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이혼 | 1996년 영국의 개정 가족법
1996년 영국의 개정 가족법 이 화 숙(경원대 법학과 교수) 1. 들어가는 말 영국과 웨일즈에서는 지난 1996년 6월, 가족법의 근본적인 개혁에 해당하는 Family Law Act 1996(이하 1996년 가족법으로 표기)이 제정되었다. 이 법의 핵심은 이혼법 개정으로, 1999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세부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2000년 이후로 시행이 연기되었으며, The Domestic Violence Proceedings and Magistrate's Court 1978과 The Matrimonial Homes Act 1983은 약간의 수정을 거쳐 가족법 제4편에 편입되어 1997년 10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글은 입법 정책적인 관점에서 볼 때 참고자료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영국 가족법의 입법 배경과 내용을 소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 글에서는 96년 제정법의 핵심인 이혼 법을 중심으로 검토한 후, 이혼 법에 직결되는 연금법 및 가정폭력관련법의 개정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한다. 2. 이혼법 개정 1) 입법의 배경 1996년 법의 제정에 앞서 현행 이혼법과 개정안들의 장점에 대한 10 여년에 걸친 논쟁과 조사가 선행되었다. 이토록 신중하게 이혼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된 것은 1969년에 파탄주의 이혼 법이 제정된 이래 이혼율과 동거 혼이 급증하고 혼외자의 출생율이 증가하는 등의 바람직하지 못한 변화가 나타남에 따라 혼인의 성립을 보다 강화하고 이혼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하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었다. 법률위원회(The Law Commission)는 1988년 이혼원인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였고, 1990년에는 확고한 의지를 담은 보고서를 발행한 바 있는데, 두개의 보고서 모두 조정 Mediation과 Conciliation은 같은 뜻으로 쓰이나, 영국과 웨일즈에서는 Conciliation이 보다 많이 쓰인다고 한다. 또한 이혼한 부부들에 대한 조사결과 얻은 자각과 경험에 깊은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그 제안의 공통적인 핵심은 이혼의 원인에서 과실의 개념을 제거하는 대신 부부들은 이혼에 대한 고려와 숙고기간동안 그들의 결혼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실로 파탄되었는지, 그렇다면, 이혼 후 그들 자신과 자녀들을 위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률위원회의 제안을 기초로 1993년과 1995년 두 차례에 걸쳐 전문가 의견을 담은 Green Paper와 입법제안을 내용으로 하는 White Paper를 작성하였다. 이혼법의 개혁을 추진하려는 동기는 이혼 부부들에게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한편 그들에 대한 법률구조비용 이혼을 포함한 가족문제에 소비된 법률구조는 1994년에서 1995사이에 351백만 파운드였다고 한다. 특히 1990년대의 이혼문제에 관한 관심은 이혼자녀들의 이익에 집중되었다. 그것은 1989년의 아동법이 제정된 이후 가족법에서 자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데다가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조사를 통해 나타난 자녀문제의 심각성이 또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혼하려는 부부가 숙고기간동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은 조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입법안을 제안한 것이다. 1995년, 정부는 가정폭력과 혼인가정의 거주권과 관련된 법률위원회의 제안을 입법화하려고 시도하였으나 의회의 보수 그룹의 지지를 받지 못하여 결실을 맺지 못하였다. 비혼인 동거부부에게 혼인부부와 동등한 보호를 한다면 혼인제도가 손상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들 보수 그룹은 이혼의 근거로서 과실을 제거하는데 대하여도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로 인해 혼인은 아무 책임이나 도덕적 실체를 수반하지 않는 내용없는 제도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에 근거한 것이었다. 상원과 하원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혼인의 과실을 유지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결국 정부안대로 법안이 통과되었으나 여전히 많은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제정된 이혼법의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이미 언급한대로, Matrimonial Causes Act 1973(이하 MCA73으로 표기)에서 이혼사유로 하고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혼인의 파탄’이 다섯 가지 사실 중 하나 이상의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유책주의적인 기준이 제거되는 대신, 이혼명령을 신청하기 전에 몇 단계의 신중한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건강한 혼인생활과 가정생활의 유지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혼인이 파탄되기 전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2) 일반원칙 MCA 73은 파탄주의 이혼법을 취하고 있으나 혼인의 파탄이 간통(adultery), 배우자의 불합리한 행동(behaviar), 유기(desertion), 2년 이상의 별거(living apart)와 이혼에의 동의, 5년이상의 별거 등 5가지 사유(유책적)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사실에 의하여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이혼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개정 이혼법은 유책주의적인 사유들을 모두 제거함으로서 순수한 파탄주의로 전환하였으므로 별거의 사실은 더이상 이혼원인으로 작용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현행법이 이혼과 별거절차를 구별함과 달리 개정법은 이혼과 별거절차가 일치하게 된 것이다. 영국의 별거제도에 관하여는 이화숙, 영국 별거제도에 관한 입법론적 연구, 가족법 연구 제13호, 한국가족법학회, 1999 참조. 별거제도를 이혼원인에서 제거한데 대한 비판은 Christine Davies, Divorce Reform in England and Wales, Family Law, 1993, June, vol.23, pp. 331-334. 이혼법은 다음 4가지 원칙에 의해 개정되었다. 첫째, 혼인은 지지되어야 한다는 것, 둘째, 파탄된 혼인 당사자들은 혼인상담이나 조정 등의 방법을 통해 혼인을 회복하기 위한 모든 실제적인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 셋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혼인은 다음의 원칙에 의해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 즉, 1) 혼인당사자들과 자녀들의 고통이 최소화되도록, 2) 당사자들과 자녀들 사이의 좋은 관계가 유지되도록, 3) 혼인종료 절차상 불합리한 비용이 들지 않도록, 4) 혼인당사자 일방과 자녀들에 대한 다른 일방으로부터의 폭력으로 인한 위험이 가능한 한 제거되거나 감소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Looking to the Future: A Summary, Family Law, 1995, vol..25,p. 286. 이러한 원칙들은 법률위원회와 정부가 바람직한 이혼법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정한 목표를 반영한 것으로, 혼인이 파탄되었을 때는 자녀의 이익을 강조한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비용에 관한 원칙은 이혼으로 지출되는 공적 비용을 제한하고, 이혼부부가 법정에서 다툴 경우에 드는 비용을 이혼가정에 돌려주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 한다. Douglas, op.cit., p. 161. 3) 이혼 단계 (1) Information meeting 이혼하려는 부부는 이혼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information meeting에 참가하여야 한다. 이 meeting을 통해 당사자들은 이혼에 관련된 정보를 얻고 혼인 상담자를 만나며, 자녀들의 복지와 희망사항, 그리고 감정 등에 따르는 중요성, 경제적인 문제, 폭력으로부터의 보호조치, 법률구조와 이혼절차에 관한 모든 정보와 지식을 얻게 된다. Douglas, op.cit., p. 161. 설명회는 법원의 규칙으로 정한다. 설명회를 주재하는 사람은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당해 당사자의 이혼절차에 관하여 경제적 및 기타의 이해관계를 갖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 법률구조법에 의한 요건을 갖춘 사람은 이 법에 의한 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2) 혼인파탄의 진술(statement of marital breakdown) Information meeting에 참가한 후 적어도 3개월의 cooling off 기간을 가져야 한다. 이는 경솔한 이혼을 피하기 위함이다. 이 기간 후에도 이혼결심이 변치 않은 배우자 일방 또는 쌍방배우자는 혼인이 파탄되었음을 설명하는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한다. 이 때 혼인파탄의 이유나 그 파탄이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할 필요 없으며,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아니다. 혼인파탄의 진술서를 작성하는데 참여하지 않은 배우자에게는 별도의 적합한 기회가 주어지고 설명회에의 참가와 그의 권리 등에 관한 설명이 부여된다. 이로서 이혼절차는 시작되는 것이다. 혼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혼 진술서는 혼인 후 1년이 경과되기 전에는 수리되지 않는다. Looking to the Future, Family Law, vol.25, 1995, p.288. 법원은 혼인파탄의 진술을 제출한 당사자들에게 meeting에 참가할 것을 지시할 수 있다. 그 목적은 분쟁의 해결을 위한 조정제도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알려 주는 것이고, 둘째는 당사자로 하여금 그러한 제도를 이용하는데 동의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그러한 지시는 절차 진행 중 어느 때라도 발할 수 있으며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법원의 직권으로 발할 수도 있다. 이 때 법원은 조정을 위하여, 또는 분쟁을 우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절차를 연기할 수 있으나, 자녀의 이익을 고려하여야 하고, 법원 규칙이 정한 기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윤영미, 영국 가족법의 발달과 전망, 가족법학회 발표자료, 7면 참조. (3) 숙고와 고려기간(period for reflection and consideration) 이혼의 유일한 원인인 혼인파탄의 여부는 숙고와 고려기간의 경과로 자동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 기간의 기본적인 지속기간은 9개월이 될 것이나, 16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가정 혹은 일방배우자가 좀더 숙고하기 위해 기간연장을 요구할 경우에는 6개월이 연장된다. 자녀들이 있는 경우 이혼을 어렵게 하여야 한다는 요구는 배우자들에게 오히려 자녀를 원망하게 만들어 그 관계를 망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정책 입안자들로부터 반대되어 왔으나 의회의 관심은 자녀들의 필요에 초점이 있었으므로, 6개월을 연장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폭력이 있는 가정이거나, 기간의 연장이 子女와 家族의 복지에 심각한 손해를 입힐 것으로 법원이 판단한 경우에는 기간연장을 피할 수 있다. (4) 숙고와 고려기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당사자들에게 고려기간을 주는 것은 첫째 화해를 위함이고, 화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이혼배우자와 그들 자녀의 앞으로의 생활을 설계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합의하도록 지원하는데 두 번째 목적이 있다. 이혼 부부는 이러한 숙고와 고려 및 화해와 이혼 후의 설계를 위해서는 상담을 하여야 한다. 상담은 법원의 복지관리(court welfare office)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4) 이혼명령신청 숙고기간이 지나면 일방 또는 쌍방 배우자는 이혼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이 때 혼인이 파탄되었음과 모든 준비가 충족되었음을 선언하여야 한다. 이혼 명령은 일반적으로 당사자들의 미래에 대한 계획이 일치된 때 허용되기 때문이다. 미래의 설계에는 경제적인 문제와 자녀문제가 포함된다. (1) 경제문제에 관한 합의 당사자들의 이혼 후 경제에 관한 합의는 일반적으로 이혼 시에 타결되어야 한다. 타결의 증거는 법원의 명령에 의하거나, 조정의 결과 또는 제3자의 지원으로 이르게 된 합의 문서에 동의함으로써, 또는 당사자들이 경제 문제에 합의했거나, 그러한 합의에 이르지 않았음을 선언하는 형식으로 행해진다. Section(이하 s로 표기) 9(2) 당사자들은 이혼이 진행되는 동안 변호사보다는 조정을 이용하도록 권유될 것이므로 두 번째와 세 번째 형식이 선호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자기에게 불리한 합의에 이를 위험도 있고, 변호사에 의해 합의내용이 조사된 경우에도 그 위험이 어느 정도 미래를 구속하게 될지의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2) 자녀문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법안이 작성되고 통과하는데 있어 가장 큰 관심은 이혼부모를 가진 자녀들의 복지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개정 이혼법 제11조는, 한편으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도록 맡길 것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것처럼 보이는 Children's Act 1989(이하 89 아동 법으로 표기) 의 자유방임주의적인 접근과,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 자신들이 그들의 이혼에서 감정적인 상처를 입었을 경우에는 자녀들의 이익을 위한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현실사이의 절충안을 제안하고 있다. 법원은 당사자들이 그들 자녀에 관련하여 아동 법에 따라 별거소송을 진행중인 경우에도 이혼 명령을 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혼 명령을 발하기 전에 법원은 16세 미만의 자녀가 있거나 16세 또는 법원이 아동 법에 포함하여야 한다고 생각되는 17세의 자녀가 있는 모든 경우에는 자녀들의 주거, 접촉 또는 기타의 필요에 관하여 아동 법에 따른 법원의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지를 고려하여야 하며, 있다면 그 이혼이 연기되어야 할 예외적인 이유들이 있는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는 현행법과 다를 바 없지만 MCA 1973 s.41. , 1996년 법에서는 아동 법을 적용할 것인지를 고려함에 있어, 법원은 자녀들의 희망, 느낌,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당사자들의 태도, 그리고 그들 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들의 복지에 유익하다는 일반원칙 등에 관한 체크리스트를 기준으로 할 것이다. S.11(4) 이러한 내용들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될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현행법상으로는 자녀들을 위한 합의된 문서가 법원에 제출되었으나 물론, 판사는 이에 대한 증거, 자녀복지에 관한 보고서, 또는 당사자들로부터의 청취등에 의해 상세한 내용에 대한 설명을 요청할 수는 있다. ,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자녀들의 희망사항과 감정에 관한 정보가 얼마나 정확하고 의미있는 것인지는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현행법상 자녀를 위한 설계도를 제출하는 것은, 부모들 사이에 자녀를 둘러싼 대립이 심할 때 법원이 이를 조사하도록 복지관리를 임명하는, 매우 드문 경우에 한정된다. 매년 법원을 거치는 175,000건 정도의 이혼사건에서 이러한 보고서를 모두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1994년 법원의 통계에 의하면, 이혼이 청구된 175,510건 중, 154,873건에서 이혼확정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자녀들은 조정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법률구조계획에 따라 활동하는 조정자들은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1) 각 자녀의 복지, 희망사항과 감정, 2) 그리고 자녀들이 조정자를 만나 각자의 희망사항과 감정들을 표현할 기회를 갖기를 희망하는지의 여부와 어느 정도를 원하는지,를 고려하도록 권유하여야 한다. Legal Aid Act 1988 s. 13B(8).이 법은 1996 가족법 27조에 편입되었다. 아동의 권리행사에 관한 유럽협약 제3조는 법적 절차에 의해 영향을 받는 아동으로, 충분한 이해력을 지닌 자녀는 상담 받을 권리와 그의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 협약 13조는 논쟁을 피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혹은 법원에의 소송을 예방하기 위해 조정을 사용하도록 적극 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96 법은 조정제도가 자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 정보를 법원에 전달하는 신뢰할만한 독립의 기구가 되도록 하는 일이 개정법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라고 보고 있다. 5) 이혼 금지 명령 1969년의 이혼 법 개정 시, 당사자들이 5년간 별거하였을 경우에는 ‘무책의’ 배우자도 그/그녀의 의사에 반하여 이혼될 수 있다 MCA 1973 s.1(2) 현행법의 이혼금지명령은 개정 이혼법에도 남아 있다. 이 규정에 근거하여 성공한 예는 거의 없음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으나, 법률위원회와 정부안은 이혼으로 인한 고통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없는 소수의 사람들을 보호할 필요성과, 당사자가 합의하는 동안 이혼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청구인을 제지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을 갖기 원하는 많은 피청구인 그룹이 있음을 인정하고, 현행법상의 금지조건을 약간 완화함으로써 배우자 일방이 이혼에 반대하거나 연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금지명령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은, 혼인의 종료가 상대방 혹은 가족내 자녀들에게 중대한 재정적 혹은 고통을 야기할 것, 그리고 혼인이 해소되는 것이 당사자의 행위를 포함한 모든 환경과 자녀의 이익에 반한다는 사실을 증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S.10(2) 신법의 표현은 현행법보다는 완화되었지만, 이혼으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배우자 일방을 위한 경제적 명령을 발할 광범위한 권한을 법원에 부여하고 있고, 혼인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것으로 보이는 때에 금지명령을 신청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금지명령을 받을 수 있는 사례는 현행법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혼의 피청구인이 연금과 관련된 문제로 인하여 이혼이 그에게 곤경을 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혼금지명령을 신청한다면 피청구인은 경제문제를 타협함에 있어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는 등의 실제적인 영향은 지닐 것으로 보고 있다. Douglas, op. cit., p.167. 6) 이혼명령 위의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법원은 일방 또는 쌍방배우자의 신청을 받아 이혼명령을 발한다. 현행법에 존재하는 이혼의 두 단계, 즉 decree nisi(이혼가판결)와 decree absolute(이혼확정판결)는 폐지되며, 이혼명령과 동시에 혼인은 종료된다. S.2(1)( a). Douglas, op.cit., pp.161-167. 7) 변호사와 조정의 역할 신법에서 논쟁이 되었던 것은 변호사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조정의 역할을 부각하였다는 점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관한 정부의 제안은, 변호사들이 이혼에 개입할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당사자들에게 적개심, 갈등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반면, 조정은 소송과 달리 대결구도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공통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므로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당사자간의 의사소통과 합의를 도울 수 있게 되며, 비용을 절감하게 한다는 가정 하에 작성된 것이다. 그 동안에도 조정은 사법절차와는 별개의 민간기구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오면서 법원의 보조적인 기능을 담당하였으나, 96년의 가족법 제정에의해 사법절차로 편입된 것이다. 조정은 중립적인 제3자가 혼인의 파탄위기에 있는 당사자들이 원활한 대화를 통해 이혼, 별거, 자녀문제 및 경제문제를 둘러싼 쟁점들을 보다 명확히 파악하는 가운데 자발적인 결론에 도달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Looking to the Future, p. 287. 이혼과 별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으나 법적인 충고는 할 수 없다. 법적인 충고는 소송대리인의 몫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변호사들이 오직 그들의 시장을 보호해 왔다는 전제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비공식적인 조정기구가 약자를 적절하게 보호할 수 없다는 비판은 타당하다고 보고 이를 보완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조정제도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Judge Nigel Fricker, Family Law is Different, Family Law, 1995, vol.25, pp.306-309; Cretney, Divorce Reform in England:Humburg and Hypocrrisy or a Smooth Transition?, Divorce What Next, pp. 45-49;Rhona Schuz, Divorce Reform, Family Law, 1993,Nov. vol 23, p. 630.; John Westcott, Mediation, What Next?, Family Law 1992 July, p. 279 등 참조. 법의 시행을 위한 상세한 시행 규칙이 공포되기 전까지는, 법률구조에 의존함이 없이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이혼 부부들에게 변호사에게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인 선택이 될 것인지는 아직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언급한 대로 이혼부부들은 먼저 조정자를 만나도록 권유된다. 법률구조비용으로 행해지는 조정서비스는 법률구조위원회와 계약을 체결한 기구에서 행하며 이 기구는조정자들에 대한 훈련과 전문가 교육 등의 관리를 하게 된다. 이들 기구와 조정자들에 대한 요구조건은, 무엇보다도, 조정에 참가하는 당사자들이 폭력이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여야 하고, 화해의 가능성을 위해 항상 노력하여야 하며, 이혼당사자에게 법적 자문의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지의 여부를 보증하는 행동수칙을 제정하고 지켜야 하는데, 조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칙은, 당사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공정성과 중립성이 유지되도록 하며,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며, 당사자가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조정자를 만날 수 없다고 주장하거나 조정을 했지만 적합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배우자 일방이 법적 지원을 신청할 경우에 법률구조 당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다. 변호사들이 개입하는 시점은 이혼절차의 시작이나 끝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은 의뢰인에게 혼인 지지 서비스 혼인지지서비스(marriage support service)는 건강한 혼인의 유지를 위하여 국가가 이혼에 이르기전의 단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정책에 의해 마련된 제도중 하나이다. 구체적으로는, 혼인파탄의 원인, 혼인파탄의 방지방법 등에 관한 조사 연구와 서비스 개발사업에 대한 재정지원, 기존민간기구에 대한 재정지원이 포함된다. 1997/1998에 13개의 프로젝트가 이 자금지원으로 이루어졌고, 1998/1999년에도 프로젝트와 지원단체가 선정되어 자금지원이 이루어졌다. 윤영미, 13면 참조. 와 조정의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의뢰인에게 화해의 가능성을 시도하거나 토의하였는지를 증명하여야 한다. 이는 가족법 협의의 변호사 행동수칙이 화해에의 권고 원칙을 채택하고 지난 수십년간 이혼하려는 부부에게 조정을 시도한 가족법 변호사들의 선례를 반영한 것이다. 결국, 새로운 이혼 법은 기술적인 면에서나, 사무처리 절차를 수행함에 있어, 그리고, 이혼부부와 전문가에 의한 이혼에 대한 새로운 문화적 자세를 포용함에 있어 거대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Douglas, op.cit., p.169. 3. 이혼연금 1996년 개정 법은 이혼 시 연금에 관한 권리를 분할하는데 있어 법원의 권한을 확대하였다. 이 규정은 매우 민감하고 복잡하며 규정의 용어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그 시행은 200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법의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상세한 기본법의 입법이 필요함을 시인하고 있다. White Paper, Pension Rights on Divorce Cm 3564(1997). 이혼 시 연금분할에 관한 입법은 아마도 새로운 재산으로서의 연금의 가치를 승인하는 것으로 보이며, 국민 연금의 가치가 감소되고 개인연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이혼시의 분할에 대한 관심도 자연히 높아지게 된 것이다. 현행 Pensions Act 1995는 지정연금(earmark pension), 이를테면 연금 권 자에게 지급 가능하게 된 연금에서 정기금 형태나 일시금 형태로 지급할 것을 명령하는 경우에만 법원에 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의 결점은 만일 전 배우자가 은퇴하기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그에게 연금이 지급될 수 없으므로, 재분할의 가능성도 없다는 점이다. 연금이 지급될 수 있게 되었다해도, 연금권자가 사망하면 분할의 가능성 역시 상실되며, 연금으로부터의 정기금 지급도 역시 중단된다. 이러한 원칙은 혼인의 의무는 혼인이 종료되면 가능한 한 종료된 것으로 보는 당사자간의 깨끗한 청산(clean break)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금의 재분할을 위한 바람직한 모델로 선호된 것은, 법원이 연금권을 분할할 수 있도록 하고, 명령을 통해 그 중 일부가 청구인의 재산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금은 특별히 고안된 방법에 따라 그 배우자의 다른 연금으로 전환되고, 연금이 지급만기가 되었는지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된다. 영국 정부는 1996년 7월에 발간한 Green Paper에서 연금권리가 같은 연금 내에서 수취인에게 전환되어야 하는지, 또는 다른 연금으로 전환할 것인지, 또는 전혀 다른 형태로 이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관으로 연금 담당자를 선호하였으나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희망에 반하여 법원에 연금권을 분할하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정부는 또한 이혼과 은퇴사이의 미래의 권리를 분할하기 보다는 현재 발생한 연금만이 분할의 가치가 있다고 예상했었다. 이는 깨끗한 청산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혼 후 승진한 배우자는 전 배우자와 그 몫을 공유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원에 의한 분할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작당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고 연금 체계와 세법 체계를 고려한 시행방안을 강구하는 임무도 안게 되었다. 4. 가정폭력 1995년 법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입안된 Family Homes and Domestic Violence 법안이 의회에서의 토론과 수정을 거쳐 1996년 가족법의 제4편에 편입되었으며, 1997년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신법은 가정폭력의 피해자, 혹은 이미 그 관계가 깨어지고 같은 지붕아래서 동거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동거인에 대한 민사적인 구제를 그 내용으로 하며, 형법상의 구제와 보호는 개정되지 않았다. 개혁의 기초가 되는 법률위원회의 제안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는, 극히 복잡한 법체계와 서로 다른 관할권으로 인한 공백과 불일치를 제거하는 것이고, 둘째는 가능한 모든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성인들 사이의 적대감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1) 접근금지명령 1996년 법은 구법과 같이 법원에 접근금지명령과 주거 명령을 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접근금지명령은 피청구인과 관계(associated)있는 청구인과 자녀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는 것이다. 법은 접근의 의미에 대해 정의하고 있지 않지만, 판례는 “청구인 또는 자녀에게 법원의 개입을 정당화할 정도로 충분히 심각한 폭력이나 협박, 괴롭힘, 방해를 가하는 고의적인 행동”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Patel v. Patel, Family Law, 1988, pp.395-399. 구법하에서는 배우자나 동거인만이 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민사소송, 대개의 경우 불법행위,을 제기함이 없이 신청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1996년 법에서는 폭력의 가해자와 관계있는 사람은 누구나 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결혼한 부부이거나 과거에 결혼한 적이 있거나, 현재 또는 과거에 동거한 경험이 있거나, 임대인 또는 고용주등 상업적인 관계 외에, 같은 집에서 살거나 산 경험이 있는 경우 , 서로 친척이거나, 결혼하기로 합의한 적이 있거나, 형제자매간이거나, 자녀의 부모이거나 한 때 자녀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거나 공유한 경험이 있거나, 같은 가족소송의 당사자인 경우에는 '관계있는' 당사자인 것이다. 자녀도 법원의 허가를 얻어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구법보다는 청구인의 범위가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어떤 종류의 가족’, 혹은 ‘가정적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명령을 발할 것인지를 결정함에 있어 법원은 청구인과, 명령으로 보호되는 피해자, 또는 그들의 자녀의 건강, 안전과 복지를 포함한 모든 환경을 고려하여야 하며, 일정기간, 또는 다른 명령이 발해질 때까지의 기간동안 접근을 금지한다. 2) 거주 명령 1996년 법에 의한 거주명령은 매우 복잡하다. 이 명령은 가족의 집에서 거주할 권리를 선언하거나 규제하는 것으로, 청구인의 범위가 매우 좁다. 법은 청구인의 범위를 두종류로 구별한다. 첫째는 집에 대한 권리를 가진 청구인으로, 수익재산에 의해 거주하는 집을 점유할 권리를 갖고 있거나 제정법상의 이익이나 계약상의 권리 또는 우선권을 갖고 있거나, 거주하는 집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청구인이다. 이 경우, 청구인이 현재 거주하는 집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거나 한 때 권리가 있는 경우 그와 관계가 있는 가해자를 상대로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집에 대한 권리가 없는 사람이 청구인인 경우이다. 이들은 현재 배우자관계에 있는 경우, 한 때 배우자였던 사람, 현재 또는 과거의 동거인으로 분류된다.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가에 따라 명령의 종류와 기간, 범위가 달라진다. (1) 청구인에게 거주권이 있는 경우 접근금지명령을 내릴 때 법원은 당사자와 자녀의 주거에 대한 필요, 그들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야 하고, 법원의 명령이 그들의 건강, 안전 그리고 복지와 당사자들의 행동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야 한다. S.33(6) 그 외에도, 법원은 청구인이나 그 자녀가 피청구인의 행동으로 인하여 심각한 고통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만 접근금지명령을 내려야 하며, 접근금지명령으로 인하여 피청구인과 자녀가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는 제외된다. 이를 'balance of harm test라 한다. 이 balance of harm test는 만일 피청구인이 그의 집에서 추방되면 곤경에 처할 것이 분명한 경우를 예상하여 법률위원회가 제안한 것으로, 법원은 필요한 심각한 비행 접근금지명령을 발함에 있어 비행(misconduct)이라는 과실의 요소를 삽입함으로써 폭력가정의 피해자를 적절히 보호하지 못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비판하는 견해가 있다. Cretney /Masson, Principles of Family Law, 5th ed., pp. 249-251. 또는 급박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한하여 사용되는 엄격한 구제로서 명령을 내리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고통의 크기를 견주는 테스트와, 청구인과 자녀가 심각한 고통을 받는다면 명령이 내려진다는 추정으로 인해, 법원은 피청구인에게 명령을 내려야 하는 원칙을 보다 선호할 수 있게 된다. 법원은 일정기간의 점근금지명령을 내리기도 하고 기간의 제한이 없는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구법하에서는 반성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3개월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 기간은 당사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명령의 내용은 피청구인으로 하여금 청구인이 그 집(또는 재산)에 출입하거나 그 집에 머믈 수 있도록 하거나, 당사자의 거주를 규제하거나, 피청구인의 거주권 행사를 금지 또는 제한하거나, 피청구인의 혼인주택에 대한 권리를 종료시키거나 피청구인으로 하여금 나가도록 하거나, 집으로부터의 일정거리로부터 피청구인을 추방하거나, 청구인에게 재산 또는 혼인주택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는 등이 포함된, 청구인의 거주권을 선언하는 형태로 내려진다. 재산이나 혼인주택에 대한 권리선언(마지막 형태)은 피청구인의 사망이나 혼인의 해소 후에도 그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S.33(3)-(6) (2) 청구인에게 거주권이 없는 경우 a. 배우자와 전배우자 관계에서 배우자 일방에게 혼인주택에 대한 재산권이 없고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부부의 공동명의로 등기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부부가 혼인주택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재산권이 없는 배우자 일방이 청구인인 경우에는 재산권있는 청구인과는 달리 취급되어야 한다. 전배우자는 혼인의 해소로 인해 혼인주택에 대한 재산권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물론 예외도 있으나). 그런데 전배우자가 계속 혼인주택에 머물러 있을 때 어려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법 35조와 37조는 배우자나 전배우자를 상대로 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혼인이 해소된 경우, 법원은 청구인이 거주권을 갖는 경우의 기준외에도, 동거가 중단된 후 얼마나 지났는지, 혼인이 종료된 날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 그리고 당사자들이 경제문제나 재산에 관한 소송이 계류 중인지의 여부를 고려하여야 한다. S.35(10), 37(5) 이러한 경우 명령은 6개월 이상 접근을 금지하지만 이 기간은 갱신될 수도 있다. b. 동거인과 전동거인 법은 혼인과 동거를 구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은 동거인과 전동거인에게 명령을 발할지를 결정할 때는 혼인의 경우와 달리 몇 가지 기준을 덧붙이고 있으며, 그 명령의 범위도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기준은 피청구인이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좌우된다. 피청구인에게 재산권이 있다면 법원은 “그들이 혼인에 내포되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동거한 기간, 자녀가 있는지의 여부, 동거하지 않은 날로부터의 기간, 그들의 경제나 재산에 관련된 소송이 제기되었는지의 여부 등 당사자관계의 본질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는 'balance of harm test'요소가 고려되기는 하지만, 청구인 또는 자녀에게 심각한 고통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 명령을 선호하게 하는 어떤 추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S.36(7)(8) 피청구인인 동거인 또는 전동거인이 주거하는 집에 어떤 권리도 없는 경우에는, 묘하게도, 그들의 동거의 본질이나 이에 관련된 요소들은 적용되지 않는다. S.38(4)(5) 그러나 어느 경우에 해당되든, 한번 명령이 내려지면 그 명령은 6개월간 지속되며 한번 연장될 수 있다. S.36(19), 38(6) 이러한 결과는 혼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만큼이나 재산권의 중요성에 대한 의회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재산권을 가진 동거인은 권리를 가진 배우자와 같이 취급된다. 재산권은 법원에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명령을 위반한 경우 명령에 위반하는 것은 민사적인 의미의 법정 모독이지만, 강행수단으로서의 효과는 피청구인이 위반했을 때 위반자를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에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구법은 명령을 위반한 자는 시민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단정하면서도 명령위반의 경우에 경찰권을 부여하는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법률위원회는 법정모독에 대한 경찰의 체포권을 사용하도록 권유하였으며, 이에 따라 법원은 명령을 발할 때, 피청구인이 청구인이나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였거나 위협한 경우, 피해자가 자신을 적절히 보호할 수 없는 한, 체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삽입하여야 한다. S.47(2) 4) 개정된 내용 이 모든 권한은 법원이 이미 시행해 온 바를 기초로 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법에 비해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첫째는 자녀가 가정 내에서 학대받을 위험에 처했을 때는 Children's Act 1989에 의한 아동보호조치에 따라 아동을 격리하는 방법 외에도, 학대자를 추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학대자에 대한 추방은 아동보호자가 그에 동의했을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며, 아동과 관련된 명령이 수행될 기간에 한하여 유지되는 것으로 장기의 해결방안이 아닌, 단기의 구제이다. 둘째는 위임자가 다른 사람을 대리하여 거주권이나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법원의 규칙을 제정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피해자들이 괴롭힘이나 폭력에 처해 있을 경우에 경찰이 피해자를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법률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하원위원회에서는 경찰이 그들의 핵심적인 형법적 정의 기능에 집중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했으나 의회에서는 경찰이 그러한 역할을 할 여지가 있는지의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일단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여 통과되었다. Douglas, op.cit., p.177. 5. 입법론적 검토 1) 이혼법 개정과 입법론 영국 법률위원회는 이혼법을 개정하면서 이혼법의 이상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혼인은 지지되어야 한다는 것,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그 혼인의 굴레를 벗고 새 출발하도록 도와야 하며, 이혼과정에서 이혼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고려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이혼이 불가피하다면 약자와 자녀에 대한 경제적 및 법적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을 목표로 하여 영국의 이혼법은 개정된 것이다. 그 이상을 기준으로 영국법과 민법상 이혼을 비교하여 본다. 첫째, 혼인은 지지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영국 이혼법은 이혼에 이르기 전 단계에서 설명회에의 참가를 거치도록 하고, 조정과 상담을 통해 혼인의 회복을 돕는 구도로 제도를 바꾼 것이다. 물론 현재도 조정과 상담기능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나, 이는 사법절차가 아닌, 민간기구이거나 법원의 보조기능에 불과한데, 개정 법은 조정과 상담기능을 사법절차에 흡수한 것이다. 종래의 이혼 소송을 통한 이혼절차는 당사자간의 갈등과 대립,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대결구도라면, 조정제도는 당사자를 돕기 위한 자세로 이혼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면서 화해를 시도하거나, 대화를 통해 공통점과 절충안을 찾아 나가는 구도이다. 이혼법은 혼인법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혼절차에 도입된 조정서비스는 혼인은 지지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민법의 현실은 어떠한가? 협의이혼제도는 당사자의 합의만 있으면 가정법원 판사의 확인을 거쳐 자유롭게 이혼할 수 있으며, 재판상 이혼은 협의이혼과는 달리 민법 제840조에 규정된 이혼의 원인을 제공한 자의 이혼청구는 인용하지 않고 있다. 협의이혼제도는 혼인의 지지라는 철학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재판상 이혼원인에 관한 840조와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대법원의 해석은 혼인은 지지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와 더불어, 혼인의무는 위반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내포하고 있다. 전자보다는 후자의 메시지가 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자세한 것은 이화숙, 이혼원인에 있어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법학논총 제2호, 1995, 경원대학교 법학연구소, 57면이하 참조. 그러나 영국 이혼법이 대화와 정보제공 및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통해 회복의 가능성을 시도하는 성숙된 구도라면, 민법상 재판상 이혼이 지니는 메시지는, 혼인의무를 위반하면 이혼에 성공할 수도 없다는 불이익을 감수하거나, 과실이 없는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면 이혼할 수는 있지만 위자료등의 제재를 받는다는 것이며, 이혼절차는 유책/무책의 이분법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 대립, 분노, 제재를 심화시키는 대결구도라고 평가 할 수 있다. 두 번째,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미 파탄되어 버린 허울뿐인 혼인이라면 혼인의 굴레를 벗고 새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책적 요소가 가미된 파탄주의 이혼법에서 유책적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순수한 파탄주의로 전환하였다. 사실,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는 각각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으므로 어느 주의가 보다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으로는 여성의 지위가 낮은 시대에는 유책주의를 통해 많은 경우 유책자의 이혼청구를 배제함으로써 약자인 여성을 보호한 반면에, 여성의 지위가 남성과 동등하게 되면서 점차 파탄주의로 전환하여 왔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느 사회에서나 여성의 지위가 남성과 절대적으로 동등하다고 볼 수는 없고, 여전히 유책자의 대부분은 남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여 많은 외국의 입법례는 파탄주의에 유책적 요소를 가미하여 왔으며 순수한 파탄주의는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파탄주의로의 전환에 관한 논의에 대하여는 이화숙, 미국의 파탄주의 이혼법에 남아 있는 유책적 요소에 대한 찬반론, 법학논총 제5호, 1998, 경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33면이하 참조. 그런데 영국법은 유책적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순수한 파탄주의를 채택하면서, 혼인이 회복되도록 하는 노력과 약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보완한 것이다. 아직 이혼법이 전면 실시되고 있지 않으므로 그 성공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혼전후의 보완기능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는 파탄주의가 민법이 나가야할 방향임은 분명하다. 혼인은 이미 파탄되었는데도 혼인의 파탄에 과실없는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법적으로만 부부라는 형식과 허울을 입고, 평생 상대방에 대한 분노를 지니면서 살도록 허용하는 것은 미숙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법이 진정한 의미의 파탄주의 민법 제840조의 입법유형은 6호의 존재로 인해 파탄주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약자에 대한 보호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전제없는 파탄주의법은 약자인 아내를 내어 쫒을 수 있는 자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와 같은 가부장사회에서는 경제 사회적 약자인 아내와 자녀를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세 번째의 원칙은 이혼으로 인한 약자에 대한 보호이다. 영국 개정법은 이혼에 이르기전 단계에서 부부가 경제문제 및 재산분할문제, 그리고 자녀에 대한 미래의 계획에 합의하지 않는 한 이혼명령을 발하지 않기 때문에 약자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배우자가 그 어려움을 증명하면 이혼명령을 발하지 않는다. 결국, 파탄주의를 취하되, 파탄주의가 지니는 모든 역기능을 가능한 철저히 보완하는 입법인 것이다. 민법이 이혼을 파탄주의적으로 운영하거나 개정시에 반드시 참고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2) 가정폭력법과 우리 가족법 1996년 영국의 가족법은 가정폭력에 관한 제정법을 가족법 제4편에 흡수하여 이미 시행하고 있다. 가정폭력을 형법의 분야로 이해하고 별 관심이 없는 우리의 법학 현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사실, 가정폭력은 폭력이라는 점에서 형법의 분야에 속하는 일면, 그 폭력이 가정 내, 혹은 가족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가족법 영역에서 중요하게 연구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이다. 이에 따라 많은 외국의 입법례는 가정폭력을 가족법의 연구 과제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가족법에 편입된 가정폭력법의 개정은 가족법으로 편입되었다는 사실과 사소한 내용의 개정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고, 그 내용은 이미 앞(4)에서 소개한 바 있다.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가정폭력은 가족법 교과서에 등장하지도, 가족법의 연구과제로 이해되지도 않은 듯하다. 다행히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이 1998년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고, 폭력이 가정내에서 ,가족구성원간에, 특히 부부간이나 부모와 자녀간에 발생함을 전제로 하고 있음에도 가족법적인 문제에는 누구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가족법이 관심을 갖고 연구와 입법론을 제안할 필요성은 폭력의 피해자의 대부분인 아내와 자녀들의 주거와 경제적인 보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가족법중 가정폭력법이 관심을 갖는 분야도 바로 민사적인 구제로서, 피해자에게 거주권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나누어 각각 달리 명령을 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현실은 피해자인 아내에게 거주권, 재산권이 없는 경우가 많고, 폭력의 가해자에게 부양을 청구할 수는 있으나 그 절차가 번거롭고 소송과정에서 자존심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선호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민법에 별거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이혼을 원치 않는 폭력의 피해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주1)의 논문 참조. 6. 맺는 말 이상에서 1996년 영국가족법의 제정을 소개하고 우리 민법 현실에 참고할 수 있는 면면을 살펴보았다. 이 글에서는 영국 이혼법의 개정을 주로, 그리고 이혼연금분할과 가정폭력관련법을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개정된 이혼법은 특히 파탄주의에서 유책적 요소들을 제거하는 대신, 혼인이 회복될 수 있도록 조정과 상담을 이혼절차에 편입시킴과 동시에 약자가 보호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배려하고,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이혼후의 계획을 마련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경솔한 이혼을 예방하려는 장치와 노력을, 감탄하는 마음으로, 소개하였다. 또한, 그러한 개정안을 마련하고 각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토론하는데 10여년의 세월을 투자하는 학계와 실무가와 의회의원들의 진지한 자세를 전달함으로써, 개정의 내용 뿐 아니라 입법과정과 자세를 도입하고 싶은 바램이 이 글에 함축된 진정한 의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