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 상정봉 조망과 해안 관광 길에서 행복했던 서해랑길(#28)
2024년 4월 14일 (일) 날씨 : 맑음 기온 : 섭씨 19~22도
거리 : 20km 5.5시간 동행 : 29명
짱뚱어해수욕장-솔무등공원-증도면사무소-보물섬(신안해저유물발굴지)-낙조전망대-증도관광안내소
짱뚱어 해수욕장
짱뚱어 다리
짱뚱어 다리와 증도면을 잇는 해안 자전거 도로
짱뚱어 다리에서 증도면사무소 가는 벚꽃 길
증도면 유채꽃 단지
<프롤로그>
국회의원 선거에 상상할 수도 없는 파렴치한 인물들이 출마하고 당선되었다.
사흘을 굶은 여우에 관한 우화를 보며 지나친 욕심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욕심 많은 여우가 포도밭을 지나가다 담 너머로 탐스럽게 익은 포도 열매를 발견하고 포도밭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모색하다 울타리 사이에 난 구멍을 찾았다.
구멍 사이로 들어가려 했지만, 여우의 몸이 구멍보다 컸기에 들어갈 수 없어 한 가지 꾀를 내었는데 사흘을 굶어 몸이 구멍을 통과할 정도로 홀쭉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 성공적으로 구멍을 통과해 포도를 실컷 먹었다. 배부른 여우는 다시 포도원을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빵빵해진 배가 구멍에 걸려 나올 수 없었다.
여우는 결국 사흘을 다시 굶어 몸이 홀쭉해져서 포도밭을 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적절한 욕심은 어떤 일을 추진하는 데 좋은 원동력과 동기부여가 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양날의 칼과 같다.
지나친 욕심은 더 갖지 못함에 대해 괴로움과 피폐함을 만들고 결국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게 된다.
죄를 짓고도 뻔뻔하게 선거에 나서는 국회의원을 누가 믿고 신뢰하겠는가! 그들을 뽑아주는 개탄스러운 대한민국 정치판이 웃긴다.
증도면사무소
28코스 시작 지점
짱뚱어다리의 개통은 자꾸만 미뤄져 27코스는 해안을 돌아 솔무등공원과 유채꽃 단지를 지나 증도면사무소로 이어진다.
원래 코스보다 2.8km를 더 걸어야 하는데 29명의 트레커들은 짱뚱어해수욕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이내 걷기 시작했다.
늦게 핀 벚꽃과 유채꽃 단지로 증도면 소재지는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방문객들에게 선물한다.
면사무소 뒤편 상정봉(124.2m)에 오르는 염산재 계단은 몹시 경사가 있어 오르기 애를 먹었다. 숨이 막힐 정도의 오르막은 조망터에 당도하자 가슴이 벅찬 감동으로 바뀌었다.
짱뚱어해수욕장과 송림 그리고 태평염전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보이고 파노라마 사진에 멋진 구도로 기억된다.
124.2m의 얕은 산이지만 주변을 조망하기에는 안성맞춤의 장소였고 우전해수욕장 송림이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염산재 오르며 본 짱뚱어 해수욕장과 송림
태평염전
짱뚱어 해수욕장(한반도 모양의 송림)
흙길을 밟는 산자락을 내려오니 세목 섬이 보이고 이내 검산 항이다. 물이 빠진 백사장이 하얗게 곡선으로 일행들을 반긴다.
검생이의 달이라는 한옥 옆 팔각정에서 이른 점심을 들기 위해 배낭을 풀었다.
총무님이 준비한 문어숙회와 소라가 인기를 끌었다.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맥주와 문어 그리고 소라가 입맛을 당기게 한다.
한 달에 두 번 만나는 서해랑길 트레커들의 달콤한 웃음은 피로를 몰아내는 묘약이 되기도 한다.
세목섬
검산항
검생이의 달은 1990년 10월 31일부터 1990년 11월 29일까지 방영되었던 KBS 수목 미니시리즈다.
1976년 당시 해저 유물 발굴이 이루어진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검산(일명 검생이) 마을에서 보물과 관련된 마을 사람들 사이의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
원래 실제 발굴 현장인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촬영하려 했으나, 당시 현지 물밑 상황이 안 좋아 부산 태종대 앞 갯벌 지대에서 찍었다.
1975년 이곳 어부 최형근 씨가 쳐놓은 그물에 도자기가 걸려 나왔는데 발굴된 도자기를 마당 한 편에 쌓아두고 있었다.
뭍에서 동생(교사)이 찾아와 궁금해하니 “그물에 걸려 올라온 것인데 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동생은 이상히 여겨 당국에 신고했고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은 1976년 1월 해군 심해잠수사들을 동원해 1984년까지 발굴조사를 벌여 도자기 2만 점, 금속제품 729점, 동전류 18t 등을 인양했다.
이 이야기는 KBS 드라마 ‘검생이의 달’로 제작되기도 했다.
신안군은 이를 기념해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를 세워놨고, 바다에는 부표도 띄워 놓았다.
내갈도/대단도/소단도와 해변
박대 말리는 모습
증도 해변
신안해저유물발굴 기념비
신안해저유물발굴지
신안 천사의 섬 모습
보물섬 단지
낙조전망대 근처 해변 백사장
도로를 따라 화살 모양의 해변을 따라 걸으면 이내 보물섬에 닿는다.
신안 해저 유물 발굴지 근처의 세 개의 섬에 개발하려 했던 보물섬(Tresure Island)은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방치된 모습이었다.
자전거 길을 따라 여러 그룹의 라이더들이 길을 비켜 달라고 소리치며 달린다. 응원의 목소리를 담아 크게 질러 격려하며 길옆으로 대열을 정리했다.
젊은이들의 멋진 자전거 타기에 괜히 예전 4대강 왕복했던 기억이 떠올라 부러웠다.
박대를 말리는 모습에 생선찜이 연상되어 부산 자갈치 시장도 생각났다. 일행이 되어 함께 걷는 남파랑길 여정도 두 번만 걸으면 종착지에 다다른다.
해안 관광길을 걷는 일행 모습
증도 자전거 길을 달리는 라이더
해양 관광길
붓꽃(아이리스)
길가 그늘에 고사리, 취, 달래, 쑥이 지천이다. 언뜻 자주색 붓꽃이 무리를 이뤄 시선이 집중된다.
붓꽃은 꽃말이 아이리스인데 그리스 신화의 무지개의 여신인 이리스에서 따온 것이다. 헤라 여신이 충복 이리스에게 내린 축복의 숨결이 땅으로 떨어져 핀 꽃이라고 한다.
도덕도/호감섬/대섬/부남섬
방조제
새우양식장
임자대교
도덕도, 호감섬, 대섬, 부남섬이 잇따라 보이는 해양 관광길을 따라 끝도 없이 길이 이어진다.
지루하기도 한 여정인데 일행들이 풀어내는 재치와 입담으로 분위기는 즐겁다.
비닐봉지에 가득 담긴 봄나물들을 들고 길가를 응시하는 예리한 시선도 재미있다.
방조제 옆에는 연신 펌프를 돌리는 새우양식장이 생기를 돌게 하고 적당히 부는 바람이 땀을 식게 한다.
노란 유채꽃들이 바람에 겨워 몸을 가누지 못하지만 긴 노정에 지친 트레커들에는 청량감을 주는 시원함이다.
섬의 북쪽을 돌 무렵 멀리 임자대교가 보인다. 다음 구간 도착하는 점암선착장에서 임자도를 잇는 현수교인데 거리가 멀어 희미하게 보인다.
서해랑길 28코스
돈대봉(136.8m) 자락에 있는 구분포 저수지를 지나 농로를 접어 드니 증도대교의 주황색 아치교가 지척으로 보인다.
길고도 멀었던 오늘의 여정이 증도대교를 바라보니 마지막 힘이 나면서 아픈 무릎에 기쁜 소식처럼 전해진다.
오늘의 끝자락 증도 관광안내소 건너편 주차장에서 푸짐한 뒤풀이를 즐기며 증도를 한 바퀴 도는 하루의 부지런한 걷기를 마친다.
슬로시티의 고장 증도를 맘껏 느꼈던 누구나 꿈꾸던 하루의 여정에 감사해 본다.
증도대교
슬로시티 증도
<에필로그>
기억의 반대는 상상이라는 칼럼을 읽었다. 흔히 기억은 나이가 든 꼰대 즉 어른들에게 익숙한 ‘옛날에는 이랬는데’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젊은이들에게 본받을 만한 멘토의 개념이 아닌 구습의 좋지 않은 말로 불린다.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어쩌면 기억은 경험이라는 무기로 버틸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른에게도 상상은 언제나 존재하기에 경험이 더해진다면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젊은이에게 발견과 발명이 존재하는 것처럼 경험을 가진 기억은 개량된 제품을 만들어내는 묘안이기도 하다.
적절한 욕심을 가지고 사물을 대하거나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면 더 넓은 세상에서 나이 든 쓸모없는 존재에서 탈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점 관광안내소
즐거운 뒤풀이 모습
첫댓글 기억의 반대가 상상이란 것 생각도 못 했었는데 청산님 이야기 듣고 생각해 보니 맞는 말 같아요. 기억은 한정돼 있지만 상상은 끝이 없으니 기억을 얘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항상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미소님의 '기억은 한정돼 있지만 상상은 끝이 없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늘 철저한 관리로 건강하시고 꾸준히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