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던 부분에 갖은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노인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말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출산도 이런 식으로 방치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연금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모두 다 사회적 대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사항들입니다. 저출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국가가운데 한국이 단연코 세계 1위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 어느 누구도 사회적 합의를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국민들은 관심조차 갖지 않습니다. 그냥 남의 나라 일입니다. 자신에게 당장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으니 무심한 것입니다. 한국인에게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교육과 병역의무라고 하지요.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경우 가장 무관심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내가 내 가족이 해당되면 엄청난 관심 아니 모든 것을 다 걸고 나서지만 일단 해당사항이 사라지면 그냥 남의 나라 일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문제해결은 요원한 것이지요.
누군가는 말합니다. 한국인은 특정한 사안 즉 IMF같은 위기가 닥치면 국민들이 모두 합심해 단합한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지난 1997년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바로 금모으기 운동 말입니다. 그 당시는 정말 대단했지요. 각 가정에 숨겨둔 금반지를 그냥 가지고 나온 것입니다. 물론 국영방송에서 캠페인 방송을 강하게 했던 영향도 있지만 그때 국민들의 열기는 굉장했습니다. 그래서 세계 역사상 최단기일에 빚을 다 갚은 것 아닙니까.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과연 그럴까요. 그때부터 27년이 흘렀습니다. 그때와 사회적 분위기가 비슷할까요. 글쎄요.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갈등이 깊은 나라로 손꼽힙니다. 물론 갈등이 없는 나라와 갈등이 없는 사회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한국은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강한 갈등의 나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말입니다. 갈등이 많은 사회에서 국민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이제 만일 한국이 또 한차례 IMF 사태를 맞는다면 과연 금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이 몇%나 될까요.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27년전과는 아주 많이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사안이 참으로 많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급감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떨어지고 고령화는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세대가 부담해야할 의무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출산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생산연령인구 즉 15살에서 64살까지의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70%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내년에 60%대로 하락하고 15년 뒤인 2040년에는 50%대까지 떨어진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반해 노령인구는 더욱 증가하게 됩니다. 현재 20%정도인 65살 이상 노인비율은 2040년에는 34%까지 치솟게 됩니다. 노인인구가 급증한다는 것은 그만큼 젊은층들의 노인부양 부담이 심화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죠.
노인부양 부담이 급증한다는 것은 바로 연금과 각종 복지 그리고 의료부문에 있어 더욱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바로 젊은 세대가 짊어져야할 부담이 급증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앞으로 젊은세대가 자신들의 소득의 40%를 세금으로 내야할 상황이 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 저출산과 초 고령화나라인 한국에 태어난 죄로 젊은층이 감당해야 하는 의무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인 연령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정말 필요한 시점이 된 것입니다. 노인들의 지하철 무료 탑승과 관련해서도 이런 저런 갈등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인편을 들수도 젊은이편을 들수도 없는 그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둘 수만은 없습니다. 정치 지도층과 사회지도층들이 중심되어 국민적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절실한 시점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반응하지 않습니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찾는다는 심리가 작용합니다. 바로 선거에서 표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긇어서 부스럼 만들바에야 아예 끼어들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이죠. 그러면 언론을 비롯한 사회적 기구들이 나서야 하지만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괜히 욕먹을 짓을 하지 않겠다는 판단에 따라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세대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그렇게 깊어진 갈등의 골은 더욱 메워지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에서는 고령층과 젊은층의 갈등관계를 해결할 각종 기구들의 만들어지고 그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들 상당수의 반대에도 연급법 개정을 강행했습니다. 비록 마크롱 자신의 지지율은 하락했지만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한 것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불만이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 조금의 희생은 감수하겠다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한국은 지금 더욱 시급한 상황입니다. 초 저출산과 초 고령화 어느 한쪽도 쉽지 않습니다. 아니 지금으로서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오직 사회적 대합의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치권도 사회적 리더그룹도 종교계도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 부처에서만 이런 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야말로 언발에 오줌누기식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흐르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 시기를 더욱 놓쳐버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언제나 그런 합의가 이뤄질까요. 아니 영원히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현상이 나올까요.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2024년 3월 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