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살고 싶어하는 송파구 (소나무가 파도치는 구?)로 처음 이사 왔을 때 나는 한 친구가 이웃에 살고 있어 넘 좋았다. 그 친구는 토요일이면 아름다운 올림픽 공원으로 산책 가자며 아침 일찍 전화를 주어 퇴직 후 나의 무료한 삶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공원에 도착하면, 공원 이곳 저곳을 구경시켜주며 수십 종의 꽃 이름, 꽃말도 설명 해 주며, 참 많은 꽃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 뿐인가, 미장원은 어느 곳이 좋고, 무슨 요일에는 장날이 서고, 수협에서는 매주 목요일이면, 통영바다에서 올라온 생굴, 해삼, 꽃게, 갈치, 고등어 자반, 꼬막, 등등 싱싱한 해산물들을 산지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얘기부터….참 많은 소식을 접하게 했고, 보게 했고 눈 익히게 해 주었다.
봄이오면 그 친구 사는 아파트단지에는 만개한 벚꽃이 너무 아름다워, 우정 약속 만들어 벚꽃 터널 밑을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참 화려하고도 은은한 자태를 뽐내는 벚꽃의 궁궐을 친구랑 구경 한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사 가기 며칠 전 그 친구는 섭섭 하다며 비 오는 날 인데도 점심초대까지 해 주었다. 친구야 참 고마웠다. 정말 맛 있었어.
사정이 있어 12월에 용산구로 이사 왔다. 이 곳에도 또 한 친구가 살고 있었다. 이 친구 역시, 이곳 저곳을 잘 설명 해 주었다. 버스 정류장부터, 이른 아침 잠시 열리는 장터, 재래시장은 어데고, 미장원은 어느 곳이 잘 하고, 음식점은 어떻고, 그리고 용산 박물관, 가족공원, 많은 교회 이름들, I-park 백화점, I-park mall, E-mart, 등등. 벌써 전망 좋은 그 친구 집에 초대되어 손수 끓여준 떡국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오늘 아침은 (1월 16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몇 군데 은행에 들려 송파구 잠실에 가서 마무리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남편과 함께 차로 잠실로 향하고 있었다. 아침 내내 내린 눈은 땅을 질펀하게 만들어 모든 차들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 20분이면 가고도 남을 잠실 체육관이 한 시간 넘게 왔는데도 우리 목적지까지 가려면 한참 더 가야 했다. 남편이랑 모처럼 눈길 드리이브 하고 있으니 길 옆 설경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즐거웠다.
바로 그 때, 그 때…가스레인지 그리고 불, 불을 안 껐어.…기억을 다시 잘 더듬어 보았다. 아무래도 가스 불을 킨 채 집을 나선 것 같다. “어마, 나 좀 봐. 나 어떡해….상황버섯 물을 다린다고 불에 올려 놓았었는데”...아침 7;00 경에 올려놓았으니 벌써 4시간째……약한 불이지만 그릇은 작고…큰 일이다. 물이 졸아 들고도 남았을 시간, 관리실로 연락해? 고객 지원 센터로? 그러나 전화번호도 모르겠고…그렇지 방법은 딱 하나, 그 친구에게 전화 해 보자. 늘 바쁜 그 친구가 집에 없다면? 이제 집으로 되 돌아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더욱이 시간이 너무 걸리는데, 어쩌지?….불안감이 서서히 나를 잡으려 한다. 그래도 전화 해 보자…친구야 제발 집에 있어 내 전화 좀 받아 주렴…
여보세요 …아련히 친구 음성이 들려온다. 너무 반가운 음성. 사정을 얘기했다. 우리 집 비밀 번호를 알려주고 나니까. 마음이 다소 놓인다. 차 창 밖으로 하얀 눈발은 계속 내리고 있었고, 이 미끄러운 길로 우리 집까지 걸어가야 하는 친구에게 너무도 미안했고, 또 한없이 고마웠다.
그 친구가 우리 집에 가서 가스 불 잘 잠가주었겠지,,,한편으론, 아냐, 불은 이미 꺼져 있었어 라는 음성듣기를 기대하며…. 그리고 서너 시간이 지나니까 마음이 다소 진정 되었고 나의 볼일도 거의 끝나고 있었다. 미안하여 전화를 다시 했다. 그 친구 왈 “물이 1 cm 높이만큼만 남아 있었어. 외출 시에는 가스 레인지 위에 아무것도 올려놓으면 안 된다. 그릇이 있으면 불길이 보이질 않거든”….얼마나 고마운 충고인지. 그렇구나, 그렇구나….
내 생명 십 년 감수 했던 것 그 친구 덕분에 원 상태로 복귀 된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잠실 체육관 근처에서 갑자기 그 생각이 났을까? 그렇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아무래도 하나님께서 나를 어여삐 (불쌍히) 여기시고, 하나님의 사랑을 내게 깨닫게 하시려고, 그 때에 그 생각이 나게 하신 것 같다. 오!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어쩌면 제게 그 생각이 나게 하셨는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또 제게 아주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해 주셔서 너무도 감사합니다. 오늘 일과도 모두 무사히 끝나게 해 주셔서 또 감사합니다.
많은 친구들 중에 송파구의 친구는 정 선희, 용산구의 친구는 황 복희.
친구들아 정말 고맙다. 정말 고맙다.
첫댓글 수고 하셧습니다..그런데 이런 일은 흔히 있는 일 아닌가요..우리집엔 몇달전에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온 창문을 다 열어 놨는데 탄 냄새가 그득..왠 일이냐고 집사람에게 물으니 대답을 잘 못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루종일 개스불을 켜놓고 외출 했으니 냄비속에 든것이 타고 타고.. 탄냄세 가 온 집안을 다 채워..이 냄새 빼는데 한 일주일이상 걸렸답니다..아무리 문을 열어놓아도 냄새가 빠져야지...근데 친구 하니까 누군고 했더니만 결국 대학 동창들 이셨군요..한학교에 몇년을 같이 지낸게 무슨 이런 인연이되어..좋습니다..
우리도 집사람과 장모님 모녀간에 열심히 태워서 얼마전에 cooktop갈았지 뭡니까. 이제는 요리할때 아니면 아무것도 위에 올려놓지 못하게합니다.
문자야! 방가방가^^ 네글을읽고나니 나도 비슷한 실수를 여러번 했던 기억이나네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남은것이 주위의 여러분 들의 도움과 높은곳에서 보살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까? 미국 허드슨강에 추락한 비행기사고 기사를 읽고 많은 교훈을 얻었단다. 항상감사하며 성실하게사는 네 모습을보니 너에게 앞으로도 좋은일만 있을거다. "재건축!!" - 재미있고 건강하게 그리고 축하할 일만 있어라. 여행 다녀온 후의 재미있는 여행담을 기대하며...
슬그머니 들어오신 grape님 반갑습니다.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서울은 큰도시군요. 같은 서울 안에서도 동네에 따라 먼저 산분의 도움이 필요하니.
여러분들의 글 고맙고 반갑습니다. 저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서 마음이 얼마나 조렸는지... 그런데 여의도로 다시 이사간 친구집을 지난주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많은 즐거운 시간 갖었다가 나오려니, 현관문 앞에 bold type으로 영문 글 point size가 40정도? 왈 "GLASSESS, CAR KEY, GAS OFF" 내심 입가에 웃음이 살짝 번졌다 나도 저렇게 써서 붙여 봐?
베트남 승려 '틱낫한'스님의 글에 발걸음 한걸음 한걸음에도 마음을 두라고 하신 글. 저는 가게문을 닫을때 꼭 중얼댑니다 - 문 잠겄지? 음 잠겄어. ㅎㅎㅎ 그러면 편한데, 어떤때는 이 중얼거림은 안하면 '불안': 경비실 전화번호, 경비원 전화번호는 핸폰에 저장하시며 꼭 씨어묵을때가 있다니깐요~~~~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문자님의 글속에 가득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