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화창한 봄날에 우리 믿음의 자녀들을 한 자리에 모으시고 ‘신령과 진정으로’ 아버지께 예배하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예배드리는 동안 우리의 죄의 문제와 하나님과의 관계회복과, 그리고 늘 우리를 괴롭히는 악한 영들과의 전투에서 우리가 승리하게 하시고, 그리하여 우리의 모든 것이 온전히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제사로’ 드려지기를 원합니다. 아버지께서 끝까지 이 예배를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또 성년의 날까지 화목하고 단란한 가족 기념일들이 5월 한 달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5월의 봄은 희망이자 축복일 수 있습니다. 삼색의 녹음과 따사로운 봄 햇살은 더불어 주가 주신 선물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교회 안에만 머물러 있기로 한다면. 우리가 살만한 사람들끼리 여기 모여서, 아이들 유학과 특목고와 웰빙을 얘기하며, 교회 밖의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기로 결심하기만 한다면, 5월은 가정의 달이고 축복의 달이고 희망의 달입니다.
하지만 아버지, 5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낸다고 시인 Eliot은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우리에게 5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1866년 5월. 미국 시카고에서, ‘8시간 노동’을 위한 투쟁을 기념하여 전 세계가 노동절을 치르지만, 우리는 날마다 240명이 산업재해를 당하고, 그중 10명이 죽으며, 그 10명 중 2,3명이 과로사로 죽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통 속에 가고, 망월동 묘역은 벌써 29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광주는 오히려 도청별관을 철거하여 죄의 역사를 덮으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작년 5월. 서울에서, 미국 소 수입반대를 시작으로 타오른 촛불이, 대한민국의 주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소수의 부자들을 위해 대다수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지도자로 두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 아버지. 폐업에 고용불안에 실업에 빚더미에, 입시지옥에 무한경쟁에. 절망하고 몸부림치며,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곳에서 외롭게 목숨을 던지고 있는, 우리의 안타까운 사람들. 아버지 우리의 5월은 너무나 잔인합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교회 안에 갇혀야 합니까? 하나님 아버지. 언제까지 자기 가족의 행복만을 위해 하나님을 찾아야 합니까? 예수님은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위해 오셨는데, 가장 치열한 현실 속에서 그들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죽임을 당하셨는데,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지금 어떤 십자가를 지고 있습니까? 이 따스한 봄볕이, 반가운 교우들의 축복과 찬양이, 이 십자가를 담고 있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아버지, 부디 우리 완악한 마음을 녹이시어 세상을 향해 아파할 수 있게 하시고, 밤 세워 기도할 수밖에 없더라도, 우리의 눈을 잔인한 현실에서 피하지 않게 하소서. 외면하는 평온함 보다 불편한 진실을 치열하게 말하는 교회가 되길, 우리가 기도하게 하소서.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내 아들을 먼 곳에서 내 딸들을 땅 끝에서 오게 하여’ 주 하나님 여호와의 영광을 위하여 창조된 우리, 우리 믿음의 자녀들을 도와주소서. 이 아픈 세상에 우리가, 울 수 있게 하소서. 버릴 수 있게 하소서. 내가 질 십자가를, 고민하게 하소서. 모든 말씀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2009년 5월 24일 내가 대표기도 할 차례가 되어서, 이렇게 했다. 지금 읽어봐도 멋있다. ㅎ.
전날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졌기 때문인지, 교우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우리 교회가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현실을 외면했기 때문에 그분을 죽인 거다.’라며 내가 뭔가 해주기를 바래왔다.
교회용어로 십자가를 져달라는 거다.
결국 ‘실천동아리’라는 걸 구성했고, 시민사회단체들과 교류도 하고 의식무장을 위해 공부도 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흘렀다, 겨우 두 달.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갔다.
이제는 지난 두 달의 기억과 내가, 그들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어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첫댓글 그랬군요. 2헌빠는 나름 신앙을 가진분이었군요. 저역시 신앙인으로 살며 나름 고민하며 삽니다. 그리고 기도문을 통해 2헌빠의 고민과 속내의 일면을 봅니다. 아쉬운것은 '이렇게 했다. 지금 읽어봐도 멋있다. ㅎ.' 라고 자신의 감정을 표한것이네요. 사적으로 일면식없는 제가 이런 말하는 것이 외람되지만 일견 이해는 되지만 조금은 아쉽네요ㅠㅠ... 혹 도움이 되는 책하나 추천해도 될른지요. 하나님나라/박철수/대장간
신앙인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그 아쉽다는 부분의 표현은 제가 일부러 쫌 까부는 표현이구요, 너무 진지해 질까봐.. 저도 책 한권 소개할까요? 역사와 해석/안병무/한국신학연구소
와, 멋지다. 계속 책을 추천하다보면 언젠가 같은 책을?...
좀 까부는건지 알고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왜 까부냐고 할수는 없잖아요ㅠㅠ 추천도서 고맙습니다. 지금 사러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