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뿌연 하늘이 아닌 맑은 봄의 파아란 하늘이 비춘날, 홍천지역으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비발디파크를 지나 홍천 강변을 지나 팔봉산야영장을 돌아 강촌을 향하다가 문득 김유정문학관 이정표가
보이길래 길을 돌아 가본다. 팔봉산야영장의 송어회를 뒤로하고 강촌에서 닭갈비를 먹으려다가 김유정
문학촌과 김유정역이 보고 싶어서. 예전 경춘선 열차가 다닐때에는 김유정역이 꽤 운치가 있었지만
이제 경춘선 전철이 다니면서 더이상 예전의 운치는 느끼기 힘들다. 편리함에 아련한 추억의 시간을
빼앗긴 기분이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세월의 바람을 피할 수 없고 시대를 따라가야지.
봄봄, 동백꽃, 금따는 콩밭, 만무방 등 토속적이고 서정미 넘치는 향토작가였던 젊은 나이에 요절한
한국의 대표작가인 김유정문학관을 둘러보고 좀 늦은 점심을 먹기위해 찾아간 곳은 김유정역 건너편
신동면에 있는 점순네닭갈비. 처음엔 그냥 간판만 보고 지나쳤지만 김유정문학관에서 봄봄의 점순이와
문학관 정원에 있는 점순이와 닭을 보고는 점순네에서 먹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멋진 한옥집으로 탈바꿈한 김유정역 길 건너편에 있는 점순네닭갈비의 입구.
넓은 대지에 자리한 닭갈비집은 시골 풍경을 그대로 담았다. 입구 옆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이집의 메인 메뉴는 영양부추 닭갈비와 막국수, 대부분의 음식에 부추가 들어가는것 같다.
닭갈비집 본관과 평상 두동, 야외테이블이 대여섯개 있다.
닭갈비를 먹으려면 실내에서 먹어야 하지만 막국수는 야외 평상이나 테이블에서도 맛볼 수 있다.
승용차 열대 정도는 넉넉하게 주차할 만큼 주차장은 여유있는 편이다.
닭갈비집 야외 곳곳에는 항아리와 옛날 물건,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있어 잠깐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울에서 전철로 한시간여면 도착할 수 있고 김유정문학관과 실레길, 춘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김유정 작가의 소설 속 무대가 된 650m의 금병산이 있어 주말에는 많이 찾는다고 한다.
금병산 산행이나 김유정문학관 관람 후에 닭갈비나 막국수를 먹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는데.
김유정 소설 '봄봄'의 주인공 새침 점순이와 우직한 머슴 만득이가 금따는 텃밭앞에서 마치 연애하다
들킨 사람들처럼 앙증맞게 웃고 있다. 닭갈비집에서 사용하는 상추와 영양부추, 방가지,
치커리 등의 웰빙 푸성귀들을 직접 밭에서 재배해 사용한다. 그리 넓은 밭은 아니지만
다양한 야채들을 보니 청정 자연의 맛이 움트는듯하다.
긴다리를 가진 나무 허수아비가 닭갈비를 먹으려는지 넓은 돌의자 위에서 팔을 쭉 하늘을 향해 벌리고
앉아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참 예술적인 감각이 있는데, 봄 햇살을 맞으면서 졸린 눈을 하고 있다.
닭갈비집의 외관. 넓은 마당과 그 옆 야외 테이블, 그리고 주인집이 옆에 붙어 있다.
화려하지는 않고 일반 닭갈비집처럼 평범한 모습이다. 시골에 있기에 이렇게 넓은 대지에 건물을 짓고
영업하기에 충분하겠다. 이런곳에서 소박하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며 살고 싶은 생각도.
점순네 닭갈비집은 좀 된줄 알았더니 이제 일년이 되어 간단다.
작년 7월에 오픈했다는데, 점순네닭갈비 이름은 고교시절 은사에게 물어봐서 지은것이라한다.
소설 봄봄의 일만 시키고 혼례는 통 시켜주려하지 않는 예비 장인 봉필네가 실제 살던 집이 이웃이라고 한다.
야외에서도 나무테이블에 앉아 막국수나 부추전으로 허기를 면할 수 있다. 야외테이블에서 닭갈비를
먹을 수 없냐고 말했더니 불판이 없어 안된다고 한다. 야외에서 먹는게 더 분위기 있을것 같은데.
점순네닭갈비의 사장님. 텃밭에서 싱싱한 야채들을 따다가 지하수로 깨끗하게 씻고 있다.
물이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던지.. 어릴적 시골에서 봤던 펌프가 있는데, 펌프질하는 것을 잃어버려
어쩔 수 없이 파이프로 연결해 사용한단다. 조만간 파이프를 보수해서 말끔하게 만들 예정이라고.
소설 속 점순이와는 다른 예쁜 사장님. 사장님에게는 작은 텃밭이지만 금따는 밭처럼 소중한 곳이라고.
막국수를 먹을까 닭갈비를 먹을까 하다 아무래도 매콤한 닭갈비가 더 땡겨 닭갈비 1인분과 내장 1인분 주문.
메뉴는 비교적 단촐하다. 집에서 직접 기른 토종닭백숙을 먹고 싶었지만 그러러면
술한잔 안할 수 없기에 참았다. 둘이 먹기엔 양이 좀 넘칠듯도 하고.
이 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일을 마치시고 쇠주 한잔과 닭갈비를 즐기고 있다.
홀이 비교적 넓어 단체손님도 충분할것 같다. 실내가 깔끔한것이 역시 개업한지 얼마 안된것이 팍 티가 난다.
이모 한분과 사장님, 그리고 춘천에 산다는 사장님의 남동생이 일하고 있다.
일단 넓은 철판위에 기름을 훠이 훠이 둘러주고 불을 가해준다. 배가 고프니 철판위에 닭갈비가 춤을
추는듯했다. 빨리 먹고싶다구요. 옆 테이블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갈비를 보니 군침만.
밭에서 따온 야채와 동치미, 열무김치가 배달된다. 동치미 맛이 시원하고 담백한것이 입맛에 맞아
두그릇을 더 먹었다. 열무는 알맞게 익어 닭갈비와 함께 싸먹었다.
보기에도 싱싱해 뵈는 야채들. 밭에서 조금 전까지 태양을 받으며 친구들과 놀다가 영문도 모른채
뜯겨서 접시위에 놓여졌다. 때깔도 곱고 푸릇한것이 닭갈비와 함께 싸먹을 생각에 눈이 즐거웠다.
커다란 잎을 가진 방가지가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좋았는데.
불판도 어느 정도 달궈졌고 열기가 무르익을 무렵, 드디어 닭갈비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반찬은 김치와 동치미가 전부이지만 맛은 괜찮았다.
매콤한 양념장을 뒤짚어쓴 닭갈비 반, 내장 반의 닭갈비의 모습.
양배추와 고구마, 떡이 들어가 있는건 다른 집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져온 닭갈비 쟁반을 사정없이 뜨거운 철판위에 집어 넣는다.
꼬꼬댁 나죽내를 외치던 닭들도 열기에 숨죽이고 몸을 불사른다.
점순이가 닭을 잘 다루는 것처럼 이 집 사장님도 닭을 잘 다룬다는데, 오늘은 이모님이 닭갈비를 제조하셨다.
야채가 많고 닭갈비의 양이 별로 인듯해서 처음에는 좀 실망했지만 점점 익으면서 보니
닭갈비의 양이 결코 적은건 아닌듯했다. 역시 볼때와 먹을때는 좀 차이가 있는것 같다.
삼겹살이나 갈비도 쟁반에 놓였을때와 숯불 위에서 구워 먹을때의 느낌이 다르듯이.
닭갈비가 익기전에 영양부추를 먼저 쌈장에 찍어 상추와 먹어봤는데, 달달하고 고소한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부추는 수육에도, 전골에도, 무침에도 들어가는 몸의 독소를 잡아주고 영양을 살려준다는 좋은 채소라니
많이 먹으면 그만큼 몸에 이롭다. 처음에는 부추인줄 까먹고 왠 쪽파를 주나 했더니만 부추라고 한다.
양배추가 제일 먼저 양념을 빨아들이면서 익어가고 그 뒤를 이어 고구마와 떡사리가 익고 있다.
좀 싱겁지 않을까하고 양념장을 더 넣어야 되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알맞게 넣었다며 이따 맛을 보라고 하신다. 역시 그말이 딱 맞았다. 점점 쫄아들고 양념장이 밴 닭갈비는 겉보기와 달리 꽤 매콤하고 입안이 얼얼.
이모님의 칼솜씨에 철판위에 놓여있던 재료들이 이리 저리 돌기도 하고 붕붕 뜨기도 하면서
점점 생생함을 잃고 원숙한 멋을 내고 있다. 양념장이 철판위에 스며들고
야채와 닭갈비에 섞이면서 점점 콧속을 향기로 자극한다. 입맛다시는 꿀꺽 소리만 내고.
떡은 먼저 익었으니 가져다 먹으라고 한다. 역시 떡이 빠지면 닭갈비의 맛이 좀 덜하지.
음. 서울 어느집에서는 닭갈비의 떡과 고구마 등의 사리를 따로 주문해야 되는 곳도 있다.
없어도 상관은 없다만 아무래도 좀 아쉬운 맘은..
그냥 닭갈비만 먹기는 아쉬워서 서울생막걸리 한병 주문.
한잔만 먹고 나머지는 모두 수니씨가. 결국 얼굴이 빨개져서 막걸리처럼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솔직히 막걸리야 잘 익은 열무김치 하나만 있어도 한통을 비울 수 있는 것이라지만.
닭내장을 파는 닭갈비집들이 많지는 않은데, 요건 별미로 한번 먹어볼만하다.
이집 닭내장은 닭모이집으로만 쓴다는데, 닭똥집과는 좀 다른 묘한 맛과 쫄깃함이 먹을만했다.
처음에는 씹는맛도 좋았고 괜찮았는데, 좀 불판위에서 오래 익고 식어갈수록 질겨지고 맛도 덜했다.
역시 돼지껍데기처럼 바로 익혀서 먹어야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것 같다.
돼지껍데기도 좀 식으면 질기고 천조각 같아지니.
이제 양념도 골고루 야채와 닭갈비에 묻혀지고 색깔도 먹기 좋을만큼 익혀졌다.
자글자글 불판위에서는 따글따글 하면서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철판위에서 닭갈비가 맛있는 소리를 내며 점점 변신하던 찰라 준비해 온 작은 깻잎과 양파를 넣어준다.
닭갈비에 깻잎과 양파가 들어가야 잡냄새도 잡아주고 깻잎의 톡쏘는 향이 어우러져야 더 맛이 좋다고 한다.
깻잎은 매운탕의 텁텁함도 잡아주고 쌉싸름한 향이 고기의 비릿함도 말끔히 씻어준다 한다. 난 삼겹살을
먹거나 곱창 같은걸 먹을땐 꼭 깻잎에 싸먹는다. 쓴듯 하면서도 뒷맛이 개운한 삼삼함에 자꾸 먹게 되나보다.
역시 깻잎과 양파가 들어가니 좀 더 있어보이기는 하다. 향이 아까와는 달리 좀 강해지기도 했고.
깻잎을 따로 쌈을 싸서 먹는것 보다는 이렇게 같이 볶아 먹는것이 더 맛있다는데..
닭갈비와 고구마, 닭내장이 어느덧 알맞게 먹기 좋을 정도로 익었다.
잘 구워졌고 양념도 잘 스며들어 맛이 아주 괜찮았는데, 다만 아쉬운건 차를 가지고 갔기에
이슬이를 마시지 못하는것이 참 참. 가깝기라도 하면야 대리를 하겠지만 이곳은 춘천.
뭐, 그래도 간만에 나온 드라이브니깐 술이야 담에 먹어도 되니.
내장의 맛도 보고 닭갈비를 먹기도 하고.. 특히 깻잎과 양배추를 함께 해야 더 고소하다.
상추에 부추를 싸서 한 입에 꿀꺽. 닭갈비와 함께 싱싱한 야채를 먹으니 몸이 한결 좋아지는 느낌이
나는것은 왜일까. 공기 좋은 곳에서 따스한 봄햇살을 밭으면서 싱싱한 직접기른 야채와 만인의 식량
닭갈비를 먹으니 몸에 아지랑이처럼 힘의 기운이 피어오르는것은 당연하다.
야채에 싸서 한 입, 열무와 함께 한 입, 닭갈비만 먹다 보니 어느덧 바닥에 깔렸던 닭갈비도 점점 줄어든다.
한접시 푸짐하던 야채가 바닥을 보이길래 한번 더 주문, 바로 부엌에서 다시 가져다 준다.
부추를 많이 싸서 먹으라는 말씀과 함께. 부추가 여자에겐 다이어트, 남자에겐 피로회복에 좋다고 한다.
이제 좀 말라버린 닭내장과 바닥에 붙어버린 야채들만이 남아 있다. 옆에 계신 손님들이 먹는 막국수를 보니
한번 먹어보고 싶었지만 남은 닭갈비와 볶음밥이 생각났기에 아쉽지만 볶음밥을 주문한다.
좀 늦게 들어왔으니 먼저 드시던 분들은 이미 한잔 거하게 걸치고 자리를 뜨셨다.
뭐하시나 가봤더니 부추를 손질하고 있었다. 부추도 사이즈마다 분류해서 좀 큰것들은
백숙이나 영양부추전에 들어가고 좀 작은것들은 닭갈비에 낸다고 한다.
쟁반에 볶음밥용 밥을 준비해 오셨다. 역시 볶음밥의 노릇한 맛이 있어야 닭갈비의 끝이라고 할 수 있겠지.
눌어버린 불판을 깔끔하게 싹싹 밀어주시고 그 위에 밥을 투하.
볶음밥이 별로 들어간 것도 없으면서 왜 그리 맛이 좋을까.
물론 밥을 불판위에서 잘 비벼서 그럴테지만.
쓱싹쓱싹 남동생분이 밥을 이리저리 휘젓더니 참한 볶음밥이 됐다.
자, 이제 다 익었으니 한번 드셔보시라는 말씀과 함께 주방으로 총총히 퇴장.
그냥 먹긴 심심해서 피라미드를 만들고 그 위에 부추대장군을 심었다. 먹는거 가지고 장난하지 말라고 했는데..
남아있는 닭내장과 함께 볶음밥도 싹 다 비웠다. 마지막에는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남기면 안되니까.
춘천에 가면 닭갈비를 먹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것 같다.
소양댐 아래 통나무집도 명동닭갈비도 강촌과 공지천의 닭갈비도 좋지만 이번에 김유정문학관 근처에서
맛본 닭갈비의 맛도 꽤 훌륭했다. 김유정문학관에 가면 한번 들러볼만 할것 같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그냥 시골에서 맛보는 점순네가 하는 음식이 어떤가 하고.
김유정이 살았던 소설속의 무대가 된 실레마을에서 먹는 닭갈비이니 좀 특별하지 않을까.
마침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먹으려고 주방에서 메밀로 막국수를 만들고 있기에 한번 봤다.
반죽한 메밀로 쭉 면발을 뽑아서 잘 삶아 만든 막국수. 5천원이면 꽤 저렴한 가격같은데.
오늘은 눈으로만 막국수를 먹어보고. 이미 배가 남산만하니까. 일단 큰 그릇에 몇가지의 야채가 깔려주시고.
야채위에 방금 뽑아 찬물로 식힌 메밀국수를 잘 말아서 올려준다.
막먹어서 막국수라고 하나. 아니면 막내들이 먹어서 그런가. 바로 뽑아내 먹어 막국수라 한다.
그 위에 매콤한 양념 다지기를 뿌려준다.
막국수의 면발도 중요하겠지만 양념장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렸다.
그 위에 김과 땅콩가루를 솔솔 뿌려주면 막국수 완료. 약간의 육수를 넣어야 비비기에 좋고
비빔국수를 먹으려면 그냥 비비면 되고 물냉면처럼 먹고 싶다면 차가운 육수를 넣고 먹으면 된다고 한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맛은 있어 보였지만 이미 배가 불러 의욕상실.
밖으로 나오니 햇살을 따사로운데,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멀리 금병산이 보이고 점순이와 만득이가 사랑을 나누던 마을이 살갑게 다가온다.
야외 평상 옆에는 털이 북실한 개 한마리가 졸린 눈으로 몸을 웅크린채 멀뚱히 쳐다보고
그 옆에는 동치미와 김치, 양념을 보관하는 것으로 보이는 마치 선사시대 유적지처럼 보이는
초가 움막이 한채 놓여있다. 이런 초가움막에서 밥을 먹어도 괜찮겠는데.
첫댓글 가볼려고 글 옮겨 감니다 감사합니다
네, 김유정문학촌과 실레마을공소, 실레마을과 금병산을 함께 다녀오심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듯하네요.. 막국수와 묵사발을 드셔도 괜찮을듯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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