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산줄기를 찾아서 금남정맥종주시 남긴 후기입니다. 당시 산행보다 더 어려웠던 후기를 남기고 보니 이렇게 추억을 돌아볼 수 있게되네요.
새천년이던 2000년 겨울을 되돌아 봅니다^^*
구 간 :금잔디고개 ~ 천황봉 ~ 종평지
일 자 :2000년 12월 13일
날 씨 :맑음
일 정 : 10:15/향한리 -- 10:55/안부 -- 11:10/460m봉 -- 11:20/멘재 -- 11:42/508m봉 -- 11:57/휴식후 출발 -- 12:13/464m봉 -- 12:18/용천령 -- 12:23/423m봉 -- 12:48/중식후 출발 -- 13:00/444m봉 -- 13:05/십자로 안부 -- 13:53/석문바위 -- 14:15/능선 갈림길 -- 14:30/쌀개봉(827.8m) -- 15:13/관음봉고개 -- 15:20/관음봉(816m) -- 16:20/금잔디고개 -- 16:39/남매탑 -- 17:40/동학사 주차장
도상거리 : 8km (접속거리 : 4.4km), 산행시간 : 7시 25분
유성 나들 목을 빠져나와 641번 지방 도로에 들어서면서 하얀 옷을 갈아입은 계룡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편의상 종평지에서 금잔디고개로 진행하기로 하여 산행 들머리 향한리로 들어서는 콘크리트 포장도로에 좁은 마을길이 새벽에 내린 첫눈에 덮여 있었다.
10시 15분 향한리 마을 회관을 뒤로 포장길을 따라 정맥을 향하여 오르는 길이 하얀 눈이 쌓여서 하얗게 빛나고 있고 산으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 한 폭에 동양화 같다. 하늘로 치솟는 대나무 숲을 지나고 호남선 철도 굴다리를 통과한다.
10시30분 향적산 등산로 입구를 통과하고 수면이 얼어 눈이 쌓인 종평저수지를 지나 흘러 넘쳐 아까운 물맛이 좋은 샘터가 있는 독립 가옥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향적산 거사 김무산에 유적지’라 표기된 비석이 서 있다.
묘비를 뒤로 안부로 오르는 길 양쪽으로 대나무 숲을 지나 장송 사이로 솔잎이 쌓여 카페트를 깔아놓은 것 같은 길을 따라 입산금지 경고 판과 이정표가 서있는 널따란 공터로 된 십자로 안부에 도착한다.
10:55분 안부에서 왼쪽으로 계룡산 천황봉을 향하면서 금남정맥 종주 5구간을 시작한다.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은 오늘따라 대원들에 주력을 시험이라도 하듯 선두와 후미간에 거리를 벌려 놓는다. 안부를 출발한지 7분 후 국사봉으로 갈리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오른다.
11시 10분 460m봉에 선다. 통나무 의자가 있는 작은 바위봉에 서니 시야가 트이며 우리가 가야 할 계룡산 정상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서쪽으로 상월면이 넓은 들녘과 마을 집들이 평화롭게 자리잡고 있다. 계룡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 산줄기가 순한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평범한 능선들이 보기도 좋다.
460m봉을 내려서면서 왼쪽으로 향적산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있고 오른쪽 길로 내려서는 바윗길은 눈이 살짝 덮여 조심조심 내려선다. 키 작은 소나무와 잡목이 어울러진 평탄하고 선명한 능선길을 따라 걷는다.
11시 20분 멘재에 도착한다. 얼마 남지 않은 흰 꽃이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 밭 멘재에는 통나무 의자가 있고 왼쪽으로 길이 선명하게 나 있다.
군사 보호시설 표시가 설치된 능선 길을 따르다 보니 천황봉을 가리웠던 구름이 거치며 시설물이 있는 천황봉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11시 42분 508m봉에 도착한다. 억새풀이 바람에 휘날리는 508m봉에는 밀양 손씨묘가 한가운데 넓게 자리잡고 있다. 오른쪽으로 헬기장이 있고 그 넘어 계룡대콜프장이 한적하게 겨울을 보내고 있다.
묘 주위에 앉아 간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있는데 후미 신총무로 부터 460m봉에서 향적산으로 올라가 길을 잘못 든 것 같다고 연락이 온다. 허겁지겁 오던 길로 되돌아가는 김대장을 보내고 15분에 걸친 휴식 시간을 보내고 508m봉을 내려선다. 한차례 급사면을 내려서니 다시 평탄한 길이다.
12시 12분 헬기장을 지나 잠시 후 464m봉을 도착한다. 464m봉을 내려서면서 가파른 눈길이 미끄러워 나뭇가지를 붙잡고 내려선다.
12시 18분 용천령에 통과한다. 오른쪽으로 서문다리와 머리봉을 지나 계룡산 남능과 연결되어 있고 왼쪽으로 용화사를 지나 상월면 상도리로 내려설 수가 있는 용천령에는 명감덩굴에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12시 23분 423m봉에 올라선다. 왼쪽 아래로 용화저수지가 시원스레 펼쳐지고 경지 정리로 반듯한 논들과 마을들이 내려다보이는 반석에 앉아 설익은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12시 48분 423m봉을 뒤로 7분 후에 십자로 안부를 통과하여 장송 사이로 솔잎을 밟으며 오른다. 전북산사랑산악회 리본과 오늘도 변함없이 노랑색에 건건산악회에 리본을 보면서 간다. 오른쪽으로 천황봉과 머리봉 사이에 계곡에 쌓인 눈이 하얀 이를 내미는 듯 하다.
13시 444m봉에 선다. 444m봉에서니 천황봉으로 오르는 정맥이 확실하게 선을 잇고 있다. 방향을 북동쪽으로 틀면서 내려서는 길에 나뭇가지로 울타리를 쳐 놓은 작은 흙더미로 변한 묘를 보며 지나간다.
13시 05분 신원사로 내려설 수 있는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10m 아래에 샘터에 내려가 보니 수량이 적어 되돌아선다.
십자로 안부에서 억새 밭을 지나 잡목 숲에 들어서면서 계룡산 천황봉으로 오르는 계룡산 서남릉길은 낙엽이 쌓여 희미한 산길이지만 간간이 눈에 띄는 리본을 확인하며 능선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바위 사면에서 걸음을 멈추고 숨을 돌이키며 뒤돌아보니 444m봉을 뒤로 봉과 봉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통신 시설이 설치된 향적산까지 이어져서 보기에도 좋다. 서쪽으로 연천봉과 문필봉 그리고 우리가 통과하여야 할 관음봉에 전망대가 손에 잡힐 듯 하다. 산골짝엔 옷을 벗은 채 황량하게 변한 나무들이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13시 53분 석문바위 안부에 오른다. 거대한 바위가 양쪽으로 버티고 서 있는 석문바위 안부에서 잠시 다리 쉼을 하며 석문바위 사이로 보이는 천황봉에 설치된 군사시설을 보며 회원들을 기다린다.
석문바위를 내려서면서 천황봉 우회하는 길은 가파른 얼어붙은 돌 밭길로 한차례 어려움을 안겨 주고 혹시 군인들에 눈에 띄지나 않나 조심하며 간다.
노란색에 리본을 따라 작은 돌들이 길게 쌓여 있는 돌무더기를 기어올라 잡목사이로 좁게 난 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철조망이 앞을 막아 주위를 살펴보니 왼쪽으로 희미하게 잡목 사이로 발자취가 보인다.
14시 15분 급사면을 올라 능선 마루에 올라서면서 천황봉을 뒤로 통신 시설이 있는 바위봉을 지나 쌀개봉을 향하는 좁은 암릉을 통과하여 미끄러운 눈이 얼어붙은 바윗길에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 같다. 비명 소리에 쳐다보니 앞서가는 최영희씨가 바윗길에 내려서다 미끄러졌지만 다행히 로프를 꼭 붙잡아 추락을 면하고 안부로 내려서는 것을 보며 안도에 한숨을 쉬워 본다. 통천문을 통과하여 쌀개봉으로 오른다.
14시 30분 쌀개봉에 올라선다. 휘둘러보는 조망은 막힘이 없다. 동쪽으로 천왕봉을 지나 향적봉(660m)과 그 뒤로 멀리 도덕봉(534m)이 보이고, 남쪽으로 천황봉에 시설물과 우리가 걸어온 정맥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서남쪽으로 넓은 양화저수지와 상월면에 넓은 들녘이 발아래 내려다보이고, 앞으로 지나야 할 쌀개능선과 혹시나 관리 공단 직원이 길목에서 지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는 관음봉과 그 옆으로 문필봉, 연천봉과 자연성릉에 봉봉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한바탕 양희은에 한계령을 목청껏 불러 보고 싶다.
쌀개봉에서 내려서는 20m 직벽 구간이 빙판 길로 변해 앞에 봉에 먼저 도착한 백두산악회 김회장이 우회로를 이용하라고 일러준다. 쌀개봉을 내려서서 긴 우회로에 좁은 눈길을 지나 쌀개릉선을 타고 이어진다. 오르막길은 그런 대로 괜찮았지만 내려서는 급사면에 바윗길은 모두다 실수하지나 않을까 서로가 조심시키며 내려선다.
15시 13분 ‘입산 금지’ 팻말을 넘어 관음고개에 내려선다. 관음고개에는 먼저 도착한 김회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7분뒤 관음봉을 통과하여 자연성릉으로 이어주는 긴 철계단을 내려서면서 보니 푸른 하늘로 불끈 치밀듯이 솟은 암봉이 줄지어 달려오고 손을 벨 듯 날카로운 바위 능선과 깊은 계곡은 기암 절승의 경관을 이루고 있다. 암봉과 낭떠러지, 바위와 소나무의 어울림이 아름답다.
자연성릉 끝에 삼불봉이 우뚝 솟구쳐 있고, 신선봉, 갓바위,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거칠게 뻗어 있다. 계룡산 최대의 절경을 연출하고 있는 거대한 바위에 장벽 자연성릉을 향하는 용트림치는 계룡의 등줄기를 한발 한발 걷는다.
전망대 바위에서 산바람을 맞으며 서 있자니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간이다. 암반을 뚫고 서 있는 노송 한 그루가 삶을 일깨워 준다. 여름 내내 싱그러움에 넘치고 있던 나뭇가지들에 겨울에 한가운데에서 흙빛 낙엽을 떨군 채 빛을 잃고 서 있다.
동학사쪽으로 자연 성곽을 이루고 있는 자연성릉은 가슴을 섬뜩하게 하면서도 갑사 계곡의 산세는 부드러운 자연성릉을 지나 삼불봉고개로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16시 06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정맥길을 따른다. 지난번 내려섰던 수정봉과 수정봉 암릉, 그 뒤로 지난주에 걸어온 산줄기를 보며 내려선다.
16시 20분 금잔디고개 도착한다. 1주일 전에 만났던 고갯마루에 서니 힘겨웠던 산행 뒤에 성취감이 남다르다. 얼어 물이 나오지 않는 음수대를 뒤로 삼불봉고개(675m)를 넘어 남매탑으로 내려서는 길은 무릎에 고통을 준다. 가파른 계단길을 따라 뒤쳐진 대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내려선다.
16시 39분 남매탑에 내려선다. 널찍한 공터에 서 있는 남매탑에 도착하니 조각하다 만 미완성의 돌 거북 12개가 놓여 있다. 계룡산에 명물 남매탑은 98년 보물로 승격한 백제계 석탑 양식과 신라계석탑 양식이 섞인 문화재로 7층탑이 오라비탑, 5층탑이 누이탑인 이 석탑에는 전설이 얽혀 있다. ‘백제 멸망 후 왕족 한 사람이 이곳에서 수도 중이었는데 어느 날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몸부림치기에 살펴보니 목에 뼈가 걸려 있어 그것을 빼 주었는데 그 며칠 뒤 눈이 내리는 겨울밤에 호랑이는 젊은 여자를 내려놓고 갔다. 여자는 결혼식을 올리고 신방에서 자다가 잠깐 밖으로 나온 사이 호랑이에게 업혀 왔다고 했다. 해동 후 그는 이 여자를 고향에 돌려보냈으나 여자의 부모는 죽은목숨을 구해 주었으니 데리고 살기를 권해, 이에 두 사람은 함께 살되 서로 범접치 않으며 구도에 몰두, 깨달음을 성취했다 하여, 이에 두 사림을 기리기 위해 후대인 들이 석탑 2기를 쌓았다고 한다.’
신비스러운 여체 모습에 고목을 지나 우정교라 붙여진 목재 다리를 건너, 날은 어두워 오고 쉼 없는 물소리에 마음 투명하게 가라앉히며 바윗돌들을 평평하게 잘 깔아 놓은 등산로를 따라 내려와 흙 길에 접어들면서 김옥순씨와 허건자씨에 환호성 소리를 듣는다. 멀리 먼저 도착한 김대장이 어둠 속으로 모습이 보인다.
17시 20분 동학사 삼거리에 도착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서는 길은 힘들었던 순간은 어느새 살아지고 콧노래로 양희은에 한계령을 불러 본다. 서로에 가슴에 또 하나에 금남정맥 추억 거리를 묻어둔 채 매표소를 빠져나온다.
다음은 동학사에 이어 갑사를 만났던 이야기 입니다. 갑사는 동네 산악회에서 더녀온 기억이 있습니다^^*
금남정맥종주 4구간
구 간 :널티 ~ 수정봉 ~ 금잔디고개
일 자 :2000년 12월 6일
날 씨 :맑음
일 정 : 10:15/널티(23번 국도) -- 10:39/260m봉 -- 10:58/358m봉 -- 11:10/691번 지방도 -- 11:32/260m봉 -- 12:00/324.8m봉 -- 12:27/중식후 출발 -- 12:45/2번 군도 -- 13:15/467m봉 -- 13:54/616m봉 -- 14:20/수정봉(662m) -- 14:30/금잔디고개 -- 15:25/갑사
도상거리 : 6.75km(접속거리 : 2.3km), 산행시간 : 5시간 10분
노면에 뒹구는 나뭇잎들이 겨울을 재촉한다. 공주 시가지에 들어서면서 을씨년스러운 겨울 풍경이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간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나는’
10시 15분 널티에서 민가 옆으로 능선길에 올라 왼쪽으로 밤나무 단지를 끼고 고추밭을 통과한다. 넓게 다듬어진 소나무 숲길에 비단길 같은 솔잎을 밟으며 걷는다.
능선에 올라서면서 계룡산에 연봉들이 다가온다. 묘지를 지나 좁은 산길은 가팔라지고, 빨간색에 광주 하늘소 리본이 처음으로 선을 보인다. 백두대간 상에서 가끔 보았던 리본이다.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가파른 오르막은 좁은 바위봉을 통과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완만한 오름 길이 되면서 잠시 후 260m봉에 도착한다.
10시 39분 260m봉 서니 조망이 트이며 멀게만 보였던 계룡산이 코앞에 다가와 있고 계룡저수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260m봉을 뒤로 철조망을 따라 조금 내려섰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오른다. 철조망이 끝나면서 한차례 가파른 오르막이다. 십자로 안부를 지나 돌길이 이어진다.
10시 54분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는 358m봉에 선다. 정상에 조망이 확 트인다. 계룡산 저수지가 햇살을 받아 보석같이 반짝이고 있고, 비닐 하우스가 들어찬 넓은 들녘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키 작은 잡목으로 울타리를 드려져 있고 억새가 바람에 날리는 봉우리에 작은 돌탑이 쌓여져 있다.
358m봉을 내려서면서 올라온 만큼 내려서는 긴 급사면에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낙엽이 쌓여 있어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나뭇가지를 잡고 내려서지만 나뭇가지도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너덜 지대를 통과한다.
11시 10분 691번 지방 도로에 내려선다. 고갯마루에 심어 놓은 개나리가 철을 잊은 듯이 활짝 피어 우리를 맞는다. 왼쪽으로 비탈면을 올라 잡목 숲을 따라 다시 한 발 한발 고도를 높인다.
11시 32분 260m봉에 올라 걸음을 멈추고 돌이켜 본다. 중장리 일대와 갑사 집단 시설 지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260m봉을 출발하여 조금 내려서면서 잘나 있는 능선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급사면을 내려서는 길에 좌우로 낙엽송이 하늘을 치솟듯 뻗어 있고 좀 더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곧게 뻗은 늘푸른 소나무 군락지가 보기에 좋다. 때묻지 않은 산길이 좋기만 하다.
11시 40분작은 봉우리를 넘어 다시 324.8m봉을 향한다.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는 평탄한 능선을 오른다. 광주 한배움산악회에 리본을 보며 걷는다. 키 작은 나무에 아카시아가 가시를 세우고 길을 가로막고 서 있다. 아카시아군락 지를 지나 소나무 숲길에 들어선다.
산불 지대를 오른다. 산불에 타다 남은 나무들이 갈 길을 붙잡는다.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오른다. 몇 년 사이에 자란 키 작은 잡목으로 숲을 이룬 오르막길에 명감덩굴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12시 삼각점이 있는 324.8m봉 넓은 잔디밭에 묘 8기 가 여기저기 누어있다. 공주 시가지에 빌딩 숲이 시야에 보이고 금강 물줄기도 보인다. 바로 앞에 우리가 지나야 할 467m에 연봉들과 수정봉을 지나 문필봉과 연천봉에 연봉들이 보기에도 좋다.
12시 27분 점심 식사를 마치고 324.8m봉을 내려선다. 다시 잠시 올라섰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잡목숲길을 따라 헤쳐 내려가다 보니 솔가지가 밟히는 소나무 지대를 만난다 전망이 트이며 보이는 소나무 숲이 참 아름답다. 포장도로가 보인다.
12시 45분 군도에 내려선다. 구왕리와 갑사를 잇는 2번 군도는 지도상에 비포장도로로 표시된 것을 보니 개통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철조망이 설치된 절개지 급사면을 올라 계룡산 국립공원 내로 들어선다. 입산금지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능선에 올라서면서 좌우로 소나무 숲에 점점 경사가 급해지면서 한차례 힘겨운 오름 길이 이어진다.
13시 03분 갑사로 내려설 수 있는 갈림길이 있는 작은 봉우리를 지나 오르는 능선 좌우로 왼쪽으로는 참나무가 오른쪽으로는 소나무 숲을 이루고 있다.
13시 15분 467봉에 통과한다. 잠시 후 전망대 바위에 서니 갑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반석 위에서 조망을 즐기며 낙랑 장송을 바라보며 마음에 여유를 가져 본다. 바위와 소나무에 어울림이 아름답다. 오늘은 안혜영씨가 우리를 기다리게 한다.
정맥길이 바위 벼랑으로 나 있어 바윗길을 걷는 재미가 솔솔 난다. 지상에서 가장 신성하고 정중한 나무들의 전시회를 감상하며 봉우리를 넘다 보니 바위에 매달려 있는 고사목 한 그루를 만난다. 그렇게 그 자리에 오래도록 살다가 죽어서까지 떠나지 못하는 고사목을 뒤로하고 암벽에서 내려선다.
13시 30분 십자로 안부를 통과하여 급경사에 오르막을 오른다. 왼쪽으로 616m봉에서 구재로 이어지는 연봉들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13시 54분 616m봉 정상에 서니 초라한 묘지 1기가 좁은 봉우리를 지키고 있다. 천왕봉 시설물이 손에 잡힐 듯하고 삼불봉과 자연성능이 한 폭에 그림 같다.
616m봉에 내려서는 길에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 한 그루는 자연에 무한한 힘과 오묘한 조화를 보는 것 같다.
14시 07분 십자로 안부를 지나 수정봉으로 오르는 길을 우회 도로를 버리고 길이 나 있지 않은 숲 사이로 들어선다. 낙엽이 쌓여 있고 돌들이 널려 있어 미끄럽고 가팔라서 오르기에 힘에 겹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나뭇가지를 붙잡지만 나뭇가지는 썩어 있어 잡기가 불안하다.
14시 20분 수정봉에 선다. 소나무와 잡목으로 덮여 있는 조그만 암봉이다. 깊은 계곡들이 손에 잡힐 듯 정겹다. 또 다른 수정봉이 1분 거리에 있다. 1:25,000 지도상에 명시된 수정봉은 노송이 꽉 들어찬 널찍한 암반 위에서 우리를 맞는다. 수정봉에 서니 노송 사이로 헬기장과 금잔디고개가 바로 밑에 보인다. 돌길을 내려선다.
14시 27분 4구간 종점인 금잔디고개에 도착한다. 지난봄 붐비던 고갯마루엔 사람 그림자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돌계단을 따라 갑사로 내려선다.
급경사에 돌계단 길을 500m을 내려서서 이정표를 지나 산죽이 좌우로 도열한 완만한 돌계단 길이 이어진다.
14시 50분 신흥암에 도착하여 비로전 뒤로 천지보탑을 들러 본다. 커다란 자연석 바위기둥인 이 보탑은 탑 머리 부분에서 신비스런 빛이 비친다고 해서 화제가 된 돌탑이다.
15시 25분 갑사구곡의 8곡에 해당하는 용문폭포를 지나 갑사에 도착한다. 갑사는 백제 구미신왕 원년(420)에 아도화상이 창건한 백제의 유서 깊은 사찰이다. 경내의 통일신라 때 세웠다고 짐작되는 철당간과 고려 때의 부도가 있다. 지금에 절 집들은 정유재란시 모두 불탔던 것을 선조 37년(1604) 이후 하나씩 중창해 오늘에 이른 것으로 조선시대 중반기와 후반기에 건축물들이라고 한다. 이 절에는 선조 2년(1569년)에 새긴 월인석보 판목(보물 제582호)이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 남은 유일한 것으로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을 이용해 처음으로 지은 글을 담은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분위기에 갑사 앞뜰에는 두 사람이 겨우 맞잡을 수 있는 감나무에 얼어 쪼그라든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려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한여름 아름드리 가로수가 좋았던 넓은 길을 따라 걷는다. 말채나무, 풍계나무, 고염나무, 팔배나무, 왕쥐똥나무, 참나무가 겨울을 보내고 있다.
첫댓글 제가 가보지 않은 곳이면 이것이 무슨 말인가 싶은데, 다녀오니 무슨 이야기인줄 아니까 참 재미있습니다. 후기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네요. 그리고 비탐 지역에서도 고생 많으시고요. 관음봉에 오셨을 때 그때는 비탐 지역 걱정을 안하시고 걸으셔서 안심이셨겠습니다…^^ 천황봉은 멀리서만 구경 실컷 했습니다. 계룡대 때문에 그리고 주요 위치 때문에 그곳의 탐방로는 아마 쉽게 열리지 않겠지요? 오히려 북한산 상장능선이 더 빨리 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그곳보다는…^^ 물론 그곳도 소식은 없지만요. 덕분에 재미있는 후기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의 산줄기 금남정맥에서 만나는 계룡산은 남매탑에서 자연성릉을 타고 관음봉에 오르고 이어 쌀개봉을 거쳐 천왕봉을 올라야 하는데 천왕봉은 군시설이 자리잡고 있어 우회길로 걷게 되지요. 그런데 관음봉 근처에서 천왕봉 통과는 출입금지 구역이라 정맥꾼들은 감시를 피해 다니곤 하지요. 쌀개봉 능선은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북한산 상장봉능선 올라본지 참 오래된 것 같습니다. 능선이 아름다워 많이 오르내리던 곳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