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컨테이너 부두공단 2004년 세계 물동량 분석(上)
싱가포르항, 2,000만 TEU 달성...홍콩항 牙城 도전장 내밀어 상하이*선전항, 年 30% 급성장...수년 내 1위 등극 ‘시간문제’ 부산항, 月 100만 TEU 달성 등 선전했으나 ‘5위 유지’ 만족
한국컨테이너 부두공단(이사장 정이기)은 최근 ‘세계 주요항만 2004년도 물동량, 시설, 개발계획 현황 및 분석’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이 자료에는 지난해 세계 물동량 처리 10위권의 항만들에 대한 실적 및 향후 추이를 상세히 적시했다. 이에 본지는 이를 요약, 분석하도록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세계 물동량 처리 실적을 보면 전년(2003년)과 비교할 때 별다른 변화 양상을 찾기 어렵다. 이는 10위권 내 항만들의 순위변동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년간 세계 물동량 처리에 있어 부동의 1, 2위를 지켜온 홍콩항, 싱가포르항은 지난해에도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또한 중국의 상하이항, 선전항도 3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선두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다만, 극심한 체선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던 LA항의 추락, 중동 두바이 항만의 급부상은 지난해 세계 물동량 처리실적에서 찾을 수 있는 변화라면 변화일 것이다.
하지만 그 면면을 속속들이 찾아보면 변화의 징후가 감지된다. 수년간 세계 물동량 처리에 있어 부동의 선두자리를 지켜왔던 홍콩항은 지난해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며, 선두자리를 노리고 있는 항만들이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항은 지난해 2,193만 TEU를 처리하며 1위 자리를 간신히 유지했다. 하지만, 2위 항만인 싱가포르항이 분전하며, 상황은 급반전 됐고 물동량 차이가 불과 60만 TEU의 차이를 밖에 나지 않게 됐다. 홍콩항으로선 선두자리가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 여기에 중국 항만들의 무서운 기세 또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일류항만 흔들리는 ‘홍콩항’=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상황은 앞서 가는 1,2위 항만과 이를 추격하기 시작한 3,4위 항만간의 불꽃튀는 대결로 압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1위 항만의 수성(守成)과 이를 추월하기 위한 2,3,4위 항만간 치열한 양상으로 바뀌었다. 선두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별들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홍콩항은 지난해 컨테이너 2193만TEU를 처리하며 부동의 세계 1위 컨테이너 항만 자리를 간신히 유지했다. 하지만 상반기 11.2%였던 물량 증가율이 하반기 들어 크게 감소하며, 한 자리수대(7.25%) 증가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같은 홍콩항의 성장 둔화가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홍콩항의 컨테이너화물 증가율이 2~3%대로 둔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조만간 싱가포르항이나 상하이항에 추월당할 것이란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홍콩항의 아성(牙城)에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홍콩항만국도 CT9 남측에 위치한 씽이(Tsing Yi) 섬에 2012년까지 CT10(4개선석)을 추가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최근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물동량 증가율 때문에 구체적인 개발계획의 발표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한편 콰이청 터미널 운영사인 MTL사는 허치슨과 함께 12억달러를 투자, 컨테이너 하역장비 현대화 등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08년까지 크레인 생산성을 시간당 200TEU까지, 연간 처리능력도 140만TEU까지 증대할 계획으로 있으며, 2011년이나 2012년 사이에 CT 10 개발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탈 2위 항만 선언한 ‘싱가포르항’=영원한 2등 항만으로 인식돼 왔던 싱가포르항은 절치부심(切齒腐心) 끝에 ‘탈(脫) 2위 항만’을 선언했다. 매년 7% 대의 물량 증가율을 기록해왔던 싱가포르항이 지난해 14.1%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며, 홍콩항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2,000만TEU 고지를 밟았다.
이같은 싱가포르항의 약진은 크게 3가지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첫째가 폭증하는 중국화물 처리하기 위해 개설한 36개의 신규항로의 영향이며, 다음이 대폭적인 항만시설사용료 인하정책, 그리고 유럽 및 북미항만의 선박적체에 따른 Skip현상으로 인한 중심항만인 싱가포르항으로 선박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항만 전문가들 입에서는 올해 물동량 처리량에서 싱가포르항이 홍콩항의 아성(牙城)을 무너뜨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싱가포르항은 내친김에 세계 1위 항만 등극과 더불어 지난해 하반기 심화된 체선현상을 대비해 앞으로 파시르판장 터미널에 7년 내 15개 선석 추가 개발과 컨테이너 크레인과 야드크레인 등 하역장비를 확충, 항만생산성을 극대화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07년 개장예정이던 5선석 중 내년까지 3선석을 조기 개장할 예정이며, 현재 이곳에 투입될 컨테이너 크레인 12기와 야드크레인 42기를 발주한 상태이다.
한편 파시르판장 터미널의 추가선석 건설사업이 완료되면 싱가포르항은 총 52선석에 연간 3100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항만으로 거듭나게 된다.
◆컨 시장 태풍의 핵 ‘상하이항’=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시장에서 태풍의 핵을 꼽으라면 단연 중국 상하이항일 것이다. 지난 99년부터 연평균 22%에 가까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선두항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상해항은 지난해 전년대비 29.14%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1,456만TEU를 처리해 2003년에 이어 세계 3위를 유지했다. 상해항만 당국은 이같은 물동량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5년 내 세계 1, 2위항만인 홍콩항과 싱가포르항만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항만당국은 물동량을 증감을 걱정하기 보다는 기반 시설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상해항이 적정처리능력을 초과해 포화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입출항도 만조시 하루 2회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산심수항 개발과 장강구 증심계획, 외고교 5기 터미널 개발, 황포강 구터미널 리모델링, 장강 수송항로 개선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양산심수항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 계획대로 추진, 올해 말 1-1단계 5개선석이 개장할 예정이며, 현재 양산심수항과 중국대륙을 연결하는 32km 길이의 동해대교가 거의 완공돼 양산항 배후도로망을 완비함으로써 그동안 상해항이 처리하지 못했던 환적화물 유치가 가능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기상 악화시 선박기항이 어려워 연간 가동일수는 320일 정도로 추정되며, 스케줄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기선 유치에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외고교 제5기 4선석을 올해 초 개장할 예정이며 2005년말 5개선석, 2006년 4개선석을 추가 개장할 계획으로 추진 중에 있다. 여기에 좁은 수로와 낮은 수심에 따른 만성적인 선박체선을 해결하기 위해 총 63억 위안(7억 6500만 달러)을 투입해 장강구 증심항로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2001년 1단계 공사를 통해 수심을 8.5m로 준설한 데 이어 2단계 사업으로 올해 말까지 수심 10m, 3단계 사업으로 2008년까지 수심 12.5m를 확보할 계획이다.
◆급성장 제동 걸린 ‘선전항’=지난 2003년 부산항을 제치고 세계 4위 항만에 이름을 올렸던 선전항은 지난해 부산항과의 더욱 벌리며, 선두권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99년 이후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 30%대의 경이적 물동량 증가세를 기록한 선전항은 세계 항만 순위에 있어 가장 주목할 만한 다크호스로 부상한 상황.
하지만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였던 선전항도 최근 다소 둔화된 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50% 이상의 물동량 증가세를 보이는 등 가파른 성장기조를 보였으나 지난해 28%의 증가율을 그치며, 1,362만TEU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31.6% 물량 증가를 기록하는 등 호조세를 나타냈으나, 하반기 들어 세계경제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9월부터 시작된 남중국지역 가뭄으로 인한 공업용수 부족으로 주강삼각주 지역의 공장들이 생산을 중단함에 따른 파급효과로 발생된 출하량이 감소 등으로 지난해 28%의 증가율에 머물렀다.
특히 이같은 저성장 기조가 앞으로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중국 정부에서 나오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중국교통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컨테이너에 대한 항만건설비 부과방침(연간 1200만 위안의 추가비용 부담)에 따라 선전항의 항만경쟁력의 저하가 우려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올해까지 지속될 경우 물동량 증가율은 15%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선전항은 현재 4개선석을 운영하고 있는 세코우 터미널에 5개선석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민간사업으로 추진되며 China Merchants International사가 총 5억 1300만 달러를 투자해 올해 안으로 1선석을 개장하고 2007년에 3선석, 2008년에 1선석을 각각 완공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선전항의 체선으로 인해 일부 화물이 홍콩항으로 전이된데 따른 것이며, 이러한 체선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복잡한 세관시스템(통관체제)을 개선하기 위해 통관규정을 개정하고 운영절차 표준화, 원스톱 세관서비스, 터미널 전산화 등을 추진할 계획으로 있다.
◆5위 고수에 만족한 ‘부산항’=지난 2003년 세계 3위와 4위 자리를 단번에 내주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던 부산항은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 월간 컨테이너 처리량 100만TEU를 달성하는 등 선전했으나, 10%대의 증가율을 보이며 세계 5위를 지키는데 만족해야 했다.
부산항은 지난해 상반기 선사들의 북중국 직기항이 증가하면서 물량증가율이 5.7%까지 하락하며 암울의 그림자가 드리웠으나, 일본 환적화물의 꾸준한 증가와 하반기 들어 발생한 美 서안항 항만적체현상으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다시 환적화물이 큰 폭으로 증가, 2004년 한 해 동안 1,144만TEU를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은 올해 부산 감천항 배후물류단지 4만평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고, 기존 볼륨인센티브 제도가 중소형선사까지 확대 적용됨에 따라 환적화물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며, 세계해운 경기가 2007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 등으로 부산항의 앞날에 희망이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경제의 연착륙, 신규항로 개설에 따른 서비스 확대, 터미널 운영사들의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 노력, 일본의 경기회복에 따른 부산항 이용물량 증가 전망 등 긍정적 요인이 많아 올해 부산항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유용무 기자 ymryu@
자료출처 : 운송신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