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sportsworldi.com/newsView/20230412522262
https://campaigns.do/discussions/520
[용어 정리]
노동조합: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한 단체 및 연합단체.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부당노동행위: 불이익 취급,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 개입, 단체교섭 거부 등의 사용자가 할 수 없는 행위 (노동조합법 제81조)
[기사 내용 요약]
1. tvN의 예능 '서진이네'에서 노동의 고통을 토로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귀족영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장 이서진은 시작부터 목표는 '매상을 올리는 것'이라며 일주일간 휴일 없이 일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입소문이 퍼져나가면서 가게는 만석을 이루었고, 직원들이 힘들어하자 결국 2시 오픈, 브레이크 타임, 7시 30분 라스트 오더라는 널널해 보이는 운영시간으로 노동 환경이 바뀌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4시간 일하면서 불평 불만 가득한 모습을 굳이 재밌으려고 보는 예능에서 보고 싶지 않다"는 반응과 "충분히 힘들 수 있다"는 의견으로 갑론을박 중이다.
2. tvN '서진이네'는 '윤식당' 시리증서 이사로 활약한 이서진이 사장으로 승진하여 해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2화에서 PD가 "지금 노조 결성이 코앞이에요"라고 하자 이 사장은 "서진이네에 노조는 용납할 수 없어", "노조가 결성된다 싶으면 얘를 임원으로 올릴거야"라고 말한다. "임원은 노조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나온 것과 같이 승진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볼 것인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그 판단 기준에 따르면 '서진이네'에서 직원의 노동조합 결성과 관련하여 사장이 직원을 승진시켰다면, 그 승진은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따른 승진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나의 생각 정리]
우리가 세상을 보는 데 있어 취하는 관점은 판단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고 그 관점에 따라 세상에 대한 판단도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생각에 근거하여 나는 종종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에 회의론적인 관점을 취하곤 한다. 이쪽 편에서 보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쪽 편에서 보면 저 말이 맞는 것 같기 때문에 판단을 유보해버리는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서진이네'에서 직원들이 노동환경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는 바로 그들 각각이 취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4시간 일하면서 불평 불만"을 보이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은 사용자의 관점을 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충분히 힘들 수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노동자의 관점을 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한쪽 편에만 치우친 의견이 얼마나 해로울 수 있는지 말하고 싶다.
'서진이네' 직원들이 2시에 개점을 한다고 해도 그날 쓸 재료를 구입하고 손질하는 일은 오전 시간부터 시작해야 한다. 2시부터 4시까지의 점심 영업이 끝나면 얼마 쉬지 못하고 저녁 장사를 준비하기 시작해 6시에 다시 가게를 열고, 8시에 영업을 종료한 뒤 뒷정리를 마치면 직원들의 퇴근 시간은 9시 정도나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노동 시간은 10시간에 달한다. 교대없이 개점부터 폐점까지 덥고 습한 환경에서 에어컨도 틀지 못한 채로 요리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서진이네 직원들의 불만에 대한 불만을 갖는 이들은 직원들의 실질적인 노동 환경과 그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생각이 된다.
시청자들뿐만이 아니다. 이 부분을 다루는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을 '귀족 영업'이라며 질책하는 기사는 많았지만 사장을 비판하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이 사장이 (예능 투로 말하긴 했지만) 노조가 결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 중 한 사람을 임원으로 승진시키겠다고 한 발언이 편집되지 않고 그대로 방송된 것은 큰 질타를 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근로자를 승진시켜 조합원 자격을 잃게 하는 것이 실제로 많이 악용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명한 부당노동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분과 관련된 기사들이 '귀족 영업'에 대한 기사들만큼 많이 작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썩 유쾌하지 않다.
예능은 예능이다. 하지만 웃을 수 있는 농담과 그렇지 않은 농담은 구별해야 한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 채택한 관점이 어떠한 세계관 아래에서 잉태된 것인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예능의 재미 요소와 사회적 가치 사이에 균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