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2국 다녀왔습니다 .5
류블랴나
류블랴나는 슬로베니아의 수도입니다.내가 늙은 탓인지 슬로베니아와 슬로바키아가 많이 혼동됩니다.
두 나라가 한 나라인지, 다른 나라인지도 헷갈리다보니 지도를 놓고 찾아봅니다.
슬로바키아는 오스트리아 넘어에 있고 우리의 여행지가 아닙니다.
아드리아해를 끼고 쭈욱 올라간 크로아티아의 북쪽, 이태리의 베니스와 인접해 있네요.
우리는 슬로베니아에서 첫밤이며 마지막 밤을 호텔 <ONE66>에서 보냈습니다.
이곳은 물가가 싸다고 하지요.
프링스에서 1주일 살 수 있는 비용으로 이곳에서 1달을 지낼 수 있다나요?
여행 마니아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이니까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호텔에 들어가자 마자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제까지 다녀 본 호텔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류블라나, 슬로베니아의 수도, 나는 류블랴나를 좋아하고 말 것 같아.
우선 쓰리 베드의 방은 널찍했고 불빛도 밝았습니다. 식기세척기까지 구비되어 있으니 취사도구가 모두 구비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호텔에서도 본 적이 없고 우리나라 펜션과 비슷한 형태라 할까요? 어요. 커피 하나 끓일 물도, 포트도 없는 곳이 허다했는데..... 이런 호텔을 처음 접해서 뜻밖에 맞닥드리는 행운처럼 우리는 놀라고 즐거워 합니다.
방에는 아래쪽에 슬로베니자라 쓰여진 그림아래 푹신한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에 담습니다. 역시 사랑의 도시야!
<바다물을 끌어들인 호텔의 수영장, 성급하게 물속으로 뛰어들어 즐기는 일행도 있지만 아직은 쌀쌀한 저녁나절,
그냥 침상에 누워 한가하게 하늘을 바라봅니다.>
이름에 영어 Love를 품은 나라의 수도 Ljubljana는 <사랑스러운>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 사랑의 지대, 혹은 사랑의 도시라고 사람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슬라브 말로 <사랑스럽다>는 의미의 어원에서 불리워지게 된 류블랴나,
사랑의 나라의 사랑의 도시
어쩌면 사랑하지 않고는 못배길 것 같은 나라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형 탓인지 이태리의 베니스와 같은 느낌을 류블랴냐를 돌아보면서 굳힙니다.
작은 도시, 중심에 강이 흐르는 것 하며 중세의 익숙한 건축양식 등등, 거기에 곳곳에 산재해 있는 조각품들이 풍겨내는 인상은 어디에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만큼 예술적인 향내가 짙다고 할까요?
그들의 용 사랑은 대단합니다. 마스코트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다리 네 귀퉁이에 용의 조각상이 있는 드래곤 다리를 비롯해서 상점, 주점, 식당, 팬단트 같은 선물용 장식품, 심지어 멘홀 뚜껑까지 용이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용을 신성시 하지요.
십이지에도 실제 동물이 아닌 상상의 동물인 용이 끼일 만큼
임금님 얼굴은 용안, 입은 옷은 용포라고 하는 등 상서로운 동물로 가까이 여기며
인간을 지키고 다스리는 영웅과 일체화합니다만,
서양의 용, 이곳 류블랴나의 용은 우리와는 달리 날개가 있고 사자의 몸을 한 용맹스러움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인간을 괴롭히는 악귀이며 용을 죽임으로서 영웅이 되는 신화는 서양의 것이지요.
류블라나의 역사도 이렇게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그리스 왕자였던 이아손은 황금깃털을 찾아 항해하다가 흑해 지방에서 황금깃털을 발견하고 지금의 류블랴냐에 도착해서 용맹한 용을 물리치고 이곳의 시조가 되었다는 건국 신화
여기에서 용은 물리침의 대상이지요.
전에는 도살장이었던 자리, 주변이 푸줏간 거리였다는데 도살장과 푸줏간은 사라지고 이제는젊은이들이 사랑을 구가하는 사랑의 다리로 탈바꿈 되었다는데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의 자물쇠를 다리에 빼곡히 메달고 있었습니다.
품격 있는 예술의 도시 속 아기자기한 풍경입니다.
사랑의 다리 옆으로 주욱 식당과 주점 , 찻집의 야외 탁자와 의자들이 이어져 있는 거리를 조금 지나면 프레셰렌 광장에 이릅니다.
광장에는 변호사이자 낭만주의 시인인 프레셰렌의 동상이 서있습니다.
그들의 애국가 가사를 지은 시인,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시인 프레셰렌 동상은 고스란히 그의 러브스토리를 스토리텔링하고 있습니다.
그는 상인의 딸 율리아를 사랑했지만 신분의 차이로 짝사랑에 그치고 맙니다.
그 짝사랑은 평생 이어져 그가 죽을 때 "평생 한 순간도 율리아를 잊은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나요?
국민들은 그의 사랑을 애닮아 하며 동상에 사연을 그대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의 시선은 그녀가 살았던 광장 끝 노란 집 2층의 창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시선을 따라가면 그녀 집 창문 옆에 그녀가 창문을 내다보듯한 흉상 부조물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발칸의 6개국 중 유일하게 서방의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와 인접해 있는 지형 때문일까요 ?
아니면 인간의 감성은 비슷해서일까요?
프레셴동상 앞에서 베아트리체와 단테를 생각합니다.
또 한 동네에 살았던 로미오와 쥴리엣의 사랑도 떠오릅니다.
그들의 국민 시인 프레셴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지배를 받던 시절,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받아 축배(A Toast)라는 8절의 연시를 발표했는데 그 중 7장이 오늘날 슬로베니아 애국가 가사로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읽어볼 요량입니다.
다만 축배라는 그의 시에서 7장의 애국가가 된 부분만 여기에 옮깁니다.
모든 국민에게 축복이 있으라
그날을 기다리는 모든 이들에게
태양이 비추는 모든 곳에서
전쟁도 갈등도 사라지는 그날
모든 동포가 자유롭게 되어
더 이상 적이 아닌 이웃만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