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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학명
차나무과 |
Cleyera japonica |
제주도 돈네코 계곡을 비롯한 난대 상록수 숲에는 비쭈기나무(빗죽이나무)가 자라고 있다. 분포지역은 남쪽 섬 지방과 경남 일부라고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일본 남부, 대만까지 난대에서부터 아열대에 걸쳐 자라며,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나무다.
비쭈기나무는 이름에 혼란이 있다. 비쭈기나무, 비쭉이나무, 빗죽이나무 등으로 불린다. 겨울눈이 가늘고 아주 길게 생겨서 마치 송곳이 삐쭉이 나온 것 같다는 뜻으로 비쭈기나무란 이름이 생긴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따라서 비쭈기나 빗죽이, 어느 이름으로 쓰이든 ‘삐죽이’에서 변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 책에서는 국가표준식물 목록에 따라 비쭈기나무로 했다.
한편 일본 한자로는 ‘신(榊)’이라고 한다. 나무와 신(神)을 결합한 글자이니 심상치 않은 뜻이 포함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비쭈기나무는 자람 터의 중심이 일본에 있고, 우리나라는 자랄 수 있는 변두리 한계지역이다. 우리나라에는 비쭈기나무와 관련된 아무런 자료가 없다. 당연히 비쭈기나무에 얽힌 역사와 문화는 일본에 많다. 일본인들은 비쭈기나무와의 인연이 많다. 그들이 각별히 섬기는 신사(神社)의 신전에 바치는 제물에 쓰이는 귀한 나무다. 나무 이름 자체가 신과 인간세계를 잇는 경계에 심는 나무라는 뜻이다.
신사를 참배할 때 바치는 ‘다마구시(玉串)’라는 제물이 있는데, 바로 비쭈기나무의 가지에 종이배나 종이오리를 매단 나뭇가지를 말한다. 우리가 볼 때는 작은 나뭇가지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최고의 제물로 생각한다.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수상이 비쭈기나무 가지를 손에 들었느냐 안 들었느냐에 따라 공식 참배인지 비공식 참배인지를 구분한다. 그 외에도 결혼식과 같은 중요한 행사에는 비쭈기나무 가지가 사용된다. 일본인들은 비쭈기나무가 자라지 않은 곳에서는, 잎에 톱니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비쭈기나무와 모양이 비슷하게 생긴 사스레피나무로 신에게 바치는 나무를 대신한다. 신사에는 신(榊)이라고 쓰는 비쭈기나무, 불단에는 밀(樒)이라고 쓰는 붓순나무를 신에게 드리는 신성한 나무로 생각한다.
또 사랑의 증표로도 비쭈기나무가 쓰였다. 일본인들이 아끼고 자랑해 마지않는 고대 장편소설 《겐지이야기(源氏物語)》에는 비쭈기나무를 통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 겐지가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연인의 처소를 찾아 다시 사랑을 이어가자며 비쭈기나무를 바친다는 내용이다.
비쭈기나무는 키 10미터 정도에 지름이 한 뼘 정도는 자랄 수 있는 늘푸른나무다. 잎은 긴 타원형이며 손가락 길이를 조금 넘는 크기다. 또한 두껍고 표면에는 광택이 있으며 가장자리가 매끄럽다. 여름날 다섯 장의 꽃잎이 동전 크기만 한 하얀 꽃을 만들어낸다. 암수가 다른 나무이고 늦가을에 굵은 콩알만 한 새까만 열매가 익는다. 겨울을 넘기는 동안 새들에 의해 종자번식을 한다. 숲속의 비옥한 곳을 좋아하며 습기가 많고 그늘이 져도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널리 알려진 나무는 아니지만 나무의 모양이 깔끔하고 진초록의 잎이 특징적이라 정원수로 차츰 널리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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