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교회> 건축을 보면서
나는 30년 가까이 건축설계를 해왔다. 그동안 수많은 설계 사례를 보았지만 최근 내 상식에 벗어난 건축을 처음 보았다. 강남에 있는 <사랑의 교회>가 도로를 침범하여 건물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30년 동안 건축설계를 하는 동안 일반인 또는 교회가 한 번도 도로 밑 건물을 짓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런 건물을 본적도 없다. 도로를 침범하여 건축을 할 수 없는 것은 건축법에 규정된 <건축선> 때문이다.
강남 ‘사랑의 교회’ 기막힌 신축공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69577.html
건축법 제46조(건축선의 지정)을 보면 “도로와 접한 부분에 건축물을 건축할 수 있는 선[이하 "건축선(建築線)"이라 한다]은 대지와 도로의 경계선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어 원칙적으로 도로를 넘어 어떠한 건축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이런 것을 예외로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 데 이것은 아래 참고자료에서 보듯이 도로법 시행령 28조 5항에 언급된 ‘지하상가·지하실·통로·육교,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 이다. 그러나 링크된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지하를 교회로 이용한 경우”는 없었다.
이렇게 도로에서 건축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도로가 공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건축선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한 예를 보자. 도로법 시행령 28조5항에 도로 사용료를 내고 점유할 수 있는 것 중에 <지중정착장치(어스앵커)>가 있다. 이것은 지하층에 가하지는 토압을 견디게 하기 위하여 건물지하층의 흙과 면한 벽에서 도로 쪽 땅속에 임시로 설치하는 철선이다.
<어스앵커>는 건축공사기간동안에만 필요하기 때문에 나중 도로 굴착을 할 때는 잘라버려도 되는 시설물이다. 그러나 이런 임시시설물조차도 이제는 거의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도로로 돌출된 <어스앵커>가 추후 도로굴착공사를 할 때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임시시설물조차 설치할 수 없게 하는데 하물며 영구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일반 건물을 짓는 사람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도로는 공공소유물이다. 따라서 도로법 3조에는 ‘사권의 제한’이라는 규정 하에 “도로를 구성하는 부지, 옹벽, 그 밖의 물건에 대하여는 사권(私權)을 행사할 수 없다.”라고 되어 있다. 즉 도로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로법 39조에 보듯이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할 경우 도로점용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하였다.
그리고 도로법 시행령 28조 5항에 명기된 도로점용이 가능한 시설을 보면 공공시설과 교통관련시설이 대부분이고 건축물로는 예외로 “지하상가·지하실·통로·육교,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 우선 <지하상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도로 아래 만들기 때문에 추후 지하차도 등과 같은 새로운 시설을 조성하려 할 때 언제든지 철거할 수 있는 독립구조이다. 또한 <통로>도 <지하도 연결 통로>와 같이 추후 언제든지 철거해도 본 건물 사용이나 안전성과는 전혀 관계없다. 그렇기 때문에 설치가 가능한 것이다.
즉 법 취지를 보면 나중에 지하 건축물을 언제든지 철거해도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랑의 교회> 건축허가를 내준 것은 바로 “지하실”과 그리고 “그 밖에 유사한 것”이라는 부분을 확대해석한 것이다. 법을 해석하는 권한을 공무원에게 과도하게 줄 경우 재량권을 남용할 수 있기 때문에 법해석은 극히 제한된 범위로 한정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미 기사에서 변호사가 지적하였듯이, 도로에 대한 사적권한을 제한한 도로법 3조의 취지에 부합하려면 '지하실' 또한 공익을 위한 시설로 한정해야 하는 것이 맞다. 설사 지하층설치를 허가한다 하여도 추후 도로지하에 시설물 설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언제든지 철거가 가능한지, 본건물 구조와는 반드시 독립되어있는지를 살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잘못된 것은 이번 <사랑의 교회>의 건축은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재량권을 넘어 법을 확대한 해석 하였다. 이미 유사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해석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래 대법원 판례를 보면 지금 <사랑의 교회>보다 점용범위가 훨씬 좁은 두 건물을 이어주는 연결통로임에도 불구하고 도로점용에 대하여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공공도로 밑 종교시설 불허’ 대법판례 확인하고도 공사 허가 내줬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69749.html
대법원 2008.11.27. 선고 2008두4985 판결 【건축불허가처분취소】
http://glaw.scourt.go.kr/jbsonw/jsp/jbsonc/jbsonc08.jsp
이번 건축허가가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유사사례를 막을 방패막이를 없앴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문 내용에서 동대문구청이 허가를 내주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앞으로 유사사례가 나올 경우 허가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사랑의 교회>건축허가로 최소한 서초구청에서는 교회가 도로를 침범해 지하층을 만들어도 허가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 이런 점에서 동대문구청의 태도는 지자체의 귀감이라 할 수 있다.
* 건축허가는 지자체 권한이므로 다른 지자체에서 유사한 사례가 적용되기는 힘들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8m도로에 대한 점용허가이지만 이것을 확대 해석하면 폭 20m에 이르는 넓은 도로 전체를 교회 지하층으로 사용한다고 하여도 허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에 특혜를 주었으니 다른 종교단체에서도 같은 권리를 요구할 것이다. 더 나가서는 다른 공익단체들이 공익목적을 빙자로 비슷한 건축을 한다고 할 때 그것을 제재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 판례에서 보듯이 서초구청은 허가를 판단할 때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 도로법에서 정의한 공익사업은 무엇인지 또한 교회가 짓는 건물이 공익사업의 용도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하며 영구시설이 들어갈 경우 추후 공익사업을 위해 도로를 재 굴착할 때 원상복구가 가능한지도 엄밀히 따졌어야 한다. 결국 구청의 졸속판단 때문 쓸데없는 상상을 자초하게 되었다.
또한 교회도 자중했어야 한다. 기사에 의하면 더 많은 회중석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를 점용하였다고 한다. 더 넓은 회중석이 정말 필요하였다면 땅을 더 사는 것 등과 같은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법 정신까지 훼손하면서 교회를 지었을 때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하여 조금은 더 생각했어야 한다. 교회가 좁으면 좁은대로 목회를 하는 것이 겸손을 표방하는 종교인의 자세가 아닌가 한다.
가뜩이나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가 점점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무리수 때문에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를 더 나쁘게 만들었다. 교회가 권력기관이 되어 법을 무시하고 행정관청까지 좌지우지하는 되었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개신교에 대한 사회인식이 지금처럼 최악인 상황에서는 대형교회일수로 더 낮은 데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추신 :
글을 올리고 나니 새로운 사실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다. 전체적으로 도시 계획을 변경하면서 건물을 지었다는 내용인데 많은 혜택이 주어진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도로 위치를 변경하는 경우는 있다.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는 경우 그렇게 해주기는 한다. 그러나 개인이나 교회 건물을 지으면서 저렇게 특혜를 주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동대문구 교회경우 지하에 통로 내는 것도 불허했다. 그러므로 도로 폐쇄같은 것은 거의 생각지도 못한다. 그럴 경우 모든 지자체의 허가 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아마 비슷한 경우 다시 서울시에 심의를 신청해도 통과되지는 못할 것이다. 왜 모교회는 허가해주고 나는 안되는가 이야기해도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등의 이유로 허가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모든 면에서 씁쓸한 교회건축이다.
편법공사 물의 ‘사랑의 교회’ 서울시가 도로위치 바꿔줬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70364.html
참고 자료
도로법
제3조(사권의 제한) 도로를 구성하는 부지, 옹벽, 그 밖의 물건에 대하여는 사권(私權)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38조(도로의 점용) ① 도로의 구역에서 공작물이나 물건, 그 밖의 시설을 신설·개축·변경 또는 제거하거나 그 밖의 목적으로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는 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은 사항을 연장 또는 변경하려는 때에도 또한 같다. <개정 2010.3.22
제39조(공익사업을 위한 도로의 점용) 관리청은 법률의 규정에 따라 토지를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공익사업을 위한 도로의 점용허가를 거절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교통량이 현저히 폭주하는 경우
2. 특별히 너비가 좁은 도로로서 교통을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
3. 그 밖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도로법시행령
제28조(점용의 허가신청) ⑤ 법 제38조제2항에 따라 도로의 점용허가(법 제5조에 따라 다른 국가사업에 관계되는 점용인 경우에는 협의 또는 승인을 말한다)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물건, 그 밖의 시설의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개정 2010.9.17>
1. 전주·전선·변압탑·공중선·우체통·공중전화·무선전화기지국·종합유선방송용단자함·발신전용휴대전화기지국·전기자동차 충전시설·태양광발전시설·태양열발전시설·풍력발전시설,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2. 수도관·하수도관·가스관·송유관·전기통신관·송열관·지중정착장치(어스앵커)·작업구
(맨홀)·전력구·통신구·공동구·배수시설·수질자동측정시설,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3. 주유소·주차장·여객자동차터미널·화물터미널·자동차수리소·승강대·화물적치장·휴게소,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과 이를 위한 진·출입로
4. 철도·궤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5. 지하상가·지하실·통로·육교,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6. 간판·표지·깃대·주차측정기·현수막 및 아치
7. 공사용 판자벽·발판·대기소 등의 공사용 시설 및 자재
8. 고가도로의 노면 밑에 설치하는 사무소·점포·창고·주차장·광장·공원, 체육시설,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시설
9. 제1호부터 제8호까지 외에 관리청이 도로구조의 안전과 교통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한 공작물·물건(식물을 포함한다) 및 시설로서 국토해양부령 또는 해당 관리청의 조례로 정한 것
첫댓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셔서 한 눈에 전체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강권하여 데려다가 내 집을 충만하게 하라.....................................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
어머나...
다른교회도 아니고 사랑의 교회가 그런일을 하다니...
참말로 걱정이네요...
사랑못받는 교회가 되고 싶은가봐요.ㅎ
사랑의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는 모르겠으나 앰뱅할 정치넘덜이 끼어든 공사니 안봐도 비데옵니다! 써글잡긋들!!! 지하에 몽땅 깔려버려랏!!! 부실공사나 되버려랏!!! 나라가 머가 될라고... ㅉㅉㅉㅉㅉ 잡긋들!!! 악담을 안할수가 없구만!!! 에잇~~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