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12월의 일기, 먼 훗날
그땐 몰랐었다.
남처럼 살아도 그만이다 했다.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두 친구와의 사이가 그랬다.
한 친구는 대 기업의 간부인 안휘덕이라는 친구고, 또 한 친구는 서울의 명문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인 심대섭 친구다.
지난날로 거슬러, 다들 저 잘났다고 하면서 살아온 친구들이다.
굳이 말로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딱 느낌으로 알았다.
오랜 세월을 검찰수사관으로 살아온 내 직감이 그랬다.
나 역시 잘났다 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니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 살았다.
아쉬운 게 없다 싶어서였다.
먼 훗날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아니었다.
생각하지 않았던 그 먼 훗날이 지금 이 순간에 와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시간적 차이는 있지만, 셋 모두 귀향해서 농사를 짓는 처지가 되었다.
멀어지려해야 멀어질 수 없을 정도로 지리적으로 가까이 살고 있다.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
우리 셋 모두가 부부동반으로 귀향했다는 것이다.
바로 그 공통점 때문에, 최근 들어 부부동반으로 밥 먹는 자리를 하게 됐다.
2023년 12월 21일 목요일인 오늘도 같이 밥을 먹었다.
심대섭 친구가 사는 동네인 가은의 맛집 ‘가은송어장가든’이 그 곳으로, 낮 12시쯤에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귀향해서 농사를 짓는 친구 분들과 꼭 한 번 밥을 같이 먹고 싶어요.”
심대섭 친구의 고백에 의하면, 부인이신 강길자 여사님이 그렇게 졸라서 성사된 오늘의 점심 자리라고 했다.
물론 술상까지 겸했다.
권커니 잣거니 숱한 술잔이 오갔다.
가슴 깊이 숨겨놨던 이야기들도 막 털어냈다.
그러는 사이에 상차림 된 송어 살점만큼이나 우리들 우정도 볼그족족 익어가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까마득한 지난날에, 좀 더 잘 지냈을 걸 하는 후회가 불현듯이 밀려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