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페이지]새사람으로 거듭나게 한 ‘사회봉사명령’
[속보, 사설/칼럼] 2004년 02월 15일 (일) 20:24
나는 수질환경보전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받은 사람이다. 서울보호관찰소 서부지소에 신고한 후 보름 정도 지나 판결문이 도착했다고 연락이 와 안내교육을 받고 인천시 강화군에 위치한 백산노인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그곳에는 30여분의 노인들이 생활했고 대부분이 치매환자로 혼자서는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곳이었으나 자원봉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나와 같은 사회봉사자 6명은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일해야 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그곳에 계신 노인분들과 생활하는 동안 정말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배우게 되었다. 밥을 먹여주고 산책을 시켜주고 심지어 용변 후 뒤처리까지 해주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 나를 보면서 육체적으로는 힘이 들었지만 변화되는 내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사회봉사명령 선고를 받은 뒤 어떻게든 대충 시간만 때우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땀 흘려 일하는 동안 철없이 살아왔던 나날들과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이 부끄럽게 생각됐다. 이런 기회를 주신 법원 당국과 보호관찰관, 요양원 직원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내 본연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오늘 떠나오면서 내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이던 할머니의 얼굴을 보면서 이 사회에 누를 끼치지 않는 꼭 필요한 사람으로 거듭날 것을 가슴속 깊이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