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엔 스키를 가려했었다. 그러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아무도 신청한 사람이 없었다. 산엔 혼자 가지만 스키는 혼자 가지 않기로 결심 했었기에 어쩔수 없이 못 갈 상황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가 내려서 슬로프가 좋지 않을 듯하고, 마침 고향에서 친구가 올라왔다. 3박 4일 동안 서울을 여행하겠다고 왔다. 어제는 여러 곳을 돌아댕기며 140컷이나 사진을 찍었단다. 역시 대단한 넘이다.
오늘 아침, 친구와 함께온 젊은? 친구를 떠나보내고 산행 준비를 한다. 수리산. 사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출발햇다. 모임 장소인 금정 역에는 10분 정도 늦게 도착. 벌써 여러명이 도착해있다.
15번 시내버스를 타고 한 20여분은 이동한 듯하다. 아파트가 즐비한 수리산 입구. 수리한양아파트 앞에서 출발.
상쾌한 봄날씨다. 잠시 콘크리트 포장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비포장으로 바뀐다. 따스한 날씨에 길은 질퍽거리지만 오손도손 얘기하며 걷는 걸음은 가볍기만하다.
능선 중턱까지 이어진 넓은 산길에서는 산악자전거를 타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카메라를 꺼내 목에 걸고 올라가지만 찍을만한것은 별로 없다.
까만 파이프라인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진 오솔길로 접어드니 본격적인 산행이다. 함께 산을 오르는 설악군은 '경기도의 지리산'이니 뭐니 하며 연신 감탄사를 발하고...
날망군이 가져온 산수유주를 홀짝거리기도 하며, 어제 당첨자가 나타난 최근 온나라의 화제거리인 로또 얘기도 나누며 어느듯 군사시설이 있는 정상 부근에 도착.
여기서부터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겨우내내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길이 무척 미끄러워 여러명이 미끄러진다. 눈 녹은 물이 질퍽거리는 산길을 따라 잠시 걷다가 드디어 점심시간.
참치가 들어간 미역국, 우럭회, 초밥 등 진수성찬이 차려지고, 빠질 수 없는 이슬을 홀짝이며 즐거운 시간... 내가 개봉역 근처에서 사 간 김밥은 나도 먹다 말고 남겨와야 할 지경... 흐~~ 하여간 너무 즐거워..^^
연신 히히덕거리다보니 어느듯 태을봉. 이 산 봉우리마다 '관모봉' '슬기봉'등이 있다지만, 이 이름들은 모두 오늘부로 개명되었다. '관음봉''신로봉'등.... 여기서의 "관음"은 관세음보살의 관음이 아님을.^^
질척거리는 태을봉에서 하산 시작. 길은 상당히 가파르고 미끄럽고... 하산 도중 산가세형님은 크게? 미끄러져 엉덩이 한쪽이 완전히 흙탕이 되기도 하고...
정자를 앞둔 갈림길에서 휴식 겸 남은 막걸리 처치 작전. 여기서도 날망님이 가져온 건과는 인기 만점. 건포도, 땅콩, 아몬드, 건바나나 등이 섞여있어 참 맛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막걸리도 한잔 안마신게 조금 아쉽다.....
바로 하산하기엔 시간이 일러 우리가 걸어왔던 능선 사면을 따라 난 길을 따라 걷는다. 얼핏 보기엔 다시 정상으로 이어지는듯하게 보였다. 가다보니 출렁다리도 나타나서 사진도 찍고 다리를 출렁이며 장난도 치고.
조금 더 사면을 올라가니 휴식처. 여기서부터 길은 정상쪽으로 이어지고, 아래쪽으로는 희미한 오솔길. 우리는 이 길을 따라 하산 시작. 그런데 예상했던대로 이 길은 곧 없어지고 우리는 '개척산행'을 하는 기분으로 계속 하산.
3시 30분경 찻길과 조우. 이 길을 따라 버스가 다니는 길까지 가볍게... 다들 산행이 너무 좋았다며 즐거워 하는 가운데 다음에 비박 산행을 오자는 제안까지 나오고...
아침에 우리가 탔던 15번 시내버스를 다시 잡아타고 범계역에서 하차. 다시 평촌역까지 짧지 않을 길을 걸어 양, 곱창, 갈빗살로 뒷풀이 시작. 이전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던 곱창도 이번에 먹어보니 맛나기만 하다.
2차로 이어진 평촌노래방에서의 즐거운 시간. 노래방은 노래만 부르는 곳이 아니다. 춤도 추고 맥주도 홀짝이고....
3차로 계속 이어지는 뒷풀이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 나와 날망님만 먼저 집으로.... 날망님 덕에 나는 안양역까지 무임승차. 감사 ^^
안양역은 롯데백화점과 함께 번듯하게 지어졌다. 역앞에 내린 나는 백화점에 입점한 상점들의 현란한 간판 불빛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은 안양역 간판을 찾지 못해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서 역을 찾을 수 있엇따. 내게 대답해준 이들의 야릇한 웃음을 뒤로한채 집으로....
이번 산행은 정말 아무런 준비없이 다녀왔다. 그래서 솔직이 그곳의 지명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창박골?, 안골? 등의 이름이 거론 되었지만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다음에 가게 되면 알 수 있겠지.
해발 600고지 못되는 산이지만 정말로 좋은 산행햇다는 기분이고, 이런 기회를 준 이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꾸벅!! 북한산 도봉산에 비해 뒤지지 않은 좋은 산이란 생각이다. 이만............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