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공연초대를 받아서 즐겁게 관람하고, 나오는 길에 잠시 식당에 들렀다.
추운 날씨 탓에 떡만두국을 시켜놓고 보니, 다른 음식이 먹고 싶은 것 아니겠는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소위 젊은 세대라 불리우는 요즘 녀석(??)들은 멀티 플레이어들이 많다.한가지에 심도있게 만족하기 보다는, 다양한 것들을 조금씩 접하고 싶어하는 마인드를 가진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흔히 말하는 대중문화(대중의 개념을 상업적 차원에서 두었을때)는 서로 다른 음식문화가 만나 퓨전요리가 되는 것과 같이 서로 다른 장르의 융합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공연계에도 디지털 컨버젼스(Digital Convergence)의 패러디 바람이 불어~~퍼포먼스 컨버젼스(Performance Convergence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대세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여줘야 할 것인가??무조건 서로 다른 장르를 융합하면, 제대로 된 퓨전 요리가 나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김치로 퓨전 요리를 할 때 일반적으로 김치의 국물을 제거해서 사용한다고 한다.(요리를 좋아하는 까닭으로 둘 다 직접 해보았는데, 확실히 국물을 제거하는 것이 맛이 깔끔했다^^)이유인즉슨 김치의 강한 맛과 향이, 조화의 맛을 내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공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무조건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융합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퍼포먼스 컨버젼스가 실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근래 복합적인 구성요소를 가진 공연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다시 한번 그 맛을 정제할 필요가 있다.
잠시 후에..뜨끈한 떡만두국이 나오는데, 아르바이트 생이 일하는 관계로 주방장이 직접 나와 서빙을 했다..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주방장의 옷이 매우 더러운 것이 아닌가??
그리고 받침대에 그릇을 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음식이 담긴 접시만 들고 오는 것이 아닌가?~엄지손가락이 국물속에 약간 잠기운채로 말이다.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졌다(내가 깔끔떠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받침대 없이 음식을 들고 온건 시시콜콜한 문제일 수 있다.그러나 대상이 음식이었기에,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다.음식에서는 위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연역시 마찬가지다.현재 내가 준비하는 공연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아마도 관객의 반응일 것이다.(레이몬드 윌리엄스라는 학자의 대중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빌려 상업적인 대중성이 짙은 공연일수록 관객의 반응에 민감하다)
고객이 받침대 없는 음식보다는 정갈하게 받침대 위에 올려져 나온 음식을 선호하는 것처럼 관객역시 잘 포장된 공연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여기서 잘 포장된 공연이란 무엇일까?
얼마전 공연관람이 처음이라는 P양에게 연극을 관람시켜 준 일이 있다.공연을 보러 대학로에 가는 중에도 그 친구는 내게 계속 공연에 대한 것을 물었다.
그 때 내가 포장한 건 '재미'였다.재밌는 공연이라는 점과 영화에서 봤던 조연 배우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런데 여기서 내가 주의했던 것은 '정말 재밌어' 라거나, 장난아니게 재밌어 등의 부사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에게는 기대심리라는 것이 있다.그냥 '재밌는 공연'이야 라고 말하는 것과 '엄청나게 재밌어'라고 말하는 경우 실제로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쪽은 그냥 '재밌는 공연'이라는 것만 듣고 갔을 경우다.아마 다들 알겠지만,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이와 같이 포장을 할 때도 기대심리를 잘 활용해서, 적당히 포장하는 것이 중요하다.포장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포장은 포장일 뿐이니, 과유불급이라는 고사성어를 기억하자!!
또 잠시 후에~지하철 막차시간에 쫓겨 떡만두국을 다 먹고 계산을 하는데, 잔돈이 없어서 만원짜리를 냈더니만, 퉁명스럽게 내 뱉는 주인의 한마디!!
"잔돈없어요?"
손님은 왕이라는데, 특별히 죄를 지은 것도 없이 괜시리 잔돈없는 것이 미안해 지는 것 아니겠는가?^^
여하튼 계산을 하고 나왔는데,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음식도 별로요..친절한 서비스는 온데 간데 없고..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식당이었다.
여기서 다시 최근에 봤던 팔도모창가수왕이라는 연극이야기를 하고자 한다.공연이 끝난 후에,배우들이 그 좁은 길에 관객보다 먼저 나와서 일일히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많은 공연들을 관람했지만, 배우들이 전부 직접 나와서 인사하는 모습은 나로서도 거의 처음 겪는 일이었다.약간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나오는데 옆에 있던 P양이 물었다.
"오빠!!원래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이 저렇게 다 나와서 인사하고 그래요?..일일히 눈 다 마주쳐주고, 친절해서 놀랬어요.공연도 재밌었고, 배우들도 친절하고"..등등~
물론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이러한 친절에 대해서 한 지인은 지나치게 공연에 상업적인 마인드가 보이는 것 아닌가?..연기 자체에 보다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반문하였다.어떻게 보면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그러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공연이라는 것이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잡고, 기본적으로 관객과 교감을 하는 분야라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꼭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위에 P양의 경우처럼 서비스가 엉성할 것 같은 100석남짓의 소규모 극장 공연에서 배우들로부터 그러한 서비스를 받는 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는 것처럼 서비스가 재미와 감동을 더하는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연예산업이나 공연산업의 경우 무한서비스 정신이 오히려 상품의 가치를 평가절하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도를 넘어서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시너지 효과로 작용하여, 대외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 순기능적인 요소로 작용할수도 있다.
정리하면 이제 공연도 서비스 정신이 없이는 관객을 동원하기 어려운 시대에 봉착했다.훌륭한 작품일수록 관객과 교감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여기서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 하고자 한다.
관객과 일일히 교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이는 공연이라는 장르가 경험적 증거에 의해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한 관객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을까?이런 이유로 공연계에서도 일대일 마케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관람객을 하나의 대중집단으로 이해하는 대중마케팅에서 한명의 관람객을 염두에 두는 세분화 작업을 통해 일대일 마케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그리고 이 한명의 관람객이 결국은 두명의 관람객이 되거나, 해당 기획사나 극단등의 공연에 여러차례 관람을 하는 지속적인 수익원천이 될 수도 있다.다시 말해 마케팅에서 이야기하는 교차판매(Cross Selling)나 업셀링(Up-Selling)이 가능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업셀링이란? 현재 사용하는 제품보다 더 좋은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한명의 관람객에 집중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하는 공연이나, 기획사라면 분명히 관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성공적인 공연을 만드는데 성공할 것이다.(물론 이러한 점이 예술적인 마인드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끝으로 어제 신문에 나온 상암구장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다른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상암구장의 최고책임자가 한 한줄의 이야기는 기억한다.
"운영이 아니라 경영을 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가끔 공연기획사등의 대표님들이나 기획자들을 만나면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전략수립이나 운영전략등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분들은 많은데, 시행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물론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한건 장기적인 운영전략을 제대로 수립하는 기업이 결국은 성공한 공연관련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이는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경우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상암구장의 최고 책임자가 그냥 운동장일 뿐인데, 라는 마인드로 단순히 운영하기에만 급급했다면, 상암구장이 세계 10대 경기장안에 들어갈 확률은 없었을지 모른다.이 같은 점을 벤치마킹해서 어렵겠지만 공연계에도 더 체계적이고 세분화된 정리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머리속으로만 그려넣는 추상적인 구상만을 하는 운영자의 모습으로는 공연이 하나의 산업으로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후아~~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다..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지만..이 쯤으로도 보시는 울 공연카페 회원님들께 지루함을 안겨드릴까봐 줄이고자 한다^^
예술과 공연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보다 좋은 공연제작환경이 만들어지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다..부족하다면..채워서라도...만들다가 죽더라도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날이 오기를 꿈꾸면서^^
어설픈 운영자의 어설픈 칼럼(??)은 여기서 끝!!
다음에는 좀 더 현장감있고 실속있는 내용으로!!
*읽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함께 공연분야에 더욱 논하거나 가르침을 주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제 메신저를 등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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