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살이는 꿈결처럼 행복했다
삼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곳이지만 고향같은 곳
초등학교 일학년때 서산쪽으로 이사와서 여기 저기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이사를 다녔는데
서산군에 있는 면소재지로 이동을 하다보니
서산시내에서도 살고 성연 남면 원북 안면도 이렇게 다섯가운데를 돌며 살았다
안면도에 정착을 하면서 살았으니
가장 오래 살았고 지금도 남동생이 주유소를 하고 있으니 거기가 친정같은 기분이다
남동생도 내가 이사간다니 가까이 있어 든든하고 좋았는데 너무 서운해 하고
친구들이나 동호회 모임에서도 서운해 한다
가장 이곳을 떠나기 싫어하던 남편도 결국은 어쩔수 없이 손을 들었는데
그나마 아기키우는데 삼년정도 봉사해주고
다시 이곳 태안으로 돌아오자는 말에 위로를 받는다
북쪽의 끝 만대항을 비롯하여
신두리사구로 학암포로
백리포 천리포 만리포
모항항 아치내 해변 채석포와 연포해수욕장 안흥항으로 신진항으로
몽대포항과 몽산포해수욕장 청대포 해수욕장 바람의 해변과 원산도로
영목항으로 황도와 모래조개가 많이 나오는 해변으로
참 많이도 돌아다녔구나
손님이 오면 으례 나문재팬션을 데리고 가서 차를 한잔씩 마시며 즐거워했고
우리 동창들과 팬션의 하루밤을 지내며 노래방도 때렸고
또 동무들과 바지락을 잡으러 가고
카페지기를 따라 홍합을 따고 굴을 따기도 했다
새섬쪽으로 빠리고동과 굴뻑을 주우러 가기도 했고
친구들과 밤을 주우러 가고 고사리를 꺽으러 다기니도 했다
카페에서 만난 신사아저씨는
근사한 카페로 맛난 맛집으로 백화산정상으로 만리포 국사봉으로
아름다운 곳을 찾아 기꺼이 안내자가 되어 길잡이가 되어 주었지
그해 여름에 고향인 부산으로 이사가는 바람에 더 함께 하지 못했는데
십여년 전에 아내가 암으로 떠나고 혼자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사람인데
마땅한 사람을 소개시켜 주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마음 문을 안열고 그냥 홀로 살아간다
머슴애 동창은 땅부자라서 고사리가 올라오면 부른다
고사리 꺽으러 와...
머위잎에 모란꽃에 동백꽃에 참가죽 나물에 엄나무순에
그 집을 나서는 나의 손에는 정말 큰 봇짐처럼 풍성한 먹거리가 들려있었지
남편도 바다를 좋아하게 되어
바람을 쏘이러 나가면 그리도 좋아했다
만리포해변에서 걷기 운동도 했고
천리포 생태관에 들어가 쉼을 얻기도 했다
추어탕이나 선짓국 칼국수 짜장면
때로는 오리주물럭을 사먹으러 다녔는데
유난히 몽대포 가는 길목의 도토리 들깨 수제비를 좋아했다
복지관에서 인물화와 수채화를 배웠고
민화를 접했으며 이사오자 바로 탁구 렛슨에 들어가며 동호회에 가입하여 내 자리를 잡았다
날마다 보는 회원들의 뱃속까지 들여다보며 신물이 나기도 했고 화가 치밀기도 했으나
이제는 물에 술을 탄듯 술에 물을 탄듯 모두 포용하고 아주 좋은 관계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제는 살만하니 떠나야 한다니 남편보다 내가 더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다
가창오리떼가 무리리어 날아가는 모습
까맣게 논에 앉아 먹이를 찾는 모습
노을 지는 바닷가에서 너무나 아름다워 마음을 모두 빼앗기고 앉아있던 날들
안면수산시장의 단골 횟집에서 먹던 그 매운탕의 맛
싸고 맛있는 시장골목의 그 칼국수와 콩국수
친구네 집에 모여 우럭국지를 끓여먹고 만두를 빚어먹으며
입방아를 찧고 다시 소녀시절로 돌아가던 날들
얼굴을 밀고 개똥밭처럼 되었든 때
하필 엄마의 장례를 치루었지
모든 날들이 그렇게 행복하게 지나갔네
다시 태안으로 돌아온다는 보장된게 없지만
이곳을 떠나면 너무나 많은 추억을 쌓은 이곳을 무지 그리워할거다
하나하나 짐정리를 하면서
다시 살아야될 그 곳에 적응을 잘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나외 헤어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은혜와 은총을 베풀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다시 만나야 되는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특히 영성으로 맺어질 관계의 사람들을 기대하고 있다
고단하여 일찍 잠이 들면 으례히 새벽 두시나 세시되면 잠이 깨어나니
나이 듦의 변화에 적응하며 오늘은 일찍부터 컴에 앉아 태안정리를 해본다
내가 눈을 감는 마지막 날에도
지나간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진정 행복했노라고 말할수 있을까
첫댓글 아니...떠나기 전에 차라도 한잔 하고 가시지...
태안이 고향이시니 다시 오시기는 하겠지만안요.
벌써 삼년이 지났군요.
서울 살이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빌어유..
네 그동안 남편이 넘어지고 수술들어가고 정신없었는데 그래도 행복한 태안살이였네요
오신지 벌써 3년이되었군요 3년을 알차게 재미있게 보내신것 같습니다
네 태안입성 처음에 도와주셔서 감사했구요 바다를 한번 다녀오면 삼일을 아파서 통 해루질을 못다녔습니다
주마등처럼 지난 필림은 한편의 영화로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글에서 거명하는 지명을 익혀 알기에
글을 아주 실감 있게 잘 읽었습니다.
사실적인 태안의 추억 창고가
수륙양용조선나이키를 타고 달리며
탁배기 한 잔 카 하는 기분입니다.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길 빕니다.
탁배기 맛을 모르지만 감사합니다 ㅎㅎㅎ
글을 읽으면서 저도 태안을 떠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시해 보았습니다.
태안 구석구석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지금도 태안은 나의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