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安眠). ‘편안히 잔다’는 뜻의 한문식 이름을 지닌 안면도는 국내 대표적인 해양 휴양지로서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 여섯 번째 큰 섬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지만 원래 날 때부터 섬이었던 건 아니다. 지금의 청포대 해수욕장 밑으로 길게 이어진 ‘태안곶’이라는 이름이 붙은 육지의 한 부분이었건만 조선시대 들어서 섬으로 변해버렸다.
전라도와 충청도 지역에서 올라오는 세곡(稅穀)의 해상 운반이 불편하자 잘록한 부분을 파내어 하나의 섬으로 만들어 버리고 물길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다가 후대에 들어 다시 사람들의 왕래가 불편하다 하여 다리를 놓으니 삼백년 만에 육지가 섬이 되었다가 다시 육지가 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곳이다.
해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안반도의 권역 안에서도 안면도는 가장 인기 있는 명소로 손꼽힌다. 특히, 섬 전역에 심어진 소나무는 안면도를 소나무섬이라고 불러도 좋으리만큼 그 수가 많다. 보통 소나무가 아니다. 옛날, 나라님 계신 궁궐의 자재로 썼다는 소나무이다. 그 소나무숲은 일반 백성들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도록 나라에서 엄격하게 관리를 했었는데 지금은 휴양림이 들어서서 일반 백성들도 가족여행지나 산림욕장으로서 그 성역을 맘껏 경험할 수 있다. 해무 속에 쭉쭉 뻗어 올라간 안면도 소나무를 보면 이제껏 접해온 소나무와는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오죽하면 안면도 소나무를 안면송(安眠松)이라 하여 따로 불렀을까.
< 안면도의 홍송 >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안면도 여행의 재미는 갯벌체험에 있으리라. 안면도뿐만 아니라 태안군 전체 지도를 놓고 봤을 때 서쪽 해안가는 줄줄이 해수욕장들로 연이어져있다. 어찌 보면 커다랗게 늘어진 하나의 해수욕장이랄 수 있다. 단지 한 구비 넘고 마을 하나 건너면서 다른 이름이 붙은 것뿐이다. 이러다 보니 태안의 해수욕장은 그 수가 서른 개에 이른다.
< 이름도 예쁜 바람아래해수욕장 - 관광객이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
보통 때는 은빛 모래 반짝이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이지만 썰물이 되면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는 마법의 땅이다. 이 곳 갯벌들에는 휴일만 되면 조개잡이 같은 갯벌 체험을 즐기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그 중에서도 소금을 뿌려 잡는 맛조개 잡이는 특별한 손맛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여행객들이 발 벗고 뛰어드는 조개 잡이 체험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낮에 즐기는 갯벌체험의 묘미가 맛조개 잡기라면 밤은 해루질 체험이다. 해루질 체험이란 최간조 시각이 밤과 맞물릴 때 간조선을 따라 흔히 골뱅이라고 불리는 큰구슬우렁이나 조개, 낚지, 물고기 같은 수산물들을 주워 담는 것을 말한다. 불빛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즉석에서 요리도 가능하니 체험의 즐거움은 대낮의 조개 잡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안면도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은 곳은 꽃지 해수욕장이다. 예로부터 낙조가 유명하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몰렸으나 지금은 대형 해양휴양시설이 들어서면서 편히 쉬어가려는 사람들과 젊은 커플들, 레포츠 마니아들로 연중 북적이고 있다.
< 꽃지해수욕장과 방포해수욕장을 잇는 꽃다리 >
이웃한 방포 해수욕장에는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어 자연 생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한번 쯤 들려볼 만하다. 모감주나무는 열매로 염주를 만들었다고 하여 염주나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중국에서 씨가 떠 내려와 자연스레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군락을 이루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섬 여행에서 포구는 빼 놓을 수 없는 코스. 안면도 최남단인 영목항이나 초입의 백사장항을 추천할 만한데 백사장항의 경우 태안군 최대의 대하 집산지로 이름난 곳이다. 대하철만 되면 많은 식도락가들의 발길로 북적이는데 대하 외에도 여러 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그 밖에 고남면의 패총박물관이나 입구의 해수탕등도 추천할만한 집, 7월과 8월에는 안면도 들어가기 전의 청산 수목원에서 연꽃축제를 개최하고 있어 연계여행지로 추천하고 싶다.
* 찾아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홍성 나들목으로 진출. 안면도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서산 방조제를 지난다. 간월도를 지나 끝까지 진행하면 T자형 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태안읍내이고 왼쪽은 안면도이다.
* 롯데오션캐슬 (041)671-7000/ 안면 녹차해수탕 672-1800
* 꽃지에 대규모 숙박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섬 전체에 펜션들이 성업중이다.
고남면의 바람아래펜션(673-4101)은 어린이풀장을 포함한 야외 수영장까지 갖춰져 있어 인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