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좌가 허클베리란 닉네임을 쓰기 전엔 닉네임이 까페모카였다.
커피를 아주 좋아하던 엄마의 습관에 물들어 어릴적부터 커피를 마시게 되었던 난
친구들이 요구르트 빨때 커피자판기에서 밀크커피 뽑아 마셨다.
친구놈들이 호기심에 한모금 마시곤 인상 찌푸리던 커피를 난 정말 좋아서 마셨다.
엄마에게 드립커피 제조방식을 전수 받은 후론 집에서 직접
원두를 갈고 뜨거운 물을 내린 수제 드립커피를 자주 마시게 되었다.
부드럽고 연한 원두커피는 물처럼 줄곧 마셔대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
아마 이때부터 난 커피중독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블루 마운틴과 헤이즐넛을 7:3 비율로 즐겨 마시던 어느날,
친한 누나와 함께 커피전문점 별다방(?)에 가게 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이름이 맘에 들어 주문했던 까페모카!
그 때 그 머그잔에 담긴 따스한 까페모카와의 첫키스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찐하고 달콤쌉쌀한 까페모카에 반한 나는 그 후로 까페모카만 찾아 마시게 되었다.
자판기에서 뽑아 먹는 빈티지커피는 부담없어 좋고
커피,설탕,프림비율 1:2:3 아줌마커피 코리아노는 정겨워서 좋고
깔끔한 아메리카노는 배부를 때 좋고
향긋한 카푸치노는 사색할 때 좋지만
까페모카를 유난히 좋아해서 늘 이 놈만 마시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과 까페에 가면
나에게 커피 메뉴를 물어보지 않고 으례히 까페모카를 주문해줬고
자연스럽게 내겐 까페모카란 닉네임이 생겨버렸다.
밥은 못먹어도 까페모카는 마셔야 했던 나,
덕분에 된장남이란 소리까지 들었던 나,
일요일 아침에 까페모카가 마시고 싶어 몽유병환자처럼 집근처 까페를 찾았던 나,
나에게 까페모카는 내삶에 있어 최고의 행복이었다.
작년 여름, 어스름한 저녁무렵 난 스타벅스에서 시원한 아이스까페모카를 사들고
해운대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데 어디선가 경쾌한 음악이 들려왔다.
쎄이렌의 노래소리에 끌려 자기도 모르게 뱃머리를 돌렸던 선장처럼
나는 그곳으로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내 앞에 펼쳐진 화려한 풍경!!
수많은 커플들이 다양한 옷차림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리듬에 맞춰 열정적으로 춤추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여자들은 회전하고 회전하고 남자들은 열정적인 스텝으로 여자를 리드하고 있었다.
날 이끌었던 그 경쾌한 리듬은 나의 심장을 밟고 내 뇌를 흔들어댔다.
마치 고압전기에 감전된것처럼 난 그곳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들고있던 아이스까페모카가 미지근해졌을 때가 되어서야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춤추고 있는 사람만큼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넋을 잃고 화려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와있었는지 바로 옆엔 화려한 빨간 원피스를 입은 스타일리쉬하고 예쁜 한 여자가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남자의 본능!^^
난 순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실례지만 저게 뭐예요?"
"네??"
"저게 무슨 춤이예요?"
"아~ 저거 살사예요."
"살사요?"
"네! 모르시나봐요?"
"들어는 봤는데 실제로 보는건 첨이예요."
"ㅎ그럼 한번 춰보실래요?"
헉!! 대박!! 여기서 빼는건 미인에 대한 실례 또는 무례이고
이 얘기를 들은 친구들에게 바보취급 받거나 욕먹을 짓임에 틀림없다.
"그러고는 싶은데 전혀 모르는데 어떡하죠?"
"ㅎ제가 조금 가르쳐드릴게요. 우선 손을 이렇게 잡구요~"
30분 남짓 그녀는 정말 진지하게 내게 기본적인 스텝과 살사에 대해 가르쳐줬고
난 그녀의 순수한듯 섹시한 검은 눈동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야~ 감각 있으신데요? 제대로 배우시면 잘하실 것 같아요.ㅎㅎ"
"아! 고마워요. 이렇게 미인이 가르쳐주시니 너무 재밌네요.ㅎㅎ"
그런데, 그 좋은 분위기에 어떤 나쁜놈! (정말 내게 그 남자는 나쁜놈이었다.)
스페인 나이트클럽에 가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복장을 한 키 큰 남자가 불쑥 나타나
그녀에게 폼잡으며 정중히 손을 내밀었고 나의 그 천사는 내게 밝게 손을 흔들고는
그 나쁜놈의 손을 잡고 살사의 숲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난 그들이 사라져버린 방향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런게 낙동강 오리알인가?
난 살사의 후끈한 음악과 수많은 커플 사이를 이리저리 살피며
그 빨간 원피스의 천사를 찾아 헤매었다.
내가 본것은 환상이었는지 정말 그녀는 천사였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다.
나쁜놈!! 악당!! 난 그녀를 데리고 살사의 숲으로 사라져버린 그 남자를 원망하며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돌아서서 집으로 향했다.
"원투쓰리..파입식스세븐..맞아요. 그렇게~ ㅎㅎ"
그날밤 잠에 빠져들기까지 그녀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내 귓가에 아른거리고
수많은 커플들이 만든 화려한 살사의 숲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바로 다음날부터 물밀듯 밀려온 수많은 일들과 일상을 상대하다 보니
그녀와 살사는 나의 기억 한켠으로 살짝 물러나 있었다.
그 음악을 다시 듣기 전까지..
스페인어를 배우는 내게 친구가 권해준 라틴음악 몇곡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강렬하고 짜릿한 전율이 음악과 함께 느껴졌다.
까페모카를 들고 거닐던 나를 빨간 원피스의 그녀가 있던 곳으로 안내했던
그 열정적인 리듬과 그 멜로디가 들려왔던 것이다.
"이곡!.. 빨간 원피스.. 그래 이 곡이었어. 맞아.. 살사.. 잊고있었어.. 살사!!"
그렇게 나는 잠시 잊고 있었던 살사의 리듬 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를 찾기 위해서 일까?
그녀가 가르쳐줬던 살사가 좋아서 일까?
아니면 까페모카에 취해 살사가 좋게 느껴졌던 걸까?
어째든 지금 내겐 까페모카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하나 더 생겼고
어쩌면 이걸 앞으로 까페모카보다 훨씬 더 좋아할 것 같다. 정말!!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내용으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지금 현재 서면 필댄스아카데미에서 허클베리라는 닉네임으로
살사 초급반에서 열심히 살사수업을 듣고 있는 중이다.
<본좌 닉네임 : 허클베리, 풀닉네임 : 까페모카를 좋아하는 허클베리>
첫댓글 와우....허클베리님 1년뒤가 기대됩니다!!! 카페 모카같은 달콤한 살사를 한번 기대해 볼께요^^
네~ 카페모카같은 달콤한 살사! 그 날이 올까요^^
와 진짜 잘쓰네 글~ ㅋㅋㅋ오살사에도 남겼삼?ㅋㅋㅋㅋ
다솜솜쌤이 오살사 백일장 하라면서요^^
허클베리님 사진 올려놔요 ㅎㅎ 사람들이 궁금해 하겠다.. 멋진 수염도 보여주삼^^
금욜에 살사바 가서 하나 폼나게 찍을까봐요^^
내가찍어줄겡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