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여름 부산역 카페에서 차가운 오렌지쥬스를 마셨던 기억,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10년동안 해마다 1-2번 정도 그 먼 캐나다에서 일본, 중국, 서울로 강의를 나올때마다
꼭 부산을 거쳐 나를 만나고 가곤 하였다.
시간이 없을때는 공항로비나 부산역 ktx 로비에서 다음 차편을 기다리는 그 잠깐의 시간을 이용하기도 했고
어쩌다 넉넉한 일정을 가지고 왔을때는 부산이나 양산에서 하루 이틀 정도는 머물기도 하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데이빗을 좇아다니다가 3년 전부터 시들해 져 버렸다.
그의 에너지 넘치는 강의, 그의 탄탄한 연설 실력, 무엇보다 힘이 느껴지는 그의 삶 전반에서 나도 모르게
자석처럼 끌리어 갔던것이 한국에 올때마다 공항으로, 역으로 픽업을 위해 시간을 내던지가 일쑤였던
그 일들이 서서히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편지도 연락도 내 편에서 먼저 딱 끊어버렸다.
그를 케어하기위해 내가 써야했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과 물질에 욕심이 생기면서부터 아까워지기 시작했기때문이다
내 마음을 눈치챘을까?
정말 신기하게도 3년동안 데이빗은 한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분명 해마다 중국, 일본 특강을 나오는게 확실한데도 말이다.
그로부터 나는 차츰 자유로워지기 시작했고 결국은 까맣게 잊게되면서부터는 정작 자유로웠다.
누군가를 정기적으로 케어해야 한다는 것은 나를 또 하나의 틀로 가두어버리기 때문에 그게 너무 싫었다.
.
.
그런데 이 웬일인가?
이틀전에 전화가 왔다.
발신제한표시인걸 보니 분명 외국이나 외국인이 분명할텐데.......혹시......
맞다. 데이빗이다.
일본, 서울, 중국을 거쳐 목요일 캐나다로 들어가는데 수요일 저녁 짬을 내서 부산으로 오겠단다.
순간적으로 너무 반가워서 3년간의 자유를 또 다시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나의 한계다. 나는 절대 거절을 못한다.
수년동안 나에게 부담을 준것에 대해 오랫동안 미안했던 모양이다.
서울서부터 렌트카를 가져왔다.
세상에....언제나 공항으로 역으로 내가 픽업을 했었는데.....
그의 마음이 훤히 보인다.
그가 지우는 무거운 짐때문에 내가 스스로 단절했다는걸 그가 알고 있는것 같다.
그러니 픽업부담을 지우지 않으려고 스스로 렌트까지 하고 왔지 않은가?
너무 미안하고 미안했다.
그러면서 이기적인 내 자신이 미워졌다.
세상에 살면서 다른 사람을 아무 댓가없이 케어해 준다는게 천금보다 귀한 일인데
그런 일을 위해서 아낌없이 시간과 물질을 쓴다는데 귀하디 귀한 일인데
어찌 그걸 아까워 여기면서 소통을 단절시켰단말인가?
그깟 몇 푼때문에 내가 정말이지 너무 했던것 같다.
물에 밥 말아 먹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그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했어야 하는데....
후라이드백작이 저녁을 먹자, 차를 마시자 해도 그냥 얼굴만 보고 가겠단다.
우리에게 사랑의 빚을 너무나 많이 져서 더 이상의 부담이나 빚은 아니져야 자주 볼수 있겠거니 하면서 극구 사양한다.
결국 3년전처럼 오렌지쥬스 한잔씩 마시고 헤어졌다.
그는 지금 서울을 향하여 가고 있을테고 아침 비행기로 캐나다로 들어갈 것이다.
데이빗
우리 가족이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좋아한 사람이다.
5년전 전주대학교에 특강을 왔을때 3박4일간 대학기숙사에 묵으면서 데사모크럽(데이빗을 사모하는 모임) 회원들과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던가?
그 3박4일간의 모든 경비를 회장인 내가 다 부담하면서도 기쁨으로 가득했었었는데
지금 나는 그 회장직도 다 내다버리고 전국 회원들 관리도 안하고 있다.
나도 늙었나보다. 이제 그럴 열정마다도 남아있지 않다.
우리의 관계가 오늘 저녁 만남으로 인해 많이 회복되었다.
겨울특강에는 넉넉한 스케쥴을 짜 가지고 오겠단다.
그러고보니 연예인보다 더 빡빡한 스케쥴로 피로가 겹쳐서 얼굴이 많이 상하셨다.
역시 나는 마음이 약하다.
다시 부담스럽지만, 나는 데이빗을 이번 겨울부터 3년전의 그 뜨거운 열정으로 쫓아가기로 하였다.
더 많은 시간과, 더많은 비용이 든다하더라도 이건 내 임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데사모 회원들을 찾아 모아야겠다.
옛날처럼 공항에 플랑카드 들고 가고 전국 모임도 가지고 하하하
아이 참, 이제 내 나이가 얼만데 생각만해도 창피하기만 하다.
그런데 그때 왜 그리 했을꼬? 부끄럼도 안 타고.......데사모 회장 떴다 하면 전국이 시끄러웠었는데
아아, 옛날이여. 다시 한번 더 데사모의 광영을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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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윈드 글을 읽으니 ...처녀시절에 직장 다닐 때 내 옆에 앉은 무용 샘은 한 달에 한 번 점심 시간에 잠깐 나가 전방에서 군 생활 하던 애인을 부산 역 로비에서 만나던데...그게 참 부러워서인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윈드님의 국경을 넘나드는 인맥 참 부러워요. 진심으로...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2년정도 되었는데 얼마전에 다시 만났는데 너무 어색해서 강의 듣고 쥬스만 먹고 나왔습니다.
오렌지 쥬스 맞죠? 하하하 강의듣다 헤어질땐 꼭 오랜지 주스를 찾으세요
맞습니다. 델몬트 오렌지 쥬스
그런 열정이 부러워요. 난 누굴 그렇게 쫓아 다녀 보았나??
2년이 넘는 시간동안 하루라도 안 만나면 궁금하고 전화하고 하던 사람이 있습니다 귀농을 한 사람인데 그러함이 점점 부담이 되고 시들해 질 무렵 보름동안의 해외여행을 계기로 그러한 시간이 줄어들더니 동시에 연락도 않고 있습니다 저도 님처럼 자유롭고 시원하기는 한데 늘 마음 한켠이 약간의 의문으로 허전함으로 있습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서 위안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