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자아의 순정적 탐색과 서정 시학 --공의식 시집 『다각묘사의 窓』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1. 삶의 방식과 다각묘사(多角描寫) 현대시의 서정적 자아 형성의 방식은 만유(萬有)의 자연 현상과 인간의 삶이 지속적인 체험의 형성에서 감각적인 동일한 자아의 개념이 발양할 때 서정시의 순간은 능동적으로 의미 부여를 하게 된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다양한 체험에서 생성하는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이 우리들에게 미치는 상상력은 바로 시적 형상화에 다양한 사유(思惟)의 형태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것이 인과적으로나 시간적 순서에 따라서 결합하는 심리적인 변환이 시적인 이미지를 창출하거나 소재 또는 주제의 결정적인 매체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현상을 평자들은 T.S. 엘리엇의 작품 「황무지」 제1부의 첫 부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원내고’란 대목에서 이 의식의 흐름의 방법을 사용한 시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서정적인 자아의 인식이나 이해는 일반적인 하나의 생각이나 하나의 비젼의 정서이며 단편적이고 순간적인 개인적인 동일성(personal identity)이 자아 감각으로 천착(穿鑿)하는 시법이 서정시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공의식 시인이 상재하는 첫 시집 『다각묘사의 窓』에 수록된 작품들을 일별하면서 이처럼 서정적 자아에 대한 시론을 살피는 것은 공의식 시인의 시적 의식에는 ‘다각묘사(多角描寫)’라는 테크닉을 적용하는 문장기법이 다양하게 현현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看過)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농부는 지게 지고 항상 벽면에 붙어있다 고개만 떨군 채 한 여인이 합장 하고 같이 고개 떨구고 있다 여인 뒤꽁무니에 모아진 두 눈 헛것이 보인다 흰 눈 쌓인 여인 머릿결로 초점 잃은 크리스마스가 가물거린다 겨울이 연출하는 다각묘사의 창 그 너머에 보이는 농부의 지게. 이 시집 표제시가 되는 작품 「다각묘사의 窓」전문에서 감지(感知)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그의 의식 내면에 깊이 잠재(潛在)해 있는 서정성의 분사(噴射)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그의 삶에서 체득(體得)한 체험의 단편적인 면모(面貌)가 그의 의식에서 재생하는 순간의 자아 서정의 인식으로 전환하는 시법(詩法)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는 하나의 대상물을 여러 각도로 비추어서 다변적인 상상력과 이미지를 그려내는 ‘다각묘사’의 기법은 바로 ‘겨울이 연출하는 / 다각묘사의 창 / 그 너머에 보이는 농부의 지게’에서 변용(變容)하게 된다. 그것이 ‘헛것’이고 ‘흰 눈 쌓인 여인 머릿결로 / 초점 잃은 크리스마스가 가물거’리는 상상의 정점(頂點)은 바로 그가 구가(謳歌)하려는 이상세계의 시적 접근이며 시적 진실을 지향하는 한 단계의 여과(濾過)장치라고 할 수 있다. 한 시절 묻은 세월 저 편, 하얗게 지워져 가는 발자국이 낙관처럼 찍힌다 굴뚝 그림자 위로 서성이다 쓸려 간 설움, 이슬로 맺혀있는데 지나온 자취마다 끓는 가슴앓이, 그림자 끝을 헤매다 꿈속 찾아가는 무딘 발자국 --「분신(分身)」전문 공의식 시인은 다시 ‘세월’이라는 시간성에서 과거를 반추(反芻)하거나 현재의 실재(實在)를 투영하는 시법으로 자아의 혼란과 혼돈을 정리하고 있다. 그는 ‘하얗게 지워져 가는 / 발자국이 낙관처럼 찍힌다’는 어조(語調)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망각의 시간성(세월)에 응집(凝集)된 어떤 응어리들이 분해되는 ‘분신’ 현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사유는 ‘서성이다 쓸려 간 설움, / 이슬로 맺혀있’어서 ‘지나온 자취마다 끓는 가슴앓이,’이며 이러한 현상들은 ‘그림자 끝을 헤매다 / 꿈속 찾아가는 무딘 발자국’이라는 결론으로 주제를 정리하고 있다. 이는 그의 ‘한(恨)’으로 형상화해서 ‘가슴에 박힌 돌멩이 하나 / 밤마다 억장이 막힌다 // 욕망의 골골 마다 / 산발의 흔적 // 안개가 사라지듯 / 그렇게 날려 보내리 // 바람의 길목, 간밤엔 / 소나무에 걸린 푸른 기별이 없다.(「한(恨)」전문)’는 그의 시적 진실을 이해할 수 있다. 한편 공의식 시인은 삶의 방식에서 탐색한 사유의 범주(範疇)는 다양한 관념을 동반하고 있는데 작품 「존재」전문에서 ‘하늘에서 휘돌던 바람 / 가슴에 스며든다 // 미친 듯 떠돌다가 / 태연히 좌정한 산과 들 // 언제라도 마음 내키면 / 변덕을 부리는 바람 // 회오리로 몰아칠 / 가치만 계산하고 있다’거나 작품 「고독」전문에서 ‘바람도 잦아든 / 산마루 나뭇가지에 / 마음 한 쪽 걸어 놓고 / 하염없이 기다린다 // 뜨거운 햇살 / 숲 속에 잠재우고 / 달 그림자 서산에 걸리도록 / 물빛에 잠겼다 떴다 // 한사코 밀려오는 / 벼랑을 피하려고, 나는 / 바람 찾아 숲을 나선다.’는 그의 심저(心底)에는 진정한 인본주의(humanism)의 의식이 넘치고 있어서 그가 지향하는 서정적인 자아의 시적 창출이 엿보이고 있다. 2. 그리움의 진실과 ‘어머니’ 공의식 시인에게 내재된 정서의 저변(底邊)에는 그리움이 충만해 있다. 그리움은 우리들에게 익숙한 관념의 일부이지만 작품 속에서 형상화하는 대상의 근원은 그가 이미 체질화해 버린 정한(情恨)에서 모티프를 찾을 수 있겠으나 공의식 시인의 체험에서 획득한 그리움의 실체는 바로 ‘어머니’와 밀접한 상관성을 이룬다는 점이 특이하게 현현되고 있다. 그는 작품 「어머니」중에서 ‘밤마다 어머니의 등뼈가 / 해안선에 길게 누워 / 신열 앓는 내 머리를 짚습니다.’라거나 작품 「김치」중에서 ‘삼년 동안 묵힌 속을 꺼낸다 / 단정하게 썰어 하얀 접시를 채우면 / 어릴 적 그토록 안타깝던 / 어머니의 눈물이 스쳐간다’는 어조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어머니’에 대한 정감(情感)의 시혼(詩魂)이 명징(明澄)하게 발현되고 있다. 돌아서는 車窓에 잘 가라며 손 흔드시던 어머님 얼굴이 눈송이처럼 엉겨온다 간밤에 울던 바람 고드름 자라는 소리로 커서 서러움 닦는 어머님 손이 된다 車窓에 낀 이름 모를 꽃잎의 성에 닦아 낼 수 없는 어머님의 음성. --「모정(母情)」전문 그렇다. 공의식 시인의 그리움은 바로 ‘모정’이라는 불망(不忘)의 원류가 흐르고 있다. 그는 ‘잘 가라며 손 흔드시던 어머님 얼굴’과 ‘서러움 닦는 어머님 손’ 그리고 ‘이름 모를 꽃잎의 성에 / 닦아 낼 수 없는 어머님의 음성.’ 등에서 재생하는 그의 이미지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모정’으로 동화(同化)시키고 있다. 그는 작품 「갈대밭에서」중에서도 ‘질펀하게 펼쳐진 순천만, / 수소문했던 어머니 음성이 / 후두둑 빗소리로 걸어와 / 툭 걷어차더라’ 또는 작품 「파도」중에서 ‘ 지금, 포근한 달빛이 퍼지고 있소 / 자장가 토닥이는 어머니의 / 따뜻한 숨소리가 들리오’라는 처연(凄然)한 어조로 공감을 유로(流路)하고 있다. 장날이면 빈 수레가 장 보러간다 덜커덩, 소는 외양간에 덜커덩, 주인은 액자에 수레만 홀로 장 보러 간다 빈 달구지 덜컹거리며 아침부터 나선 길이 해가 저문다 덜커덩 소리에 별 하나 실리고 덜컹 소리에 달이 실렸다 이만하면 오늘 짐은 가득하다 아버지는 어디 가셨나 임자 없는 수레가 장을 헤매고 조율이시 어동육서 차림만 높다. --「아버지」전문 공의식 시인에게 다시 공감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 어머니와 동일한 개념의 이미지를 추출하고 있다. 물론 부모의 정감이 서로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가 반추하거나 회상하는 시적 진실의 범주는 동일한 양상으로 발현되고 있다. 그는 ‘장날이면 빈 수레가 장 보러’가지만 해가 저문 파장에서 돌아오는 ‘수레’에는 ‘덜커덩 소리에 별 하나 실리고 / 덜컹 소리에 달이 실’려 있을 뿐이다. 시적인 상황의 묘사이다. 그러나 그는 결론적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를 그리워 하고 있다. 그것이 결론으로 적시한 ‘이만하면 오늘 짐은 가득하다 / 아버지는 어디 가셨나 / 임자 없는 수레가 장을 헤매고 / 조율이시 어동육서 차림만 높다.’는 그의 그리움의 진실이 명민하게 현현되 있어서 평범한 모티프에서 보편적인 언어로 현상화하는 시법은 바로 우리 모두가 체험한 정한의 심연(深淵)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작품 「소가 된 까닭」중에서도 ‘고구마 푸른 잎에 앉아 / 아버지는 / 하늘 닮은 잎 되거라 하시며 / 붉은 황토 살 돋우신다 // '누워서 먹으면 소가 된다' 눕지 말고 자라거라 / 자라나거라 / 아버지 삶에는 / 개꽃 장다리도 늑장을 핀다’는 어조에서도 우리는 부정(父情)에 대한 애틋한 정감을 음미(吟味)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공의식 시인의 의식에는 부모에 대한 정한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이 그리움의 근저(根底)에는 ‘가을 하늘이 파랗게 서리를 옭아도 / 가슴으로 내리는 것은 이슬 / 석양보다 더 붉게 물들이는 / 그대의 눈빛입니다(「내가 그리워하는 것은」중에서)’ 그리고 ‘그립다 / 그리웠다 / 어젯밤 꿈에 뛰놀던 / 그 미끈한 시어가 그립다 // 태어날 때부터 뜬 눈은 / 입만 벙싯거리는 외로움으로 / 어망에 잡혀 있다고 했다(「낚시」중에서)’ 그리고 ‘어렴풋이 / 또 어렴풋이 // 밤이면 찾던 / 서러운 빛 // 또 애달파 // 던져버린 산 위로 / 달이 뜬다.’는 어조와 같이 그 그리움의 원천은 부모에 정감 이외에도 그의 사유에서 지향하는 시적인 진실의 탐색에서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3. 서경적 시간과 공간의 형상화 공의식 시인에게서 다시 심도(深度)에게 포착되는 것은 서정적 자아를 탐구하는 시법에 천착하고 있다. 그는 선천적으로 자연 서경(敍景)에 심신(心身)이 흡인되어 있어서 그의 정서나 사유의 향방(向方)이 자연과 더불어 동화(assimiaton)하거나 투사(投射-projecton)하는 시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 동화는 그 시인이 자연현상(혹은 자연세계)을 자신의 내부로 끌어들여서 그것을 내적(內的) 인격화하는 자아의 자연화이다. 반대로 투사는 그 시인이 자신을 상상적으로 자연 현상에 투시(透視)하는 것, 즉 감정이입(感情移入-fintuhlung)에 의해서 자아와 자연이 일체감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바위 밑엔 겨울이 바들바들 떠는데 욕 한 바가지 휙 바람으로 뿌려 진달래 빨개진 입술 봄볕 입은 개나리치마랑 훤칠한 벚나무 분홍저고리에 속살 드러나는 백목련의 자태 키득거리던 제비꽃이 잎을 삐쭉인다 왁자지껄 내려가는 도랑물에 묻어 두었던 무 장딴지 씻는데 갯버들은 묵힌 빨랫감 이고 온다 아, 매화 벗고 파랗게 솟는 기염, 붉게 벙긋거리며 봄으로 걸어가는 신록이여! --「봄으로 들어가다」전문 나뭇잎 하나 황당그레 떨어진다 열 개의 나뭇잎이 휘둥그레 몰려간다 백 개의 나뭇잎이 필사적으로 따라간다 천 개의 낙엽들이 우수수 쓸려간다 만 개의 낙엽들이 가을을 할퀴고 있다 나뭇잎에 색깔이 물들 때만해도 아, 가을이 오나보다 했더니 어느새 잎 떨구며 가을을 건너고 있다 골짜기마다 백 개 천 개 만 개의 가을이 내 마음 할퀴고 있다 --「시월쯤에」전문 위의 두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봄과 가을 등 시간성에서 명민(明敏)한 감응(感應)을 투영하고 있다. 이러한 서경적인 자연 상관물에서 추출하는 이미지들은 대체로 생명성의 이동이나 변화에 대한 자연 현상에서 우리 인간과의 대칭적인 사유가 시적 주제나 그 진실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시적 상황 전개나 주제의 창조는 시간과 만유의 자연현상(주로 꽃이나 계절적인 변화 등)과 교감함으로써 서정성을 탐닉(耽溺)하는 인간 본래의 인본주의의 원형을 탐구하는 시적 경향을 대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 봄에서는 진달래, 개나리, 벚나무, 백목련, 제비꽃, 갯버들, 매화 등 봄과 계절적으로 상응(相應)하는 자연 대상인 꽃들의 향연과 도랑물 등의 주변 경관까지 작품속에서 작용함으로써 시적 생동감뿐만이 아니라, 그 정취(情趣)에서 생성하는 향훈(香薰)이 넘실거리는 의미를 엿보게 한다. 이처럼 봄의 시간적 서정은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 - 가슴앓이 들끓는 산자락마다 / 설레는 기다림, / 모닥불 지핀다 / 그리움이 익는다 / 아 리도록 한 가닥 매운 연기에 / 분홍빛 가슴 쪼개어 / 산에 산에 / 얼핏얼핏 널어 놓았다- 꽃잎에 취해 / 속살 드러낸 봄바람 / 붉은 입술 살랑살랑 // 황홀한 기운에 / 맡겨진 몸 / 입술 한 번 가슴 양차로 / 벌 나비에게 내어 줍니다 (「봄꽃」중에서) - 벌 나비 날고 / 푸르게 부푼 꿈 / 봄 길에 캔다고 / 봄밤은 부퍼 오르네요.(「봄이여」중 에서) - 따스한 봄볕 날개에 기대어 / 하얀 눈물이 피었다 / 밤새 벙글던 하얀 군무도 이내 / 나 비 오기 전 목을 꺾나니.(「목련이 필 때」중에서) - 수줍던 처녀 봄바람 비집던 / 진달래 몇 줄기 사그라지고 / 솔숲 드나든 달 뜬 소리 / 그 때가 좋았지 그때가 좋았지(「바람소리」중에서) 또한 ‘시월’이라는 시간성도 가을이라는 서경에서 탐색하는 이미지가 ‘낙엽’의 시간적인 상관물과 조화를 이루면서 상황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어느새 잎 떨구며 가을을 건너고 있다’거나 ‘백 개 천 개 만 개의 가을이 / 내 마음 할퀴고 있다’는 이미지가 전해주는 고독함과 우수(憂愁)가 짙게 투영된 주제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은 ‘가슴 연 붉은 광야에 / 잠자리 가을 줍느라 분주하다 / 허수아비의 낡은 휘파람소리 / 논둑 따라 그을려 올 때 / 더 없는 외로움으로 나는 /벼 낱알을 씹는다(「가을 2」전문)’거나 ‘한들거리는 얼굴 / 환한 눈물 매달리는 날 / 아련한 얼굴 툭 건드려 보오 // 분홍빛 볼 반가움에 / 잠자리 춤추는 하늘가 어디쯤 / 젖어오는 석양에 묻혀있을 것 같은 // 어둠에서도 찾아오는 그 얼굴 / 손 마주 잡고 볼 부비며 / 미소로 그 추억 안아 보겠소(「코스모스」전문)’ 등으로 회억(回憶)을 상기하면서 시간과 자연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작품 「四月」「유월」「그믐」「저녁」「겨울나무」「겨울 느티나무」등에서 시간성을 공의식 시인의 사유의 중심축에 두고 서정적인 시심(詩心)을 발현하거나 정적(靜的)이면서 안온한 자연을 함축하고 있는가 하면 「정원에서」「섬진강 달빛」「나의 정원으로」「바닷가에서」등의 공간에서도 다양하게 서정적 자아를 형상화하고 있다. 4. 자연 상관물과 서정적 자아 공의식 시인은 다시 이러한 자연 서정을 시간과 공간의 서경에서 탐색하였으나 그 구체적인 대상이 자연 현상을 통해서 생성된 자연환경을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이러한 서정성은 그가 이미 ‘시인의 말’에서 밝혔듯이 ‘진달래꽃 따먹으며 산을 누비던 어린 시절과 운동화 꿰차고 산개울을 누비던 학창시절, 산과 들 헤집으며 걸어오는 동안의 기억들을 울먹일 때마다 꺼내어 소중하게 씻고 닦아서 부족하지만 여기 모았’다는 사실은 그가 산과 들에서 체험한 자연 서정의 이미지들이 재생하면서 그의 시 세계를 소중하게 장식하는 원류가 되었기 때문에 그의 서정적 자아의 탐구는 훈훈한 인생의 여정(旅情)을 상기시키는 자리가 되고 있다. 그는 작품 「시냇가」중에서 ‘바위를 무디게 뒤집으면 / 졸졸졸 따라가는 송사리 떼 / 맑게 품은 개여울 햇살 / 송사리 입에 연신 넣어주고 / 오물거리는 모습에 웃는다’는 전원의 전형적인 풍광(風光)에서 그의 서정은 오로지 잔잔하면서도 정(情)이 넘치는 그의 심저를 이해하게 한다. 식어버린 가슴 품고 혀만 치장한 연꽃, 욕망의 샘이 솟아오르는 사고의 바닥에서 속 빈 뿌리를 캔다 감춰진 비밀 그 사유로 잎은 더 넓게 벌어지려고 별빛 머금은 이슬에게 햇살이 감춘 말 새촘한 귀에 건다. --「늪」전문 이 작품에서는 공의식 시인이 간직한 서정 그 질양(質量)의 깊이를 예감할 수 있는 시적인 본령(本領)을 적시하고 있다. 그는 이 ‘늪’의 상징은 그가 형이상적(形而上的)인 철학적인 골간(骨幹)에서 창출해낸 고차원의 이미지이다. 그는 ‘식어버린 가슴’과 ‘혀만 치장한 연꽃’의 대칭적 표현은 그의 시학에서 상당한 우위의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작품 구성이나 전개에서 그가 의도한 보편적인 스토리가 아닌, 사물 자체가 실재(實在)와 약간 벗어날 수도 있는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은유적인 시법으로 공간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달빛이 바람을 깨워 안개를 거둬간다 어스름에 묻혔던 머언 동네 개 울음소리 달빛을 쫓고 젖은 눈에서 하염없는 밤으로 달만 허허로이 흐른다. --「월하(月下)」전문 여기에서도 그의 감성(感性)은 자연 상관물로서의 제공하는 메시지가 바로 ‘달빛’과 ‘머언 동네 / 개울음소리’와 대칭적인 연관으로 상황을 전개하지만, 결론은 하염없음과 허허로움이라고 할 수 있어서 그의 시학에서 많은 서정적 자아를 지향하는 궁극적인 단초를 적시하고 있다. 이러한 은유적인 시법은 작품 「폭포」전문에서 ‘아, / 산기슭 휘어잡는 / 푸르디푸른 혼이여 / 맑은 계곡에 맴도는 / 하얗디하얀 속살이여 // 하늘을 끊어내는 울음 / 숲의 말을 쏟아낸다 / 단 하나 진실 / 알몸으로 투신하는 / 정토의 눈물.’이라는 진실과 작품 「꽃비」전문에서도 ‘쏴아아 / 소금기 없는 눈물이 / 얼굴을 때리면 / 후두둑 / 떨어지는 초목의 생기 / 아, 기다림으로 무뎌진, / 생명의 물이여 / 애잔한 눈물이여 / 꽃잎 쓸고 가는 외마디 / 봄엔 비가 와야 한다는 묵언 / 나무 흥건히 적시고서야 / 사라지는 통증.’이라는 생명과 묵언의 메시지가 우리들의 심혼(心魂)에 많은 문제의 화해를 제공하는 지침이 되고 있다. 공의식 시인은 이와 같이 자연 상관물에서 탐색하는 서정적인 자아는 다양한 자연 대상과 조응(調應)하고 있다. 가령 ‘아지랑이’, ‘민들레’, ‘민달팽이’, ‘담쟁이’, ‘치자꽃’, ‘태풍’, ‘샛별’, ‘노을’ 등등의 작품에서 그 대상이 분사(噴射)하는 이미지나 상징은 그가 취택하려는 서정성과 자아의 조화나 융합(融合)은 자명(自明)하게 발현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 공의식 시인의 시집 『다각묘사의 窓』 읽기를 마무리한다. 그는 완전한 서정 시인이다. 그 전제는 그가 사랑하고 아끼는 전원적인 정서와 사유의 지향점에서 결론짓게 된다. 그가 삶이나 현실적인 생활에서 항상 뇌리(腦裏)에서 번뜩이는 시적 발상과 상황의 전개는 자연 서정에서 탐구하는 습관적인 사고(思考)방식을 이탈(離脫)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서정 시인으로서의 명제(命題)를 실행하기 위해서 삶과 행위 자체가 검소하면서도 고독하고 고뇌에 가득한 향수(鄕愁) 같은 심리적인 표출을 읽을 수 있어서 그가 앞으로 시적 탐색을 통해서 절규하듯이 구명(究明)하려는 진실의 행방을 모색해나갈 것이라는 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일찍이 영국의 시인 P.B. 셸리는 ‘시는 최상의 마음의 가장 훌륭하고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다. 하나의 시란 그것이 영원한 진리로 표현된 인생의 의미이다’라는 명언을 새긴다면 공의식 시인이 갈구(渴求)하는 삶의 의미가 바로 영원한 진리로서의 시적인 인생의 의미를 충만하게 할 수 있다는 결론을 적시하는 작품으로 승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공의식 시인의 심중(心中)에는 작품「바다가 시를 읊다」전문과 같이 ‘여유 찾아동동 / 바다에 누우면 / 시퍼런 노래가 둥둥 떠 다닌다 // 날 선 파도 주워 / 풍경 드리우면 / 억눌렀던 시 아우성처럼 쏟아내고 // 솔낭구 틈새바람 바다에 베고 누워 / 겪어온 지난 이야기들 / 파도는 하늘에 옮겨놓기 바쁘다.’는 그의 진솔한 시에의 열망과 삶의 일체성을 구현하려는 기원이 넘치고 있다. 이러한 전제를 일생의 숙명으로 세워서 지속적인 창작의 열기를 불어넣기를 소망한다.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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