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50년 한국전쟁 중 미군의 ‘마스코트’(군부대 입양 소년) 입양을 시작으로 입양문화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특히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 속 보살핌 받기 어려운 전쟁고아, 미군 혼혈아, 장애아동 등 많은 어린이들이 미국을 포함한 해외로 입양되었으며 현재까지 해외로 입양된 우리나라 아동의 수는 약 20만 명이 넘는다. 현재까지도 연간 입양 아동 약 1000명 중 절반 정도가 국외로 입양된다. 이 중에서 국내에 입양된 아동 65% 이상이 1세 미만이고, 3세 이상이 되면 입양 가능성이 낮아진다. 마찬가지로 국외입양 아동의 97%가 3세 미만이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입양’하면 아동 입양만을 떠올리고, 실제로 아동 입양이 입양사업의 주를 이룬다. 성인 입양의 통계는 보건복지부나 입양지원센터에도 나와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인 입양’보다는 ‘양자 입적’이 더 익숙한 말로 여겨진다. 보통 재혼가정에서 성년 자녀를 입양에 호적에 올리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2004년 LG그룹 구본무 전 회장은 외아들을 잃고 자신의 동생의 아들 구광모 현 회장을 양자로 들여 회장직을 물려준 사례가 있었다. ‘장자에게 경영원을 계승한다’는 LG그룹 가문의 뜻에 따라 결정한 것이다.
이처럼 가족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양자를 입양하는 경우도 있지만, 굳이 ‘장자’에게 물려주지 않아도 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아직 ‘가업의 장자 계승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
일본은 입양률 세계 1위 미국과 맞먹을 만큼 입양률이 높지만 아동을 입양하는 미국과는 다르게 아동 입양은 고작 2%대를 웃돌고, 대부분 2~30대 성인 남성을 입양한다. 일본이 이렇게 성인 입양률이 높은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 내막을 알기 전에 나는 이러한 통계를 보고 아이러니했다. ‘초고령화 사회라 자식 없이 외로운 노인들이 젊은 사람을 입양하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남성’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내 예상을 완전히 비껴간 진짜 이유는 바로 앞서 말한 것처럼 장자에게 가업을 잇게 하기 위해서이다. 장자라고 하더라도 실무적, 사업적 능력이 가업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가업은 유전적 요인으로만 적합성을 따지기엔 한계가 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법률에 따르면 가족 재산을 장자에게 상속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었다. 지금은 법률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일본의 가족기업에서는 장자 상속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일본의 입양의 주목적은 새로운 가족의 형성보다는 사업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그 근거로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우리나라는 보육원이나 입양센터 등 복지기관에서 입양 대기 아동을 보호, 관리 하지만 일본은 가업을 물려받을 만한 건장한 20~30대 성인이 주 입양 타깃이다 보니 결혼 정보회사, 결혼 컨설턴트 같은 사기업이 기업들을 위해 입양 지원자를 모집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일본의 자동차 회사 도요타, 스즈키 그리고 전자제품 회사 캐논 등 굵직한 기업은 물론 가업을 계승시키기 위해 양자를 입양하는 일본 기업이 아직까지 많은 추세이다.
나는 이 주제에 대해 조사하면서 이 작은 주제에서 마저 편협한 나의 시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앞서 기술한 것처럼 아동 입양이 대부분이다. 최근 배우 박시은 부부가 성인인 딸을 입양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으나, 관계자가 “37년 동안 처음 본 사례다”라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성인 입양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교수님께서 한 일 양국의 입양문화 차이에 대한 과제를 내주셨을 때, 아무 의심도 없이 일본의 아동 입양을 떠올렸다. ‘대체 뭐가 어떻게 다르길래 과제를 내주시는 걸까?’ 하고 말이다. 조사를 시작한 지 5분도 안돼서 나는 나의 편협함과 마주했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느낀 점을 계기로 어떠한 주제에 대해 편견 없고 제한 없는 ‘열린 생각’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