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합작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한판 벌이자!

[그런 날들이 있었다]

술을 처먹고 이런 망상을 한번 해 봤다.

한국과 일본 축구협회가 손잡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어떤 사기극? 이름 하여 '월드 챔피언십' 대회라는 걸 개최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라는 의미를 담아야 하니까, 명칭은 귀가 솔깃해질 정도로 폼나게 지어야 한다. 사기극이 원래 그렇듯 포장에 가장 신경 써야 한다는 걸 명심할지어다!

명칭을 아주 그럴듯하게 지었다면 참가국을 고르자. 우선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과 일본을 축으로 하여 북미 대표 멕시코, 남미 대표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유럽 대표로 독일과 에스파니아, 아프리카 대표로 카메룬을 정한다. 

뭐라고? 이런 국가대표 팀은 부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비용 또한 엄청나서 감당할 수 없다고? 아마추어도 아니고 이렇게 순진하다니, 쯧쯧~ 명칭만 국가대표지 실제로 스타급 선수를 데려오는 게 아니다. 사기 한두 번 쳐보나!

한국과 일본은 자국 리그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하되 양념처럼 해외파 몇 명을 곁들이는 게 좋겠다. 국내파 위주로만 대표 선수를 구성하면 아무래도 일반 대중들을 유혹하기 조금 어려울 수 있으니 해외파도 반드시 뽑아야 한다는 데 유념하자. 물론 손흥민 정도의 특급 해외파까지 노리는 건 금물이다. 대개의 범죄는 탐욕에 눈이 멀어 꼬리가 잡힌다는 걸 명심하고, 지나친 욕심을 자제하자.

다른 나라의 경우 이름만 국가대표일 뿐 그 구성원들은 모조리 2부 리그 선수로 꾸며야 한다. 물론 2부 리그에서도 제대로 경기조차 뛰지 못한 후보 선수로만 뽑아야 한다는 걸 명심하자. 2부 리그 주전이라면 정규 리그 중이라서 쉽게 빼내기도 어렵거니와, 혹시 한국과 일본을 이기는 '이변'을 연출할지 모르니까 신통찮은 경기력을 가진 선수들만 물색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국가대표 팀의 코칭 스태프는 현재 놀고 있는 지도자 가운데 아무나 골라서 돈으로 유혹하여 억지로 떠맡기도록 하자. 돈의 유혹 앞에서 '백수'가 어찌 흔들리지 않으랴!

국가대표 유니폼을 비롯한 자잘한 경비와 항공료, 숙식을 포함한 체류비는 모조리 한국과 일본이 공동 부담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대국민 사기극'으로 엄청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으니, 이 정도 투자는 당연하다. 밑밥을 충분히 뿌려야 대물을 낚는 법이다!

자, 이제 가장 중요한 건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언론을 구워삶는 데 있다. 언론에서 월드 챔피언십을 화려하게 포장해 줘야 이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이 성공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언론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걸 명심, 또 명심하자!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선전 문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월드컵을 능가할 세계인의 축제 월드 챔피언십", "전 세계가 주목하는 월드 챔피언십", "축구팬을 넘어 70억 인류가 열광하는 월드 챔피언십"

뭐라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구라(!)가 너무 심하지 않냐고? 천만에 말씀!!!

"아시아의 별들이 몰려온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를 뒤덮은 WBC 열풍", "전 세계가 열광하는 WBC",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과 일본의 WBC 결승전" 

이거 역시 명백한 구라 아닌가! 그래도 이 땅에선 이 황당한 '도그사운드'에 별다른 이의 제기도 없이 어거지로 만든 축제에 열광하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성하지 않았던가! 

사람들이 바보라서 그런 게 아니다. '개구라'면 어떻고, 사기극이면 어떠리, 한국이 세계 최정상이라는 망상에 취하더라도 그저 웃고 즐길 수 있으면 좋다. 

이것이야말로 피해자 없는 범죄다. 아니, 설령 피해자가 있다 해도 그 피해 당사자조차 좋아 죽겠다고 하는데, 이게 어찌 범죄란 말인가! 그러니 죄책감 따위 개나 줘라!

한국과 일본은 각기 다른 조에 편성하여 결승전에서 맞붙도록 하자.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해당 국가 2부 리그 후보 선수로 구성한 팀이기에 두 나라 대표팀의 상대가 될 리 없다. 그래서 한국이 브라질을 3 대 0, 아르헨티나를 4 대 0, 독일을 5 대 0, 에스파니아를 6 대 0으로 꺾는 기막힌 상황이 종종 펼쳐질 것이다. 그러면 다시 언론에서 온갖 호들갑을 떨며 이 승전보를 극적으로 포장하게 만든다.

"삼바군단 브라질을 초토화한 태극 전사", "월드컵 우승국 독일을 무너뜨리다", "아르헨티나를 넘어 세계 정상에 우뚝 선 한국 축구", "에스파니아의 무적 함대를 격침한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

이럴 때 누군가 이 대국민 사기극을 간파하고 '시비'를 걸어올지 모른다. 

"메시와 네이마르 같은 초특급 선수들이 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 "2부 리그 선수들만 모아놓고 뭐하자는 짓이냐!"

그럴 땐 이렇게 대꾸하자. "한국도 손흥민이나 기성용이 빠진 상태로 뛰었다.", "손흥민과 기성용이 들어오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독일과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단기전이나 단판 승부는 이변이 많아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이미 한국이 독일과 브라질을 꺾은 적도 있는 만큼 섣불리 경기 결과를 예측하지 마라", "아무리 2부 리그 출신들이라도 엄연히 국가대표다!"

엄청나게 똑똑한 인간들이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월드 챔피언십의 사기극을 폭로하려고 해도 눈앞에서 뻔히 브라질, 독일, 에스파니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를 매 게임마다 박살내는 결과에 흥분한 대중들로 넘쳐나기만 하면 그딴 소리에 귀 기울일 사람은 없다. 여기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언론의 뒷받침이라는 걸 잊지 말자!

"4강 진출하려면 독일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한국 마침내 월드 챔피언십 4강에 진출하다", "아르헨티나를 꺾고 일본과 결승에서 만나자", "월드 챔피언을 놓고 일본과 운명의 한판 승부를 펼친다"

경기를 중계하는 캐스터와 해설자의 말도 세심하게 짚어줘야 한다. 2부 리그 후보 선수에 불과한데도 "제2의 메시라고 부를 정도로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 "장차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오를 자질을 갖춘 선수", "네이마르조차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수", "저 선수의 측면 돌파력은 가히 천만 달러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 식으로 허무맹랑한 소리를 태연히 뇌까리게 만들어야 한다. 

뭐, 그랬다가 들키면 어쩌냐고? 어허, 왜 자꾸 아마추어처럼 나오나 모르겠네. 그 발언의 진위 여부를 누가 일일이 찾아서 입증한단 말이냐! 원래 사기는 큰소리 치면서 해야 제대로 먹힌다는 걸 명심하자!

아무리 여론 공작을 치밀하게 하더라도 한국 대표팀의 지나칠 정도로 뛰어난 성적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럴 때는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한 브라질, 독일 등 대표팀(!!!) 감독에게 '립서비스'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재X 선수가 EPL에서 뛰지 않는 이유를 묻고 싶다.", "권X훈 선수는 EPL에서도 최상위 레벨에 오를 실력자다", "X의조는 EPL 득점왕이 유력한 선수다", "한국은 다음 월드컵에서 무조건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이다", "한국은 월드컵 정상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이런 인터뷰를 언론에서 도배하면 월드 챔피언십에 의문을 가진 여론도 곧바로 수그러들 게 확실하다. '축구 선진국'의 대표팀(!!!) 감독이 그렇다고 하는데 누가 감히 토를 달겠는가!

마침내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대국민 사기극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밑그림을 완벽하게 갖추었다. 이제 분위기는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으니, 일본을 꺾고 우승만 하면 말 그대로 광란의 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다른 팀들은 명백히 '짜가' 국가대표에 불과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정식 국가대표니 이 둘의 결승전은 아주 박진감 넘치게 펼칠 것이다. 그런데 이 경기 결과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자. 승리하면 당연히 한국과 일본 땅에 광기 어린 축제 열기를 끌어낼 수 있지만 패했다고 해도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여론을 몰고 가면 된다. 한국이나 일본이 패하더라도 '세계 2위'에 올랐다는 걸 억지로 추켜세우면서 여론 공작을 치열하게 펼쳐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움츠러들 수 없으니 때론 역공도 필요하다. 한국의 패배는 악천후와 한파에서도 경기할 수 있는 '돔 구장' 시설이 없다는 데 결정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좋다. 축구 전문가들 입을 통해서 돔 구장 필요성을 반드시 언급하도록 만들자. 물론 승리했을 때도 돔 구장 필요성을 계속 강조해야 한다.

"돔 구장 없이 월드 챔피언은 꿈도 꾸지 마라!"

"지금의 월드 챔피언을 유지하기 위해선 돔 구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승전 돔구장'... 잊지 말자!!!

이럴 때 또 축제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나타나는 '똑똑한 친구'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는 그 존재조차 모르는 이딴 대회에 왜 이렇게 집착하냐", "한국과 일본만 목을 맬 뿐 아무도 관심 없는 허섭스레기 대회"

사실 관계를 날카롭게 파헤친 지적이기에 자칫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지 모른다. 아무리 심장에 비수가 꽂히는 아픔을 느끼더라도 표정 하나 일그러뜨리지 않고 침착해야 한다. 모름지기 사기꾼에게 철면피 근성이야말로 필수 덕목이라는 걸 잊지 말고, 정색한 채 이렇게 대응하자.

"넌 일본의 심장부에서 태극기를 게양하고, 애국가가 울려 펴지는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드냐!"

그러면 이 잘난 친구가 다음과 같이 응수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엉터리 대회를 만들어서 국가주의를 부추기는 꼴이 마음에 안 든단 말이다!"

이렇게 나오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확실하게 밟아주도록 하자.

"너,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인지 대답해 봐라!"

"여기서 그 말이 왜 나오냐! 사람들을 전근대적 국가주의의 망령으로 놀아나게 하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럼 그렇지, 알고 보니 친일파 새X였네. 꺼져라, 이 쪽발이 새X야"

'쪽발이 새X'를 몰아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기도록 하자. 숙적 일본을 꺾고 월드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면 공항까지 '우리의 영웅'을 맞이하러 가자.

"월드 챔피언십의 영웅들 돌아오다!", "오천만을 환희의 세계로 몰아넣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영웅!",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우리의 영웅 귀환하다!"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희대의 국민 사기극을 통해 2002년에 이어 제2의 축구 광풍을 불러일으켜 보자.

이상, 술이 엉망으로 취한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늘어놓은 "일본과 합작으로 벌이는 '대국민 사기극'" 이야기였습니다.......

[No.7 박지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아이디어 좋네요 춘추제인 미국같은 나라들하고 화재성있는 일본 이란 북한 태국 이 정도만 불러도 개꿀일듯

[렝빅]

순간 김현회 칼럼 읽는줄

[빛나라★전북의별]

저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란꼼보]

중국도 참가시켜주죠 ㅋㅋㅋㅋ
재밌네요

[포항답게]

술 드시고 이런 고퀄 소설을ㄷㄷ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재밌겠네요ㅋㅋㅋㅋ

[Societa Sportiva Calcio Napoli]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카다노바바]

모종목 팬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samfoius]

필력이 장난아니십니다 ㅋㅋㅋㅋㅋ

[봉보로로봉짱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누과누]

ㅋㅋㅋㅋㅋ뭐얔ㅋㄴㅋㄴㅋㅋㅋ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기한두번쳐보낰ㅋㅋㅋㅋ

[Split]

망상인데 설득력이 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슈팅라이크종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가 익숙한 그림이야ㅋㅋ

[14Henry]

80~90년대에는 머 2~3군 오긴했져 ㅎㅎ

[노른자]

정말 아고라 같은데 퍼가고 싶네요.ㅋㅋ

[인천십년주기설]

와...집중해서정독햇다..

[Joon]

돌려차기 마스터시네 이분 ㅎㅎ

[수원☆☆☆차스까]

고퀄...ㅋㅋㅋ..모종목의 h모씨가 봤으면 ㅂㄷㅂㄷ했겠네요..ㅋㅋ

[1905년부터 BLUE DAY]

늦은 시간 즐거움 주셔서 추천드리고 갑니다 ^^

[션빠뮌박]

와 대단 ㅎㅎㅎ

[스칼렛 위치]

와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걱정말아요 그대]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랑하양빨강]

일리 있네. 옆종목에 모범(?) 사례가 있으니...

[겨울반디]

ㅋㅋㅋㅋㅋㅋ 언론을 매수한다는 것부터 솔깃하네요. 승산있는 사기극인데요?ㅋㅋㅋ

[Αhn Jung Hwan]

오ㅋ그대로 한번쳐보지ㅋㅋ

[닥공정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침이네요 글이 호들갑스럽긴하나 모종목에대한 언론과 미디어의 호들갑을 생각하면 ㅋㅋ

[프렌테트리콜로]

술취한 상태에서 썼다기엔 필력이...쓰시다 본인도 술깨면서 재밌었을듯

[주유린]

ㅋㅋㅋㅋㅋㅋ술 깨면서 재밌었을 듯이라니

[PALACE]

크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

[먼산지기]

대단하십니다. 속이 다 쉬원하네요 ㅎㅎ

[Allez대전]

재밌게 잘 봤습니다 ㅋㅋㅋㅋ

[권 창훈]

ㅋㅋㅋㅋㅋㅋ아나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