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치료비 부담이 덜어지게 됐다. 지난달 정부가 138가지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류마티스관절염도 포함됐기 때문. 이에 따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9월말까지 의사의 확진을 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생물학적 주사제 등 고가의 치료를 이전보다 낮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는 '산불 진압'
류마티스관절염의 치료 원리는 초기에 불씨를 잡아야 하는 '산불 진압'과 같다.
이 질병은 면역 시스템에 원인 모를 오류가 생겨,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정상 관절 조직을 외부에서 침투한 병원체로 착각해 공격하면서 시작된다. 공격을 받은 관절 주변 조직과 세포에 염증이 생기고, 이어서 관절 부위의 연골과 뼈가 변형되고 굳는다. 류마티스관절염은 10~20년 동안 서서히 진행되는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1~2년 안에 모든 관절 변형이 급성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류마티스관절염은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 증상이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관절 변형이 시작되기 전인 '염증 단계'에서 불씨를 잡아야 한다.
이수곤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산불은 초기 불씨 단계에서 진압하면 주변 수목(樹木)을 건드리지 않고 끌 수 있지만, 주변으로 퍼진 다음에는 숲 전체가 파괴된다"며 "류마티스관절염도 초기 염증 단계에서 치료해야 전신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주사제로 '완치' 도전
그 동안 류마티스관절염은 평생 치료해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사람의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생물학적 주사제가 등장하면서, 최근에는 2~3년 이내 완치 수준으로 증상을 개선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진단되면 처음에는 먹는 약(레플루노마이드, 메토트렉세이트 등)을 처방하고, 그 다음엔 염증의 확산 정도를 살펴가며 약을 늘리거나 생물학적 주사제를 맞는다.
성윤경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보통 6개월 정도 약을 복용해도 염증 감소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악화되면 주사제 사용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수곤 교수는 "생물학적 주사제는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을 일으키는 핵심 물질인 TNF-α를 억제하는 작용을 함으로써 치료율을 크게 높였으며,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투약하면 '완치'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의료계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스스로 주사 놓는다
하지만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사이에선 거부감이 적지 않다. 생물학적 주사제가 일부 소아암 가능성 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하지만 홍승재 경희대병원 내과 교수는 "그런 거부감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셈이다. 주사제를 맞지 않고 길게 치료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강력하게 치료해 단기간 내에 치료를 마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수곤 교수도 "부작용 위험은 1달에 1~2회씩 보는 외래 진료에서 점검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며 "관절 변형이 일어나기 전에 류마티스관절염을 빨리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류마티스관절염 주사제는 휴미라 등 세 가지가 국내에 출시돼 있다. 최근에 나온 주사제는 환자가 2주에 한 번씩 집에서 스스로 맞을 수 있다. 희귀난치성질환 본인 부담률 경감 혜택을 받는 경우 약값은 1달에 9만원~10만원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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