갔다 폼잡냐?
민규 황준식이 사건 송치해야 되는데
조서가 좀 들돼서요...
문 야 그거 언제적 얘긴데
아직도 들됐냐?
너 그러다 구속기일 넘기면
어떡할거야.
민규 아직 이틀 남았어요.
들어올때부터
민규쪽을 지켜보던
정형사, 기분 나쁜듯
민규를 부른다.
정 강형사!
민규 예...
정 이리 좀 와봐요!
민규, 두리번거리며
딴전 피우듯
책을 찾는다.
민규 (문에게) 형... 혹시 여기 있던
형사 소송법책 못봤어요?
문 난 몰라...
정 책 나중에 찾고 이리와봐요.
민규, 정형사쪽으로
불안하게 다가간다.
정형사, 피의자
신문조서 들고 있다.
정 이거 누가 한거에요?
강 제가 작성한겁니다.
정 이사건 피해자가 몇 명에요?
강 세명입니다.
정 근데 왜 상해진단이
한사람게 빠져 있어요.
강 빠져 있어요? 이상하다...
다 받아서 첨부 시켰는데...
정 확인해봐요... 있나 없나!
강 (뒤적이며 확인해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정 있어요, 없어요?
강 죄송합니다.
제가 받아는 놨는데요...
깜박했습니다.
정 왜 그렇게 정신이 없어요?
강 ...(고개를 갸웃갸웃)...
정 힘들어서 강도 잡으면 뭐해?
구속여건도 제대로 안돼 있고
서류에서 다 놓치는데!
강 (한숨)...
정 이거 다시 싹 보강해서
내일 아침 조회전까지
나한테 갖고 오세요.
강 예...
민규, 신문 조서
되돌려 받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문 (눈길도 주지 않고 느긋하게)
강민규
민규 예...
문 조서는 작품이다. 서류가 아니다.
민규 예.
문 똑바루 잘해, 임마.
민규 예...
민규, 한숨 내쉬며
형사수첩 꺼내든다.
조금전에 받았던
김명선의 명함이
수첩 사이에서
얼굴을 내민다.
클라식 재즈전문
겨울나그네 김명선
전화번호와
핸드폰 넘버가
민규의 눈에 들어오며
아름다운
구노의 아베마리아 흘러나온다
S#26 어느 묘소
명선의 엄마 무덤이다
무덤 앞에
꽃과 과일들이
놓여 있고,
야외용 돗자리
펴져 있는 가운데
광수 정성들여
향을 피운다.
그 모습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창만. 이윽고 회한이
가득한 얼굴로
절하는 광수.
절 끝내고 나서
무릎 끓고 용서를
빌듯 무덤을 본다.
광수 여보... 살아생전
당신 고생시켜 미안하오...
자주 찾아오지도 못하고...
이렇게 오랫만에 온거...
용서해 주구려...
광수의 눈에
눈물 어른거린다.
S#27 뻐스 안
구노의 아베마리아
연결되는 가운데
명선 창가에 앉아
흔들리며 상념에
잠긴채 가고 있다.
이때 명선의
핸드빽에 든
핸드폰 소리 들린다.
핸드폰 꺼내드는 명선
음악 그친다.
명선 여보세요...
광수E 명선이냐?
명선 (말문 막힌다)...
광수E 여보세요... 명선아...
명선 말씀하세요...
광수E 너 덕경이한테 얘기 들었지?
애비 오늘 아침에 나왔다!
명선 얘기 들었어요...
광수E 오늘 니 얼굴 한번 보고 싶은데..
집으로 좀 와줄 수 없겠냐?
명선 죄송하지만
가고 싶은 마음 없어요, 전.
광수E 명선아... 너 옛날 생각만
하고 그러는 모양인데...
애비도 많이 늙었구
인제 많이 변했다.
나 이제 느이들 속 안썩이고
잘해주고 싶어...
명선, 한숨 내쉰다.
S#28 어느 묘소 앞
묘소 앞에 앉아
핸드폰 들고 있는 광수. 통화하는 동안
뒤돌아서서
오줌 누고 있는 모습
자연스레 카메라에
살짝 걸린다.
광수 지난날 모든걸 용서 받고 싶은
심정으로 느이엄마 묘소에 왔다가 용기를 내서
너한테 전화해봤다.
명선E ...
광수 내 얘기 듣고 있냐?
명선E 듣고 있어요..
광수 우리 서루 얼굴이나
한번 보자 오늘.
명선E ...
오줌누기 끝내고
쟈크 올리는 창만의
자연스런 모습 보이며
커억... 캭하고
자연스레 가래침도
무덤 뒷편으로
날려보낸다.
광수 안되겠냐?
명선E 죄송해요... 아직은 아버지
뵙고 싶은 마음 없어요...
광수 (한숨)...
명선E 이해해주세요.
광수 그래 알았다...
나도 강요는 안하겠는데...
언제라도 마음이 돌아서면
전화해다우.
명선E ...어디 몸 안좋으신데는 없으세요?
광수 난 괜찮다... 너는 어떠냐?
명선E 저도 괜찮아요.
광수 그래... 이렇게 목소리라도
들으니까 반갑다.
애비는 언젠가는 니가 애비를
이해하고 용서할 날
반드시 오리라고 믿는다.
그날이 오기까지 애비는
참고 기다리면서...
(전화기가 이상한듯)
여보세요... 여보세요...
창만 통화 안되세요?
광수 응... 끊어졌어.
(다시 재차) 여보세요...
창만 이리 줘보십쇼.
광수, 핸드폰 건네자
창만 핸드폰을
요모조모 조작하다말고
창만 빳데리가 다 된 모양입니다.
광수 그럼 통화가 안되는건가?
창만 예.
광수, 아쉬운듯
먼산 본다.
S#29 겨울나그네
민자, 여자손님에게
CD를 포장해서
건네고, 손님이 내민
카드 끊어 싸인 받는다.
여자손님 나간다.
뒤에다 대고
인사하는 민자.
이때 들어오는 명선.
민자 경찰서 갔다 지금 오는거니?
명선 오다 수입상에 들렀다 왔어.
민자 주문한거 다 들어왔대?
명선 안들어왔대. 아직...
민자 걘 어떻게 됐어?
명선 소년계 형사가
걔네 자취방에 갔다 왔는데...
TV, 비디오, 컴퓨터...
좌우간 입고 있는 팬티만 빼놓고
다 훔친 물건이드래.
민자 세상에... 옛날 누구 생각난다
증말...
명선 (아버지가 연상되는듯
머쓱하다)...
민자 그럼 앞으로 걘 어떻게 된대?
명선 어지간하면 검사 재량권으로
기소유예돼서 나올수도 있는데..
얘는 너무 엄청난 애라
소년원에 가서
한참 살아야 된대.
민자 어쩜 그렇게 겉하고 속이 다를까
내눈엔 멀쩡하게 보이든데...
이때 경아의뜰 주인
경아(38세)
가게문 열고 들어온다
경아 (민자에게) 언니! 언니네 낮에
도둑놈 들왔다면서요?
민자 학생애가 CD 두장
훔쳐나가다가 잡혔는데
별거 아녜요. (별로 안좋은 눈길)
그소린 누구한테 들었어요?
경아 고향집 금희가 그러대요.
명선씨가 쫓아가 잡아왔는데
언니는 봐주자그러구
명선씨는 집어쳐넣자 그러다가
나중에 순찰차가 와서
태우고 갔다구.
명선 집어쳐넣긴 뭘 집어쳐넣어요.
잘 모르면서 엉뚱한 소리들
하지 말라 그러세요.
걔 내가 이번에 없었던 일로
해줬으면 큰일낼뻔 했던 애에요.
경아 아니 나는 그거 따지러
들어온게 아니라
언니가 너무 놀랬을까봐
걱정이 돼서 들어와 본거에요..
언니 내가 청심환 하나
갖다 드릴까요?
민자 됐어요... 나 별루 놀란거 없어요.
경아 아유 요즘 세상이
워낙 험해놔서
칼들고 들어오는 애들도
많다든데... 그만하기 다행이네요.
저 그럼 건너가 볼께요.
민자 예...
경아, 나간다.
명선 도대체 앞집 까페 저 여자는
몇살인데 이모한테 언니 언니해?
민자 며칠전에
나보고 몇살이냐 그러길래
서른셋이라 그랬더니
글쎄 자기보다 내가
한살 많다는 것 있지.
그러더니 저러는거야.
언니 언니...
명선 말도 안된다.
내가 보기엔 이모보다
다섯살은 더 먹어보인다.
민자 너도 그렇게 보이니?
명선 당연히 그렇게 보이지.
민자 그래서 내가
손님 와 있고 누구 있을 때
저 예편네가 언니 언니 그러믄
소름이 다 끼친다니까!
명선 그러구 보면 이해 안가는 사람들도 참 많어. 왜들 그럴까.
.
이때 민자아들
동수 가방 메고
한손엔 나팔모양으로
생긴 뻔디기 봉투
들고 들어온다.
동수 엄마 학교 다녀왔습니다.
민자 손에 들고 있는거 그건 뭐니!
동수 뻔디기요.
민자 돈이 어디서 나서
뻔디기를 사먹어?
동수 그냥 가만 있는데요,
경아누나가 사주셨어요.
민자 경아누나라니?
명선 금방 왔다간 예펜네...
민자 동수야, 경아의 뜰 아줌마가 너보구 누나라 부르라 그러디
?
동수 예, 이쁜누나라 부르라 그랬어요.
민자 꼴깝한다 증말....
동수 뻔디기 먹고 민자 인상 쓴다.
S#30 경찰서 전경 (밤)
사귀는 여자친구인 은성에게 넋두리 늘어놓고 있는
민규의 음성 들린다.
민규E 나는 으른들이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된다 그래서
...그게 결혼생활에만 적용되는 줄 알았어. 근데 알고보니까
그게 아니야.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야. 꼴같잖은게 부반장이라고 맨날 조져
대는데 사람 돌아버리겠어.
은성E 얼굴은 이뻐?
민규E 매달아놨다 떨어진
메주덩어리라니까.
S#31 강력 5반 (밤)
홀로 자신의 책상앞에
길게 발 올리고 앉아
통화중인 민규.
은성E 나이는 몇살이나 먹었는데?
민규 나이도 나보다 한살 밑이야.
그러니까 더 돌지.
은성E 아유... 안됐다 강포졸.
파출소 근무시절이 그립겠다.
이때 등뒤에서 정형사 형법, 형사소송법등 책을 잔뜩 들고 들어온다.
민규 (눈치 못챈채) 내가 오늘 걔한테 당하믄서 속으로 그랬다.
야 니가 암만 잘났다고 떠들어 봐라... 나는 마누라만 너 같은애 안 얻으면
된다... (하다가)
민규, 정형사와 눈이 마주친다.
후다닥 다리 내리고.
민규 나 바쁘니까 나중에 통화하자.
민규 수화기 내려 놓는다.
정 (너 내얘기 했지 하는 표정) ....
민규 아니 아직 퇴근 안하셨어요?
정 강민규씨!
민규 예?..
정 내가 왜 시집 안가고 있는 줄 알아요?
민규 잘... 모르겠는데요.
정 강민규씨 같은사람 만날까봐
겁나서 안가는 거에요.
민규 .....
정 여기 있는 책들 참고해서 구속여건 확실하게 다지고!...
상해진단 부검소견 완벽하게 첨부하고! 전기드릴로 팡팡 뚫어 묶어서! 내일
아침까지 내 책상위에 갖다 놓으세요!
민규 예...
정 그리고 지금 정보과로 가보세요.
반장님이 찾으시니까.
민규 예.
민규 앗 뜨거라
밖으로 나간다.
정 (사라진 쪽을 향해)
너는 내일부터 죽었다!
S#32 정보과 정보계 (밤)
몇명의 사복형사들
사무보고 있는데
정보계 형사 옆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홍반장.
민규 들어와 반장 쪽으로 다가간다.
민규 반장님, 저 찾으셨어요?
홍 (서류 검토하며)
응... 잠깐 기다려....
홍반장 서류에서 눈을 떼지않고 있다.
S#33 경찰서 휴게실 자판기 앞 (밤)
종이컵이 떨어지며
커피 쏟아진다.
커피를 꺼내는 민규.
커피 양손에 들고 홍반장이 앉아있는 쪽으로 가서 앉는다.
홍반장 여전히 서류에 눈을 떼지않고 있다.
민규 커피 드시죠.
홍 응....
홍반장 그제서야 커피 홀짝 거리며.
홍 딴게 아니구... 우리 관내 우범자 관찰 껀인데... 골치아픈 친
구가 이번에 출감했다고 보고가 들어왔어. 김광수라고 절도전과만
열두개 있는 친군데
마지막 별은 내가 달아준거거든.
그래서 그 친구도
나에 대해서는 빠삭해!
민규 순전히 도둑질로만
별 열두개 달았습니까?
홍 그렇지! 평생 칼 한번 안들고
피한방울 안 묻히고...
오직 한평생 도둑질만 전문적으로 한 친구야.
민규 경력이 상당히 특이하네요.
홍 경력만 특이한게 아니라
가족관계는 더 골때려.
첫번째 부인한테서 낳은 아들, 그러니까 장남 현재 전과3범인데 장물죄로
입건되서 구치소에 들어가 있고 그집 며느리도 소매치기 전과가 있고
지금 현재 데리고 사는 여자도
절도전과가 두개 있어.
민규 와.. 신문에 날만한 가문인데요.
홍 거기다 두번째 부인한테서
1녀1남을 얻었는데...
그 막내놈이 또 속을 썩여서
폭력으로 소년원을 들락거렸어.
그 둘째부인은 병으로 죽고.
민규 딸은요?
홍 딸은 깨끗해. 전과 없어.
그래서 내 얘기는 니가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이 콩가루 집안을 파악해서
재범 하는 일이 없도록
우범자 동향파악 보고서를 올려달라 이거야.
민규 ....
홍 주인공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볼래?
홍반장 서류를 뒤적여 김광수의 사진이
나와 있는 부분을 민규의 눈앞에
펼쳐 보인다.
홍 우리 서장님하고 비슷하게 생겼지?
민규 예... 많이 닮았는데요.
폼나게
활짝 웃고 있는
5년전의 김광수 얼굴.
S#34 광수의 집 뜰 (밤)
재개발지역의 낡은 집 지저분한 마당이다.
안방문 열리며
박여사 나온다.
박 에미야. 대강 차려졌으면
상 갖고 들어오너라.
월순 예... 지금 갖고 들어가요!
월순, 부엌쪽에서
상 차려 나오고
정님 맥주박스 들고 뒤따라 나오는데, 가까운데서
오토바이 다가와
멎는 소리 들린다.
정님 마루에 맥주 박스놓고 돌아선다.
정님 삼춘이다!
대문쪽으로
달려가는 정님.
S#35 광수의 집 앞 (밤)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덕경.
정님, 나온다.
정님 삼촌!
덕경 와... 우리 이쁜이
오랫만에 보니까 더 이뻐졌네!
정님 헤헤...
삼촌 고모도 오늘 오세요?
덕경 삼촌이 오시라고 전화는 했는데
삼촌생각엔 아마 오늘은
바뻐서 못오실것 같애.
할아버지 계시니?
정님 예.
덕경 들어가자!
S#36 광수의 집 뜰 (밤)
광수,
안방문 열고 나오고
박여사와 월순, 정님 덕경이 오토바이 끌고 들고 오는 것을 지켜본다.
박 아니, 오토바이는 밖에 세워놓지 왜 끌고 들어오냐?
덕경 밖에 세워놓으면
도둑놈들이 갖고 가버려요.
요즘 도둑놈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광수 그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니 들여놔라.
덕경,
오토바이를 세우고 뒤에 있는 케익상자를 풀기 시작한다.
월순 도련님... 그건 뭐에요?
덕경 오다 케익하나 사왔습니다.
덕경, 무뚝뚝하게 케익상자 푼다.
S#37 광수의 집 안방 (밤)
커다란 잔치상
차려져 있고 가운데 케익이 놓여져 있다.
모두들 지켜보는 가운데 케익 위에 초를 13개 꼽는 덕경 옆에서 세어보는
월순.
월순 가만 있어봐...
초가 왜 열세개에요?
덕경 아버지 별이 열셋이잖아요.
박 얘가 즈이 아부지
별을 떼어주지는 못할망정
하나 더 갖다 붙이네.
월순 이번에 갔다오신것까지 열두개에요.
덕경 그럼 하나 빼죠. 뭐....
덕경 초를 하나 뽑고 깨스라이터로
불 붙인다.
광수 (덕경을 보며)
밖에 있는 오토바이 저거...
니가 돈주고 산거냐?
덕경 돈주고 샀으니까 타고 다니지...
그럼 남에게 훔쳐서
타고 다니는걸로 보이세요?
광수 아니 난 또 느이형 저렇게
되고나니까 혹시나
남의 오토바이 맡아놓은건
아닌가 싶어서 물어봤다.
덕경 훔친것도 아니구
장물도 아니구요...
오토바이 센터에 가서
할부로 산거에요. 의심스러우시면 오토바이 센터 가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월순 아이... 도련님도 참...
누가 장물이래요.
자... 정님아.. 우리 준비한
케익 짜르는 노래 알지?
다같이 손뼉치면서 불러요?
덕경과 광수를 제외한
세사람 속없이
손뼉치며 노래한다.
일동 출감 축하합니다.
출감 축하합니다. 할아버지. 출감을 축하합니다.
월순 자... 아버님이 불 끄시면 박수치세요...
광수,
촛불을 불어끈다. 박수치는 일동.
덕경, 착잡하게
박수 치는.
아버지의 모습을
착잡하게 보며
박수친다.
S#38 광수의 집 뜰 (밤)
방에서 박수소리 들리는 가운데 뜰안으로
들어오는 명선.
가슴이 떨려오는듯 심호흡하듯
불켜진
안방쪽을 본다.
그 얼굴에 스톱되며 자막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