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귀신
과거 준비하러 암자에 간
한도령 한 여인의 극락왕생만
빌던 스님의 도움으로 걱정없이 공부를,
사또로 부임한 어느날
비오는 밤이면 청상과부
묘지에서 귀신이 목탁
두드린다는 소문 듣는데...
주흘산 깊은 골짝 조그만 암자에 책 보따리와 쌀 한말을 짊어지고 공부하러 들어온 한강걸은 한달이 후딱 지나자 걱정이 태산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가서 빈
쌀독을 들고 와 노스님께 보여줄 수도 없어 절간 앞마당 뒷마당
다 쓸고 나무를 해다 부엌에
쌓으며 눈칫밥을 얻어먹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정 세 사람이 쌀 한가마씩 지고 올라왔다.
젊은 자운스님이 노스님에게
고하기를 “공부하고 있는
한도령 집에서 쌀 세가마를
보내왔습니다.”
그날 밤, 한강걸은 젊은 스님
방에 들어갔다. “자운스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건 묻지 말고 한도령님은
공부나 열심히 하십시오.
청소하고 나무하지 말고.”
부잣집 귀공자처럼 곱상하게
생긴 또래 나이의 자운스님은
말없이 법당에서 새벽부터
밤늦도록 불공만 드렸다.
덕택에 노스님 눈치보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데 어느날 말을 탄 대갓집 어른이 수염을 휘날리며 마부와 집사를 데리고 암자에 들이닥쳤다.
그러곤 그 어른이 자운스님을
앉혀놓고 얘기하는걸 한강걸은 들창 밖에서 귀를 세워 들었다.
“사내자식이 과거 한번 낙방했다고 삭발 입산하는 법이 어디 있으며, 네가 삼대독자로 우리 집 대가 끊긴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아버님 불효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출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안된다. 당장 내려가자.”
자운스님의 흐느낌이 이어지고 침묵이 흘렀다.
“팔의 자상은 어떠하냐?”
“벌써 아물었습니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했거늘 술 마시고 넘어져 팔에 자상을
입고 머리를 깎고….
자운스님은 아버지한테 잡혀서 하산하며 많은 돈을 한강걸에게 남겼다.
3년 후 한강걸은 급제를 해서
문경사또로 부임했다.
어느날 한사또는 공부하던
암자를 찾았다.
노스님 혼자서 양지바른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한사또를 보고 빙긋이 웃음으로 반겼다. “스님, 그후로 자운스님 만난 적 없으십니까?”
노스님은 고개를 저었다.
“자운이는 하안거, 동안거
한번도 하지 않고 법당에서
불공만 드렸어.
어느 여인의 극락왕생만 빌었어.” “어머님이 돌아가신 건가요?” “아니야. 모친은 살아있어.”
한사또는 자운스님 생각뿐이다. “팔의 자상은 왜 그리 감췄는가? 그리고 밤비만 오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새벽녘에야 돌아왔지.”
밤새도록 봄비가 온 후 이방이
한사또 앞에 엎드려 고했다.
“나으리,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비 오는 칠흑같은 밤이면 새재
아래 입석바위 옆 외딴 묘지에
귀신이 밤새도록 울고 간답니다.
목탁을 두드리며, 아랫마을 사람들도 비만 오면 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통시에도 못간답니다.
그 묘지는 6년 전에 청상과부가 자결한 곳입니다.”
한사또는 지난날의 사건 처리
장부인 옥안(獄案)을 훑어보다가 6년 전의 미결 사건을 찾아냈다.
하얀 소복을 입은 청상과부가
봄비를 맞으며 죽은 남편 묘의
잡초를 뽑고 있다가 새재를 넘어오던 술 취한 선비에게 겁탈을
당하고 은장도로 자결하기 전에 손가락을 베어 소복 치마에
혈서를 남겼다.
“겁탈하는 술 취한 젊은 선비에게 은장도를 휘둘러 그의 왼팔에 자상을 입혔도다.”
한사또는 옥안을 덮고 혼자서
술을 마셨다.
“젊은 선비가 과거에 낙방하고 술에 취해 낙향하다가 호젓한
산모퉁이에서 봄비에 젖은,
소복이 몸에 착 달라붙은 젊은
여인을 봤다.”
보름쯤 지났을까.
밤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입석바위 옆 묘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깜깜한 밤에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뚫었다. “자운스님!” 목탁소리가 멈췄다. “소복여인도 용서했을 겁니다. 아버님을 또 죽이시렵니까!”
그 이후로 밤비가 와도
목탁귀신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조주청의 사랑방이야기
첫댓글 술이 문제네요~~~
술을 줄입시다~
맨날 술이야~~~ㅎ
왜술탓하는것인고.
본질 나쁜 자신탓해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