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My Story-태국여정 21일, 봉숭아 인연
거슬러 20여 년쯤 됐겠다 싶다.
고선(高仙)이라는 한국화가와 인연된 세월이 그렇다.
그때로 10여 년쯤을 더 거슬러서부터 이미 가까운 친구로 지내던 어느 건설회사 간부 부인과의 인연인데, 바로 그 부인이 고선이셨다.
당시 고선은 mbc tv의 인기 드라마인 ‘불새’에서 그 불새를 상징하는 빨갛고 파란 원색의 아크릴 그림을 그려서 화제가 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고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들었었다.
그때 그 문간에 걸려있는 배경음악이 나를 놀라게 했었다.
부부가수 정태춘 박은옥이 부르는 ‘봉숭아’라는 제목의 노래였었는데, 너무나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딱 한 번 들었는데도, 찡한 감동이 가슴 가득 파고들었었다.
그 곡이 처음 발표된 것은 군부정권이 막 탄생되던 그즈음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노랫말이 반체제적이라는 이유로 곧바로 금지곡으로 묶이게 되었다가, 그 즈음에야 겨우 풀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그동안 그 노래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도 감동적이어서 듣고 또 들었다.
따라 부르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날로 가사 없이도 부를 정도로 다 익혀버렸다.
그 이후로도 툭하면 불렀다.
특히 달 뜬 밤이면, 더 그 노래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고선과의 인연도 떠올렸다.
바로 그 노래 한 곡이, 소위 ‘봉숭아 인연’이라고 해서 고선과 맺은 소중한 인연의 시작이었다.
다음은 그 노랫말 전문이다.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 밤이 다하면 질 터인데
그리운 내 님은 어딜 가고
저 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 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고운 내 님은 어딜 갔나
별 사이로 맑은 달
구름 걷혀 나타나듯
고운 내 님 웃는 얼굴
어둠 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 전에
구름 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 전에
그리운 내 님도 돌아오소♪
황혼의 시간이면 우리는 늘 가벼운 산보를 했다.
한 시간 남짓을 페어웨이 잔디를 밟으며 걷기도 하고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어울려 시간을 보내다가, 발걸음을 돌려 숙소로 되돌아올 때쯤이면, 이젠 땅거미가 내려앉아 주위가 어둑해지곤 했었다.
그렇게 어두워지는 밤하늘에 반짝 빛나는 풍경이 있었다.
달이 뜨고 별이 뜬 그 풍경이었다.
우리들은 또 그 풍경을 즐기려 잠깐 발걸음을 멈춰야 했었다.
그때 나는 우리들 인연을 연상했었다.
3주라고 하는 그 긴긴 시간을 함께 해주는 그 넉넉한 마음들이 참으로 고마웠다.
덕분에 나와 아내는 행복했었다.
그 인연 또한 ‘봉숭아 인연’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