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4. 3. 27. 수요일.
오전에 도자기 화분 안의 흙을 덜어내서 헌 냄비 안에 넣고는 물 부었다.
주방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는 가스불을 켜서 흙을 삶았다.
6분 정도.
흙을 뜨겁게 삶은 이유는 있다.
일전 화분 흙을 뒤적거리니 공벌레 여러 마리가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았다.
이런 흙 속에 고추씨앗을 뿌려서 새싹을 틔울 수는 없을 터.
고추씨에서 싹이 막 튼 어린 뿌리를 공벌레가 잘라먹을 것으로 예상되었기에, 사전에 흙을 뜨겁게 삶겠다고 생각했다.
흙 속의 벌레와 병균을 없앤 뒤에 자잘한 고추씨앗 몇 개라도 뿌려서 새싹을 틔워 모종으로 활용하고 싶다.
지난해 봄에 심었던 고추 모종 4포기 가운데 1포기는 1년도 훨씬 넘게 지금껏 살고 있다. 지금까지도 붉은 고추 세 개가 열려서 매달렸고, 겉표면이 나날이 물기가 말라가는 붉은 고추.
고추씨를 뽑아낸 뒤 이를 흙 속에 묻어서 싹 틔워서 모종으로 키워 증식하고 싶다.
증식이 성공한다면 나중에는 더 많이 키우고 싶다. 화분농사를 꿈꾸기에.
내 몸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안에 있어도 마음은 늘 서해안 산골 아래에 있는 시골집에 내려가 있다.
하지만 시골에 내려갈 수도 없는 요즘이다. 이제는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더욱 늙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함께 내려가야 할 아내는 시골생활 부적응자이기에 시골행을 극부 거부한다. 시골에 가면 살갗이 부르튼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고 있는 내가 혼자서 시골에서 살 수도 없다.
별 수 없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머물면서 살되 아파트 베란다에 크고 작은 화분을 올려놓고는 '화분농사'라도 짓고 싶다.
지난해 큰 호박에서 꺼낸 씨를 보관했다가 겨울 끝날 즈음에 화분 흙 속에 넣고는 물을 조금씩 부어주었더니만 요즘에는 싹이 튼다. 호박 모종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왔으며, 아직도 계속 새싹이 움트고 있다.
싹이 다 튼 뒤에서나 원래의 화분에서 모종을 덜어내서, 분리하여 하나씩 이식해야 한다.
모종이 제대로 잘 크면 넝쿨이 길게 늘어나고, 넓적한 호박잎사귀가 베란다를 가득 덮을 것 같다.
비좁은 아파트 안이라도 꼼지락거리며 일하고 싶다. 화분 흙을 뜨겁게 삶아서 흙 속의 벌레를 잡아내고, 벌레와 병균을 없앤 흙에 자잘한 식물 씨앗을 묻어서 싹을 틔우고 싶다. 뿌리가 나고, 줄기도 굵어지고, 잎사귀도 넓적하게 키워서 열매도 보고 싶다. 아파트 실내에서 화분농사가 가능하도록 실험하고, 체험하면서 식물재배 공부는 물론이고, 노년의 삶을 가치 있게 보내는 인생공부를 더 하고 싶다.
낱말 차이에 대해서 더 확인해야겠다.
새싹 : 보리, 밀, 콩, 벼 등 씨앗이 터서 점차로 자란다. 대체로 1년생 작물의 씨앗이 움을 트는 것을 뜻한다.
새순 : 다년생 나무 가지에서 새롭게 움이 튼다. 다음 해에서도 또 움이 튼다. 새잎.
움트다 : 새싹이 돋기 시작한다.
싹트다 : 처음 생겨나다
발아(發芽)하다 : 눈트다. 싹트다.
아생(芽生)하다 : 싹이 터 나오다
자아(子芽) :
부아(副芽) :
< 충남도정 신문> 998호(2015. 3. 25.) '식물원의 새 봄, 새싹, 새 순들'에서 인용한다.
새순 : 여러해살이 식물로 겨울을 보내고 봄에 나는 순이다. 새로 돋아나는 순이다. 새순은 여러 번 나온다.
새싹 : 씨앗이 자라 새로 나온 싹이다. 새싹은 한번 나오면 그 식물에서 다시 나오지 않는다.
움 : 움이 자라서 싹으로 바뀐다.
음이 나오는 것을 '트다'라고 한다.
싹이 나오는 것을 '나다' 또는 '돋다'라고 한다.
2
오늘 오후에 아내와 함께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또 나갔다.
석촌호수 동호에서는 '벚꽃축제(2024. 3. 27. ~ 3. 31.)'를 시작했다.
아쉽게도 '벚꽃 없는 벚꽃축제'이다. 오후 3시 반을 넘었는데도 무대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다.
야외 간이천막에서 소소한 상품이나 조금 진열했다. 행사자와 지원자의 인건비라도 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일 만큼 관람객이 별로 없다. 행사를 계획한 행정기관의 '그들만의 잔치'일 것 같다.
아내와 함께 귀가하다가 아직은 팔팔하게 보이는 장년 노인을 보았다.
내가 다가가서 '혹시 차대령님 아니십니까? 나는 최윤환입니다.'
아주 오래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 MND에서 근무할 때 같이 통근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아는 사이가 되었다.
다행히 그도 나를 알아본다.
그 당시 그는 군인이었고, 나는 공무원이었다.
헤어진 뒤 아내는 나한테 물었다.
'그 분은 당신보다 훨씬 젊네요.'
내가 말했다.
'군인들은 공무원들보다 훨씬 젊어.'
귀가한 뒤 장교의 정년을 확인한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하면서....
소령 45세, 중령 53세, 대령 56세, 준장 58세, 소장 59세, 중장 61세, 대장 63세.
* 영관장교가 정년을 일찍 맞이하는 게 안타깝다.
군인들은 진급이 빠른 대신에 제때에 진급하지 못하면 보다 일찍 전역해야 한다.
일찍 퇴직하면 어디에서 새 직장을 구할 것인데?
일반직 공무원 정년 60세.
최근에 연금법이 개정되어서 첫 연금 수령시기가 조금씩 뒤로 늦춰진다고 한다.
일찍 퇴직하면.. 첫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새 직장을 얻어야겠구나.
나는 2008년 6월 30일 직장을 떠났고, 다음 달부터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했다. 제2직업을 구하지 않고는 그참 시골로 내려가서 어머니와 함께 둘이서 살기 시작했다. 수십 년 만에 둘이서 ....
2024. 3. 27. 수요일.
첫댓글 흙을 끓는 물로 소독해서 쓴다고요? 씨앗 파종할 때도 제발 하지마세요 / 흙 재사용 하지마세요 시리즈 2탄
https://youtu.be/YtT_-8Ert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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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좋은 정보이군요.
아쉽게도 제 컴퓨터에서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흙을 뜨겁게 삶아서 살균처리한 뒤에 그 흙에 씨앗을 파종하지 말라는 이유를 더 공부해야겠습니다.
저는 직접 실험해서, 경험해서 확인하려는 습성을 지녔지요.
지난해 서울 송파구 방이시장으로 장 구경 갔다가 엄청나게 큰 호박 한 덩어리를 사서 두 손으로 껴안고는 낑낑거리며 운반했지요.
굽은 등허리가 더욱 아파져서 조금씩 걷다가는 내려놓고. 또. 또또. 걷고....
그 호박씨를 소중히 여겨서 화분 흙 속에 묻었더니만 지금 100개도 더 넘는 싹이 올라왔지요.
실험하는 화분농사는 반쯤 성공?
아내는 욕심을 내어 '잘라서 먹고 싶다'라고 말하대요.
나중에 모종을 시골로 가져가서 텃밭에 하나씩 심어서 또 실험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