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전하는 말/ 이해인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게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 이 해인 수녀님>
비 내리는 날/ 이해인
잊혀진 언어들이
웃으며 살아오네
사색의 못가에도
노래처럼 비 내리네
해맑은 가슴으로
창을 열면 무심히
흘러버린 일상의 애기들이
저만치 내려졌던
이웃의 음성들이
정다웁게 빗속으로 젖어오네
잊혀진 기억들이
살아서 걸어오네
젖은 나무와 함께
고개 숙이면 내겐
처음오로 바다가 열리네
- 이해인 -
비 내리는 날의 일기/이해인
너무 목이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신하
부스럼난 논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떤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꽃히는 비
얇디 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
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빰에
입맞추고 싶네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없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논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 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 내리는
하얀비 고운비
맑은 비가 되자
- 이 해인 -
첫댓글 고맙습니다
잘 일고 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이수녀님글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