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책에서나 사범들이 죽도 잡는 법을 가르칠 때 왼손 약지와 새끼 손가락은 지긋이 감아쥐고 나머지 손가락은 부드럽게 감싸쥐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두 손가락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수련에 들어가면 검도의 효과적인 실력 향상을 기대하지 못하게 된다.
필자의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파지법과 비효율적인 파지법을 비교 설명함으로써 대학에서 검도를 새로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2. 중단세에서의 합리적인 파지법 새를 잡듯이, 계란을 잡듯이, 우산을 잡듯이 등과 같이 파지법을 가르치기 위해 여러가지 비유를 들어 설명하게 된다. 이는 쉬운 듯 하면서도 검도 기술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파지법의 중요성 때문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가르치나 하는 지도자의 고민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왼손바닥을 위로 향하여 펴고 새끼손가락의 새째마디, 약지의 둘째마디, 중지의 둘째마디, 검지의 첫째마디 관절에 죽도 손잡이를 올려놓고<그림1>,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지긋이 감아쥐면서 죽도 등줄이 엄지와 검지가 V자를 이루는 선에 맞추도록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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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엄지의 둘째마디 관절의 뼈(A)가 검지의 셋째 마디 관절의 뼈(B)보다 올라오지 않도록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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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은 왼손과 같은 요령으로 하나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감싸안아 죽도를 받치듯 든다. 특히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밑을 향하지 않도록 한다. 이때 왼팔의 팔꿈치 안쪽 각도와 오른팔의 팔꿈치 각도가 같도록 한다.<그림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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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격자 동작에서 왼손 두 손가락(약지와 새끼손가락)이 차지하는 역할 촉경(蓄勁)이란 활의 시위를 당기듯, 에너지가 충분히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골프에서 백 스윙은 단지 클럽을 톱까지 올리는 단순 동작이 아니라 허리, 등, 어깨와 손목의 근육을 긴축시켜 스윙 파워를 축적하였다가 긴축된 몸을 풀면서 클럽에 가속도를 가하여 공을 치게 된다. 이때 백 스윙 파워를 축적하는 것을 축경이라고 한다.
이는 모든 스포츠 행위에서 볼 수 있듯, 반대 동작 속에서 축경을 걸어 강하게 되돌려 보내려는 운동의 법칙이기도 하다. 검도의 격자동작에서 죽도를 들어 올릴 때 죽도의 선혁은 뒤로 더 넘어가려 하고, 손잡이 끝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작용한다.
이때 죽도 손잡이 끝을 감아쥔 두 손가락에 강한 저항이 오게 되며, 저항이 오는 순간 강하게 앞으로 낚아채면서 죽도를 던지게 된다. 즉, 부드러운 수건을 한쪽으로 흔들다 반대쪽으로 낚아채면 강하게 되돌아오는 원리와 같은 것이다.
4. 효율적으로 드는 자세(축경이 걸린 자세) 앞서 설명한 합리적인 중단 자세에서 팔 모양은 변화를 주지 말고 어깨를 축으로 하여 왼손 두 손가락으로 죽도를 빠르게 밀어 올려 원하는 높이에서 두 손가락을 강하게 조이면, 두 손가락을 통해 손목, 상완삼두근, 허리 등에 강하게 긴축이 오게 된다. 이때 오른손으로 죽도를 들어 올리면 왼손에 축경이 덜 걸리게 되며, 드는 동작과 치는 동작을 한 박자로 빨리 할수록 축경은 더 강하게 걸리게 된다.
이때 들어올린 왼주먹의 높이에 따라 큰 동작과 작은 동작으로 나누어지는데, 어떤 동작이든 간에 정지된 왼주먹 높이에서 두 손가락을 조임이로써 축경을 걸어야 한다. |
<그림 - 축경이걸린 자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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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세게 움켜잡은 모양새가 비효율적인 이유 몸의 근육은 당기는 근육(屈筋)과 뻗는 근육(伸筋)으로 이루어지는데, 특히 검도에서는 신근을 주로 쓴다. 다섯 손가락과 팔로 연결된 근육과의 관계에서 엄지와 검지는 어깨를 중심으로 한 굴근과 연결되며, 약지와 새끼손가락은 신근과 연결된다. 굴근은 힘을 쓰면 의식이 작용하는 반면, 신근은 힘을 써도 힘을 썼다는 의식이 별로 없다.
미숙련자일수록 굴근으로 힘을 써야 힘을 쓰는 기분이 든다. 선수가 경기 중 의욕이 지나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갔다라고 하는 말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검도에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다음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첫째, 효율적인 축경이 걸리지 않는다. 둘째, 뻗는 동작에 지장을 가져온다. 반대 근육을 사용함으로써 격자하는 도중에 당긴다든가, 격자시 죽도 끝에 힘이 전달되지 않고 죽도 전체에 힘이 들어감으로써 유효격자를 하지 못한다. 셋째, 움켜잡음으로써 죽도가 세워지며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것이 늦고, 좌우 연격시 왼주먹이 중심에서 이탈하여 X자로 이동하기 때문에 연속공격시 죽도를 컨트롤하는데 지장을 초래한다. 넷째, 손목과 손바닥이 부드럽지 못하여 효율적인 짜주기와 콕킹(cocking)을 주지 못하므로 힘과 스피드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6. 움켜잡는 모양새가 나오는 이유와 개선점
(1) 이유 첫째, 충분하 이해와 설명의 부족 : 기초과정에서 합리적인 설명이 뒷받침 되지 않음으로 해서 나타나는 현상. 둘째, 운동능력에 비해 길거나 무거운 죽도 : 현재 '경기 규칙'에서 죽도 규격은 숙달된 선수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이것을 초보자에게 적용시킴으로서 나타나는 현상 세째, 새 호구 착용 : 기본자세가 충분히 형성되기 전에 길들이지 않은 새 호구(특히 호완)를 착용함으로서 나타나는 현상.
(2) 개선점 첫째 기초과정에서 맨손 후리기를 충분히 함으로써 불필요한 힘을 빼고 크게 후리는 연습을 시킨 뒤, 가벼운 목검으로 상하후리기를 위주로 두달 가량 연습하면서 신근을 이용한 부드럽고 크게 치는 동작을 익힌다. 죽도로 수련할 때에는 한 단계 아래의 죽도로 연습하여 앞서 목검으로 연습한 후 규격에 맞는 죽도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앞서와 같은 설명이 충분히 있어야 하며 특히 들어올릴 때 왼주먹 모양에 신경을 써야 한다.
둘째, 새 호구를 착용할 때 호완을 사용하기 편리하게 길을 들여 죽도를 잡을 때 호완안에서 손모양이 나와야 한다. 특히 뻣뻣한 호완을 착용함으로써 왼주먹이 중심선에서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자세가 되어서는 안된다. |
7. 손모양과 악력
미국 골프 전문지인 "골프매거진"에 프로와 아마추어 대비 스윙 중의 그립 악력의 변화를 컴퓨터로 분석한 수치가 나와 검도와 유사한 점이 있어 이를 소개할까 한다.<그림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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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어드레스할 때 그립 악력은 프로(20%)와 아마추어(26%)가 비슷하듯이, 검도도 숙련자와 미숙련자의 중단 자세는 비슷한 악력일 것이다. 그러나 일단 백스윙에 들어가면 프로의 악력은 29%로 근사하게 증가한 반면, 아마추어는 52%로 급격하게 상승하여 톱에서는 프로 48%, 아마추어 78%로 나타난다. 검도도 격자를 위해 칼을 쳐들려고 의욕이 작용하는 순간 미숙련자의 악력은 급격히 상승한다.
임팩트할 때 프로(85%)와 아마추어(97%)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임팩트 후에 허리높이 정도의 팔로스로우(follow through)에서는 프로가 25%인 반면 아마추어는 프로의 두배정도인 55%였다. 검도도 숙련자는 치고 난 후 즉시 힘을 빼어 원상태로 되돌아 간다.
결국 골프와 검도의 숙련자는 필요한 순간에 악력의 집중력을 높이는 반면 미숙련자는 항상 힘이 들어감으로써 부드러움을 상실하여 스피드와 투철력(파괴력)이 떨어진다.
위에 소개한 숙련자와 미숙련자의 악력의 차의는 죽도를 잡은 왼손의 모양에서 결정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다음 순서에 따라 엄지와 검지를 꽉 움켜잡은 손모양을 이루는데 미숙련자일수록 앞 단계에서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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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미숙련자일수록 첫 단계에서부터 움켜잡으나 숙련자일수록 전 과정에서 왼주먹 모양은 변함이 없다. 특히 쳐들었을 때 손 모양이 변하지 않는 것은 많은 수련을 통한 단련으로만 가능하다.
8. 투철력(透撤力) 운동장에서 선수를 일렬로 세워 죽도를 멀리 던지는 실험을 해보면 가장 멀리 던지는 선수가 강한 투철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양손으로 던지나 왼손 한 손으로 던지나 별 차이가 없음이 나타난다. 결국 내려치는 힘은 왼손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45도 상방향을 향해 던진 죽도를 격자 부위에 집중시킴으로써 가장 강한 격자를 하게 된다. 이는 진검으로 짚단을 베어 보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검도 경기 중 격자에 의해 투철력(격자부위의 충격)은 발을 중심으로 한 직선의 운동과 팔을 중심으로 한 곡선의 운동이 합쳐서 강한 투철력을 형성하게 된다.
어떤 물체가 급정지함으로써 반작용에 의한 사출력을 발생하는 운동 법칙으로 볼 때 뛰어든 몸이 멈추고 타격하는 것이 가장 강한 투철력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검도 경기의 경우 양발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죽도가 목표부위에 닿고 오른발이 마루를 구름과 동시에 충격에 의해 죽도가 들리면서 왼발이 따라 붙고 허리를 세워 몸의 밸런스를 갖추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부분에서 검도의 이해가 부족한 다른 종목의 무도인들은 검도가 진정한 격자를 갖추지 못한 스포츠 종목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숙련된 검도인들의 격자 순간은 온몸의 체중과 기와 혼이 죽도 끝으로 이전되어 있으며, 평균 자기 체중의 13배에 달하는 힘으로 오른발이 마루를 굴러 주는 순간 사출력에 의한 투철력은 최대화 된다.
이때가 검도인만이 느낄 수 있는 통쾌함과 충만함이 수반되는 검도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9. 짜주는 것과 COCKING(밀손, 끌손) 같은 수준의 선수가 머리치기를 할 때 상대선수의 머리 근처에서 죽도는 양손의 짜주는 것과 콕킹에 의해 스피드차가 나게 된다. 기초동작에서는 머리치기는 왼주먹이 명치 높이를 유지하고 오른팔이 수평보다 약간 낮은 정도로 되어 있으나, 실제 경기에서는 왼주먹이 올라와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그림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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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콕킹에 의한 작용으로서 진행방향으로 손목을 구부려 주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배드민턴 선수가 강하게 스매싱하면서 마지막 콕킹을 더함으로써 가속도가 붙는 원리인 것이다. 서로 비슷하게 나간 죽도가 간발의 차이로 선취하는 것은 숙련자들의 콕킹을 이용한 타법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요인으로 인하여 '한판'에 대한 판정기준과 수련자들의 가치관의 혼돈을 가져온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검도에서의 한판은 무도로서의 생과 사를 기준으로 하되, 게임적 요소를 가미한 복합적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검도 경기 규칙에 "유효격자란 적정한 자세로 격자하고"라고 표현하였는데, 이는 적당한 투철력을 전제로 한 격자이어야 한다.
죽도가 격자부위에 닿아 투철력이 생겨날 때 반작용으로 반발력이 생긴다. 이때 야구에서 타자가 빠른 공에 밀리지 않고 공을 쳐내듯이 반발력을 견디기 위해 짜주어야만 효과적인 투철력이 생겨난다.
이는 격자시 격자부위보다 안으로 파고 들어야 하며 머리의 경우 코까지, 손목의 경우 검도 2본의 후도처럼 관통시키는 기분으로 짤라야 한다. 소위 격자부위 표면에서 짜주므로서 맞추는 타력이 아닌 목표 부위를 관통하는 죽도가 휠 정도의 타력이야만 진정한 한판이라고 볼 수 있다.
10. 맺는말 검도란 진검 대결에서 필요한 감각과 검리 기능을 최대한 끌어내어 경기화한 스포츠 종목이다. 연습은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하며 실전은 무위식적으로 사용하는 "用意不用力"이라는 말과 같이 몸으로 익히면서 항상 이치를 생각하는 "理事倂重"의 자세로 기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따라서 검의 원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충실한 수련만이 무도와 스포츠를 공유하는 검도를 통하여 검도수련의 효과를 극대활 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