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기록하지 않은면 잊혀질 통영 섬 사람들의 이야기가
통영인뉴스 김상현 기자 <통영 섬 어무이들의 밥벌이 채록기>
통영인뉴스 김상현 대표기자의 . 지금 기록하지 않은면 잊혀질 통영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도 방언으로 담았다. 지앤유 제공
‘소녀처럼 첫 뽀뽀 이야기에 수줍어하는 어무이, 딸을 낳아놓고 당신처럼 힘들게 살까봐 맘껏 좋아하지 못했다는 어무이, 21살 어린 나이에 시댁 식구 아홉 명 밥을 해대느라 세월 다 보낸 어무이, 기다리던 손주 전화에 아픈 무릎은 잊고 한달음에 부산으로 달려간 어무이, 10년 만에 친정을 갔더니 ‘어머니가 처녀적 사이즈로 노란 예쁜 원피스를 사놨더라’는 어무이….’-<통영 섬 어무이들의 밥벌이 채록기> 272쪽
경남 통영에서 나고 자란 중견 기자가 13년간 섬 주민과 동고동락하며 기록한 평범한 ‘어무이, 아부지’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통영인뉴스 김상현 대표기자가 집필한 <통영 섬 어무이들의 밥벌이 채록기>다. 저자는 한산도, 좌도, 비진도, 추봉도, 지도(종이섬), 곤리도, 연대도, 노대도, 초도(풀섬), 국도 10개 섬의 먹을거리, 생활 양식과 섬에 사는 사람들이 먹고 산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냈다. 특히 섬 어르신과 나눈 대화를 그대로 살려 남도 방언을 읽는 맛이 쏠쏠하다.
저자는 과거 추봉도에서 이제는 자취를 감춰버린 조기가 많이 났었다는 기록을 토대로, 섬 마을 어르신들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지도(종이섬)에 대구가 많이 났었다는 통영 출신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 한 구절을 토대로 대구의 흔적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산도에선 멸치잡이 배에 직접 올라 조업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리곤 1960년대 멸치 조업 풍경과 멸치잡이 배에 실려 일본으로 건너가 히로시마 원자폭탄 터지는 걸 본 어르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통영인뉴스 김상현 대표기자의 . 지금 기록하지 않은면 잊혀질 통영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도 방언으로 담았다. 지앤유 제공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한다는 ‘매화의 섬’ 좌도. 겨울의 끝자락, 매화꽃 향기가 그득한 섬에서 고된 고구마 농사에 젊음을 바친 어미들을 만난다.
비진도에선 제주 해녀들과 마주한다. 1960~70년대, 옷과 가재도구를 챙겨 제주와 부산을 잇는 ‘도라지호’에 몸을 싣고 통영에 닿은 이들이다.
저자는 현대에 소비되고 있는 해녀의 이미지 그 이면을 파고든다. 강인한 해녀 이면에 있는 고단함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이 밖에 홍합으로 돈을 많이 벌어 ‘돈섬’이라 불리던 연대도, 부부와 염소만이 섬을 지키는 초도 등 책에는 통영의 사라질 것을 기록한다.
마지막 ‘남은 이야기’에는 통영의 섬에 난 길 중 비진도 산호길, 와다리거님길, 연대도 지겟길, 멧등개 가는 길 등 통영의 비경을 볼 수 있는 네 가지 길을 소개한다. 그리고 통영을 향한 애정, 그리움과 자부심을 더 한다.
통영인뉴스 김상현 대표기자의 . 지금 기록하지 않은면 잊혀질 통영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도 방언으로 담았다. 지앤유 제공
저자는 “다시 50년이 지나면 잊힐 통영의 생활상을 어르신들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담고 싶었다”면서 “통영 여행하는 법을 원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런 독자의 동반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덧붙여 “책이 나오기까지, 섬 ‘어무이’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