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와 줘, 끌어안아 줘, 네 심장의 박동, 내가 느끼도록."
"입맞추어 줘 내가 혼자라는 사실, 잊을 수 있게."
"살려줘, 살려줘 나는 외로움 속에서 침전해가."
"베게는 따스한 숨결도, 심장박동도 없어."
"키스해줘, 메마른 입술."
"다가와 줘. 외로운 밤. 자살로서 마치지 않도록."
네가 사랑하는 것처럼.
부제: 醉中眞談
-카이스턴.
오랜만의 컴백 글이군요.
하지만 인터넷이 안 되는 관계로 몇 일 후에 올려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자작 판타지소설, 뉴트럴도 100페이지에 육박하게 써 두었지만... 인터넷이 안되어서 못 올리고
있으니.
아, 소설을 잘 안 쓰다보니..
문체가 변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무려, 제가 심취한 키스카론 삘 난다는 것도(혹여 조바심 나는 마음에서)일러둡니다.
덧붙여, 이 내용을 생각나게 해 준 레이디 아이리프 경에게(엉?) 감사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응?"
히요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는 원탁에 둘러앉아 있는 이들을 주욱 살피더니 조심스레 입
을 열었다. 원탁에는 차례로 히요노- 아유무-아이즈-카논-코우스케-리오-료코-히요노 순서로
둘러앉아 있었다. 모두들 가벼운 술을 함께하고 잇었다. 누구의 소행인진 모르겠지만 이 가게의
주인을 협박했다고 한다. 가벼운 와인이나, 아니면 시원한 맥주. 혹은 강력한 소주가 각기 취향
대로 놓여져 있었다.
"아이즈 씨는 술을 별로 안 좋아하는가요?"
아이즈의 앞에는 어떤 술도 놓여져 있지 않았다. 그저 평소의 옷을 단정히 입고, 테이블에는 간
단한 주스 한 잔 뿐이었다. 다들 걸판지게 먹고 있는데, 그저 한 컵의 주스 뿐이었다. 내리깔고
있던 아이즈의 눈꺼풀이 걷혀지면서 그 푸른 심청의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는 듯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주스잔을 집어 려 가볍게 한 잔 마셨다. 히
요노의 질문과 아잊의 대답으로 한순간 그들의 테이블은 조용해졌다. 그때, 카논이 고개를 갸웃
했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얼굴이었다.
"에? 너 술 엄청 세고, 어렸을 때 잘 먹었잖아? 나랑 떨어진 후 금주훈련이라도 받은 거야?"
황금빛의 눈동자가 굴려지면서 동그래졌다. 그리고 코우스케도 한 마디 거들었다.
"맞아, 우리 저번에 어렸을 때 같ㅇl 있을 땐 술 잘 마셨잖아? 카논보다도 네가 더 술이 셌던
주제에. 와인 마니아였잖냐."
그 말이 나온 그드르이 테이블에서는 더 이상의 잡담은 사라져 있엇다. 그들의 포커스는 아이즈
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아이즈는 한 손을 내밀어 자신의 주스 잔을 꽉 잡았다. 그 손에서 힘줄
이 도드라져 올랐다. 이내 고개를 살짝, 혹은 푹 숙여버렸다. 시선 받는 것이 익숙할 그였다. 그
의 머리가 푹 숙여지자 아름다운 은빛의 머리카락이 옅은 보랏빛을 뿜으며 윤기 있게 사르락
흘러내렸다.
"에? 왜 그래? 어디 아파?"
그들은 본능적으로 그가 늑골의 통증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가 입술을 씰룩였다.
하지만 너무나 미세한 소리라서 곁에 있는 카논조차도 끝자락 한 단어밖에 알 수 없었다
"............................바...락이다..."
무언의 고감이 교차하고. 그리고 아이즈는 박동하는 심장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당황한 이들은
빠진 늑골과 심장의 위치를 분별해내지 못했다.
"에? 정말 어디 아픈 거야, 아이즈?"
푹 숙이며, 오만상을 다 찡그리는 아이즈를 버라보는 리오의 시선은 안타까워 보였다. 그리곤
걱정하는 시선들을 뿌리치듯 의자에서 일어선 아이즈는 여전히 펄떡거리는 심장, 부여잡은 채
걸어갔다.
"먼저 자겠어. 피곤해."
슬퍼 보이는 조막만한 어깨. 그리고 그 아래에 여자의 머리칼처럼 한없이 늘어뜨려진 머리카락
이 이채를 발했다. 그렇게 작고, 가냘퍼 보이는 뒷모습을 가진 자가 한때 세이버들의 수장으로
군림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을 들게 할 정도로, 그들은 그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펍의 문을 열고 나섰다. 그 펍은 호텔에 딸린 팝이라 로비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복도를 조금 걸으면 자신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토록 자신의 거처가 가까이 있다는 곳ㅇ
p, 그는 그다지 감사를 느끼지 않앗다. 오로지 펄떡거리는 심장, 움켜쥘 따름이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로비를 걷고 있는 아이즈의 모습은, 자르지 않아 한층 더 길어져 이제 허리까
지 닿는 머리카락이 등을 굽이쳤다. 검은 롱코트가 발길에 걸리적거렸다. 저벅저벅, 대리석 타일
을 밟는 소리가 경쾌했다. 문득 로비으 바깥을 바라보았다. 이지러진 네온사인. 밤의 환락가 깉
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곳의 사람들은, 기쁠까? 행복할까? 외롭지 않을까?
아이즈는 걷던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여전히 푹 수그린 얼굴의 앞머리를 살그머니 겉어올렸다.
자른 지 꽤 되어서 어마어마하게 길러졌던 머리였다. 게다가 자를려는 의지도 갖고 있지 않았기
에,
'가 볼까'
'밖으로 나가면, 바깥의 세계에 취한 사람들에게 섞이면, 혹시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들의 중독
에 나도 향유될 수 있을까.'
하지만, 망상이었다.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블레이드 칠드런의 세이버로서 살아온 그의 생
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논증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기대를 걸고 싶었다. 무언가. 죽기 일
보직전의 사람이 지푸라기조차 잡고 싶어하는, 그런 추잡한 집착.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돌려졌다. 마치 바란 것처럼. 기록된 것처럼. 무언가 취한 듯. 술은 하나도
머시지 않았는데, 취한 듯, 취한 듯.
가볍게 로비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경비들이 가볍게 목례했고 손을 들어 답했다. 그리고
정처 없이 걸었다. 그 호텔은 번화가에 있던 것이라서 아이즈는 얼마 걷지 않아 번화가의 네온
사인의 천국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온갖 사치의 중심. 그들은 희한한 머리색깔을 지닌 아이즈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호감 있게 바라보는 눈동자는 없는 것 같았다. 등이 따가웠
다. 그의 얼굴을 든다면 모두 다 알아보겠지만, 이렇게 머리가 길어진 상태에서는 인터뷰라던지
일체 언론에 나서 본 적이 없었기에, 사람들이 그의 얼굴을 보지 않고 그를 알아치릴 가능서d은
전무했다.
빵빵거리는 클락션 소리. 창녀들의 값싼 웃음. 네온사인의 번쩍번쩍한 불빛. 모든 것은 흥청망청
이지러지면 한 소쿠라 휘휘 저어 담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곳 속에서 아이즈는 그 위에 부유
한 기름처럼, 다가설 수 없었다. 영원히 분리된 것처럼.
휘청- 술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정신이 어지러웠다. 그 때, 누군가 아이즈의 어개를 잡아채는 손
이 두 개 있었다. 다른 때 같았다면 날쌔가 잡아쳐 대응했겠지만 지금은 모든 무력감이란 무력
감은 아이즈에게 다 가 있는 상태였다. 무심코, 무력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깊은 진청의 안구가
네온사인의 빛에 섞이지 않고 이질적이었다. 그 눈동자가, 평소였다면 치켜떠지고 나이프나 총
을 능숙하게 휘둘렀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마치 마취제를 맞은 젓처럼. 서서히 무기력해져간
다.
"여어? 혼혈인가?"
"..."
대답해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손을 신경쓰지도 않은 듯이 그대로 전
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힘없는 전진이 전진이 될 리는 절대 없었다. 검은 옷이 펄럭였다.
"얼굴 선이 고운데-"
"이 정도면 끝내주겠어. 이 탱탱한 피부 좀 봐."
그저 평범하게 생긴 남자들이었다. 하지만 조금 우락부락하고, 신체 건장하다는 것에 문제였다.
그들은 아이즈를 자신들이 타고 온 검은 승용차에 밀어 넣었다. 그리곤 자신들도 그 차를 탔고
곧 출발시켰다.
'무슨...'
그는 이것이 무슨 일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될대로 되라로 나가고 있었다. 눈이 바같의 네온
사인들이 가득한 푱영으로 돌렸다. 모두들 행복한 사람들. 승차감은 좋은 차였는지 덜컹거리지
않고 쉬이익-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풍경들을 빠르게 지나쳤다. 그렇게, 커다란 강 위의 대
로를 건너고 있을 무렵. 아이즈의 목소리가 그 둘의 귀에 울렸다.
"어디로, 가는 거지?"
"좋은 데."
간단명료하게 대답한 자는 운전대를 잡고 있던 자였다. 그리고 그 말을 수식하듯 이어 말하는
남자의 입은 죽- 찢어져 있었다.
"아주 좋은 데, 네 그 휜 살결이 달아올라 미칠 것 같은 데. 좋아 죽을걸?"
"좋은...데?"
아이즈는 무기력하게 그 단어를 되뇌었다.
"그럼, 외롭지 않을 수 있어?"
가늘게 떨리는 단어에,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거울을 통해서 아이즈의 얼굴을 한 번 들여
다보앗다. 하지만 여전히 네온사인이 가득한 풍경을 보고 있어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하
지만 그 목소리가 긑하는 속뜻을 알 리 없는 조수석의 남자는 그저 수긍했다.
"그럼, 절대 외롭지 않을걸? 얼굴색이 곱고 눈동자가 날카로우니 꽤나 돈 많이 받을 걸? 우선
내가 널 가르치고 난 후에-"
그때, 그들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힘없이 늘어져 문에 기대어있던 아이즈는 물 흐르듯 그 남에
제에 쓰러졌다. 그리고 거의 부축 받듯이 도착한 그곳은... 창가였다. 창녀촌이었다. 붉은 등잔과
조그마한 간판만 화려한 그곳, 구역질나는 냄새가 그득한 그곳. 욕구불만의 축 늘어진 남성들이
스트레스를 풀며 정액을 난사하는 곳.
"가자,"
남자 둘은 이내 내려서는 아이즈를 질질 끌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네온사인들이 힘없이 나풀거렸다. 그 사이에서 마치 술 한 병을 원샷한 기분으로 휘청거리며 걷
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자의로 예전처럼 잘려졌다. 그리고 그의 옷은 파가 후두둑 튀어서
검은 옷인지 식별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원래부터 구린내 나는 동네였다. 그것을 식별하기에
는 네온사인들이 너무나 화려했고, 그리고 그 네온사인들의 화려한 빛에도 불구하고 그 빛들은
너무나 작아서 그것을 숨길 수 있는 어둠이 너무 많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피 냄새. 올올이 잘려진 머리카락을 자신의 손에 쥐고. 원체부터 그들의 손이나 발에는 지문이
없었다. 그러니 살인도구를 버리고 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피에 젖어서 제 빛을 찾지 못하는 은백색의 머리카락이 얼기설기 얽혀져서는- 한 손에는 길게
끌려진 머리카락을 쥐고, 한 손에는 박동치는 심장을 쥐었다. 쿵덕, 쿵덕, 쿵덕, 심장 박동이 미
친 듯이 뛰었다. 범죄 때문이 아니었다. 구런 하잘 것 없는 살인에 그의 심장이 이렇게 뛴다는
그는 블레이드 칠드런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런 약해빠진 마음가짐으로는 블레이드 칠드런의
수장이 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쿵덕-쿵덕-쿵덕-쿵……'
마음속에서 미친 듯이 박동 하는 심장. 그는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차라리 이 심장 따위 도려
내 버리고 싶었다. 그런데도 놔두는 이유는, 이유는...?
문득 돌아다보니 아까 그 검은 차에서 보앗던. 강의 대로를 걷고 있었다. 넓게 펼쳐진 강. 그리
고 네온사인들의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수면. 저 곳에는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을
까?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알을 낳고. 사랑을 나누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제길'
헛된 망상 따윈 그만 둬. 어차피 쓰레기로 태어난 목숨, 사랑 받을 수 있을 꿈이라도 꾸지 마.
나중에 버림받는 것은 확실히 기록되어 있어. 낙인, 낙인, 낙인! 이 빠져버린 늑골의 푹 파임! 그
것 말고도 낙인은 있어. 이 펄떡거리는 심장! 외로움에 미칠 것 같은 심장이, 펄떡거리며 나를
증오하고 있어, 너무 아픈 매로 훈계하고 있어!
역시나 터벅터벅, 그를 알아보는 자들은 없었다. 차들만이 쌩쌩 달리는 대로. 문득 얼굴을 앞으
로 돌려 들어보니 다리의 끝은 미세하게 깜박일 뿐이었다. 한숨 따위 쉴 필요 없었다. 다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그저 무기력하게 걸었다. 그의 몸에서 움직이는 것은 심장 박동뿐이었다.
"하-"
피 냄새가 진동했다. 타인의 피. 고린내 나는 타인의 피. 그렇다고 해서 내 피가 깨끗하진 않을
거야.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피를 가진 주제에 뭘 그렇게 말이 많은 거야.
눈앞이 일그러지듯 어지러웠다. 울컥- 하고 구토가 나오려고 했다. 먹은 것은 아무 것도, 아까
그 주스 한 잔 밖에 없는데. 아…너무 안 먹어서 그런가... 거의 이틀동안 아무 것도 안 먹었으
니. 게다가 그다지 충실하지 않은 식욕 덕분에 점점 쪼그라붙듯 살은 사라져갔다. 미친 자의 눈
동자와 웬일인지 윤기를 잃지 않고 쭉쭉 자라나기만 하는 머리카락이 더욱 도드라져 보일 뿐이
었다. 마치, 광인처럼.
"쿨룩- 클…우웨엑. 컥…크허…"
허연 위액이었을까. 불그데데한 피가 섞여 나오는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 먹은 오렌지 주스도
함께. 별 감흥 없이, 구토한 자리에 눈길도 주지 않고 호주머니에서 티슈를 꺼내 입을 닦고 더
러워진 티슈는 강바닥에 버렸다. 강바닥까지 조용히 침전해가겠지. 조용히. 조용히.
그리고 또 걸어갔다. 끝이…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도 호텔까지, 얼마간 더 걸어가야 했
다. 여전히 배경 음 같이 울리는 새애앵-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그래...퇴근 시
간이겠지? 조금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은. 그럼 그 사람들은 무얼 할까.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그의 사랑스런 아이들이 그를 맞아주겠지. 그리고 행복한 저녁을 나누어먹으며 웃고, 즐겁게 놀
다가 웃으며 잠이 들겠지…
네온사인의 거리로 들어섰다. 다리의 끝이, 그에게 어떠한 감흥도 주지 않앗다. 만약 그에게 그
런 감흥이 있었더라면, 그는 애초에 블레이드 칠드런이 아니었을 것이었다…
네온사인과, 필요 없어 보이는 전등들의 군락지로 들어선 지도 거의 한 20분 정도. 하지만 그
는 시간 관념이 없는 건지 어쩐지 그냥 걸어가고 있엇다. 식도에서 위액을 방출했으므로 위액에
함유된 염산으로 식도가 쓰라렸다. 게다가 입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은 냄새가 풍겨났다. 마시지
도 않은 술, 취한 것처럼 비틀비틀-
털퍽-
몇 번째 전등일까. 노오란 불이 켜진 전등에 등을 기대고 웅크려 앉았다. 여전히 쌩쌩 달려가는
차들. 이렇게 사야가 울렁거리니, 좀 진정을 한 후에 걸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수없이 많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가 푹 숙인 고개 때문에 절대,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피가 후
두둑 ane혀진 옷은 검은 옷 때문에 -요즘은 그런 피 묻은 것 같은 거무튀튀한 색깔이 유행이었
다- 별로 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화악 끼쳐오는 구토의 냄새와 메스꺼울 정도의 비린내. 게
다가 그가 들고 있는 자신의 피묻은 머리카락은, 그다지 무난할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런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무관심으로 답했다. 아니 애초부터 그런 관심, 받기 원하지도 않았어,
여린 부분, 내어주면 그 여린 부분을 세게 비틀어 피가 베일 만큼, 질질 약올리다가, 이내 지루
해지면, 베어버리거든. 그것을 너무 많이 느껴왔던 그였다. 그래서 예전 친우에게도 말했든, 나
는 울지 않는다고, 이런 험한 세상 살아가려면, 울지 않는다고. 그의 말처럼, 어느 샌가 눈물이
사라졌다. 그 때, 검은 물체의 무슨 털 뭉치 같은 게… 데굴데굴 굴러오듯 다가왔다.
"야옹-"
고양이었다. 검고 검은 고양이가 아이즈를 보고 있었다. 밤의 네온사인 덕인지 그 고양이의 눈
빛이 파랗게 빛났다. 아마도...비릿한 피 냄새를 생선 냄새로 착각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설마
싶었다.
"냐아옹-"
고양이는 그이 옷에 대고 부벼댔다. 똑같은 족속들이었다. 밤을 헤치고 살아가는 고양이와, 모진
박해를 받으며 살아가는 블레이드 칠드런. 묘하게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 대문인지도 몰랐다. 그
는 매일 그들을 위해서…
파스슥-
"냐오오옹-"
호주머니 안의 쥐치포를 꺼내 포장지를 뜯어 떨어트려 주었다. 고양이는 그것을 정신없이 먹었
다. 수많은 소리들, 네온사인의 삑삑거리는 소리. 사람들이 술에 취해 흥청거리는 소리. 자동차
들의 경적 소리... 그 소리 중에서 유난히 미약하지만 그의 귀에 날카롭게 파고드는 소리는 오직
한 가지였다.
"아작, 아그작- 아작아작 쩝쩝-"
그리곤 쥐포를 더 달라는 듯이 그 마알간 하늘빛 눈동자가 이채를 발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 쥐포는 오늘은 한 봉지밖에 없었다. 그러자 고양이는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떠나서 다른 곳으
로 향했다. 날렵한, 고양이다운 몸짓으로.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랬다. 똑같았다. 언제나…
"끄응-"
힘을 주어 일어섰다. 호텔까지 얼마나 더 걸어야 할까… 하지만 그는 그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저벅저벅 걸을 따름이었다. 그 때.
"저기…"
분명, 그를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물음은 그를 향해 있었다. 그 의문의
사람이 그에게 자차 말을 건넸다. 급한 듯 후닥닥 그 쪽으로 뛰어오면서.
"저어, 아이즈 러더포드 씨 아니신가요?"
"..."
아무 말도 없이, 그 쪽으로 무의식종에 고개를 돌렸다. 흔하지만, 그 정도로 깊은 눈동자느 흔치
않았다. 깊고 깊은 심청. 심해의 바닷색이 더욱 말라 비틀어진 얼굴로 부른 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머, 맞나봐! 그런데, 왜 이렇게…"
그는 소녀였다. 그것도 작달만한, 그에게 가가이 다가가자 피 냄새와 위액 냄새가 화악 끼쳐들
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 그런 것 받을 필요도, 받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만약, 희대의 피아니
스트 아이즈 러더포드가 아니었다면? 그 소녀는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웬 소년 하나가 벌써부
터 술 처먹고 흥청거리느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자신은 착하다고 별 쓰잘데기 없는 위
선을 부렸을 것이 분명했다…
"not thing"
(영어 작문력이 부족하답니다 앗하하(-_-)) 게다가 독일어라니(옷호호 만인 공통어 영어 만세
(당신 영어 학점 몆이우?)->삐질-_-)하여간 무능작가, 비이이임- 아, 라면레이디 아이리프 경,
hlep me-_-
그리곤, 그 한 마디를 남겨두곤 그대로 그 소녀를 지나쳤다. 마치 아무 일 없다는 것처럼. 그 소
녀는 그 눈동자의 위압감, 위선 따위 필요 없어. 라는 것을 강력하게 내포하는 눈빛에 다시 한
번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소녀를 떠나보내고 얼마 걷다 보니 호텔이 나왔다. 선명한 윤곽으로 다가왔다. 무심코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호텔 열쇠가 만져졌다. 절그럭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 비린내 나는 몸
을 디밀고 호텔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것에 조그마한 실소를 품으며 뜻 없
이 전진했다.
"…아, 라저포드 씨이십니까. 들어가십시오"
무의식중에 아이즈를 제지하려고 했던 그는 그 특유의 은발 덕에 제지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
곳에서 라저포드가 머무른다는 것은 이 호텔의 자랑거리였으니까. 하지만 그 옷차림에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q란 것도 없었다. 그저 환한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리고 복도를 조금 걸어 자시느이 방으로 가면 만사 오케이였다. 실은… 그것이 끝이 아닐 것
은 분명하지만…
쓰러져 버린 시체를 위로하는 것은 빈 방 뿐이지. 익숙했잖아? 뭘 그래…
그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 드넓고 화려한 호텔 로비를 가로질렀다. 퇴근시간이라
사람이 북적거리는 데서도 그저 무표정하게 엘리베이터가지 전진한 후, 위로 버튼을 눌렸다. 문
은 생각 외로 곧 열렸다.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탈 사람은 아이즈 혼자뿐이었다. 하지만 기존
의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은 지독한 냄새를 느껴야 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엘리베이
터는 짧지많은 않은 시간을 밀폐된 채로 올라갔다.
"17층입니다'
사람들은 다 빠져나갔다. 그리고 아이즈 혼자뿐이었다. 최상층의 로얄 스위트룸을 가진 자는 그
엘리베이터에서 그 혼자뿐이었나 보다. 아이즈는 그런 것은 역시나 괘념치 않고 열리는 엘리베
이터 문을 지나쳐, 붉은 빌로드 카펫을 밟고 rfjdjrkT다. 호주머니를 뒤적여 열쇠를 꺼내곤, 직-
하고 갖다댔다. 문은 곧 열렸고, 검은 어둠만이 자리했다.
타박, 타박, 타박…
신발도 벗지 않고, 그저 방바닥을 밟았다. 실내화로 갈아신지도 않고, 그저 피묻은 그대로 누웠
다. 그제서야 우악스레 쥔, 머리카락을 쥔 손이 풀려 옅게 부는 바람에 조금식 춤을 추었다.
타일로 전해져오는 냉기는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었다. 그때 네온사인은 너무 낮게 비추고 있어
그 곳을 비추지 못했지만, 유려하게 홀로 떠 있는 달빛이 흰 무언가를 비추었다. 하얀, 솜베게였
다.
가느다란, 희 흰 팔로 그 베게를 향해 손을 뻗았다. 그다지 멀리 았지 않은 터라, 곳 그의 손에
잡혀 끌려왔다. 그리고, 그는 그 베게를 꾸욱- 품에 그러안았다. 무심코, 그의 입에서 아무도
듣지 못할 말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아무도 없는 관객에게 주는 듯, 엷은 곡조까지 담아서. 곡조
는 흘륭했지만 알알이 맺힌 슬픔 덕에 가슴을 후벼파기에는 충분했다.
"다가와 줘, 끌어안아 줘, 네 심장의 박동, 내가 느끼도록."
박동하는 심장, 여전히 감당할 수 없는 매를 때리고 있었다.
"입맞추어 줘 내가 혼자라는 사실, 잊을 수 있게."
혼자란 사실은 너무나도 쓴 사실이었다. 아무라도 좋아, 나를, 나를 홀로 내버려두지 말아.
"살려줘, 살려줘 나는 외로움 속에서 침전해가."
조금 후면 나는 죽을 거야. 아무런 삶의 의욕이 없이, 쓰러질 거야. 내 눈을 감길 자는 없을 테
니까 알아서 감고 죽어야지.
"베게는 따스한 숨결도, 심장박동도 없어."
하지만 나는 가진 것이 베게밖에 없어.
"키스해줘, 메마른 입술."
따스하게 보듬어 안아 줘. 하지만 오는 사람은 없네, 잘 알고 있어 몇 일부터일까, 그렇게 애타
게 기다려왔지만, 아무도 찾아오질 않네.
"다가와 줘. 외로운 밤. 자살로서 마치지 않도록."
…조금 후면, 나는 죽을 거야. 살아있는 나는 오늘이 마지막. 안녕. 안녕, 소중했던 사람이여. 죽
음으로서 마지막은 데드엔딩. 하지만 해피엔딩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데드엔딩을 살펴
봐주지 않아. 그들의 조그만 사랑, 그들의 조그만 배려, 조금만이라도 나누어준다면 나 조차도
해피엔딩이 될 텐데…
달빛이 점점 차갑게 물들였다.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그 때. 달칵, 하고 미처 잠그지 못한 문이
열렸다.
"자니?"
달콤한 목소리였다. 아아 나는 죽어가고 있어. 다가와 줘, 끌어안아 줘,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
를 버리지 말아 줘. 싸구려 애정이라도 상관없어 부디, 부디…
"자는...?!"
그도 익숙한 냄새였다. 익숙한 후각은 그 냄새를 잡아내었다. 아미 차가운 타일바닥으로 냄새가
얼어 붙어가고 있는데, 그는 그 냄새를 놀랍게도 잡아냈다. 그이 긴 다리가 피비린내의 근원으
로 다가갔다. 아니, 뛰어갔다.
"아이즈!"
"…카논?"
얼어져 가는 밀랍 인형이 말을 한다면 그토록 기쁠까. 카논은 아이즈를 들어 그의 침대로 뉘였
다. 그 때, 그토록 그 무게가 나가지 않고 가볍다는 사실에 정신적인 무게로 휘청했다. 이렇게…
이렇게… 어떻게 된 거야?
피묻은 옷을 전부 벗기고, 잘려진 머리카락은 저리 치웠다. 차가운 살결이 달빛을 받아 그것만
존재하는 것처럼 도드라져 보였다. 그리고 침대에 뉘였다.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 하지만
침대는 온지가 하나도 없던 터라, 그의 온기를 뺏기만 했다. 창백한 입술, 창백한 윤곽, 이대로
얼어죽어 버리면 어쩌지? 오랜만에 본 아이즈의 나신은 갈비뼈와 등뼈가 도드라져 더욱 말라
보였다. 그것이 그토록 슬프게 카논의 가슴을 쥐어뜯었다.
사륵-
이불을 들어올려, 자신도 신발을 벗고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꼭 끌어안아
주었다. 차가운 인형, 차가운 인형,. 온기가 돌아와서 예전처럼 밝게 웃을 수 있기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누군가, 자신을 끌어안아 주고 있었다. 희대의 피아니스트 아이즈 러더포드라는 것은 어둠 속에
가려졌다. 순전히, `아이즈` 라는 하나의 인격체를, 순수한 아이즈만을 걱정하며, 보듬어 끌어안
아 주는 손길이 있었다. 수없이 자신의 귓가에 되뇌는 말소리가 있었다. 혹은, 그 말소리의 간절
함 덕에, 자신이 깨어났는지도 몰랐다.
"죽으면 안 돼, 죽으면 안 돼, 아이즈, 죽으면 안 돼…"
어렴풋하게 들리는 목소리는 따스했다.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카논…?"
"아이즈? 깨어난 거야? 죽지 않은 거지? 응?"
카논의 금빛 눈동자가 아이즈의 푸른 눈동자와 마주쳤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소중한 사람의
얼굴. 하지만 이제, 냉기로 가려져 뚜렷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안타까움에, 안타까움에, 얼어 가
는 눈동자 애써 깜빡여 보지만…
"카논… 나 추워… 얼어버릴 것 같아………"
얼어서, 죽어버리면 간신히 찾은 이 행복, 놓쳐버릴 것이 너무 두려웠다. 희미하게 보이는 카논
의 윤곽. 그리고 그 속의 금안이 반짝였다. 반짝, 하고 무언가가 빛나며 또르르 떨어져 내렸다.
"그래, 조금만 기다려, 내가 의사를…"
그럴 순 없었다. 간신히 찾아온 이 행복, 이렇게 얼어죽어 버리면?
"안돼… 그냥… 옆에 있어 줘…"
카논은 정말로 고뇌에 휩싸였다. 놔두면 분명히 죽을 것이 뻔햇다. 하지만 내가 오기 전에 죽어
버려서 손 쓸 틈이 없이 아이즈를 날려보낸다면? 그것보다 몸서리쳐지는 일은 더 없었다. 이런,
이런… 젠장!
"…추워, 추워…"
머릿속에 방법을 모색하느라 핑핑 돌았다. 그 때.
"…아이즈"
"응?"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것도 형제끼리. 하지만… 아예 아이즈가 죽어 없어지는 것보단 나았
다. 저렇게 슬픈 눈으로, 나를 경멸할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살아있는 편이 더 나을 테니까.
"…살고 싶지?"
아이즈는 힘없이 고개를 늘어트리듯 대답했다. 입 속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귀에 점점히 알알
이 박혀 들어왔다.
"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카논과 함께 살고 싶단 말야…"
"몸이 따듯해질 때까지만, 이다? 응?"
아이즈는 도통 카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로 몰랐다. 그저, 자신을 살려서, 카논과 함께 살
아갈 수만 있다면 그가 그것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그가 제의하는 것은 목숨이 다하도록 따
를 생각이었다.
"무언지… 모르지만 응."
그 말이, 그렇게 순진하게 대답하는 이이즈의 대답에, 카논은 마치 비수에 찔리듯 한순간 몸을
떨었다. 하지만, 살려야 했다. 그토록 간절한 대명제는, 세상에 없었다.
어둠침침한 시야에 비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안구마저 얼어버린 느낌. 그런데 유난히
예민한 청각은 사르락 거리는 소리를 잡아냈다. 무슨… 옷 벗는 소리?
순수한 살결이 아이즈의 몸에 맞닿았다. 아가처럼 꼬옥, 끌어안아 주엇다. 무언가, 몸이 달구어
지는 듯했다. 무언가. 심장이 맥동했다. 아까와는 전혀 반대로, 그때, 가느다란 아이즈의 목선 위
로 카논의 혓바닥이 춤을 추었다. 움찔, 익숙하지 않은 촉감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하지만, 하
지만… 너무나 기분 좋은 감촉.
카논의 혀는 목선에서 춤을 추다가, 아내 스르륵,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아직 남자라 발달되
지 않은 유두 쪽으로 내려갔다. 이미 이불 속에 두 사람 다 웅크리고 있어서인지 겉에서 보면
이불이 봉긋- 슬라임 같아 보이는 형세였다.
희디흰 살결 위에 유일하게 봉긋 솟아 있는 엷은 분홍색의 유두. 카논의 혀는 그것을 키스하듯
이 입맞추엇다. 그때, 아이즈는 무엇인가… 무엇인가, 불쾌감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
실이 의아스러웠다. 우리, 형제 아니었던가? 허지만 점점 속안에서부터 두근거리는 마음, 달구어
지는 몸. 익숙하지 않은 감정의 파도가 그에게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마치, 환희의 길을 걷는
듯.
아이즈의 살결은 눈부시도록 희었다. 키스하듯이 입술을 맞댄 유두, 마치 자신도 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절제해야 했다. 아이즈는 원치 않아, 그저 살기 위해 이 곤욕을 치루는 것 뿐이야…
하지만, 상태가 심했는지, 상황은 심각해졌이 이때쯤이면 조금은 온기가 올라야 할 텐데, 전혀
체온이 오르지 않고 있었다. 실상은 체온은 안에서 달구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카논이 그토
록 당황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당항한 카논은, 아이즈가 차갑게 되면 죽는다는 것을 상기했
다. 무심결에, 죽는다는 것에 눌려, 손을 뻣었다. 순가락이 춤추듯 움직였다. 이내 배를 지나쳐
보송보송, 혹은 조금 꺼글꺼끌한, 검을 것이 분명한 털이 느껴졌다. 그리고 봉긋, 길쭉하게 솟아
나온 페니스. 차마 그것은 손대지 못하고 그 주위만을 빙글빙글 돌 듯 애무했다.
카논의 손가락이,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페니스로 다가가 그 주위를 맴돌들 만졌다. 검은 솜
털이 그에게 특별한 촉감을 선사했다. 꺼끌꺼끌한 감촉과 그토록 바라던 카논의 체온이. 하지
만… 아쉬웠다. 아이즌 sqk라고 있었다. 좀 더 강하게 해 주기를, 좀 더… 간절하게 바랐다. 하
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던가. 카논은 분명히 나를 살리기 위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더 해달라고 하면, 당황하겠지. 그리고 나는 남색가로 오인 받을 것이 분명
했다. 싫어, 싫어… 카논에게 미움받는 것은 세상 누구보다 싫어…!!
아이즈의 몸은 점점 달구어졌다. 점점, 얼음장같이 희던 피부가 보얀 홍조를 띄었다. 그리고, 카
논은 알아챘다. 이제, 유희를 긑낼 시간이라는 것을, 안타깝지만, 이것은 위선이야. 확실한 위선
이야. 블레이드 칠드런의 헌터. 거기서 이 이럼이 왜 들먹여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위선이
다. 이것은 적장을 살려두는 일밖엔 되지 않아. 우회적인 평화. 그 이면엔 너무나 많은 자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
그럼, 내가 왜 아이즈를 살리려 하는 거지? 왜… 그렇게 죽을둥 살둥 매달리는 거지?
카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렸을 적, 그가 고민할 때 보이던 눈동자였다. 아아 기억 속의 어린
시절. 그 행복했던 때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아이즈는 생각했다. 지금, 이것은 무모한 행
동이라고. 서로 적장이다. 적장이 쓰러져 널브러져 있는데, 이렇게까지 해 준 것만으로도 눈물을
흩뿌리며 감사해야 할 따름이다. 하지만 아이즈는 카논에게 무언가 한 마디를 해 주고 싶었다.
자신의 이념.. 그리고… 피 맺힌 교훈을.
"세례 받은 자는 아무도 없어. 카논."
멈칫, 카논의 눈동자가 떨림을 멈추고, 그 고아한 황금빛으로 청아한 바닷색의 눈동자를 응시했
다.
"벌레같이 비천한 인간들… 누가 구원하겠어. 한다면 위선이야."
피식, 카논은 웃었다. 아니 실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카논의 마음은 울고 있었다. 피맺힌
자신의 교훈. 그것을 조심스레 들려주고 있었다. 예전처럼, 아주 먼 예전처럼… 서로의 눈을 보
고 감정을 확인한 다음, 그에 맞는 말을 하며 배려하고, 위로하던 그 때처럼…
"전지전능한 신만이… 가능하겠지. 그의 손엔 묻은 피가 없으니."
카논의 손동작이 멈추어지고 그의 둔부에서 손이 떨어져나갔다. 그리곤 다른 쪽 손으로 아이즈
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매만져 주었다. 그리고 매끄럽게 웃었다. 계속 말해 보라는 듯.
"솔직히, 헌터라… 네가 나중이면 나중이었지, 먼저라는 생각은 버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고민
해오고, 고민해왔으니까."
카논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번쩍이던 금안이 축 늘어졌다. 그리곤 매만지던 머리카락 속의 유
연한 손길이 한 순간 굳었다.
"하지만, 내가 왜 그만 두었는 줄 알아?"
말라빠진, 말라빠진 윤곽이었다.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던 자시느이 위치가 한심수러웠다. 하지만
그 말라빠진 얼굴이, 한 순간 그렇게 샌각했다. 자신을 구원해 준 천사라고.
"무심코… 교회에 갔었어. 누워 자는데 어머니가…"
그랬을 것이다. 아이즈는 카논보다 더 늦게 발작과 살인 충동이 일어났으니, 그 정황은 능히 살
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로 비하면, 카논이 더 느린 셈이었다.
"그딴게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가 없었어. 나 같은 것도 애정이란 게 남아 있었나봐…"
거부하지 않았다는 말의 우회적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둘에게 쓰디쓴 상처로 남아버렸다.
나 같은 것. 그것은 블레이드 칠드런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들에게 애정이란 남
아 있지 않다라. 솔직히 명답이었다. 안 그러면 그들은 자기비하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었겠지.
그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카논은. 그 동안, 아이즈의 눈물 속에서 잊어버렸던 것을. 간신히,
간신히, 기억의 편린에서 끄집어내었다. 새근새근 잠자다가, 이내 완전히 분해되어 잊혀져버릴
뻔한 소중한 조각을.
"하여간, 그냥 중중대는 소리로 찬송 부르고 그리고 말씀전파 시간이었는데 그런데 딱 한마디가
귀에 꽂혔어.…"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화살과 같은 단어였다.
"달란트… 그러니까, 각기, 맡겨진 달란트는 있다고.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인 거라고. 그
리고, 그 재능이 아무리 처참한 것이라고 해도, 그건 처참한 재능이 아니라고, 만약 그것이 재능
이 아니라면, 그것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이 편식하시듯 사람을 데려 가시는 것이 아니잖겠
느냐고."
"달란트…"
카논은 입에 그 단어를 굴렸다. 아이즈의 눈동자가 희게, 잠시 이채를 발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어. 기독교로 개종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꽤나 의미 있는 거라고. 나도,
카논도, 라오도, 코우스케도, 료코도 아니, 모든 세상의 블레이드 칠드런들은 조금은 특이한, 꽤
많이 조심해야 하는 재능을 타고 난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어."
아이즈는 애써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드려고 노력했다. 부우- 하고 한 쪽 안구의 시야가 유난히
뿌예졌다.
"그렇게 믿고 싶었어…"
만약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이내 나는 뭉그러져서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살인을 참을 수 없어질 때는 없어. 나는, 참아봤어. 결과는 그런 대로 만족할 만큼의 성과였고."
아이즈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생각해 봤어,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지s 시련이 아닐까, 참을 수 있었으니까, 저주
는 아닐 거야. 저주는 아닐 거야. 그렇게 믿으면서."
이내, 참았던 액체가 기어이 침대의 메게 쪽으로 떨어졌다. 오랜만에 흘러내리는 눈물이었다. 몇
년이던가. 눈물이 흘러내림과 동시에 아이즈와 카논이 동시에 말했다.
"이것이, 내가 세이버를 선택한 이유야."
"그것이, 네가 세이버를 선택한 이유구나."
잠시 침묵. 그리고 카논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에 수긍하지. 이제 헌터 카논은 존재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아이즈가 그토록 좋아하는 미소를 얼굴에 올렸다.
"약속할게."
그리곤, 무언가 남아있는 듯, 미련이 남아있는 듯, 줨주섬 침대로 서서히 빠져나갔다. 그때서야,
개달았다. 이것은 `긴급 처방`이엇다. 절대, 애정으로 인해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카논은 달
빛이 비춰져 희디흰 살결을 그대로 내보이며 바지를 입고, 셔츠 단추를 잠그고 있었다. 무언가,
그리고 더 중요한, 할 말이 있는데…
꽈악,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푸른 핏줄이 도드라져 올랐다.
"다 나았지?"
카논이 씁쓰레학p 옷을 다 입고는,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거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즈가, 그
의 소중한 사람이 고개를 푹 수그리곤 침대 시트를 꽈악 쥐고 있엇다. 분명히, 무언가 할 말이
더 있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것이 나와 공명되는 것이길. 내 행동에 제발…
"카논…"
아이즈는 속삭이듯 말했다. 흥청거리는 사람들은 모두 아래층에 있었다. 무심하도록 고요한 어
둠. 그리고 둥그렇게 떠서 그들을 비추는 달. 만월.
"응?'
애써, 자연스럽게 가장했다. 아무리 생이 전부 연극이라면서 살아가는 카논이엇지만, 이 때가 가
장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기 쉽진 않은 것 같았다.
"…가…"
카논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잘 가. 그런 인사가 얼마나 하기 힘들었을까. 피식, 하고
웃었다. 지신이 바라던, 기적 같은 일들은 있을 수도 없겠지, 어차피 기적에게서 외면되어 온 우
리들이었다. 단지, 그러므로 해서 아이의 안위를 당연하게 걱정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을 감
사했다.
"…가 ㅈ…"
그래. 그래 얼른 나가버리라는 그 말인 거냐. 카논은 여전히 진물이 흘러나오는 쓴 마음을 부여
잡고, 마지막 자신의 코트를 뒤집어썼다. 그리고 뒤 돌은 채로,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수치스럽
겠지. 그래. 그것도 남자에게.
뚜벅뚜벅, 문으로 행해 떨어지지 않는 발검을 애써 떼었다. 무언가, 더 치료해 줄 상처가 남았는
데, 아직 가면 안 되는데. 마음만이 찢어졌다. 마음만에 고갤 돌려, 시선만으로 보듬어 안고 있
었다. 간정한 마음은, 그토록 더해가는 것일까…
그때, 가느다란 목소리가 카논의 귀를 마비시키는 듯 했다.
"가지…마…"
그리고, 그것은 연속해서 들렸다. 달빛에 속삭이는 것 같이. 하지만 그것은 놀랄 만한 떨림과 애
절함을 담고 있어서…
"가지 마… 가지 마…"
문득, 고개를 돌려서, 아이즈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침전해져 가, 아무 조명도 없는 흑암
속에서, 가느다란 은빛은 사그러 들어가. 희미하게, 희미하게 겨우 이제 타 들어가는 나에게 구
원을 요청했어.
"가지 마…"
그 목소리는 놀랍도록 절절해서, 마력을 갖고 있어서, 고개를 돌려, 걸아갔다. 그리고 사박걸l는
눈밟는 듯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와, 따스하게 끌어안아 주었다.
"가지 않아."
하지마느 필연적으로 덧붙여야 할 말이 있었다.
"내일, 또 만나는걸."
그래, 그럼으로써 나는 아이즈에게 평범한 사람으로 자리 매김 당하는 것이었다. 그때, 아이즈가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마치 외치듯 고함질렀다.
"그런 게 아니란 말야! 그런 게…"
아냐. 아냐. 그런 게. 아이즈는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예전부터 고민했다. 하지
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마음속으로 품고 있을 뿐. 예전에는 그럼으로써 점점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하지만 점점 성장하지 그것은 힘들어졌다. 더욱,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하지만, 거부할까봐, 이 마음, 말해버리면, 말해버리면?
"그런 게… 아니란 말야…"
거의 한달 동안을 성의없는 식단만으로, 어니 거의 단식을 연강케 하는 식단으로 견뎌온 사람이
이렇게 힘이 날 수가 없었다. 카논을 부여잡으며, 있는 힘것 끌어안는다고 생각햇는데 마음은
그렇게 간절히 갈구하고 잇는데 팔은 그 말을 들어 주지 않고 점덤 힘이 빠졌다. 이내, 눈도 감
겼고, 몽롱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단순한 피로누적인가. 하지만 이 밤. 나는 할 말이 있는데! 오
늘이 아니면 할 수도 없을 것 같은데!
안돼. 안돼, 제발… 제발!
하지만 의식은 꺼져갔다. 이 방의 조명과 같이,. 기절한 걸까, 아니면 잠이 든 걸까. 하지만 아이
즈를 심연의 절망. 나락 속으로 몰아넣은 것만은 같았다.
"아이즈…"
잠이 든 아이즈를, 맥을 짚어 보고는 정상적으로 뛰고 잇다는 것을 알자 한숨 놓였다. 그리곤
이불을 잘 덮어 따뜻하게 잘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조그만 의자를 가져 와 마치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처럼 그 얼굴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그에게 무엇인가 말하려고 했던 말을, 그 말 때문에
격하게 도리질쳐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성껏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이내 얇은 눈꺼풀로 감
겨진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짙은 속눈썹의 색깔조차 희미한 은백색이었다.
점점 아이즈이 주의를 침식하는 어둠. 밤의 환형. 그 외로움 속에서 얼마나 울부짖었을까. 언젠
가, 누가 말한 그대로였다. 백조 같았다. 희디 흰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지만 물 속에서 아름답게
미끄러지듯 헤엄치지만, 그 이면에는 가느다랗고, 정말로 힘을 안 주어도 똑 부러질 것 같은 다
리로 필사적으로 물을 헤치고 있다는 것.
카논의 희디흰 입매에서 한탄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나도…"
그리고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말라버린 얼굴 윤곽을 조심스레 만지면서. 가느다랗
게 쉬는 숨결, 매만지면서,
"슬프구나…"
이내, 눈물선은 끊겨졌다. 그리고 눈물을 닦아낸 카논의 얼굴은, 무언가 결연한 빛이 어렸다. 굳
게 다문 입술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아닌 듯 아롱졌다.
그 두 사람을, 어둠이 녹이려는 듯 침범하고 있었다.
희미한 여명 속, 아니, 여명은 이미 걷혀지고, 아침 햇살만이 아이즈의 침대를 적셨다. 어제 일
을 기억하고 있기에, 그는 매일 맞는 아침보다 더욱 허탈한 아침을 느껴야 했다.
침대의 온기. 카논이, 소중한 사람이 덮혀 주고 간 온기였다. 그 이불에서 나서고 싶은 생각
이 없었다. 이내 그는 침대 속으로 웅크려들어갔다. 그 때, 쪽지 하나가 침대 바로 옆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침대에 으면서 팔만 뻗으면 닿을 거리라 아이즌느 팔을 뻗어 그 두 번 접힌 쪽지
를 가까이 가져왔다. 그리곤, 망설였다. 이것, 무슨 내용이 담겨져 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굳세게 먹고는 쪽지를 열었다.
"사랑해. 아이즈."
그의 그 애타는 외침이 무시되었던 걸까. 그가 원한 것은 그런 사랑이 아니었는데, 현제끼리의
그런 사랑, 절대 아니었는데, 그가 원하는 것은, 그가…
그런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점처럼 찍혀진 무언가를 유심히 살펴봣다. 그것은 길게, 어떠누 문
장 가았기에, 어이상 찢겨지고 싶지 않은데, 더 이상 마음이 상처받는 것은 그만하고 싶은데…
하지만 마력적인 어떤 본능 같은 것에 이끌려… 유심히 살펴보았다. 생각대로 문장이었다.
아이즈는 그것을 자신이 아까 읽은 쪽지와 연결시켜 소리내어 읽었다.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소리없는 마음속의 함성. 그리고 환희에 가까운 무언가.
"사랑해 아이즈… 네가 사랑하는 것처럼
띄어쓰기 하기 싫어요(잇힝)
오랜만에 돌아왔군요(...)
대략 블로그에 써뒀던 애 데려옵니다.
아쨩과 수다떨다가 모티브가 된(....)
첫댓글 오오,멋있습니다!!+_+
전 카론키스, 카론키스으'ㅂ'!!!<- 그게아니야 // 이번 소설도 멋있게 잘 읽었습니다 ♡
굿이야...~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