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대만 여행기입니다. 2년전 오늘은 타이페이 구시가지 쪽을 돌고, 타이난으로 이동했어요.
사실, 이날의 일정은 상당수 바뀔 수 있었습니다. 타이페이에 살던 친구 T가 자기네 교회에 오는게 어떻겠냐고 제의를 했었거든요. 그때 욕심이 많았는지, 타이페이 떠나기 전 보고 올 곳 산더미같이 염두에 두고 타이페이 역에서 기차 타기 전에 지하 전자상가 한번 가볼 생각에 싹 거절했었습니다. 보고 오겠다던 것 거진 다 보고 오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후회되는 결정이네요. 여행오기 전에 그에게 연락해서 자문까지 구했던지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오늘의 브금은 대만 국민밴드 五月天의 9집앨범 중 타이틀곡 <後來的我們>입니다. 위상으로만 치면 한국에서 YB가 갖는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밴드인데, 따뜻하고, 신나고, 희망찬 그런 곡들을 주로 쓰는 그룹이죠. 동남아 쪽에서도 꽤나 유명한 모양인지, 그쪽으로도 투어를 종종 다니는 것 같더군요.
많은 여행지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여행을 갈 때마다 그동네에서 유명한 밴드의 앨범을 수집하곤 했었습니다. 대만에서도 두 밴드의 음반을 샀었는데, 그중 하나가 저 9집이었죠.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편안해지더군요. 지금도 종종 꺼내서 듣는 편입니다.
<이날의 이동경로>
아침은 먹고 출발해야죠. 전날과는 다른 노점이 서있더군요. 그날은 주먹밥 대신 토스트를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전날의 그 기억때문에 다른 종류를 시키지 않았나 싶어요. 이 아침을 끝으로 이틀간 묵었던 숙소와도 작별을 고했습니다.
타이페이 중앙역 수하물 보관소에 짐을 맡겨놓고, 지하철로 가던 도중 발견한 모병광고. 17년에 갔을때는 곧 한다 한다 하던 모병제를, 이때 가니까 진짜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지금도 모병제를 찬성하는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기사를 본 적도 있기도 해서 말이죠.
여담으로, 저기 있는 다련장이 뭔지 몰라서 지하철을 타던 내내 검색해봤죠. 이런 물건이던데, 허믜... 거리면서 거진 다 읽고 나니까 이미 목적지인 지엔탄 역에 도착해 버렸습니다.
충렬사로 가던 도중 발견한 세이버. 근데 여긴 뭐하는 곳이냐구요?
1958년에 있었던 진먼 포격전의 승리를 기념하며 만든 공원입니다. 셸쇼크가 올 정도로 폭탄을 퍼부어대는 바람에 벙커 속에서 정신놓고 버틸 수 있게 독하디 독한 술을 만든 것이 지금 시중에서 팔리는 58도짜리 금문고량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격렬했던, 양안 간 (공식적인)최후의 무력대결은 세이버를 앞세운 대만 측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탑을 세운게 여기구요. 이 길 따라 가다보면 충렬사가 나오고, 더 들어가면 중화민국 해군성이 있는걸로 보아 이쪽 라인이 완전 삼각지 못지않은 군사계열 라인이다 싶더군요.
여차저차 해서 목표인 타이페이 충렬사에 도착했습니다. 사람 없을 때 쭉 돌아보려고 여행기간 내내 일부러 일찍 나와서 관광하곤 했는데, 여긴 아침 9시였는데도 버스가 여럿 서있더군요. 나름 놀랐습니다.
건물은 대충 이래 생겼습니다. 저 문 너머에 사당이 있는데, 거기는 못들어가고, 문까지만 가서 볼 수 있게 해뒀더군요.
참고로 문에 들어가면 좌우로 이런 부조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왼쪽은 중일전쟁 최대의 격전 중 하나였던 상하이 공방전, 오른쪽은 우창봉기 이전에 있었던 1911년 광주기의(황화강 사건)입니다.
여기서 또 만난 교대식. 처음 중정기념당에서 볼때는 절도있고 좋다-하고 있었는데, 두번 세번 보니까 좀 그런게 무뎌지긴 하더군요.
여기서 구글 맵을 켜고 찾아보니 들어온 길로 더 깊이 가면 해군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가보려고 했는데... 이건 뭐, 해군성밖에 없더군요. 안에 있는건가? 라고 해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 길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도교 사원". 관우를 섬기는 사원인지 상의 얼굴에 수염이 꽤 깁니다. 진짜 이런 사원이 지역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과장 더해서 예전 서울 야경에 네온 십자가 떠있는 것만큼 많았어요.
전날의 강행군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길래 잠깐 쉬어갔던 공원에서 한컷.
다음 행선지는 여기, 구글이 인증한 국부기념관입니다. 1일차의 국부기념관이 사적의 느낌이라면, 이날의 국부기념관은 말그대로 '기념관'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구성을 지녔습니다. 주변에 있는 꽤 넓은 공원에는 손문 선생의 어록으로 가득 차있고, 손문선생과 빡빡이 총통 아조씨가 관광객들을 기다리죠. 뒤에 타이페이 101은 덤입니다.
내부는 대충 이렇습니다. 손문 선생이 자리에서 관광객들을 내려다보는 형상이죠. 저 왼쪽에는 그에 대한 일종의 박물관이 있어요. 깔끔하게 정리해놔서, 첫날의 거기보다 정보를 얻는것 자체는 편했습니다.
꽤나 흥미로웠던 부분이라면 역시 이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손문 선생과 함께 식민지 대만 내 대표 지식인이었던 장위수 선생을 비교해서 정리했더군요. 뭔가 228 공원 내 박물관에서도 소개되었던 식민지 대만 내 독립세력에 대한 조명이 오버랩되더랍니다.
사실 동상보다도 이게 더 좋았습니다. 전 영토를 감싼 청천백일만지홍기와, 빨간 부분에 서있는 혁명의 주체인 인민들과, 그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손문 선생.. 뽕이 확 차오르더군요. 다만 중화민국의 "미수복영토"를 그대로 넣어둔것이 좀 불편하긴 했습니다.
또 만난 교대식. 3일동안 세 번이나 본 탓에 이번에는 이 사진만 찍고 딴거 보러 갔습니다.
다시 만난 타이페이 101. 동쪽으로 더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저 사진이 가장 근접한 타이페이 101 사진이었습니다.
이동하기 전에 먹었던 데리야끼 버거인데.. 대만에서 먹었던 것 중에서 유일하게 실망했던 것이었습니다. 뭐가 잘못 들어갔는지 나중에 배도 살살 아프고.. 이때를 기점으로 대만에서 다시는 맥도날드에 발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말로 언급은 많이 됐는데 사진은 처음 올라오는, 타이페이 중앙역입니다. 대만 여행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곳인데, 이제서야 등장하네요. ㅋㅋㅋㅋ
다음 장소로 이동하다가 발견한 한국음식점. 길가다 보면 한국식 식당이 조금씩 보이긴 했습니다. 하나같이 어휘나 문법이 조금씩 어긋나 있던게 약간 불편해서 그렇지. 번역기 돌려서 그랬겠죠 아마..
국립대만박물관입니다. 일제 시절 건물을 활용한 느낌이 드는 내부더군요. 꽤 좁은 공간에 특별전시를 포함한 여러 테마의 전시를 하고 있더군요.
어제 갔던 두 박물관과 비교해보자면, 순이원주민박물관이 고산족 내지는 대만 원주민을 소개하는 자리고, 국립고궁박물원은 중국의 주요 왕조를 이어온 중화민국의 법통을 과시하는 자리였죠. 여기는 대만 섬의 역사에 대해서 다룬다는 느낌이 큽니다. 선술했다시피 생각보다 좁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선사시대 조금, 원주민 조금, 일제 시대 조금 등등 조금씩 들어있다는 느낌을 받을거에요. 그래도 어제 잠시 언급한 곳이 이곳이니만큼, 순이원주민박물관을 가지 않고 여기만 방문해도 대강의 대만 원주민 역사는 알 수 있을겁니다.
음.. 다음 행선지는... 여긴 왠 은행이냐구요?
아, 여긴 자연사박물관입니다. 사실 비가 잠시 떨어지길래 피할겸, 박물관이길래 겸사겸사 들어갔더니 이런 뼈들이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진짜 가봐야 할 곳은 따로 있었으니...
여기 3층엔가 있었던 대만 산업은행 기념실입니다. 원래 지어진 목적도 일제 시기 은행으로 쓰기 위해서였고, 국부천대 이후에도 꽤 오랜기간동안 산업은행으로 쓰였던 건물이었거든요. 그 건물을 한번 싹 정돈하고, 내부 리모델링을 한 끝에 자연사박물관으로 재개장한 거죠.
그러니까 이 기념실은, 은행 시절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건물을 수리하고 보강하면서 있었던 사건들을 기록하고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곳이죠. 과거를 기억하는 방법으로서 꽤나 괜찮아보이더군요.
자, 관람 다 하고 나왔는데, 기차 시간은 꽤 남았고, 딴데 어딜 이동하기는 애매하고... 해서 구시가지를 빙빙 돌게 되었습니다.
십자가 크게 세우고 싶어하는건 한국이나 대만이나 똑같습니다.
타이페이 다니면서 여기만큼 화려한 도교 사원은 못본 것 같습니다.
돌다보니 발견한 타이페이성 북문. 남문이랑 비슷한 사이즈입니다. 예전에는 옹성이었던 모양이더군요. 현 시점에서 차이점이라면 여긴 주변에 공원이 있다는 점? 이름도 북문광장입니다.
광장 주변의 옛날풍 건물들. 구 서울시청이 떠오르는 디자인입니다.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긴 여기도 불의 고리 위에 있으니 지진이 종종 나더군요. 그래서 일본처럼 파괴가능한 창을 마크로 표시한 모양입니다.
북문 옆에는 이런 창고형 건물이 있습니다. 카페인가? 하고 가봤는데, 특별전시를 하고 있더라구요. 주제는 창고 주변의 100여년 전 모습이었습니다.
북문광장의 주변부에는 100여년 전 때깔 그대로 복원된 건물들이 존재합니다. 이 전시에서는 그 시절 지도와 모형을 통해 그때 광장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역시 AR 앱을 통한 복원을 시도했다는 점이죠. 앱을 깔고, 모형을 카메라로 비추면 AR이 뜬다고 하더라구요. 교체 타이밍을 꽤나 지났던 제 폰에서는 안됐지만.. 무튼 상당히 신기하더랍니다. 100MB가 넘어가는 용량의 스탠드 얼론 애플리케이션이 역시 걸리긴 했는데, 그런거 치고 상당히 참신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에는 지하 전자상가를 갈 생각이었는데.. 개미굴마냥 꼬여있어서 기차시간 직전에야 들어가는 곳을 찾았습니다. 아이고 두야. 그래도 귀여운거 많이 팔더군요. 진짜 덕질의 천국입니다. 그런데..
홀리쓋, 이걸 기차역 지하상가 한복판 가판대에서 팔더군요. 저기 둔부 다 보이는 다키마쿠라 커버도 팔던데... 신기한 동네입니다.
무튼, 타이페이에서의 일정은 여기까지였습니다. 대만판 새마을호를 타고 4시간을 달려..
타이난으로 갔습니다. 여기서는 마중나와준 친구 M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오토바이를 타봤습니다. 시원하고 좋긴 한데, 한손에 10kg 가까이 하는 여행가방을 들고있으니 힘들더군요. 무튼 그 친구의 도움으로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타이난 북부의 야시장도 가고 오토바이 투어를 하면서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끗-
왜 글밖에 없냐구요? 사실 이날의 타이난 일정은,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사진이 거의 없어요. 많이 못 찍기도 했고, 찍은 것도 친구 M의 폰에 있는게 대다수이기도 하고, 받은 사진을 소실한 것도 있고... 해서 짤막한 글로밖에 남기지 못했어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찍은 사진을 올리는 편이 낫겠죠?
솔직히 말합니다. 전 이런 식의, 그림으로 된 영화 간판은 여기서 처음 봤습니다. 맨발의 겐 시절에나 있는 건줄 알았는데, 여기선 그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더군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유적 옆에 있던 국수집입니다. 그런데 역사가... 1895년부터 시작된 집입니다. 대만이 청나라에서 일본으로 할양되었던 시절부터 있던 국수집인 셈입니다. 애석히도 시간상 저기서 한끼를 때우지는 못했습니다.
흔한 타이난의 좁은길. 걸어다니면서 보는 맛이 있었던 것은 여기가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타이난 명물 중 하나라더군요. "사랑의 골목". 하지만 남정네 둘에게 그런 감정 따윈 있을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숙소 TV켰더니 나온 팬텀싱어. 편 이름은 기억이 안납니다. 뭐 채널 조금 돌리니 런닝맨도 나오고 하더라구요. 무한도전 종영 이후로 TV 프로그램이랑 연을 끊어서 그렇지...
그렇게 해서 3일차의 일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내일 4일차 일정으로 다시 봐요.
첫댓글 잘 봤습니다. 중화권은 홍콩밖에 못 가봤는데, 건조한 북방 중궈의 이미지에 익숙한 제게 녹음이 우거진 열대중궈의 모습은 굉장히 신선하군요ㅋㅋㅋ
사진만 봐도 습기가 촉촉~ 해보입니다ㅋㅋ
그나저나 “사랑의 골목”이라니! 웬지 한국인이 득시글댈 것 같은 곳이군요. 전세계 어딜 가도 “사랑~ 뭐시기” 장소는 죄 한글과 우리 동족들로 가득가득
오늘도 감사합니다. 아마 내일 글이면 진짜 녹음 우거진 열대중궈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ㄲㄲ
사랑의 골목의 경우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1) 어딘지 기억도 잘 안나는데, 타이난 관광의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 있었다.
2) 찾는다고 정보를 딸딸 긁어간 나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인을 못봤던 것 같습니다. 밤 10시쯤 갔으니 시간이 늦기도 했고..
지진대라서 파괴가능한 창을 마크로 표시해둔 것이 신기하네요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