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오토바이 여행이라는 쟝르는
한국에 소개된지 10여년
활성화된지 몇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직 개념 정리도 되어 있지 않고
관련 산업. 정보도 부족 한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보는
경험자들에 의존을 하는데
주관적 한계성 때문에 의견이 분분한것 같습니다.
저 또한 오토바이 여행이
막연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룰루랄라 여행 다니는것인줄 알고 가볍게 시작을 했는데
일년정도 여행을 다니며 세계 각국 다양한 형태의 오토바이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조금은 오토바이 여행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오토바이를 오래 타셨거나
오토바이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분은
다 아시는 내용이니 패스하시고...
오토바이 여행에 처음 입문하시는분은
입문서로 한번쯤 읽어보시면
시행착오를 줄일수 있고...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하는
오토바이 대륙횡단 여행을 끝내고 나서
훨씬 얻는것이 많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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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난 오토바이 여행자중 기억에 남는 사람들과 경험입니다.
1. 스위스 이태리 패스를 여행하는데 춥고 비가 많이 와서 산장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비옷과 패딩을 벗고 있는데...유러피언 라이더가 들어 오더니 라이딩복을 벗는데 바로 반팔티가 나옵니다.
그는 바로 난로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따뜻한 실내로 들어갔고...나는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도롱이를 챙겨입고 나와 처마밑에서 쵸코파이로 허기진배를 달랬습니다.
2. 스텔비오 패스 가는길에서 카나다인 두명을 만났습니다. 동유럽에서 바이크를 렌탈해서 스위스 이태리 오스트리아 패스만 100일동안 라이딩을 한답니다.
단촐한 장비로 두어시간 달리다
카페에 들러 와인 이나 커피 한잔하고 또 달리고
그러다 산속의 작은 호텔에서 잠을 잔답니다.
3. 125씨씨 이태리산 모페드에 짐을 산더미처럼 싣고 파미르 하이웨이를 밀고 넘어온 헝가리 청년을 만났습니다. 모고차를 거쳐 마가단까지 갔다가 배로 블라디보스톡으로 내려와 오토바이를 분해해서 중국으로 들어간뒤 다시 조립해서 여행을 마친후 헝가리로 돌아가겠답니다.
이미 그의 모페드는 6개월만에 거의 고물이 다되어서 불안불안 하지만...
그의 빛나는 눈빛과 열정과 황당하기까지한 무모한 계획은 나를 매료시켰고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4. 1200gs에 스패어 타이어와 온갖장비로 거의 화물차 수준의 바이크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멕시칸과 열흘정도 같이 라이딩을 했는데...이 친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인트에 가서 증명사진을 찍는게 여행의 목적입니다.
알라스카 북단. 우슈아이 남단
아프리카 남단. 유럽의 북단 노르디캅.
에펠탑. 모스크바 크래믈린 등등
다른곳은 관심도 없습니다.
내년에는 포르트칼 서쪽에서 뉴욕까지 횡단할 계획이랍니다.
5. 20만 -30만 키로 세계일주 여행을 마친후 많은 라이더들이 자신의 경험을 밑천으로 여행사를 하거나 강연 투라텍. 비엠떠블유 행사등에 초대 되어 마스코트 역할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럴 계획은 아니었겠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한후 여행이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찾다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것 같습니다.
나의 미래를 보는것 같아 섬찟했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여행이 나의 굴레가 될수도 있다는...
6. 허름한 알차를 타고...비닐 푸대에 물건과 장비를 넣고 밤마다 그 푸대자루를 소중하게 방에다 보관하는 러시아 청년과 같이 라이딩을 했습니다.
블라디보스톡. 상텍 왕복을 하는데
자신은 달리는것이 좋기 때문에 알차를 탄답니다.
(유라시아 알차. 투어러. 할리. 골드윙...다 가능합니다.)
7. 폴란드 라이더 40명이 이르쿠츠크까지 3주간 라이딩 여행을 왔는데...3명씩 조를 나눠서 주행을 하는데 가운데에 저 배기령이나 실력이 모자란 사람을 끼워 넣고 달립니다.
사회주의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서로 도와주며 같이 라이딩을 하는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오늘날의 우리는
고배기량은 고 배기량끼리
같은 브랜드는 같은 브랜드끼리
실력이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끼리
돈이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끼리 어울리고 달리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갈갈이 찢어 놓고
마음이 휑하다느니
인심이 어떻다느니
또 입으로는 얼마나 인간적인척을 합니까....
이런 사회에서 살다가
의기투합해서 블라디에서 같이 출발은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몇일 못가서 각자 갈길을 가는거지요. 평소 살던 모습대로....
8. 유럽의 라이더들은 대부분이 커플입니다.
캠핑카 대신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며 맛있는것 먹고 좋은곳에서 머물고...노년을 즐기고 있습니다.
오토바이 여행이 즐거운 레져이지...
대륙을 건너고
어드벤쳐 투어를 하고
캠핑을 하고
이런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젊은이중 극소수고
나이 먹은 사람은 지난 젊음을 회상하는 안주거리 정도거나...그런건 특별한 사람이나 하는것쯤으로 가볍게 생각을 합니다.
9. 남들이 꿈꾸는것을 나는 한다. 라는 글귀를 멕시칸 라이더가 적고 다닙니다.
인간은 누구나 남보다 잘나고 싶고
특별해지고 싶고
칭찬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러한 이유가 오토바이 여행을 하는 진짜 이유라면...어쩌면 오토바이 여행이 끝난후의 인생이 자칫하면 불행해질수도 있습니다.
자만심. 우월감........
거꾸로 오토바이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한후...인간적으로 성숙해지고 세상보는 눈이 넓어져 결과적으로 겸손해져야합니다.
그러나 이타세에 올라오는 글과 댓글을 보면...다 그런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대부분이 자신의 작은 경험에 뭍혀
미래의 오버랜더들에게 함부로 충고를 하기까지도 합니다.
(정보 제공에 그치고 결정과 책임은 미래의 오버랜더들이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오버랜더들이 얼마나 크고 귀한 원석인지는 여행을 마치기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10. 몽골에서는 바퀴와 엔진만 있는 중국제 125씨씨 오토바이에 대여섯명을 태우고 잘 달립니다. 도저히 굴러갈수 없을것 같은 오토바이를 타고 초원을 달리며 가축 몰이를 합니다.
유심히 관찰을 해보니 결코 빠른것이 아니고 꾸준히 달립니다. 장애물을 요리조리 잘 피하면서...
파미르 오프로드에서 넘어지고 깨지고 다 부서졌습니다. 원래 그런거라고 합니다.
진짜?
로컬들처럼 뽈뽈뽈 요리조리 피하며 달리면 되는데...자기가 무슨 오프 선수인양...짐은 남산만큼 싣고 달리니...오토바이도 사람도 망가지고 고생을 합니다.
다시 몽골에 왔습니다.
오프를 로컬처럼 살살살 뽈뽈뽈 달립니다.
지난 일년간 달리고 나서 배운것은
달려야 할 곳
달려야 할 때
달려야 할 상황을 알게 된것입니다.
모든 월드 클라스 라이더는 다 똑 같습니다.
아니 그렇게 달렸기때문에
수십만키로를 큰 사고 없이 달릴수 있었던겁니다.
오토바이를
절대로 기분에 취해 감정에 들떠 타지 마십시요.!!
11. 은퇴후 필리핀. 포르투칼. 남미에서 몇년씩 머물며 지역 오토바이 클럽에 가입해서 오토바이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딸보다 훨씬 어린 동거녀와 함께.....
12. 몽골 오아시스 게스트 하우스에서 앤드류 바이크를 타고 세계일주중인 젊은이를 만났습니다. 짐은 색 하나. 소프트백 하나. 도끼. 삽 뿐이었습니다.
오토바이 여행을 하는데 몸에서 냄새 좀 나면 어떻냐? 자기는 일주일 동안 샤워도 못하고 속옷도 못 갈아 입을때가 많답니다.
몽골에 와서 오프를 안타는 사람을 이해 못하겠답니다. 자기는 몇일 쉬고 몇일 들판에 나갔다 오고...또 쉬고 사막에 갔다 오고 하면서 몽골에서만 한달째 달리고 있답니다.
13. 모고차 부근에서 중량급 앤드류에 오프타이어를 장착하고 텐덤으로 시베리아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는 스페인 부자를 만났습니다. 짐은 거의 없고...밀고 끌고 짊어지고...오프를 달렸다는데 앞바퀴가 심하게 일그러져 지그재그로 회전을 합니다.
이제까지 만났던 앤듀러중에 제일 하드코어 였습니다.
그런 상태로 20대 아들과 50대 아버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이리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4. 러시안 라이더가 ktm 을 타고 고비를 건너다 과속으로 웅덩이에 빠져 이리튕기고 저리튕기다 날러서 핸들. 쇼바. 스포크 다 부러지고...다행히 뼈는 부러지지 않았지만...다른 바이커의 도움으로 응급조치를 해서 500키로를 달려 오아시스에 들어 왔습니다.
사고가 한두번이 아닌듯...바이크가 성한곳이 없습니다.
오프를 달리다 사망한 사람. 하반신 마비가 된 라이더들의 이야기를 들으니...함부로 오프를 달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5. 1200gs에 완전 무장한 루마니언 라이더 둘이 들어 오더니...완벽한 공구 세트를 꺼내 바이크를 분해한후 정비를 합니다.
매번 라이딩이 끝나면 분해. 청소. 정비를 해준답니다. 다음 라이딩을 위해...
바이크 정비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배울점이 많았습니다.
16. 15살에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해 60년동안 백만키로 이상을 달린 프랑스 커플집에서 몇일 묵었습니다.
평생 타온 오토바이 10대를 다 보관하고 있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속내의에서 외투까지
집안에 있는 모든 살림살이
심지어 쓰레기통까지...오토바이 관련된것입니다.
아침에 눈 뜨면서
밤에 잘때까지
오토바이. 라이딩. 여행 이야기만 합니다.
자식도 페트도 없습니다.
집안에는 온통 오토바이. 라이딩. 레이싱 관련 사진뿐입니다.
태레비도 오토바이 레이싱 중계만 본답니다.
젊었을때 아마츄어 레이싱 선수. 생활을 해서
70살이 넘었는데도 가끔 트랙을 달린답니다.
일년의 대부분을 유럽에서 열리는 각종 오토바이 모임. 게임 참석 하는데 보내고
매년 맨섬을 3-4차례 방문해서 TT 나 레이싱 참관을 한답니다.
이런분이
새계일주 오토바이 여행을 끝 마친후
너는 무엇을 하고 싶냐?
고 물어 봤을때 약간 당황했었습니다.
진짜 지금은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을 하고 있느라고 앞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지만...
여러분은 오토바이 여행이 끝난후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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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도 많은 인상적인 오토바이 여행자를만났는데....어떤 오토바이 여행을 하고 싶으십니까?
본인은 어떤 성향의 라이더 이십니까?
오버랜더급. 월드클라스급 이야기라 한국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다른 나라 오버랜더급 트래블러는 위에 열거한 형태의 여행중 하나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라이딩 중심이 아닌 여행중심의 저배기량 뽈뽈이 여행은 오토바이 여행의 기타항목으로 메인이 아니므로 열외로 했습니다.
저배기량 오토바이 여행에 대해
외국애들이 보이는 인터레스팅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것은 외국에서 살아보신분이면 아실겁니다.
돌아서서 자기들끼리 엄청 뒷땅깔겁니다.
오토바이 여행을
1. 라이딩을 위한 오토바이여행
2. 여행을 위한 라이딩으로 구분을 하면
이타세의 성격이 확실해질것 같습니다.
1과 2가 짬뽕이 된 어중간한 포지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애매모호해지는것 같습니다.
본인도 2로 시작해서 1+2의 형태로 갔다가
1의 형태로 여행 스타일이 바뀌고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여행부터는 1의 컨셉에 맞은 바이크. 장비. 악세사리로 오토바이 여행다운 오토바이 여행을 할것입니다.
에피소드만으로 너무 길어져서
정작 쓰고 싶었던 말은 시작도 못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오토바이 여행의 쟝르와 어떤 바이크를 선택해야하는지에 대하여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미래의 푸른 오버랜더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