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3.1절 날은 특별했습니다. 물론 공휴일때문이기도 했지만 뭔가 이날은 나라와 민족을 한번 생각해 보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아버지도 밥상머리에서 3.1절에 대한 간단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오늘 하루라도 나라를 생각하는 그런 날이 되기를 바란다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내일부터 새학기가 시작되는 것도 있지만 오늘은 뭔가 새롭게 마음을 다 잡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설날이나 추석을 제외하고 기념일의 의미가 강하게 각인된 날이 바로 오늘 3.1절이기도 했습니다. 3.1만세 운동은 일제의 무단통치에 맞서 한반도 전 민중이 펼친 거국적 만세운동이며 일제의 강경 진압으로 무려 7천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런 의미있고 슬프기도 하고 장하기도 한 그런 3.1절에 한국 주변에서는 여러가지 상반된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전국 각지에서는 그날의 뜻을 기리고 독립운동에 참가하다 사망하거나 투옥돼 고초를 겪은 선각자들의 넋을 추모하는 각종 행사가 펼쳐졌습니다. 꽃샘추위로 다소 쌀쌀한 날씨지만 아침 일찍부터 부모의 손을 잡고 서울 서대문 형무소를 찾은 어린이들이 눈에 많이 띄였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그날 일어났던 일을 상세히 가르쳐주고 다시는 이땅에 나라를 잃는 슬픈 역사가 되풀이되면 안된다는 교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도 한손에 태극기를 들고 부모의 말을 하나하나 새기는 모습입니다. 특히 서대문 형무소안에 감방을 둘러보며 이런 좁고 열악한 장소에서 일제의 고문을 견디며 나라의 독립을 외치다 순국하신 독립운동가 여러분들의 명복을 빌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며칠뒤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오늘 보고 느낀 내용을 자신있게 소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장소를 조금 바꿔 일본의 대도시 주변도 오늘 아침부터 한국인들로 붐볐습니다. 일본은 오늘이 그냥 평일입니다. 금요일이라는 것입니다. 일본 도쿄 주변은 한국의 서울보다 3~4도 기온이 높습니다. 아마 벚꽃이 핀 곳도 꽤 될 것입니다. 출근하는 일본인 사이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눈이 많이 띕니다. 요즘 특히 일본으로 관광가는 한국인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특히 오늘은 3.1절 휴일로 삼연휴의 첫날입니다. 또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일본으로 몰려갔을까요. 그들에게 오늘 3.1절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냥 노는 날이지요. 내돈 가지고 내가 가는데 왜 참견이냐는 표정입니다. 요즘 일본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요금 차별제가 거의 일반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은 일본인들의 두배이상의 돈을 주고 라멩을 사먹습니다. 줄을 길게 서서 말이죠. 일본에 갔으니 온천욕을 해야지요. 물색이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세균조사를 하면 만만치 않은 세균이 검출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한국보다 선진국인 일본 물속에 몸을 담으니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다는 모습입니다. 일본에 갔으니 일본 제품들 잔뜩 사가지고 가야죠. 그래야 본전을 뽑을 것 아닙니까. 아이들 손을 잡은 한국인 부모들은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있을까요.오늘이 3.1절이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요. 글로벌 시대 그리고 코스모폴리탄이 되기위해서는 나라를 우선하는 그런 국수주의에 빠지면 안된다고 말해주고 있을까요. 극우주의가 판치는 일본에서 말입니다. 그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이 3.1절날 이런 이런 일을 했다고 할때 과연 무슨 반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실제로 지난 1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3명중 1명은 한국인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1월 1일 일본 노토반도 지진으로 수많은 인명이 사망했고 일부 여행이 취소됐지만 일본으로 달려가는 한국인 수는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죠.국가별로도 한국인이 단연 선두입니다. 뭐든지 일등을 해야죠. 그래야 일등만능주의 나라의 국민 아니겠습니까. 일본 경제 재건에 한몫을 해야죠. 한국인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32%인 85만여명입니다. 그다음이 대만과 중국이지만 이들보다 한국인들의 수가 배정도 됩니다. 한때 노재팬을 주장하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그런 나라인가 일본인들도 의아해 한다고 합니다. 또한 붐비는 일본 거리에 한국인들이 떼로 다니는 것이 불편하다며 제발 오지 말라는 언급도 서슴치 않는데도 그냥 가고 싶은 곳이 일본인가 봅니다.
요즘 상당히 이해못할 광경이 수도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일본 왕의 생일날 일본인들과 친일세력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파티를 열고 일본 국가를 부릅니다. 자기나라 국가를 어디서든지 부르지 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정서는 다릅니다. 조심스럽게 부르는 것과 내놓고 부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특별한 날 내놓고 일장기를 내거는 인간들도 존재합니다. 한국인인데 말입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 지 모르겠습니다. 3.1절 같은 이런날에 더욱 생각나는 것은 국적이 한국이라고 다 같은 한국인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오늘 3.1절을 맞이해 나라의 독립을 위해 한목숨을 나라에 바친 선열들과 외국인이면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욱 아끼고 위했던 영국인 베델 선생 그리고 미국인 헐버트 선생이 더욱 위대해 보이고 존경스럽게 생각이 됩니다. 또한 독립된지 8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친일청산을 제대로 시작도 못한 너무도 못난 후손들중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죄스럽게 생각되는 날이 바로 오늘 3.1절이기도 합니다.
2024년 3월 1일 삼일절날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