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좁아지는 보수의 정치인구학
중앙일보
입력 2024.04.25 00:40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안보·성장 세대’ 점차 퇴장하면서
보수-진보 간 균형 급속하게 파괴
나이들면 보수 된다는 것도 옛말
보수의 변신과 각오가 필요한 때
이번 총선은 여러 교훈을 남겼는데, 그중 하나는 한국이 바야흐로 ‘정치인구학의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인구는 크게 세 가지 요인에 따라 변한다. 출생, 사망, 이주다. 그리고 인구의 변화는 정치적 결과를 낳는다. 과거에도 한국에서 정치인구학의 효과는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영호남 인구 격차의 정치적 결과라든가, ‘안보·성장 보수’와 ‘운동권 86세대’ 간의 대결 같은 것들이다.
전쟁과 가난을 경험한 보수적 세대와 운동의 승리를 경험한 86세대 간의 정치적 차이는 그들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 동안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것은 마침내 그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앞으로 당분간 불균형은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보수정치에는 불길한 소식이다. 균형이 무너진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안보 보수’의 사망 혹은 질병일 것이다. 한국전쟁 때 10살이었다 하더라도 지금 80대 중반이다. 한국이 절대 빈곤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1970년대에 10살이었다면 60대 후반이다. 보수의 아성을 이루던 세대는 사라지고 있는데 진보의 아성은 견고하게 존재한다.
그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의 세대별 분포다. 사람들은 막연히 청년은 진보적이고 노인은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큰 틀에서 보아 2012년 대선까지는 맞는 말이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고령층의 표를 싹쓸이했고 문재인 후보는 젊은 층의 표를 싹쓸이했다. 문재인 정부를 겪으면서 젊은 세대의 젠더 분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약간 보수적으로 투표하던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특히 젊은 세대 여성들은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2030 남성들은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빠른 속도로 보수화했고, 젊은 세대에서의 이러한 젠더 분화는 지난 대선에서 소위 ‘갈라치기’ 논란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진보정치에 대한 젊은 여성 유권자의 지지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못 미치지만 아직도 견고하다. 이 분야에선 세계 수십개 국가의 경험에 대한 연구들이 쌓여 있는데, 확고한 결론은 여성 유권자들이 한번 진보화하면 다시는 보수 성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또한 보수정치에는 불길한 소식이다.
18대 대선에서 이번 총선까지 12년이 지나는 동안 유권자들은 나이를 먹었다. 박근혜 후보를 흔들림 없이 지지했던 안보 보수 중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고, 진보의 세대적 기반인 86세대 유권자 중 절반 가까이가 60대에 접어들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을 가장 많이 지지한 세대중 4050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60대가 진보의 새로운 지지기반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이들은 나이를 더 먹더라도 여전히 비슷한 정치성향을 유지할 것이다.
젊었을 때 진보적이었던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서 보수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들이 있다. 인구집단의 정치적 성향은 두 가지 효과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 하나는 젊은 시절의 강렬한 경험이 평생 지속되는 것이다. ‘코호트 효과’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나이를 먹으면서 보수화해가는 것이다. ‘연령 효과’라고 부른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정치성향은 달라진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대체로 1960년대 초반 출생자들까지는 연령 효과가 더 강하다. 이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보수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6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들부터는 코호트 효과가 더 강하다. 이들은 청년 시절 학생운동의 경험을 평생 가지고 가면서 나이를 먹어도 보수화하지 않는다.
세상을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식은 우리 편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탄압받던 기독교인의 높은 출산율로 로마제국은 개종할 수밖에 없었고, 히스패닉의 높은 출산율은 앵글로 아메리카의 기반을 흔든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교육수준이 높고 온건한 종교적 믿음을 가진 집단의 출산율은 낮은 반면, 교육수준이 낮고 극단적 종교 신념을 가진 집단의 출산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공천 파동으로 가장 수세에 몰렸을 때에도 약 30%의 지지를 받았다. 선거에서 이기는 절대적 득표율을 51%라고 한다면 민주당은 기존 30%에 21%를 더 모으면 되지만, 국민의힘은 뼈를 깎는 분석과 변신이 없는 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0’에서 시작해 51%를 모아야 하는 상황에 근접해 갈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앞으로 정치인구학적 불균형이 가져올 결과들을 보여주는 서막에 불과하다. 진보 진영에서 범죄 혐의를 벗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후보나 상상을 초월하는 막말로 논란을 빚은 후보조차 당선되는 것을 보면서 분개했을 보수 성향 유권자에게, 정치인구학의 대표적 학자인 에릭 카우프만의 말을 전한다. “이성의 시대여 안녕. 혼돈의 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hall**** 방금 전
"이성의 시대여 안녕---." 내게는 불편한 진실인, 수도권 어느 국힘 낙선자의 "뉴 노말"이라는 말이 연상됩니다. 유토피아를 원한다면, 정치인 대신 이성을 바탕으로 개발된 AI를 정치현장에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 싶은데, 그러면 인간은 무슨 놀이를 하고 사느냐고 반문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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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j**** 1시간 전
지역효과는 없나요? 영남인구가 1200만명 호남인구가 500만명으로 차이가 큰데 대통령 선거는 총선이랑은 많이 다를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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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 2시간 전
빈곤퇴치의 주역들인 노인들은 줄어들고 전교조교육세대들은 이 사회 주류로성장해졌으니 보수인구는 줄어들었자만 전교조가 참교육이 아니였다고 반성하는 세력들도 만만치않으니 위기가오면 반드시 기회를 잡을것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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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 3시간 전
보수전성시대는 못살고 못배우던 시절의 얘기다 안보불안조성이 사라지고 몇몇 보수언론의 악의적 편향적 보도와 그에 기생하는 악바리 인생들의 편애심 반발심만 불러일으켜 그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미워도 싫어도 좌파정당에 표를 던지는 이유다 핵심은 지긋지긋한 문재인 5년을 경험하고도 윤통이 문재인이 아닌듯 다른듯하지만 면밀히 쳐다보면 이미지연출식 문재인을 99% 따라한다 특히 자기중심의 인사가 더욱 그렇다 국민들이 정권교체의 효과성을 찾지못하고 마음 둘 곳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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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a**** 5시간 전
이번 총선 결과를, 기존 연구 결과( 그것도 서양의)에 억지로 끼워 맞츤 듯한 글이다.—- 여당의 참패는, 여러가지 복잡한 사설 늘어놓을 필요없이 술통 정권의 실정과 대통령 여편네의 부적절한 행동때문 아닌가?—-교수의 말대로라면, 지난 대선에서의 국짐당 승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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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t**** 5시간 전
좌우의 대립이 아니라 좌우 모두 근대화에 실패한거지. 전근대적 폭력적 문화로 산업화를 시도했던 우파의 경우 신용에 기반한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시민사회적 사회구성에는 실패한거고 좌파는 전근대적 가부장제 수령론+무원칙적 사기 정글자본주의에 고착된 것. 결국 눈치하나 믿고 사는 식민지 종놈+전쟁고아의 상태에서 하나도 나아지지 않고 개선의 여지도 없는 민도에 머물러 있다는게 이번 선거에서 증명된 것. 앞으로 암담. 민심 자체가 천벌을 받아야 할 민족적 상황인 것. 전쟁이든 내란이든. 이래서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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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e**** 7시간 전
이 친구 정말 오른쪽으로 많이 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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