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호는 또 다시 혼절을 한다.
병원으로 이송이된 송용호는 중환자실에 입원을 한다.
송용원 화백은 자신의 일을 모두 제쳐두고 오빠인 송용호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오빠의 마지막을 지키기 위해서 송 화백은 자신의 일을 모두 접고 있었다.
참으로 불쌍한 생애를 살다가 가게 되는 오빠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져 오는 아픔을 느낀다.
그렇게도 애타게 찾아 헤매이던 다영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만날 수조차 없다는 것이 송 화백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라리 다영의 소식을 모를 때는 그런대로 오빠를 견디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영이 오빠를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변해있다는 것이 송용호를 그나마 지탱해 주던 모든 힘들이 소멸되어 나가고 있는 듯하였다.
며칠이 지나자 간신히 다시 고비를 넘기고 일반 병실로 돌아온 송용호는 일인실에 입원을 하고 있었다.
송 화백은 마지막 가는 오빠에게 모든것을 아낌없이 다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간병인을 따로 쓰지 않으면서 자신이 모든 간병을 하고 있었다.
오빠를 낯선 사람의 손에 맡겨 놓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오빠!
기운을 내세요.
절대로 약해지시면 안 되요."
"너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나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를 못하고 이렇게 고생을 하다니...."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제가 누가 있습니까?
오빠가 제 곁에 계셔주어야만 합니다.
저를 봐서라도 힘을 잃으시면 안 됩니다."
"그래!
그리고 다영이도 만나야지!"
송용호는 아직도 다영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송 화백은 그런 오빠를 바라보면서 더욱 찢어지는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그러나 오빠의 그런 희망을 꺾을 수는 없었다.
노크 소리가 나더니 가만히 문을 열고 들어서는 다영을 보자 송 화백은 너무나 놀란다.
"다영아!......."
"용원아!"
두 여인은 손을 잡는다.
"네가 이제 기억을 하는거니?"
"그래!
미안하다!"
"다영아!......"
송 화백의 눈에선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오빠1
눈을 좀 뜨세요!
그리고 다영이를 보세요!"
송용호는 다영이라는 말에 눈을 뜬다.
"다.....다영이 맞니?"
"그래요!
내가 다영이에요."
"다영아!"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다영은 송용호의 모습을 보자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너무나 변해 있었다.
이제는 죽음의 그림자가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아!
이렇게......
정말 이렇게 너를 만나게 될 줄은....."
"나를 기디렸잖아요?
이제는 힘을 내시고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지요."
"그래!
네가 이렇게 와 주었는데 일어나고 말고.....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었니?"
송용호는 다영의 손을 잡고 놓을 줄을 모른다.
"얼마나 너를 찾아서 헤메였는지 아니?
정말 네가 다영이가 맞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송용호는 다영이를 보고 또 보면서 묻는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면서 재민이기 학교에서 곧바로 병원으로 온 것처럼 가방을 들고 들어선다.
"재민아!
마침 잘 와 주었구나!
엄마가 오셨다."
송 화백은 재민이를 보자 다영이 왔음을 알린다.
"재민아!"
다영은 재민이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자 재민이를 부른다.
"어머니!"
그제서야 재민이는 다영의 품속에 안기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아니.
못 오실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재민아!
미안하다.
엄마가 너를 보고서도 알아보지를 못했구나!
정말 너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어머니!
정말 많이.....너무나 많이 그리웠습니다."
재민이는 다영을 만난 것이 너무도 반가운 모습이었다.
"어머니!
바로 돌아가시는 것은 아니지요?"
만나자 마자 떠난다고 할 것만 같은지 재민이는 확인을 하려고 한다.
"그래!
바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제부터 엄마가 아버지를 지켜드리도록 하겠다.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그리고 행복한 마음의 되시도록 이 엄마가 곁을 지켜줄 것이다."
"아!
어머니!
고맙습니다."
재민이는 비로소 아버지를 위해서 마음이 안심이 되었다.
그들 모자는 병실을 송 화백에게 맡기고 병원을 나선다.
다영은 재민이를 데리고 조용하고 깨끗한 음식점으로 들어선다.
처음으로 마주 앉은 두 모자는 서로의 감정을 조절을 한다.
"재민아!
엄마가 없이도 이렇게 의젓하고 대견스럽게 자라 주었구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이렇게 키워주셨읍니다.
평생을 엄마를 그리워하시면서 저를 이렇게 잘 키워주신 외조부모님의 은혜를 살아가면서 갚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고맙다!
나 대신에 네가 내 부모님께 효도를 하는구나!"
"어머니!
지혁이는 어떤지요?
다쳤다고 하는데도 가 보지를 못했습니다.
차마 지혁이를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재민아!
지혁이하고 예전처럼 그렇게 지냈으면 한다.
지혁이는 태어나면서 이 엄마의 젖을 먹고 자란 또 하나의 엄마의 아들이다.
엄마는 너와 지혁이가 한 형제로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구나!"
"어머니!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그러나 지혁이가 예전 같지가 않아요.
뭔가 자꾸만 저를 피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그래!
지혁이는 너에게 죄를 짓고 있는 기분이라는 구나!
네 것을 몰래 훔친 사람처럼 너를 가까이 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
재민아!
이것은 그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이 엄마가 너를 버리고 싶어서 잊고 싶어서 버린 것도 잊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
"네!
엄마는 저를 찾으러 나가셨다가 그렇게 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지금까지 어머니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너무나 아파서......."
"재민아!
음식이 식겠다.
어서 먹자!"
다영은 재민이가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찡해져 온다.
자신의 뱃속에서 열 달을 키워서 낳은 아들이다.
그런 아들에게 한 번도 엄마로서 무엇하나 해 준 것이 없는 아들이라는 것이 다영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러온다.
다영은 송용호의 간병을 맡는다.
송용호는 다영이 온 뒤로 다시 힘을 얻었는지 상태가 매우 호전 되어가고 있었다.
"용원아!
나 집으로 퇴원을 해야겠다."
"오빠!
지금 퇴원을 하시면 안 되요."
"아니다!
이렇게 침대에서 죽음을 기다릴 이유가 없다.
내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용원은 할 수 없이 송용호를 퇴원을 시킨다.
허기사 이제 병원에서 특별히 어떤 치료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때 그때 심한 통증을 없애주는 것이었다.
다영은 그들을 따라서 그들의 집으로 간다.
"다영아!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겠니?"
송 화백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옹원아!
그런 걱정은 하지 마!
오빠가 살아계시는 동안 내가 해 드리고 싶어!"
"그렇게 해 준다면야 나는 더 없이 고마운 일이지만 그래도 가정을 가지고 있는 너한테 너무나 무리한 일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마음이 편치를 않다."
"우리 시부모님께서도 그리고 아이들도 모두 좋다고 하신 일이니까 아무 걱정을 하지마!
나도 이렇게라도 해야만 그 동안 오랜 세월 나 때문에 고생을 하며서 살아온 오빠에게 조금이나마 빚을 갚게 되는 것이 아니겠니?"
"다영아!
그렇게만 해 준다면......정말 고맙다!"
"용원아!
내가 이곳에 있는 동안이라도 재민이가 와 있으면 안 될까?
재민이한테 엄마로서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어서...."
"그래!
정말 좋은 생각이다.
내가 재민이한테 말을 할까?"
"그래 줄래?"
용원이는 다영이의 마음을 짐작을 한다.
엄마로서 재민이에게 밥이라도 해서 먹이고 재민이를 보살펴주고 싶은 다영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다영의 뜻대로 재민이는 간단한 자신의 짐을 들고 송용호의 아파트로 옮겨온다.
다영은 송용호를 돌보는 한편 재민이를 위해서 아침 일찍 식탁을 차리고 재민이의 교복을 손질을 해 주면서 날을 보낸다.
재민이는 이러한 엄마의 정성에 비로소 행복한 표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송용호는 마무리 짓지 못한 작품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생각보다 그렇게 진전이 없었다.
시시각각 찾아드는 통증으로 인해서 그는 제대로 작업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영이가 곁에 있고 단 하나의 핏줄인 재민이가 자신의 곁에 있는 요즘 그는 처음으로 행복하고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나 그의 육체는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달았던 것이다.
다영은 그를 위해서 그의 입맛에 맛추어 온갖 음식을 마련해서 조금이라도 더 먹게 하려고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은 점점 그를 이 세상에서 떠나 보내려 하고 있었다.
그는 마무리 작업을 간신히 다 마친다.
그의 얼굴엔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내가 죽은 다음에 이것을 출판해 주시요.
그리고 그 다음 나머지는 재민이 엄마가 알아서 해주고..."
원고를 탈고 한 그는 힘들여 말을 하고는 그대로 자리에 눕는다.
"재민이 아버지!
기운을 잃지 마세요!
이것은 재민이 아버지 손으로 출판을 하셔야지요."
그러나 이미 그는 대답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다 소진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영아!
너를 만나서 정말 행복했다."
"무슨 그런 말을 해요?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행복하게 살았을 것을 나 때문에 평생을 온갖 고생만을 하고...."
"아니야!
이렇게 너를 보고 떠날 수가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너는 모를 것이다.
그리고 다영아!
내가 떠난다고 해도 결코 너와 나의 사랑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난 이제부터 우리의 사랑을 승화시킬 것이다."
"재민 아버지!........"
"다영아!
우리 재민이를 네 아들로 받아 들여서 보살펴 다오!"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요.
재민이는 내 배아파서 낳은 내 아들이에요."
"그래!
이제 모든것에 안심을 하고 편한 마음으로 떠날수 있다.
항상 우리 재민이가 가슴이 아파서....."
그리곤 송용호는 다시는 말을 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죽은 듯이 누워있던 송용호는 가끔 눈을 떠서는 다영이를 확인을 하고는 다시 눈을 감곤한다.
그렇게 보름정도를 버티던 그는 결국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영원히 떠나는 것이다.
다영과 함께 했던 두 어 달이 송용호에겐 더 없는 행복한 나날이었다.
송용호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 평화로워보였다.
그는 진정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이승을 하직한 것으로 보인다.
송 화백은 오빠의 마지막 모습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비록 두 어 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렇게도 사랑하고 못잊어 애타게 찾던 아들의 엄마와 그 아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고스란히 행복한 모습으로 남겨진 것이다.
송용호의 장례식은 정 회장님의 주선 아래서 거창하게 치뤄진다.
정민수회장은 평생을 자신의 딸을 사랑하다가 생을 마감한 송용호를 위해서 모든것을 아끼지 않는다.
많은 문인들이 그를 애도 하는 시를 만들고 그의 마지막 작품이 빠르게 출간이 되었다.
마지막 작품이라는 묘한 뉘앙스까지 겹쳐서 그런지 그의 작품은 날개가 돋힌듯이 서점가를 강타한다.
출판은 무려 십여판를 거듭하여 나오고 있었다.
다영은 재민이와 송 화백과 상의를 하여서 그의 이름으로 장학기금을 마련한다.
이제 그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지만 그의 혼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름으로 된 장학기금은 오랜 세월을 통해서 그의 이름을 잊지 않도록 해 줄 것이다.
재민이는 그런 아버지를 한없이 존경하고 사랑한다.
이제 다시 재민이는 장충동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제는 아버지도 떠나고 없는 이 세상에 재민이는 커다란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재민이의 슬픔은 그 누구보다 비통하고 애절하다.
다영은 그런 재민이를 보면서도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한다.
아들이면서 재민이를 함부로 대할 수가 없는 자신이다.
그러나 재민이를 다시 장춘동으로 보낸다는 것이 마음이 아파 온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이정훈은 잘 알고 있다.
이미 그 아이가 진정한 아내의 혈육이다.
이정훈은 재민이를 아내에게서 떼어놓을 수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첫댓글 다행이도 모두가 착하고 덕망있는 사람들이라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행복한 결말로 나타나기가 쉽지 않은 불행의 요소가 요소 요소 복선으로 깔려 있었지만 저자는 아주 교묘히 행복으로 끝은 맺어 가네요... 다행스럽게도...
눈물이많이.나는글이군여
ㅎㅎ 그러셨나요? 그래도 끝이 행복하게 끝날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