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섬 마을 박종우 교장 보시옵소서
박종우 교장, 참 반갑네. 예천 권상헌 화백 초청 받고 전국 동기회 성사되었을 때, 우리 경북 도청에서 만나 점심 먹고 예천군 풍양면 신풍미술관에서 권화백 작품 감상하고, 예천 삼강 마을로 가서 지짐 안주로 왁자지껄 막걸리 건배할 때가 바로 오늘 같은데, 벌써 두어 달 지난 추억으로 밀려가고 말았네. 세월이 왜 이리도 빠른지 도둑놈 삼십육계 놓듯 달아나네. 그건 그렇고 자네는 우리 고향 금당맛질과 각별한 인연이 있지. 자네 고종사촌 수동이는 나와 동갑 용대초등 동창이고 수동이 형 (환)은 나이는 나보다 4살 많지만 항렬이 한 단계 낮아서 날 보면 “아제 아제” 하는 형편일세. <그렇다고 아제아제 바라 아제는 아니지만>
*맨부커 인터내셜 상 주인공 한 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 소 설에 임권택 감독 영화
자네도 알다시피 금당맛질은 산골이네. 산골이 되다 보니 옛날부터 戰亂의 피해를 덜 받아 十勝地(?)가 되었고, 난 항상 십승지 촌뜨기일세.
자넨 무섬 마을 명문의 후예로서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까지 초청하여, 조상의 빛난 얼을 만방에 선양했으니 너무 자랑스럽고 부럽네.
항렬이 낮다 보니 무섬 아지매는 아들 같은 나를 보고도 깍듯이 존칭을 쓰는 형편일세.
그건 그렇고,지난 주 월요일 예천을 다녀 왔네. 용대초등
1회 동창회를 한다고 해서 맛질 산골까지는 못 가고 예천읍에서 옛 친구들 만났지. 거기서 수동이 만나 예천 요양원에 계시는 무섬 아지매 찾아 뵈었네. 99세 된 노인이 환자 치고는 너무 곱고 깨끗하시고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나를 알아 보는듯마는듯하셨지만 지난 날 생각하니 너무 마음 아프고 안타까웠네. 그 분의 맏아들 환(수동이 형)마저 같은 요양원에서 중환자로 의식을 잃고 저 세상 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형언할 수 없이 슬펐네. 수동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더군. 그 친구 워낙 생기발랄하고 청산유수에다 낙천적이어서 그렇지 나 맨재기 같았으면 벌써 정신병 환자가 되어 동네 천덕꾸러기가 되었을 걸세.
나는 대구 동기님들과 좋은 인연으로 늙으막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 보니, 자네 고향 무섬 마을도 가 보고,류중영 친구 고향이었던 임하댐 저수지며, 내앞 마을 안동 독립기념관에도 다녀 왔네.
조상의 훌륭한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애쓴 후손들의 노력이 너무 돋보여, 이름 뿐인 금당맛질이 한없이 부끄러웠네.
혹 대구 오시는 길이 있거든 연락 주시게.(010-4175-7708)
자네라면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이하겠네.
리퍼트 대사 종북 망나니한테 칼부림 당하고도 자네 같은 명문 후손의 초청을 받았으니 얼마나 흐뭇하고 영광이었겠나.
갓 쓰고, 도포 입고, 자네와 나란히 찍은 사진 참 익살스럽고 명품이었네. 家寶가 따로 있는가.바로 그런게 가보 아닌가.
어쨌든 고맙네.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이어지시기를 천지신명께 기원하는 바일세.
*대구 달서구 상화로 8길 23 삼성래미안 17층 겨울 까치집
헛소리꾼 드림
스마트폰은 아무래도 좀 느려서 컴퓨터 자판으로 한글에 적고 다시 12사우회 카페로 복사해 옮기고 또 다시 카톡으로 복사해 전송하네.
자네와 나 사적인 이야기를 윤상홍 카페지기께 허락도 받지 않고 올려 염치 없고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네.
(2016년 12월 12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