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언
문득 현이는 담배를 피우며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승수를 보았다.
피곤한 기색이 없어보였다. 일을 대충 마친 현이는 퇴근한다고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자료를 뒤적이며 정리를 했다.
승수는 퇴근하려는 듯이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현이를 힐끔 쳐다보았다.
가느다란 머리가 이마로 흘러내렸다. 가볍게 쓸어올리는 현이의 새하얀 손이
보였다. 컴퓨터 전원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승수는 고개를
숙였다. 현이는 퇴근을 할 모양이었다.
[저..............이만 퇴근하겠습니다.]
현이는 슬쩍 고개를 들어올리는 승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그래요.....]
[그럼 이만]
현이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서서 걸어갔다.
승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현이가 보이지 않자 승수는 일어서서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또 한 개비 물었다.
(너는 우리가 함께 했던 모든 일을 잊은 것 같아...
하지만 아직까지도 내가 널 간절히 생각한다는 걸 니가 알게된다면
지금의 태도가 달라질까? 넌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애써
나를 외면할려고 하는거야? ........
도대체 뭣 때문에.....
너희엄마처럼 될까봐 겁이나니?
그렇게 생각한다면 넌 지금 잘못하고 있어...
너는 날 사랑하게 되도 결코 너희 엄마처럼은 되지 않아..
...
...
너와 너희엄마의 차이점은 내가 바로 널 사랑하고 있다는거야..
그리고 너도 날 사랑한다는 거야..)
승수는 이런 생각을 말할수 없는 자신을 증오했다.
(정말 난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이군
나 자신한테 실망하긴 처음이야)
승수는 엷은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잿더리에 눌러 버렸다.
그리곤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현이는 일요일 아침햇살이 자신의 방으로 내리쬐고 있는것을느끼며
애써 눈을 떴다. 오늘은 승수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조금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아래층은 조용했다. 모두들 어디 나간 모양이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우유를 한잔 따르고는 거실 쇼파에 앉았다.
안방에서 새엄마가 나오고 계셨다.
[어머...현이 일어났구나?]
[네...새엄마....잘주무셨어요?]
[음...나야..항상 잘자지]
그렇게 말하고 싱긋웃어보였다.
[아...그렇지...현아....오늘 백화점에 쇼핑갈건데...따라갈래?]
현이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새엄마만 좋다면요..]
[그래 좋아 좋아....한시간 뒤에 출발할까?]
새엄마는 오랜만의 쇼핑에 즐거운 기색이다..
[곧 준비할께요...]
현이는 컵을 주방에 갔다 놓고는 윗층으로 올라가 준비를 했다.
현이는 새엄마와 함께 백화점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이미손에는 여러개의 쇼핑백들이 들여있었다.
[...현아..정말 즐겁지 않니?
근데..이 엄마는 벌써 다리가 아프지 뭐니...조금 쉴까?]
[네..새엄마..]
그들은 백화점과 같은 층에있는 한 까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새엄마는 커피를 시키고 현이는 시원한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이제 숨좀 돌리겠다...]
새엄마는 쇼핑백들을 둘러보며 활짝 미소지었다.
[음...이만하면된 것 같은데...현이는 더 필요한거 있어?]
[아뇨...충분해요...]
[그래....]
현이는 창가를 내다보며 아이스티를 홀짝였다.
[회사일은 잘 되가니?]
[네...]
[진이가 못살게 굴진 않든...]
현이는 그렇게 묻는 새엄마를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뇨...제가 입사하고 한번도 못봤어요..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난것도 아니지만...
그리고 왜 언니가 저를 못살게 굴겠어요?]
[흠]
[현아....사람은 때론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하고 살아야..
숨통이 트이는 법이야...너도 가끔 답답할 때가 있으면 마음이 끌리는 데로 행동을 해보렴
그게 너한테도 도움이 되는 일일수도 있어]
그렇게 말하고 새엄마는 싱긋 웃어보였다.
현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새엄마를 쳐다보았다.
그리곤 이내 미소를 지었다.
[네...]
현이는 희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새엄마.....절 걱정하시는 거 알아요....
새엄마같이 좋은 분을 저희 엄마는왜 괴롭혔을까요?
엄마는 새엄마 자리가 그토록 탐이 나셨을까요?
아버지를 사랑하지도 않으셨으면서 말이에요...
전 엄마가 미치도록 미워요..)
현이는 이런 생각이 잠겨 무심히 창밖의 사람들이
서로 스쳐지나가는 것을 쳐다보았다.
19. 싸움
월요일 아침...일찍 출근한 현이는 따스한 커피한잔을 자신의 책상위에 올려놓고
하루의 업무 스케줄을 쳐다보고 이내 일을 시작했다.
[현이씨..일찍 왔네...]
진희언니가..현이의 책상을 내려다보며 싱긋 웃으며 말을 건냈다.
[네...오늘 아침엔 잠이 일찍 깨드라구요]
[그래? 이따 점심 같이 할까?]
[좋죠...]
[그럼 수고해...]
진희는 터벅터벅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가 앉았다.
한창 일을 하던 현이는 몸이 찌부둥해 휴게실에 잠시 가려고 일어섰다.
그러다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현이씨...이거 홍보부에 좀 전달해줄래요?
지금 제가 다른 일 때문에 좀 바쁘거든요...]
자신과 같이 입사한 민혁이 부탁을 했다.
민혁은 현이의 옆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네...그러죠..]
[고마워요..]
민혁은 미소를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나중에 제가 한턱 톡톡히 내죠...]
[이런 작은 일로 한턱은요...괜찮아요..]
[아...그러시면 섭섭하죠...입사동기끼리 친목을 도모하는의미에서
제가 나중에 한턱은 내죠..]
현이는 그렇게 말하고 민혁을 쳐다보곤이내 어쩔수 없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그러면 기대하죠..]
현이는 일어서서 전해달라는 서류을 받았다.
영업부에 서류를 전달하고 시원한 음료수라도 뽑을 생각으로 휴게실로
향하던 그녀의 걸음이 순간 멈칫했다.
휴게실엔 승수와 진이가 함께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빨리 이 자리를 떠나야 된다는 현이의 이성은 그녀의 배반적인 몸으로 인해
그들의 대화내용을 듣고 있었다.
진이가 소리치는게 들렸다.
[승수오빠...왜이래? 약혼하고 전보다 나한테 더 쌀쌀맞은거 알아?]
[......]
[이제 오빠의 무관심을 참고만 있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
도대체왜그래?]
[....]
승수는 계속 다그치는 진이 앞에서 계속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그런 것이 진이의 화를 부채질 하고 말았다.
[현이 때문이지? 그렇지? 그래....그 나쁜 기집애 때문인거 진작에 내가 알고 있었어..]
순간 승수의 눈에서는 번쩍이는 빛을 진이는 보지 못했다.
진이는 계속화가 나서 소리를 질러댔다.
[그래...그애 때문에 오빠가 내게 이러는 거야?
내가 그렇게노력해도 안됐던 거야?
그런 천한 계집애 뭐가 좋다고 그래?
오빠는 걔 엄마가 누구였는지 알아?
걔엄마는 바로 술집.....]
순간 승수의 손바닥이 진이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
[그만해.....]
승수의 눈동자는 모든 것을 얼릴 것처럼 차가웠다.
진이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너무해...........]
[.....]
승수는 이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지 진이에게서 고개를획하고 돌렸다.
[너무해...오빠.....흑.......]
진이의 눈에서 눈물이흘러내렸다.
[내가...먼저...누구보다 오빨 사랑했는데..그래서 오빠가 현이 사랑한다는거
짐작하면서도 나랑 약혼해서 행복했는데.....]
진이는그렇게 말하면서 숨을 깊게 들이쉬고 주먹을 꼭 쥐었다.
진이의 눈동자에선 굳은 결의가 보였다.
[줄수 없어...절대로 줄 수 없어...
다른사람은 몰라도 현이한테만은 오빨 보내지 않을꺼야...]
[절대로...]
진이는 홱 돌아서서 휴게실을 나왔다.
벽뒤에서 있던 현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진이도 현이를 보았는지 당황하는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차가운 눈길로 쏘아보고는 말을 이었다.
[다 들었겠구나.....내 심정이 어떤지....
니가 알아서 처신하길바랄게...
너의위치를 니가 자각한다면...
너희 엄마가어떤 사람이었는지 니가 똑똑히 기억한다면...]
그렇게 말하곤 진이는 현이를 지나쳐 가버렸다.
현이는 휴게실에 혼자 남은 승수를 쳐다보았다.
승수는 비탄에 잠긴채...서있었다.
현이는 재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현이는 승수와 진이의 대화에서 승수가 아직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느꼈다.
한편으로 괴로우면서 또 한편으론 말할수 없이 기뻤다.
그리고 말할수 없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현이는 휴게실에 혼자 서있던 승수를 보고 자신의 마음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는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안되는데...이러면....안되는데..............이러면.............)
현이는 밤에 잠이 안와 이리저리 뒤척였다.
어둠속에서 현이는 이제 더 이상 꿈속에 나타나지 않는 엄마를 생각했다.
(그래...........승수씨랑 별장에서 만났던 이후로 안꾸게 됐구나...
승수씨를 만난뒤로....그랬어.....그랬구나...)
현이는 애써 눈을 감았다.
그때 핸드폰 전화가 울렸다.
(이 밤에 누구야?)
[여보세요]
[........................]
[여보세요]
[......................]
[누구세요? 말씀하세요]
[.......나다...............]
순간 현이는 가슴이 철렁했다.
[.....]
[왜.........웬일이에요?]
[뭐어야.....사람...이 .......전화도 맘대로 못하냐?]
승수는 지금 술이 잔뜩취해서 현이에게 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입사할 때 사원소개서를 폰 전화를 보고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던 승수는
술김에 얼떨껼에 현이에게 전화를 했다.
[왜...이래요? 술마셨어요?]
[뭐? 술? 아....그래..좀 마셨다...왜....니가 무슨 상관이야?무슨 상관인데에...어...?]
[..................]
[...끊을께요...]
[이쒸....누구맘대로 끊어...어....누구맘대로.......
니가 뭔데....사람 이래라 저래라야?
응? 내가 아직 너 사랑하는 줄 아냐.....? 그런거냐구?
제기랄........그래...나 너 아직 사랑한다..
니가 뭔데.......사람 맘 갖고 놀아? 응?
니가...뭔데......뭐길래....데체........
.........................................................]
[...............................................]
[그래...너 잘났어..잘 났다구...
귀찮은 넘 너희 언니한테 넘겨서 기쁘냐...?
어...?젠장....
...................
젠장......
.............
..........]
순간 전화를 달칵 하고 끊겨 버렸다. 현이는 전화를 들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현이는 밤새 그렇게 앉아있었다. 밤새............
다음날아침....현이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로 나왔다.
승수가 언뜻 보였다. 여전히 책상앞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 같이 보였다.
(밤에 나한테 전화 한걸 모르는 걸까?)
승수는 현이가 들어오는걸 보았다. 왠지 피곤해 보였다.
(어제 내가 술먹고 현이한테 전화를 한 것 같은데...
젠장....기억이 나질 않잖아.....젠장...........)
승수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현이는 점심을 먹고 휴게실에서 혼자 커피를 뽑아 마시고 있었다.
어제 잠을못자서 하루종일 숙취가 있었다.
승수는 휴게실에 들어오면서 현이가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있는게 보였다.
(젠장....젠장........)
승수는 커피를 뽑아 현이옆으로 갔다.
[현이씨.......]
순간 현이는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뒤로 돌아보았다.
승수가 자신을 부른걸 알고 현이는 하마터면 커피를 쏟을 뻔 했다.
[무.....무슨 일이에요? 팀장님....]
[아..저기........혹시 제가 어제 현이씨 한테 전화했던가요?]
(하아....)
현이는 순간 한숨을쉬며 안도했다.
(전화한 걸 모르나 보네...)
애써 냉정을 되찾은 현이는 승수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아니요.....그런일 없는거 같은데요]
[아...그래요....]
[네.....]
[알았아요....]
그렇게 말하고 승수는 뒤돌아서서 나갔다.
(젠장....젠장...그럼 어제 그건 헛것이었나?
왜 난 현이의 목소리를 들은듯한 착각을 하고있는 거지?)
이후에 현이는 밤마다...술취한 승수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밤마다 나에게 하는일이 헛것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밤마다 그러면서 아침에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매일그렇게 술을 마시는 걸까?
그런 그를 보는게 가슴이 아프다....정말...아프다....)
***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 합니다 ***
*** 그 모습에 저두 고통스럽습니다 ***
*** 왜냐면 전 그 사람의 고통을 아니까요 ***
*** 밤마다 그는 내게 고통을 호소하니까요 ***
*** 하지만 그는 그게 꿈이라고 생각해요 ***
*** 그렇게 만든 제가 정말 싫습니다 ***
아침부터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바라보던 현이는 따뜻한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집앞 편의 정원소나무엔 빗방울이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커피잔을 놓고 시계를 쳐다보았다.
나갈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주민이를 만나러 나가기로 했다.
우산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오늘따라 현이는 비오는 길을 걷고 싶었다.
그래서 차를 놔두고 걸어가기로 했다.
봄기운을 맞아 길가에 가로수에 벚꽃이 비와 함께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무생각 없이 걷던 현이는 저 가로수가 끝나는길 끝에 어느 남자가
서있는걸 보았다. 그 남자는 내려오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그모습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것을 알고
있었다.
현이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잠시 망설이며 서 있다가 이내 현이는 뛰기 시작했다.
비를 맞고 서 있는 그 에게로........
[왜...이래요? 바보같이.......정말..]
현이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이래.............................흑]
승수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당황하는 표정을 잠시 짓더니..이내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현이의 볼에서 눈물을 훔쳐주었다.
[울지마.....................울지마라..]
[흑............왜 이렇게 바보같이 이래요?]
[그래....나 바보야.....바보라서 날 찬 여자 잊어버리지도 못해........]
[정말 바보야.....흑......바보라구요.....]
현이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울지마.........................]
승수는 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현이는 잠시 발버둥 치다가 이내 승수의 품안에 안겼다.
그리고 이때까지 참아왔던 눈물을 그의 따뜻한 품에서 흘렸다.
[미안해..널 이렇게 슬프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하지만 너 없이 더는 못 살겠어..
이제 술에 취해 너의 목소리를 듣고것도 지쳤어]
[..........알았군요....................밤마다 나한테 전화한거
알고있었군요...]
[어....알고있었어...첨엔 몰랐는데 .....
차츰가다가..그냥...그냥....알게 됐어....]
현이는 승수의 품에서 빠져나와 얼굴을 쳐다보았다.
승수는 슬픈 듯이 미소를 지었다.
[니가 나한테서 떠나가려 했을 때 보내야..한다고 생각했어.]
[..................]
[근데...이제 너 없이 견디기가 힘들다......]
[미안해요....다 내잘못이야..모든게 다...
나같은거 원래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어요..
그래야 했어.....그럼 승수씨 이렇게 망가지지 않았어..]
[아니야..왜 그런말을 해.....]
현이의 뺨에 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현이는 자신에게 화가나고...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행복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아니에요...아니잖아요....내가 태어나지않았으면...
울 엄마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꺼야....
새엄마도 가슴 아프지 않았을꺼야...
아빠도 나한테 항상 냉정하게만 하지 않았을꺼구...
진이언니도 .....승수씨도...괴롭지 않았을건데......]
[왜..그런생각을 하는거야?
현이씨도 하나님의 뜻에 의해...행복해지기 위해..
이렇게 여기 서 있는거야....]
[아니에요...아니야....흑........]
[아니라구요....흑..흑....]
승수는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현이를 다시한번 힘껏 껴
안았다.
[내말 잘들어...난...하나도 불행하지 않아...
지금 내품에 현이가 있고 내 말을 듣고 있는게 너무 기뻐..
그러니까....그런 나쁜 생각하지마..
난...니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정말 행복해...
이제 날 고통스럽게 하지마..슬프게도 하지마..
난 니가 필요해...니가 있어야 행복해...]
[.................미안해요...........]
[난 그말을 듣고싶은게 아냐......]
[..........................................]
[.........사랑해....사랑해.......요]
승수는 손으로 현이의 턱을 집어올렸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사랑한다.....]
승수는 고개를 숙여 천천히 현이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대었다.
그들 위로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가 있어 더없이 행복합니다 ***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 ***
***너무 행복합니다 ***
***그녀가 날 사랑해준다고 말해서 ***
***너무 기쁩니다 ***
***너무 행복합니다 ***
현이는 어쩔수 없이 주민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현이는 무엇보다 이때까지 떨어져 있었던 시간만큼 승수와 함께 있고 싶었다.
[우리집 가자....]
문득 말을 건네는 승수를 쳐다보았다.
[승수씨 집에요? ]
[응..옷도 다 젖었고....그리구.......음]
현이는 피식 웃어보였다.
[옷 갈아입을려면 여기서 우리집에 더 빠른데....]
[치잇......그래....그럼 넌 집으로 가든지....]
[아니..아니에요....승수씨 왜이렇게 애 같아요....갈께요..
가면 되죠?]
[응 그래 ..가자 ..빨리....]
승수는 앞으로 걸어나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곤 손을 현이앞에 내밀었다.
[자..손잡자.....]
[훗...]
현이는 승수의 커다란 손을 잡았다. 그리고 현이의 우산을 집어들어
승수에게 건네주었다.
[어서 와...여기가 우리집이야]
현이는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아담하고 좋아요...]
[그래? 뭐좀마쉴래? 안그럼 샤워할래?
비에 젖었으니까 빨리 옷말려야지..
내가 옷 갖다줄게....]
[으...음...알았어요....]
현이는 따뜻한 물에 샤워를 했다.
승수가 준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었다.
머리를 닦으며 나오니 승수가 따듯한 커피한잔을 내밀었다.
[자..마셔봐...따뜻해...]
현이는 싱긋 웃었다.
[고마워요...]
따뜻한 커피를 감싸쥐며 입술에 갖다대었다.
[뭐할까?]
승수가 심심하다는 듯이 현이의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음....]
현이는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불쑥 말을 꺼냈다.
[승수씨...앨범 보고 싶어요]
[앨범? ....에...이..안돼안돼...]
[왜요?]
현이는 화난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그래? 화났어? 에이...알았어...보여주께...]
승수는 뚜벅 뚜벅 걸어가더니...서랍에서 앨범을 꺼냈다.
[자..아...]
[훗....승수씨..대개 귀엽다...이거 언제 찍은거에요?]
[음....유치원때..찍은 것 같은데...]
[너무 귀엽다...]
현이는 흘러내리는 머리를 귀뒤로 넘기면서
앨범을 한 장한장 뒤로 넘겼다.
승수는그런 현이를 보며 또 서랍을 뒤졌다.
그리곤 헤어 드라이기를 가지고 왔다.
[뭐...하게요?]
[음.. 머리 말려줄려고]
[에이... 돼...됐어요....]
[아니야..해주께..돌아앉아서 앨범봐...]
현이는 졌다는 듯이 승수쪽으로 돌아앉았다.
이내 승수의 손이 현이의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현이는 따뜻한 바람과 승수의 손이 기분좋게 느껴졌다.
[머리 많이 길었네...저번에 봤을땐 단발이었는데....]
[흠......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요...]
[머리 긴게 훨씬 나아....앞으로 계속 길러라 응?]
[음.......생각해 보구요.....]
현이는 계속해서 앨범을 쳐다보았다.
[아......]
[왜그래?]
[이거 미국에 있을 때 찍은 거구나...언니도 있네요...
많이 친했나봐...]
[아..그거.......흠..근데...어떡하지?]
[뭐가요? ]
[진이하고 약혼을 파기해야 할까?]
순간 현이의 몸이 굳어졌다.
그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진이와 승수가 약속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어떡하죠?]
[흠...]
승수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사실대로 말해야 겠지....]
[하지만.......언니는 승수씨 포기 하지 않을꺼에요...]
[아니....내가 잘 말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
[그럴까요?]
[그래....내가 알아서 하께...넌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하지만.....]
[자자..됐어..머리 다 말랐다.....]
[아..그래요?]
현이는 자신의 머리를 만져보았다.
조금전 까지 드라이기 바람을 쐬서 그런지 따뜻했다.
[밥먹구 가라....내가 맛있는거 해주께...]
그렇게 말하고 승수는 부엌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내기 시작했다.
[도와줄까요?]
[아니...현이는 손님이니까...가만히 있어..]
그렇게 말하고 승수가 싱긋 웃어보였다
현이는 자신의 다리를 감싸안으며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승수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진이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언니는 승수씨...절대로 포기하지 않을꺼라 했는데...
난 이제 어떡해 해야되죠? 아무걱정 말라는 승수씨 말 믿고 싶지만
언니를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아요....언니는 옛날부터 무엇이든 손에
넣고 마는 사람이니까....)
현이는 피곤해서 침대에 누웠다. 잠시만 누워있을려고 했지만 이내
잠이 들었다.
승수는 맛있는 냄새가 나는 스파게티를 그릇에 담고 여러 가지 그릇을
꺼내 식탁을 꾸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와인잔을 두 개 꺼내 놓았다.
현이를 부르러 가던 승수는 살며시 미소지었다.
현이는 침대위에서 작은 몸을 웅크리고 편히 잠들어 있었다.
승수는 그런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 이마에 살짝 키스했다.
그리고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아무 걱정하지마 내가 널 지켜줄게...
사랑한다....현아.....사랑해...]
오늘 현이는 회사로 출근하는 마음이 여느때와는 사뭇다르다는걸 느꼈다.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 문득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승수집에서 어제 잠에서 깨니 저녁 매우 늦은 시간이었다.
승수는 식사를 차려놓고 그녀가 자고 있는 침대옆에 누워 현이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있었다.
현이가 왜 깨우지 않았냐고 말했더니..승수는 자는게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깨우지 못했다고 말했다..그말에 현이는 슬그머니 피어오르는 미소를 감출수가 없었다
언뜻 고개를 들어 일하고 있는 승수의 모습을 찾았다.
그도 그녀를 보고 있었는지 현이를 보고 싱긋 미소짓고 있었다.
현이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눈을 흘겼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점심 시간에 가까워오는 시간 승수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현이씨...이 파일 좀 봐줄래요?
간략하게 정리좀 해줘요..]
[네..알았습니다..]
현이는 파일을 받아들었다.승수는 어느새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받은 파일을 살며시 열어보았다. 그 안에 분홍빛 메모지가 부착되어 있는게 보였다.
==현아==
배고프지? 밥먹자..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
회사앞에 서 있어....
==승수==
현이는 황급히 메모지를 외투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일어서서 회사동료들에게 점심 먹으로 먼저간다며 양해를
구하고 살며시 밖으로 빠져나왔다.
회사앞 도로에 서 있으니 승수가 차를 현이 앞에 세우고 창문셔터를 내렸다.
[야...타....]
[훗]
[왜 웃어?]
현이는 차 앞좌석 옆에 앉으면서 대답했다.
[승수씨가 무슨 야타족이에요...야..타..그러게..]
[그런가?]
승수는 현이의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디 갈건 데요?]
[음....현이는 뭐 먹고 싶은데?]
[나...나는 별로 먹고 싶은게 없는데.....]
[음 ....칼국수 먹으러가자..잘하는데 알고 있거든...]
[그래요..그럼 칼국수 먹으러 가요..]
그들은 이내 시내 한 복판 큰 칼국수 집으로 들어섰다.
[여기 해물칼국수 맛있어]
[그럼 그걸로 먹을까요?]
[음 그래....]
그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놔누다가 칼국수가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
[현아...우리 요번 주말에 여행가자...]
[여행? 어디로요...?]
[음..아무데나...드라이브 여행...바다도 가고 맛있는것두
먹고
음..그리고 또...]
승수는 눈동자를 굴리며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알았어요...나두 가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고 현이는 귀엽게 웃어보였다.
승수도 따라 웃었다.
[너..모르지? 넌 웃는게 참 이쁘고 귀여워]
[그...그래요? 훗..나야 뭐 뭘해도 이뿌지 않아요?]
[아이구...그래 내눈에 콩깍지가 씌었지...]
[콩깍지는 무슨....구럼 나두 씌었나봐..
승수씨만 멋있어 보이구 그러는데..
나 아무래도 병인가봐...]
[하하하하..]
승수는 그렇게 웃어젖히면서 현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래...우린 둘다 병걸렸어...
그 병명이 뭔지 알아?]
[뭔데요?]
[사랑병이라고 알라나....몰라....]
그들은 그렇게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갔다.
들어올 때 따로 들어왔기 때문에 아무도 그들이 같이 있었다는걸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현이가 점심을 따로 먹는 날이 많아지자 진희가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은근슬쩍 말을 걸었다.
[너 지금 연애하지?]
현이는 갑자기 묻는 말에 커피를 먹다가 잘못 넘겨 사래가 들였다.
[네...네?]
현이가 당황하면서 묻자 진희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맞구나? 그래그래...이 언니를 속이진 못하지..암 그렇구 말구
내가 그래두 눈치하나는 얼마나 좋은데..몸은 좀 둔하지만 말이야...
내말이 맞지?]
[네......네...]
현이는 진희를 속이려고 해보았지만 여느때와다른 자신의 반응에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희 언니가 남의 말을하고 다니지 않는다는걸 알고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누군지도 아는데? 아마...내가 생각하고있는 사람이 맞을걸?]
[누...누군지도 안다구요...?]
[그럼...말해볼까? 그 사람이 누구냐...함은....]
[누..누군데요?]
현이는 순간 긴장을 하지않을수 없었다
진희가 필요이상으로 뜸을 들였기 때문이다..하지만 그 긴장감은 곧 사라졌다.
[허팀장....허승수 팀장 맞지?]
현이는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만 두어번 끄덕였다.
[아아...나..디자인 그만 두고 자리 펴야 되지 않을까 싶어...]
진희 손등을 이마에 집으며 피곤하다는 듯이 말했다.
[진희 언니 자리 펴도 돈 많이 벌 것 같은데요..?]
[그렇지?]
[근데 어떻게 알았아요?]
[음..그건 말이지....어느 순간 두사람이 우리랑 점심을 같이 안먹었잖아..
그리고 점심 시간 전에 항상 허팀장이 너한테 파일 넘겼잖아..
아..정말 그런 옛날 수법을 다 쓰다니...
그렇게 하니까 내가 눈치를 안채겠어? 모르는 사람이 바보지?]
(이런.. 다른 사람들도 안다는 뜻일까?)
현이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진희는 얼른 덧붙였다.
[아..하지만 우리 부서에는 나 말곤 다 바본가봐]
진희는 의미심장하게 웃어보였다.
[바보들에게는 재밌는 일을 알려줄수는 없지.....]
이날도 승수와 현이는 한 레스토랑에 앉아 점심을 먹고 디저트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현이가 계속 시무룩한 표정으로 앉아 있자 승수가 말을 걸었다.
[왜그래? 무슨 일있어?]
[아.....진희언니가 우리 사귀는 거 알아요..]
승수는 이내 얼굴을 찌푸리더니 이내 표정을 풀었다.
[이런 우리 부서의 눈치대빵이 언제 알려나...하고 기다리고 있었더니..]
[어떻해요?]
[음..괜찮아....진희누님은 암말도 안할꺼야..걱정하지마..걱정하지마.]
[하지만..]
[하지만은 ....걱정말래두..그리고 들켜도 난 상관없어..]
[하지만...들키면 힘들어질테니까...그게 두려워요..]
[에이구 우리 현이 겁쟁이 다 됐네..걱정하지마 내가 있잖아..
이 얘긴 그만 하고 우리 여행 얘기 하자...]
[치잇....심각했다하면 농담하구....]
[흠..내가 그런가?]
[그래요..그렇다구요....]
승수와 현이는 그렇게 티격태격 하면서도 얼굴에 미소를 짖지 않을수 없었다.
두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행복했으니까...
하지만.............언제까지.......행복할수만 있을까?
그들의 여행은 파란하늘을 가로지르는 승수의 차에서
시작되었다.
따스한 햇살에 창문에 비쳐 포근했다.
도로 가로수에는 벌써 벚꽃들이 많이 지고 있었다.
길가에는 마치 꽃눈이 흩뿌려 지고 있는 듯 했다.
분홍빛의 꽃눈이.....
[엄마...현이 얘 어디갔어?]
[왜....? 오늘 외출한다 그랬는데...친구집에서 자고 온다고도 했구..]
[친구...누구말이야? 응? 누구?]
[얘가 왜이래? 현이친구가 주민이밖에 더 있어?]
그녀의 엄마는 갑자기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주민이 확실해?]
[흠..글고 보니 주민이라는 얘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진이는 그 말을 듣고 눈을 질금 감았다.
(승수오빠도 오늘 집에 없었어 ..내가 지나친 생각을
한 걸까?
..............이상해..느낌이 안좋아
요즘 들어오빠 표정이 밝아진것도...더 이상 술도
안마시고...뭔가 이유는 있는거 같았지만 설마.......................)
진이는 이층으로 올라가 외투를 챙기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현관문을 나섰다.
[얘..어디가니?]
[잠깐만 나갔다 올께요]
진이는 집 주차장에서 검은색 소나타인 자신의 차를
꺼냈다.
그리고 빠른 손놀림으로 차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다.
차는 금방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진이는 목적지에 다 다른후 심호흡을 했다.
대문앞에서 초인종을 조심스레 눌렀다.
딩동딩동===
[누구세요?]
[..........]
[누구세요....에이 누구야아....]
주민이는 대답도 안하고 초인종만 누른 인간이 누군지
볼량으로 현관문을 열고 대문으로 향했다.
(또 동네 녀석이 장난치나? 잡히기만 해봐라..
가만 안놔둔다..
정말 한두번도 아니고...)
주민이는 이런저런 생각에 문을 벌컥 열었다.
[어.......언니....진이언니 아니야?]
[그래...나야...]
주민이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진이를 쳐다보았다.
[언니가 여길...왜....아...일단 들어와...]
[그래...고맙다...]
주민이는 진이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진이랑은 현이랑 어렸을 때 몇 번 본적이 있었다.
현이의 성격이 활달하다고는 할수 없었기 때문에
유일한 친구인 주민이는 진이를 만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현이는 애써 진이언니와
마주치려 하는 일이 적었기 때문에 진이를 많이
알지는 못했다.
주민이는 진이를 거실로 안내하고 쥬스를 내왔다.
진이는 조용히 앉아 받은 쥬스를 한모금 빨아들였다.
그런 진이를 쳐다보며 주민이가 살며시 말문을 열었다.
[언니....여긴 웬일이에요?]
[.........]
[언니...]
[현이가 여기 있다고 하길래.....
하지만 느낌대로 여긴 없구나]
[현이가 여기 있다뇨? 현이는 지금 집에 없나요?]
[그래...없어....]
[언니.......]
[없어...현이두....오빠도......]
[.....]
[.....]
[그만 가볼께....미안..폐끼쳐서 미안하다....]
[아니에요..폐는 무슨....]
주민이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아무대답도 할수 없었다.
(현이는 지금 어디있는 걸까? 왜 굳이 우리 집에
있다고 하곤..
대체 어디로 간걸까? 글 구 진이언니가 말한 그 오빠라는 사람은...
도대체........누구야?)
진이는 주민이 집을 나서며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애써
참았다.
나 한테 이럴수 있어?
김현...나한테 이럴수 있어?
엄마랑 나한테 그렇게 고통을 주곤...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까지...
대체...대체.....왜 ......
진이의 얼굴에 뜨거운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나..난..울지않아..내가 뭣 때문에 울어?
뭣때문에.....하........하........
그래..나두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따위 몰라..
이제 아무것도 필요없어...
현이 너란 존재는 나한테 계속 상처만 줄거니?
너만은 절대 용서 못해......내게 이래놓고 너만은
행복하게 놔둘수 없어....
알았어? 돌아와..그래 집으로 돌아와봐....넌 이전의
니가 아니게 될꺼야....
[우와...승수씨..저기 봐요....갈매기야...]
[그래..와..바다를 보니...상쾌하다...그지?]
[응..]
현이는 승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손을 꼭잡으며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며 그렇게 해변에 서있었다.
[안추워?]
[음......조금....아주..조금...]
[흠....]
[흠? 아니...승수씨..여자가 춥다면 남자가 옷을
벗어 주면서 "이것 입어?"
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승수는 장난스럽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나두 추운걸...어떡해..]
[쳇...]
현이는 잡고 있던 손을 확 놔버렸다.
승수는 그런 그녀가 사랑스러워 견딜수 없었다.
[현아...삐졌어? 그런거야?]
[아니야..나...안삐졌어요..내가 그렇게 치사한
인간으로 보여요?]
[삐졌는데...뭘.....]
[................]
현이는 계속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승수는 싱긋 웃었다.
[현아...]
[...]
[현아...]
[왜요?]
승수는 장난스럽게 웃어며 양팔을 벌리고 서있었다.
[이리와...안아줄게...]
[.....]
[안고 있으면 따뜻해..얼른...]
[피이...]
현이는 그런 승수에게 달려들어 꼬옥 안겼다.
승수는 그런 현이를 두팔로 꼭 껴안았다.
[따뜻하지?]
[..................]
[안 따뜻해?]
[아니..아니...따뜻해요...]
승수는 싱긋 웃었다. 그녀의 머리에 자신의 턱을
갖다대었다.
[너무너무 행복하다.....
지금 현이가 내팔안에 있어서....]
그들의 짧은 여행은 그렇게 끝이났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현이는 피곤했었는지 곤히 잠이 들었다.
곧 현이의 집앞에 접어들었다.
대문앞에 차를 세우고는 승수는 현이를 조용히 불렀다.
[현아....]
[....]
[현아....]
[응....왜...그래요?]
[다왔어....집에...]
[벌써요?]
현이는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다.
[어..진짜네..?]
[그래.....어서 들어가봐...]
[응..알았아요..승수씨도 잘들어가요...]
현이는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가방을 챙겨 승수의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대문앞에 서서 손으로 인사를 했다.
[어서가요.]
[응..그래..그럼 갈께..전화 할게..]
[응...]
현이는 가벼운 발걸음을 현관문으로 향하는 돌계단을 걸어올라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다 그만 멈칫했다.
거실에 아버지랑 진이언니...그리고 승수씨 아버지 까지 그렇게 앉아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머...이제 오니?]
진이는 거짓 미소를 지어보이며 현이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좀 앉거라...]
짐짓 어두운 목소리로 아버지가 쇼파를가르키며 말을 이었다.
[니가 지금 허팀장이랑 둘이서 외박하다 들어온거 맞냐?]
[저...그게....아버지...]
[사실대로 말해...다 알고 있어
주민이 집까지 찾아갔었으니까]
현이는 자신을 가리키는 비수가 섞인 말들을 애써 참고있었다.
[약혼까지 한 진이를 놔두고 니가 이렇게 할 수 있냐?]
아버지는 화가난 목소리로 다그쳤다.
현이는 주먹을 꼭 쥐었다.
[그래요....외박한거 맞아요..그것도 승수씨랑...]
화가난 아버지는벌떡 일어서서 현이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
[아버지.....]
[내가 어떻게 니 아비냐?]
[아.......버지....]
[어제 아비라고 부르지도 말아...니가 꼭 너희 엄마의 행실대로 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으마...하지만 허팀장이 이집 사위가 되는 일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물론 니가 아닌 진이랑 말이야..]
[아니요..아버지]
순간 진이가 소리쳐서 말을 이었다.
[전..승수오빠랑 결혼 안해요...이미 저한테서 마음이 떠
난..
아니 첨부터 있지도 않았던 그런 사람이랑 결혼 하고 싶지
않네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려 허사장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아버님..정말 죄송합니다..약혼은없었던 걸로 하죠..]
그렇게 말하고 현이는 이층으로 올라 갔다.
[아니..진이양...]
승수 아버지는 일어서서 올라가는 진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저 이만가보겠습니다..김사장님..진이양이 파혼을
바란다면 어쩔수 없군요......]
[아...아니...허사장..그래도...]
[아닙니다. 가보겠습니다...]
그때 현이가 나섰다.
[허사장님....죄송해요..죄송합니다.]
[뭐 자네가 죄송한게 뭐가 있나?
다 못난 우리 아들 때문이지?]
[아니요..저때문이에요..저 때문에 죄송해요..
하지만 승수씨 장난으로 좋아하는거 아니에요..
진심으로 사랑해요..진심으로..
그러니 승수씨는 잘못이 없어요...]
허사장은 그말을 듣고 인자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도 남자로써 처신을 잘못한거겠지..
이런 일이 생긴건....걱정말아요...]
허사장은 그렇게 말하고 현이의집을 나섰다.
[아프진 않은게냐?]
현이는 허사장을 배웅하고 집으로 들어오다 문득
아버지의 말을 들었다.
[아..아뇨..]
[그래...그럼 올라가서 쉬어라]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내쉬며 아버지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현아]
현이는 옆을 돌아다 보았다
새엄마가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새엄마...]
[아버지는 진이가 파혼할걸 미리 알고 허사장님 대신
화내신거야....그러니까....]
[네..새엄마..전 괜찮아요...왠지 ]
[...]
[왠지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아버지를 오늘은 느낀 것
같았으니까요...아버지도 나에게 그냥..냉담했던거 아니였구나..하고..]
[그래....그렇단다....아버진 널 항상 걱정하셨다. ]
[하지만 진이언니는 그렇게 귀여워 해주시고...따뜻한 말한마디
해주셨으면서 저한테는 왜 그러지 않으셨는지 그게 궁금해요..]
[그건...그건 말이다.......진이는 아버지 친딸이 아니야..
물론 내딸도 아니구...]
[네?]
[그래 놀란만도 하지..진이는 입양한 딸이란다...]
그때 윗층에서 쿵하고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이가 내려오다가 그말을 듣고 계단에서 그만 기절을 하고 만 것이다.
[어..언니...]
[진이야...아......................]
새엄마는 쓰러진 진이 언니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진이는 서서히 눈을 떴다. 병원의특유한 냄새와 하얀색 천장이 보였다.
진이는 옆을 쳐다보았다. 현이가 엎드려서 자고있었다.
진이는 슬며시 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난 왜 이러고있는 걸까?
내가 왜 여태까지 이애를 미워하고 속이고 상처입히고 그랬던 걸까?
아마도 이런일을 예감한걸까?
그래..아마도...아버지가 내가 보지 않는곳에서 현이가 보지 않는곳에서
따뜻한 미소를 여러번 짓는다는 걸 알고나서부터 그렇게 했던걸까?
나한테 지어주지 않던 그미소를 나는 질투하고 있었던 건가?)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엄마...]
[그래..일어났니?]
[괜찮아? 물마실래?]
[네.....]
엄마는 컵에물을 따라서 건네주었다.
진이는 받아서 한두모금 마시고 엄마에게 건네주었다.
[엄마...]
[응?]
[내 얘기 .......해줄래요?]
엄마는 진이의 얘기에 순간 멈칫했다.
[괜...찮겠니?]
[물론.......이죠..]
진이는 애써 미소지었다.
엄마는 진이옆에 앉아 손을 꼭 잡아두었다.
[이 얘긴 아주오래됐는데..
그땐 이 얘길 한다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매우 오래 된 얘기지....]
엄마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 듯 아주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부인...부인께서는 아기를 갖지 못하십니다.]
[그런.......]
[남편분께선 아무 이상이 없으시고
부인...께선 불임이십니다...]
진현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헉..새엄마의 이름이 여기서 밝혀지는군)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결혼한지 5년이 지나도 아기기 생기지 않더니..
나에게 이런일이....
[여보...괜찮아?]
진현은 남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선생님 확실한겁니까?]
[네....확실합니다..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성민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후 진현과 성민(아버지의 이름인가?컥)은 자기들 아이들에게 못해줄 그런 일들을
여러 고아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활동을 해주었다.
그러던어느날,
한 고아원에서 현수라는 아이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 고아원에 봉사활동 가던날
첨으로 현수를 보고 진현은 어떤 예감이 든 것일까?
그후...현수에 대해서 여러 가지 알아보았다.
아이의 밝은 눈망울이 진현의 마음을 끌었다.
[여보 정말 이쁜 아이죠..?]
[그렇군...]
[이아이 부모가 미혼모래요...]
[......................]
[이 아일 우리가 키우면 어떻겠어요?]
[뭐.....나야 뭐.....당신 아이도 아닌데
자신있어?]
[물론이죠....]
진현은 미소를 지어보았다.
엄마될 사람은 알아보는지 현수는 손가락으로 진현의
엄지손가락을 감싸쥐며 캬르르 하고웃었다.
[이 애 이름은 내 이름의 두 번재 글자를 따서
진이라고 지을 거에요]
[그래...좋군....]
[진이야...
오늘부터 내가 바로 니 엄마란다....]
한숨을 쉬며 엄마는 말을 끝마쳤다.
진이는 눈에 눈물을 가득 담으며 애써 말을 이었다.
[엄마.....이름짓는데 탁월하네요
내이름 과 현이이름이 그렇게 탄생했군요..]
엄마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어주었다.
[나한테 진이너와...현이...모두 다 소중한 딸이란다..]
진이는 참고 있던 눈물을 한방울 떨어뜨렸다.
[네..엄마...
난 엄마 딸이라서 너무 행복해요...]
현이는 진이침대에서 누워서 얘기를 듣고 있다가
눈물을 글썽였다.
[나두 엄마 딸이라서 좋아요..
진이언니같은 언니가 있어서도 좋구요.....]
엄마와 진이는 놀란 듯 얼굴을 숙이고 엎드려있는 현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서로 마주 보며 미소를 지으며 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병실 앞에 있던 승수는 병실앞에 세모녀가 있는 것을 보곤
빙그레 웃으며 문을 조용히 다시 닫았다.
어느새 무더운 여름이다...
(헉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승수씨 많이 기다리겠다.)
현이는 헐레벌떡 집을나서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때 부엌에서 언니가 나왔다.
[어머..현아....승수오빠 만나러가?]
[응..언니...]
[이더운날에 휴우.....집에 있는게 최곤데..말이야...]
진이는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었다.
[글쎄...말이야..]
진이는 웃으며 어서가라고 손짓을 했다.
[갔다 올게..]
[그래...]
[어머 현이 방금 나갔니?]
[네 엄마..엄마 우리도 쇼핑가요]
[어머..아깐 현이더러 이더운날에 왜 나가냐고 그러더니..]
[에휴 참.....이 앤없는 언니는 집에 휴간데도 집에 있는데
허구헛날 승수오빠가 불러내서 같이 놀러가니까
약올라서 그랬지 뭐...?]
[그래....그럼 가볼까?]
[네....]
현이는 저멀리뜨거운 햇볕을 피해 벚나무 밑에서 여유롭게 기대어
서있는 한남자에게로 달려갔다.
[헉헉...승수씨 미안해요...늦었죠?]
[뭐...좀 늦었네...벌칙으로 현이가 밥사기...]
[아...그런게 어딨어요?]
[여기있쥐이....]
[체엣....]
[삐졌어?]
[안 삐졌어요...가요..내가 잘못한건데....]
[하하하하...
오늘 현이가 점심 안사도 돼....]
승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오늘 아버지가 현이 한번 보자구 그러시길래...점심 사달라 그랬거든...]
[네?]
헉...이렇게 어이없이 끝나게 되는군요..
뭐 여운을 좀 남기고 싶어서죠...푸헐헐...
일단은모든 일이 해결되서 다행이군엽..
현이랑 승수도 이제 잘되겠졉?
첫소설이라 그런지 힘든점이 많았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단 생각이드네요..
여기까지 허접작가 화이 였슴당...
그동안 무죄(보는분들 별로 없었지만)
보신 분들 모두모두 감사드려엽..
오널도 존하루...
컥...그리고 오널이 저의 생일이랍니다. (2월 12일)
엄마가 말하기 전에 전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죠..
우와...오널은 화이가 설 끝낸날
앤......화이 생일..열분 추카해줘잉....
##
화이님 설완결 제가 끊어서 올려드려서 죄송하구염..
그래두 오늘은 다 올렸다아..^^*
생일.. 지났지만 축하드립니당..^^*//(수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