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 다 되어서 잠이 들락말락하는데 거실에 있는 남편이 갑자기 큰소리로
"여보!!!"하고 부른다. 가슴이 철렁! 우리 집 어디에 불이 난 줄 알았다.
깜짝 놀라서 뭔일이냐고 했더니 자기가 산 로또가 당첨이 되었단다.
'웃기시네...' 들은척도 안하고 사람 놀래킨다며 화를 내고 돌아눕는데
딸이 내게 오더니 진짜란다. "뭐여?" 잠이 다 달아나고 벌떡 일어났다.
컴퓨터 앞으로 가서 모니터에서 보여주는 번호와 남편이 샀다는 로또 번호를 수십번 확인해도
마지막 한 숫자만 틀리고 5개가 다 맞는다. 5, 10, 16, 24, 27...
이거 2등 아냐? 다 맞으면 1등이니까 하나 틀리면 당근 2등이지. 우리 세식구는 모두 2등으로 단정했다.
상금 5천5십만원~~ 뜨아~~ 5천만원씩이나.... 세금 제하고 못받아도 3천5백은 받을것이다.
남편은 왜 은행 문을 안 여느냐고 방방 뛰면서 거실로 방으로 다닌다.
난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이게 뭔일이래? 믿기질 않는다.
저 땅딸한 남편이 어디에 저렇게 복이 많이 붙었을까 하고 얼굴을 쳐다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잘생겨 보인다.
이 돈으로 뭘 할 것인가? 남편은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당신은 무조건 자전거지? 제일 좋은 걸로 하나 사. 500이면 되나?"
딸 아이에게는 "뭐든지 말만해~~" 군대 간 아들은 제대하면 해외 배낭 여행 보내주고, 양가 부모님께 용돈드리고,
시댁형님, 시누이, 조카들, 외가 언니 남동생 조카들~~ 줄줄이 다 배부하고 나니 3천 만원도 빠뜻하다.
그리고 우리끼리 굳은 맹세를 했다. 절대 누구에게 로또 되었다고 말하지 말자.
로또 되면 귀신같이 알고 자선단체에서 연락오고, 특히 시어머니께 말하면 입이 가벼우셔서
온 집안에 다 소문내고 그러면 온 친척들이 다 들러붙을 것이라고...ㅋㅋ~~
그러지 않아도 '자전거가 넘 무거워서 언제 하나 새로 사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런 행운이...
내 머릿속에서 티타늄 자전거가 왔다리갔다리~ 자전거에 '오래도록361'로 붙여야지. 넘 길어.
영어 약자로 'LT361'로 붙이자. 이 361은 로또 361회때 된 것을 기념하여~~ ㅎㅎ...
남편이 디카를 갖고 오라더니 증거로 번호도 찍고, 얼굴과 같이 또 찍고, 로또 번호표를 뒤로 찍고 앞으로 찍고~~ ㅋㅋ~
그런 것에 목메는 사람들이 참 이해가 안되었다. 확률적으로 될 수가 없는거야. 그냥 하드나 사먹지.
이것이 내가 로또에 갖고 있는 평소 신념이었다.
남편을 보면서 저 인간이 맨날 로또는 왜 사는가.. 참 한심하다 싶었는데 드뎌 한건 터뜨리는구나~ 만세!!
남편은 밤을 샐 것 같고, 그래도 새벽 2시가 넘다 보니 난 졸려서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불을 끄고 두손 모아 진심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이런 큰 축복을 주시다니~~"
그동안 나쁜 짓 안하고 선량하게 산 복을 받는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기도를 마쳤다.
침대에 누워서 1분도 채 안되었는데 방문을 스스로 여는 남편의 한숨소리에 땅이 꺼진다.
"여보 미안해, 2등이 아니고 3등이야. 백만원 밖에 안되네"
그.... 순.....간.......
티타늄 자전거가 하늘을 두둥실 올라 구름속으로 사라졌다.
그 보너스 숫자라는 것.... 그게 문제였다.
우리는 5개만 맞으면 2등으로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이 5개의 숫자에 보너스 숫자가 꼭 있어야 된단다.
이 숫자가 없이 그냥 5개만 맞으면 3등~~ 우린 인터넷으로 당첨 번호만 확인했다.
그리고 1등과 2등까지만 보이고 2등 옆에 써있는 보너스 숫자는 그냥 보너스로 주는 숫자인 줄 알았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되는 것으로... 그 아래에 있는 3,4,5등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
딸 아이가 이 보너스 숫자가 뭔가하고 검색했더니만.... ㅠㅠ....
다음날 아침에 남편은 농협에 가서 세금 떼고 92만원 받아왔다.
또 다른 번호에서 4등에도 겹쳐져서 5만원도 받았다나....ㅎㅎ..
로또 해프닝이 있고 3일 지난 오늘... 우린 완전 적자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하니 다들 깔깔 대고 웃으면서도 90만원이 어디냐고 한다. 넘넘 부럽다고...
그래서 이사람에게 밥사고, 저사람에게 밥사다보니 오히려 안탄건만도 못하네.
하하... 살다보니 로또에 당첨이 되기도 하나보다. 남편도 나도 직장에서 갑자기 로또 바람이 불기시작했다.
그 이후로 울 남편은 로또킴이 되었다는 둥~~~
남편보고 왜 복권을 샀느냐고 했더니 공원을 산책하는데 돈벌레가 낙엽 속에서 나와 자기 쪽으로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른 복권을 샀는데.... 근데 그 벌레가 좀 작더라나?
이상, 끄읏!!
넘 길었나요?
첫댓글로또번호 3개 맞추는것(5등)도 참어렵던데... 에 4등까지대단하십니다 비록 나중에 적자났더라도 당첨시 그기분 만큼은 최고였겠네요 번호 한개차이로 이나 이안되 많이 아깝지만 그래도 드립니다
사람 욕심이 이렇더라구요. 첨부터 3등인줄 알았으면 그것도 행복했을텐데 실망하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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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집 화제는 온통 이 이야기랍니다. 이름하여 로또쌩쑈~~ 한동안 웃음꽃~~
이거 실화인가요? 실화라면 너무 억울할것 같은데 5개까지 맞고 1개가 안 맞다니...3개 맞는것도 쉽지 않은데..
실화 맞아요. 우리집에서 일어난...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요.
나는 길에 가다가 돈 천원도 주워 본 일 없는데 남편은 이상하게 그런 복이 있네요. 예전에 공중 전화박스에서 5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100장 있는 지갑을 주었답니다. 그때 선거철이라 경찰서로 직행~~ 간이 작아서리..ㅎㅎ...
제마음도짜리 로또따라 분되버리네요 살다보면, 또다른 이오래도록님, 기대하세요
사람이 흥분하면 이성을 잃고 판단력이 없어지더라구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분명히 보너스 숫자에 대한 안내가 있었거든요.
이맛에 로또 사는가 봅니다. 짧은 순간이나마 강렬한 환희. 3등이라도 왕창 축하드립니다. 저도 이번주에는 로또 한번 사러 가봐야겠네요.. 2000원떄 백억원인가 눈에 멀어 둬번 사봤는디...
2시간 사이에 엄청난 경험 했어요. 저두 요새 길 가다가 로또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옵니다.
혹시 1등 당첨?
궁금하네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음번엔 결과가 올지 모르니, 하지 마세요. 당첨된것만도 대단하십니다. 되시면 뽕하고 갈게요.
되기만 하면 이 카페 회원 다 불러서 밥 한번 삽니다~~ ㅎㅎ~~
이거(비밀인데요) 제가 꿈속에서 나타난 숫자 입니다.1,4,11,34.38,45,(스페어는 15) 혹시,누구라도 맞으시면 10%
벌써 마크님은 그숫자로 많이 구입해놓으셨겠죵...ㅎㅎ 저두함 저숫자로 사볼까요..근데 만약 5등도안되면 채금지실래용? ㅎㅎㅎ
넵50% 지원해 드리겠습니다,그대신 당첨되시면 1%만 주세효
어디서 많이 본 숫자 같기도 하고요~~
아.......아깝네요....티탄잔차가 눈앞에까지 왔었는데.... ㅎㅎㅎ
그러게요. 자전거 새로 사고 싶어서 몸살이 났거든요.....
와, 정말 넘 아깝다.. 전 원래 이란건 한번도 걸려본 적이 없는지라..옛날 주택복권 500원 할때 괜스리 꿈도 안꾸었으면서 재미로 두번 샀던 이후로는 아예 쳐다도 안봐요.. 도 큰 이죠 ㅊㅊ
저두 그런 쪽엔 재주 꽝입니다. 믿지도 않고요. 근데 이번에 이런 일을 겪고 보니 엄청 재밌네요. 숫자 하나만 더 맞았으면 14억이었다니...
그게어디예요...^^*......로또사러가야지...^^*
울 동네 보라매로 놀러오세요~~ 로또 파는 편의점 알려드립니다. ^^
네에 한번 갈께요 로또사러....^^*
나 안장좀하라고 했디만 물건너가삤내
번호 하나만 더 했더라면~~ 으~~ 14억7천만원인데... 그랬다면 그까짓 안장쯤이야...ㅎㅎ~~
첨엔 이게 믿기지 않으니까 덤덤하더라구요. 시간 지나면서 점차 흥분~~ ㅋㅋ~~
이런 가슴떨리는 일이 있었군요~순간이지만 얼마나 흥분되었을까요~~암튼 이제사 보게 되었...추카요~^^
호호~~ 그랬다우. 살다보니.... 유진님, 다음 주 지나면 좀 홀가분하게 라이딩 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