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 용 명 칭 |
◁수화통역 방송 |
개 념 |
◁방송물의 음성을 수화통역사가 통역한 영상을 방송 영 상물에 편집하여 방송함. |
제 작 형 태 |
◁사전 제작 : 외주 제작 영상물, 다큐멘터리, 녹화 행사 등 ◁실시간 제작 : 뉴스, 속보 등 |
송 출 방 식 (아날로그) |
◁영상신호(1채널)에 다른 영상과 함께 실어서 송풀함 |
방영 방송사 |
◁KBS, MBC, SBS 및 일부 종합 유선방송 |
방영프로그램 |
◁지상파, 종합 유선방송별 주당 20분 내외 방영 |
KBS 뉴스/ 사랑의 가족 |
일(08:00-08:10), 월(17:00-17:10)/ 토(11:15-11:55) |
MBC 뉴스 |
화․수(17:00-17:10) |
SBS 뉴스 |
목․금(17:00-17:10) |
KTV(ch14) 국정뉴스 |
월-토(18:00-18:20) |
OUN(ch47) 뉴스라인 |
월-토(17:00-17:10) |
MBN(ch20) 재테크 |
금(11:00-11:10) |
주간 방송 시간 |
지상파 : 110분 케이블 : 190분 |
사 용 명 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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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수화통역이 따르는 이들 프로그램은 송신자(방송국), 수신자(농아인 또는 일 부 난청인), 미디어(의사소통 수단, 즉 수화)의 상호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관계를 보전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TV수화통역은 그 충분조건인 동시에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조건이 충족되고 있다고 하기에는 많은 문제가 잠재한다고 하겠는데, ⑴수화 인식과 TV수화통역의 문제, ⑵수화의 표준화와 TV수화통역의 문제, ⑶통역의 원리와 TV수화통역의 문제, ⑷방송체제와 TV수화통역의 문제 등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이 논의에서는 우리의 실태를 외국과의 비교를 통해 개관함으로써 TV방송에서의 새로운 접근을 위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2. 수화 인식과 TV수화통역
한국수화는 성립 초기부터 구어환경과의 의미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외래 수화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의미의 체계적인 확장․분화의 틀을 마련할 수 있었고, 나아가서 이것은 어휘 체계의 기틀을 다지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초기의 안정적인 이용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수화 강습(知覽,1928)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김칠관, 2000).
이와 같은 수화 이용 배경은 일본과도 다른 것으로서 오히려 미국수화의 성립․이용 배경과의 유사성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중구조(김칠관,1998a)를 바탕으로 한 교육 체제 안에서의 닫혀진 환경은「벙어리 극단」으로 비롯되는 농아인들의 자각운동(침묵의 벗, 1962)에도 불구하고 농아인 언어공동체와의 괴리 현상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따라서 한국수화의 지역화, 특수화, 사회화로 집약되는 이용 환경의 변화도 이와 같은 괴리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수화 이용의 양적인 확산을 계기로 일게 된 수화에 대한 관심도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환경은 일본의 경우도 유사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수화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기도 전에 외형적 관심도가 지나치게 고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오히려 수화 연구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하겠는데, 이것은 언어체계로서의 수화 연구를 비롯하여 「세계 장애인의 해」를 계기로 새로운 기반을 구축하게 된 복지 환경의 변화가 그 기반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생적 언어로서의 한국수화에 대한 연구 성과는 아직도 미흡하고, 그 만큼 수화에 대한 인식의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수지 한국어라 할 수 있는「문법성 수화(Signed Korean)」의 출현은 우리의 수화 인식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화의 방법적 이용이 안고 있는 결정적인 문제는 구어와의 일대일 대응을 근간으로 하는 데 있는 것으로서 원리적으로 그것은 문자를 코드(second code)화함으로써 점자, 발음 암시기호(cue sign), 지문자 등을 구성하는
방법과 궤를 같이한다.
수화 인식의 문제는 수화 이용 환경과 깊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용 방법의 문제와도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농아인의 커뮤니케이션․정보 보장을 당위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수화가 농아인의 언어로 자리 매김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송은 이와 같은 인식을 기반으로 그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스웨덴의 TV방송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 차원의 것이 아니라 스웨덴어와 동격의 공용어인 수화를 중심으로 하는 언어공동체로서의 문화집단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나 영국(BBC) TV방송이 뉴스 수화통역에서 영국수화(BSL)를 사용하며, 특히 여왕의 크리스마스 메시지가 농아인에 의해 수화로 통역됨으로써 영어와 동등한 지위를 얻고 있다는 것(秋山, 1989․1995)은 문제의 핵심이 어디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하겠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경우, 또는 같은 언어라도 구어를 글로 바꾸는 경우 반드시 거기에는 정보의 변용이 일게 된다. 언어 사이에 서로 대응되는 어휘의 의미 범위는 물론 은유, 문법을 비롯하여 문화의 다름이 그와 같은 변용을 규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小田, 1987). 그런데 우리의 TV방송 통역에서 이와 같은 변용이 일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우리의 수화 인식과도 이어져 있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된 실태는 ⑴의미 확장의 문제, ⑵표현의 문제, ⑶내용 전달의 문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의미 확장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비유를 포함한 관용표현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일 것인데 그러한 여유가 거의 주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음성메시지의 내용 그대로를 수화(낱말)로 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물론 방송체제에 1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겠으나, 표현이 이해를 앞서는 가운데 우리말 이름(label)을 기준으로 수화의 의미를 단정하는 수화학습의 잘못된 관행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하겠다.
표현에서의 문제는 한국수화의 특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화문의 중요한 구성 형태를 볼 수 없다고 하는 것 말고도 비 수지동작에 의한 의문문의 기초적인 표현조차도 볼 수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화의 음절과 관계된 것으로서 낱말뿐만 아니라 낱말과 낱말 사이의 리듬을 살리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농아인의 수화는 직감적으로 파악하기 쉬운 리듬 패턴을 지니는 데 비해 청인들의 수화에서는 그러한 리듬을 볼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그것은 음성의 시간적 구조에 이끌림으로써 수화로서의 구조가 크게 왜곡된다고 하는 것(市川 外, 1998)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모라(mora)의 비교(堀米․柵田, 1999)에서는 구형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수화 표현이 구어의 리듬을 따르게 됨으로써 음성적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것이 음성 메시지를 충실히 옮기려는 데서 일게 되는 불가피한 결과라고는 하더라도 여기서 수화의 산 표현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내용 전달의 문제는 표현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하겠다. 음성 메시지를 놓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거의 동시에 단순․연속적인 낱말 번역이 일게 되므로 상황 문맥이나 종합적인 내용 파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것은 수화문 머리의 따라하기 시간(lag time)이 빠를수록, 즉 듣는 즉시 반응하여 빠른 통역 산출이 이루어질수록 오류가 증가한다(Cokely,D.,1986)는 분석 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통역자가 시간을 적절히 통제할 수 없어 생기는 결과지만, 결국 그것은 수화 인식의 문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3. 수화 표준화와 TV수화통역
수화 표준화 문제는 먼저 낱말의 표준화를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TV수화통역에서 볼 수 있는 실태는 이와 같은 수순을 재확인하게 된다. TV수화통역 실태를 개관함으로써 수화 표준화와 관련하여 요약할 수 있는 문제는 ⑴조어적 표현, ⑵사서형 표현, ⑶동의어 표현, ⑷특성적 표현, ⑸논리적․전문적 표현 등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앞의 두 가지 문제는 어휘 활용에서 신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뒤의 세 가지는 어휘 선택에서 제한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조어적 표현은 통역자의 즉석 조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예컨대 「주택 자금」={#집+#돈}, 「회의 자리」={#회의+#앉다}, 「항만청장」={#항구+#장(長)} 등과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은 자의적 표현이 미치는 영향은 낱말 하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문맥 전체에 미침으로써 내용 전달을 더욱 어렵게 할뿐이다.
「유통」={무역}, 「블랙박스」={#검정+#상자}, 「매진」={없어지다} 등은 낱말의 사서형(citation form)과 같은 형식을 이용함으로써 바른 의미의 전달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통역 산출된 수화표현에 관한 분석(白澤, 2000)에서도 사서형 출현율이 73.8%로서 타고난 수화자에게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볼 수 없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수화통역에서 낱말의 사서형이 과다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어휘집에 편중되어 있는 우리의 수화 관련 자료 간행 실태와 구어 의존적 수화문 실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동의어의 선택문제는 「조직적」={계획(적)}, 「병합」={통일}, 「순수한」․「투명한」={깨끗한}, 「여분」={여유}, 폐쇄={휴업(결석)}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적절한 선택을 통해 내용의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잠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의어 관계에 대한 논의에서는 원형적 동의어와 비원형적 동의어의 성격을 규명하는 일이 필요한데, 이러한 작업은 시간․공간상으로 빈도수 측정, 개념적․연상적․주제적 의미의 대조, 문맥상 제약의 검토 등을 포함(임지룡, 1997)함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
특성적 표현은 수화가 3차원적 언어라고 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TV수화통역에서는 평면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화면의 특성상 안쪽이나 안쪽에 가까운 장향(掌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조음이 어렵게 된다는 것인데, 시각언어인 수화에서 이것은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鳥越, 1995). 예컨대 {비밀}, {물건}, {극복}, {거울}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다. 따라서 가능한 한 손바닥이 보일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논리적 전문적 표현에서도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하겠는데 논리적 문제가 학술, 문화, 정치, 사회 등에 치중되는 반면 전문적 문제는 경제, 법률, 의․약, 과학․기술분야에 편중된다고 하겠다. 이와 같은 선택과 제한의 문제는 수화의 형식에서 뿐만 아니라 내용(의미)에서도 큰 문제를 드러냄으로써 전달을 어렵게 한다. 이것은 단순히 어휘 부족으로 돌려버릴 문제가 아니라 어휘의 선택과 제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통역 과정을 통해 풀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수화 표준화는 물론 다양한 장면에서의 용례 확보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곁들여 언중(농아인)의 지지를 전제로 한 수화 전문용어의 개발 보급(김상화, 2000)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흔히 한국수화의 지역화 현상을 표준화의 절대적인 걸림돌로 전제하는 논의가 있으나 우리의 지역화는 일본수화가 거쳤고, 중국수화에서는 지금도 드러나고 있는 이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미국수화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지역적 변이(regional variation) 현상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우리의 공통 기반을 어느 만큼 확장시킬 것인가가 표준화의 결정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교육․종교․전문 분야에서의 변화와 관련되는 특수화 문제는 물론 수화 언어공동체와의 괴리현상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사회화 문제에 보다 깊이 있게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수화의 표준화와 TV수화통역이 직면하는 문제는 한국수화와 우리말과의 호환성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형식과 의미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두 언어의 특성을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바탕 위에서만 진정한 호환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한국수화를 통해 우리말을 볼 수 있는 길을 다짐으로써만 가능하다. 수화 인식이나 수화통역의 현실적 문제가 우리말을 통해 한국수화를 보는 데서 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한 선택(낱말의 선택)의 문제에서도 항상 우리말이 우선하기 때문에 일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수화의 특성과 수화 언어공동체를 통한 수화 사용 실태를 바르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NHK(방송 연구부)에 의한 「수화 지역차 조사(1985-1987)」(NHK,1989)나 영국 BBC 등이 브리스톨대학 농연구센터에 의뢰함으로써 이루어진 농아인 대상 프로그램(See Hear)에 관한 면접조사(BBC,1992) 등은 매우 귀중한 것을 시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이후의「구어-수화사전」(일본)이나「수화-구어사전」(영국, 미국, 북구, 일본 등)의 편찬이 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도 이러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4. 통역의 원리와 TV수화통역
지금까지의 수화통역 기술 연마가 개인적인 노력과 실천에 맡겨졌던 점에 비추어 체계적인 학습을 비롯한 이론 연구와 실천 분석의 필요성이 제기(全日本聾啞連盟, 1998)되는 것은 우리의 문제 제기와도 다를 바 없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구미에서의 수화통역 연구 결과(Cokely,D., 1992)가 보여주는 바로는 수화의 종류, 통역자의 배경 지식 유무, 청각장애인의 실청 시기 등 조건이 수화통역을 통해 그들의 이해에 미치는 영향은 밝혀지고 있으나, 이것들은 수화통역의 결과를 연구 대상으로 한 것이고 수화통역 활동 그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통역 활동에 대한 분석은 물론 통역의 이론적 접근은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는데, 동시 통역의 원리는 그 중의 하나이다.
동시 통역은 입력순으로 인지요소를 차례로 처리해 나가는 과정으로 생각되고 있다. 인지요소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어휘 정보로서 동시 통역자의 귀로 들어오는 어휘적 의미이자만 그것과 함께 중요한 것은 관계적인 인지요소라 할 것이다. 이것은 하나 하나의 표현에 잠재해 있는 요소로서 문장의 구조나 이야기의 전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배경 지식이 중요한데, 관계적 인지요소는 배경 지식만큼 언어표현으로부터 떨어져 있지 않다(船山,1997). 게다가 수화통역은 양식 바꾸기(change of modality)뿐만이 아니라 두 언어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Frishberg,N., 1987).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TV수화통역을 이러한 과정(동시 통역과정)으로 잘못 이해하거나 단순한 양식의 변화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수화통역의 의의뿐만 아니라 통역 방식에 대해서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수화통역(특히 TV수화통역)은 통역이라기보다는 직역(transliteration)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언어로서의 수화 연구의 진척에 따라 수화통역도 일반통역과 마찬가지 역할을 저야 한다는 인식에 걸맞는 통역의 기계적 역할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른바 중개자로서의 역할이 그것이다. 그러나 기계적인 변환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수화통역에서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할 필요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촉진자(facilitator)로서의 수화통역의 새로운 역할을 필요로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Frishberg,N., 1987; 鳥越, 1995).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수화통역이 TV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속성에 편승한다고 하는 것은 언어(수화)문제뿐만 아니라 통역의 문제까지도 떠 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하겠는데, 직역이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여기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의 TV방송 수화통역의 문제는 ⑴수화 학습, ⑵통역 훈련, ⑶통역 전략, ⑷자막과의 관계 등의 배경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수화 학습과 그 이용은 무엇보다도 앞서야할 과제로서 우리의 수화통역은 이와 같은 기초적인 단계에서부터의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이 문제는 수화 인식과도 이어져 있는 것으로서 수화의 종류가 거론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문제에 기인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농아인의 정보․인지 처리 특성과의 관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즉, 농아인은 보이는 대로 각 항목을 처리할 수는 있으나 모든 정보가 연속적인 수지언어(signed language)의 흐름으로 표현되면 그 전달 내용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그러나 미국수화(ASL)의 경우 공간장치를 써서 시각 양식에 완전히 적응시키므로 쉽게 표현하거나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Bellugi,U.,1980; Sacks,1990).
문제는 언어교육(언어학습)으로서의 수화교육(수화학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神田,1998)는 데 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수화는 자생적 언어로서의 수화로서 기호변환(codeswitching)을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농아인 언어공동체 속에서는 자생적 언어로서의 수화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어식 수화(문법성 수화)는 먼저 상당한 우리말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농아인 모두에게 적절하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시각만으로 수용한다는 것은 말읽기(speech reading)와 맞먹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서 결코 쾌적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수화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농아인이란 그릇된 평가를 낳게 된다는 것(大杉․市田,.1998)이다. 따라서 새로운 접근에 따라 이루어지는 수화 학습은 제2언어 습득의 원리와 경험을 기반으로 1980년 이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2중 언어․문화 접근(2Bi Approach) 모델이다. 특히「미국수화 교본(ASL- a student text)」․「교사용 지침서(ASL- a teacher's resource text on curriculum, methods, and evaluation/ASL- a teacher's resource text on grammar and culture)」 (Cokely,D. et al, 1980),「수화표현은 자연스럽게(Signing Naturally)」(Smith,C. et al, 1988),「수화 교사 및 수화/영어 통역 교사를 위한 교육과정」(Baker-Shenk,C., 1990),「처음 대하는 수화」(木村․市田, 1995) 등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통일되어 있지 않던 일본의 일반적인 수화 학습은「수화 봉사원 및 수화통역자를 위한 학습지도 요령」(厚生省,1999)으로 수화의 체계적인 학습은 물론 기초적인 통역 이론을 바탕으로 한 훈련으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통역 훈련은 수화통역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문제는 이와 같은 필수 과정을 거치지 못한다고 하는 데 있다. 일반적인 수화통역을 비롯하여 TV수화통역이 직역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는 것도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특히 뉴스는 육하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므로 요약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능이다. 따라서 표현 그 자체보다는 의미와 메시지의 이해에 역점이 주어져야 한다면, 실기만 하더라도 흉내내어 따라하기(shadowing), 요약 연습, 예상 연습, 빈칸 채우기(crossing), 형상화(image) 훈련, 따라하기(lag) 훈련 등 기초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와 같은 바탕 위에서 연습(simulation)과정을 통한 읽기 통역(수화⇒음성)과 듣기 통역(음성⇒수화) 훈련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읽기 통역이 듣기 통역에 비해 어려울 뿐 아니라 이들 두 형식에서는 개인내 차도 두드러진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듣기 통역은 그 나름대로 어휘․문장 수준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하는데, 문장의 경우 평균 득점에서 떨어질 뿐 아니라 과제에 따라서는 어휘에서 볼 수 없는 의미 있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全日本聾啞連盟, 1995)된 바 있다. 이런 점이 듣기 통역 위주의 TV수화통역이 안고 있는 문제이므로 훈련을 통해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하겠다. 통역 훈련에는 우리의 TV수화통역에서의 실현 형태인 직역도 훈련으로 포함된다(鳥越, 1995; 김칠관, 1999c․1999f). 훈련 과정에서의 쓰기, 즉 작문 훈련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三浦, 1997).
통역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수화통역과 관련된 것으로서 특히 동시통역의 이론적 모형, 인지 활동에 바탕을 둔 통역 과정, 프로그램 편성 등의 뒷받침이다. 동시통역 이론 모형 중에서도 「노력모델(effort model)」(Gile, D., 1988)을 중심으로 보면, 이것은 처리용량(processing capacity)과 관계되는 모형으로서 통시통역(SI)은 네 가지 노력(L:청취․분석, P:산출, M:기억, C:조정)으로 구성(SI=L+P+M+C)된다는 것인데, 여기서 각 노력과 동시에 이용 가능한 처리용량의 합계는 필요 처리용량의 합계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水野,1997).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의 문제는 필요 처리용량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원인은 통역 훈련 과정이 없다는 것과 수화 학습을 포함한 통역 방법에 있는 것이므로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수화통역에서의 처리용량의 문제는 구어와 수화의 표현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서 산출 시간에 대한 연구(Bellugi,U. et al, 1972; 吉澤 外, 1986)가 수화 단어의 발진 속도가 구어의 2배 또는 42%(지문자 병용일 경우 50%)의 지연을 보인다고 하는 것은 수화통역이 중첩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와 같은 문제는 통역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를 배려하기 어렵게 됨으로써 통역 과정이 어디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인지활동에 바탕을 둔 통역 과정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 있다고 하겠다. 동시통역의 관찰 자료를 통해 귀납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인지활동으로 개념의 합성과 분할이 인다는 것, 사서적 대응과 원 발언과의 엇갈림이 보인다는 것, 형식이 아닌 의미적인 면에서 원 발언보다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고 하는 것 등인데, 이와 같은 관찰을 바탕으로 할 때 동시통역 과정의 처리 대상은 언어표현 그 자체라기보다 개념화된 인지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船山, 1997)이다. 수화통역에서의 비유창성(非流暢性)은 수동의 불안정, 표현의 중단, 불필요한 간격, 수형의 불분명성에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통역산출 패턴은 통역자의 경력과 능력에 따라 생략으로 뒤떨어지는 시간(lag time)을 해소하는 것으로부터 압축․통합 등 공간 양식(modality)을 활용하는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한다(白澤, 2000).
여기서 말하는 프로그램 편성은 동시통역을 보완할 수 있는 것으로서 TV수화통역의 중첩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뉴스일 경우 아나운서에 비해 속도에서 개인차가 많고, 용어를 비롯하여 3차원적인 조음 등 중첩된 문제를 안고 있는 수화통역의 특성상 방송 내용 모두를 통역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표4.1․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본 NHK 뉴스(1994.6.22)와 BBC의 예(鳥越, 1995, 123; 秋山, 1995, 11-12 참조)는 하나의 좋은 시사가 될 것이다.
영국의 경우 민간 방송국은 뉴스 모두가 아니라 최초의 수분 동안 그날의 뉴스 요약 부분만을 통역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수화를 넣는 것을 전제로 뉴스 원고가 작성되므로 수화통역에서의 요약 문제는 일지 않는다고 한다(秋山, 1989).
열린 자막(open caption)과의 관계도 중첩되는 문제와 이어지는 것인데, 자막이 뉴스 내용의 구분 단락으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자막과는 관계없이 그것을 포함한 수화통역이 이중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그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통역은 내용 단락에서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의 코멘트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내용을 구분하는 신호로 자막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통역자나 시(청)자가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지적한 요약의 문제가 어떠한 형태로든 해결되어야 하겠다. 이런 점에서 열린 자막과 수화통역은 상호보완적인 자리를 견지해야 할 것이므로 원인이나 개념 등의 해설로 충당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은 전적으로 수화통역의 책임으로 전가될 문제는 아니다.
<표4.1> NHK 뉴스
◀ NHK 1시 뉴스 원고 1시가 되었습니다. 뉴스를 전하겠습니다. 21일 뉴욕 외환 시장에서 전후 처음으로 1달러=100엔 대를 돌파한 엔 상장은 동경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대규모 시장 개입을 한 결과 1달러=100엔대 전반까지 값이 떨어져 오후 장을 마쳤습니다. (중략) 이러한 급격한 엔고(円高)로 정부는 정오 국회에서 하네다 총리대신을 비롯하여 재무대신과 통산대신 등 경제관계 각료들이 긴급 간담회를 열어 대응책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
◀ NHK 수화뉴스 원고 안녕하십니까. 6월 22일 수요일 수화 뉴스 시간입니다. 엔 상장이 뉴욕에서 1달러=100엔 대를 돌파하여 동경에서도 1달러=100엔35전이라는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그 뒤 101엔 대까지 값이 떨어져 차츰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긴급한 엔고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간담회를 열어 협의하였습니다. |
◀ BBC TV 아침뉴스(Breakfast News, 08:00~08:15) 일반 뉴스 방송(BBC1), 음성․자막 방송(BBC1) 음성․수화통역 방송(BBC2), 음성․자막․수화통역 방송(BBC2) |
5. 방송 체제와 TV수화통역
1995년 현재 TV수화통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국적인 주간 방송 프로그램은 일본의 19편, 이태리의 13편, 핀란드의 12편, 태국의 7편, 영국의 7편, 벨기에의 7편 등으로 이들 나라가 프로그램이 많은 나라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秋山, 1995 부록)된 바 있다. 그 밖에도 미국의 경우와 같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나라를 포함하여 많던 적던 많은 나라에서 수화통역이 있는 TV방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수화통역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인데, 그것은 방송 체제상의 문제와 이어져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우리의 TV방송 수화통역 실태가 보여주고 있는 바가 그러한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폐쇄자막(closed caption) 방송이 도입된 뒤 수화통역 방송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그것은 주간 방송시간의 의무적인 수행으로 만족하는 것 같은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는데, 이와 같은 방송 체제상의 문제는 ⑴프로그램 제작, ⑵방송 기술, ⑶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⑷연구 기반의 조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한 마디로 이것은 방송체제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해소 불가능한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TV방송에서 수화통역이 이루어지는 주요 프로그램은 뉴스이다. 그만큼 우리의 환경은 열악하다. 그마저도 실시간 제작이어서 그것으로 파생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는 통역자는 물론 시(청)자와도 서로 연계되는 것으로서 보다 나은 방송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해소되어야 할 과제이다. 여기서 수화통역을 위한 별도의 내용 준비(NHK), 간추린 내용에 의한 정리․해설(BBC) 등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제한적이며 의무적인 시간과 프로그램 운영으로서 지상파 TV방송 3사의 시간과 요일 지정 방송 방식이 그것이다. 따라서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방송 기술상의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화면 구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의 화면 구성은 화면 일부를 지운 자리에 수화통역을 넣어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지우기 형)이 유일한데, 그것도 아래 오른쪽 구석을 이용하는 경우가 전부이다. 이러한 화면 구성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통역자의 수화 조음을 분명하게 보기 어렵다고 하는 점이다. 실제로 수화공간(調音域)이 위축됨으로써 {특별}의 예에서와 같은 조음에서의 왜곡(팔을 굽힌 상태에서의 조음)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화면 구성에서는 지문자 읽기가 쉽지 않으므로 지문자를 쓰지 않는 편이 낫다고도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화면 구석에서 이루어지는 수화에 시선이 집중하게 되므로 영상을 보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인데, 아이 카메라를 이용한 조사에서 드러난 바로는 시종 수화통역 쪽에 시선이 머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秋山, 1989).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화통역의 위치를 위의 좌우로 하여 화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거나 가끔 수화통역 부분을 지워 사이를 둘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시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영국의 경우와 같이 화면과 수화통역의 자리가 바뀌거나(영상 끼워 넣기) 자리를 나란히 하는 등 다양하고도 변화에 찬 화면 구성도 가능할 것이다.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는 무엇보다도 앞서야 할 과제이다. 여기에는 수화 사용 실태에 대한 조사를 비롯하여 청각장애인들의 TV 시(청)에 관한 다양한 조사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시청자 위원회 활동을 비롯한 유사한 활동(ombudsman 프로그램) 등에서 TV 수화통역 방송에 대한 논의가 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전문성 부족이 그 주된 원인이기는 하겠지만, 소수 집단이라 하여 무관심의 권외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연구 기반의 조성이 절실하다. 자막 방송에 관한 토론회가 가끔 열리기는 하지만, 그것도 수요자 단체가 적극적인 데 비해 새로운 변화가 일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여기서도 방송의 소극적 대응이 드러나고 있는데, TV수화통역 방송의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수요자 단체의 활동이 아무리 기치가 높다고 하더라도 그들 혼자의 힘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 오직 방송과의 의미 있는 협동이 이루어질 때만 체제적 접근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바탕이 시급하다고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연구 기반의 조성 없이 그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연구 기반의 조성은 TV방송 수화통역의 문제(자막 문제를 포함하여)의 발전적 해결을 위한 방송의 전향적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6. 결 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TV방송과 수화․수화통역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보다 분석적인 조사․연구가 아니어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단순히 기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쳤으나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 분야의 문제에 개괄적이나마 접근하고자 한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TV방송에서의 수화통역은 통역 행위에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는 하더라도 수화(한국수화)가 있고, 그것을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언중(농아인 언어공동체)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한시도 간과되어서는 안될 엄연한 사실이다. 또한 중개자가(촉진자) 있고,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관계를 이어주는 방송이 있어 그것을 뒷받침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TV수화통역 방송은 보다 포괄적이며 근본적인 많은 문제에 둘러싸여 있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어느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 있다. 이 논의가 수화 인식, 수화 표준화, 통역의 원리뿐만 아니라 방송체제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부분이다.
수화 인식의 문제는 비단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만은 아니다. 음성언어에 못지 않은 수화의 언어구조가 밝혀지면서 비롯된 이 문제는 농아인 교육․복지의 전향적 변화와 그들의 자각운동의 뒷받침으로 현재화(顯在化)하게 된 것이다. 수화통역(TV수화통역을 포함하여)에서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농아인 언어공동체와 그들의 언어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명제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공용어로 인정되고 있는 경우는 제외하더라도 여러 나라가 자연수화에 가까운 수화를 방송에서 이용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식에 터잡고 있기 때문이다.
수화 표준화 문제는 특히 방송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여야 할 것으로 보는데, 방송과 관련하여서는 특히 그러하다. 거기에는 어휘 선택, 논리적․전문적 표현, 지역화․특수화 문제 등 해결되어야 할 많은 과제가 있는데 구어와의 호환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한국수화와 우리말과의 호환이란 두 언어의 대등성이 보장되는 인식과 이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수화통역은 그것을 담당하는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통역 훈련 과정이 없는 우리의 실정으로는 많은 문제를 안은 채 통역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직역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TV통역이라고 한다면, 통역의 원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앞서야 할 것은 수화 학습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2중 언어․문화 모델은 제2언어 습득 원리가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우리의 수화 학습도 점진적으로 이러한 기초 위에서 이루어져 나가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통역 훈련 과정을 통한 기초적인 훈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러한 훈련을 기초로 통역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방송 체제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송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제작의 문제, 방송 기술의 다양한 구사, 시(청)자 서비스, 연구 기반의 조성 문제 등도 결국은 방송의 적극적 의지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다. 게다가 이와 같은 적극적인 참여는 전향적인 인식과 이해가 뒷받침되고서만 가능한 것이다. 방송 관련 법규가 그 참뜻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TV수화통역 방송은 의무적인 자세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그것은 아마도 근래 확대되고 있는 폐쇄자막 방송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폐쇄자막 방송과 관련된 방송의 접근 방법은 전문(全文) 자막화와 요약 자막화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겠는데 우리의 경우는 전적으로 앞의 것에 의존하는 형태이다. 어느 것이 농아인의 정보 보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지는 속단하기 어려우나 전문 자막화만을 정보의 완전 보장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그것이 소극적인 TV수화통역 방송으로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수요자의 방송 접근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TV방송 수화통역은 농아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데 걸맞는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화 사용과 전략의 구사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체제적 접근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와 같은 환경이 만들어질 때 농아인들의 주체적인 정보 이용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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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ㅈ료 감사합니다^^
게속해서 연구를 하시는 모습 감동입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