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을 때 영어공부에도 도움되고 춤도 배울겸 차차차 개인강습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올스타스튜디오 라고 볼룸댄스를 주로 추던 곳인데 나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은 존이란 이름을 가진 인상좋고 성격좋은 젊은 분이셨다. 장모님과 아내와 함께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세분이 강습도 하고 매주 목요일밤엔 댄스파티를 열었다. 참으로 인종, 국적, 연령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즐겁게 춤췄던 기억이 난다. 폭스트롯, 차차차,왈츠, 룸바, 탱고… 작년에 갔을 땐 살사와 바차타도 나와서 반가웠다. 내가 거기서 만난 기억에 남는 노부부가 있었는데 그 할머니는 오실 땐 할아버지가 끌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오셔서 할아버지가 허리숙여 할머니의 작은 발에 빨갛고 화려한 장식이 있는 댄스화를 신겨드리면 조심스레 일어나서 할아버지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플로어로 걸어나가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왈츠를 추시곤 했다. 그때마다 앤 머레이의 Could I have this dance? 이 노래가 자주 나왔다.
그때 흐르던 노래를 항상 기억할거예요. 우리가 처음 춤출 때 난 알았죠. 음악에 미끄러지듯 서로를 홀딩했을 때 난 사랑에 빠졌어요. 내게 남은 인생을 당신과 함께 춤추고 싶어요. 매일밤 나의 파트너가 되어주실래요? 우리가 함께 있으면 그게 바로 인연이라 느껴져요…
앤 머레이의 달콤하고 차분한 음색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가사에 그 노부부의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춤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뭉클해지곤 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그 나이에도 어찌나 그윽하고 애절하던지. 영화 노트북의 한 장면이 떠올랐었다. 몇 곡의 춤이 끝나면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화려한 댄스슈즈를 조심스레 벗겨서 가방에 넣고 할머니는 다시 휠체어에 앉아서 돌아가시곤 했다. 언제 그렇게 플로어를 빙빙돌며 멋지게 춤을 췄냐는 듯이… 난 그 빨간구두가 마법의 슈즈인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어느 파티에서 우연히 참으로 귀여우신 노부부를 만났다. 아직도 생생한 그분들의 모습… 공주같은 드레스를 입고 통통통 귀엽게 춤추시던 아내분이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 내 남편과 웃으며 즐겁게 홀딩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난 방금 나이 좀 드신 초보(지금은 고수ㅎㅎ) 노신사와 막 춤을 추고 자리로 돌아온 찰나였다. 젊은 사람들 틈에서 늦게 시작한 춤인지라 남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그분의 맘이 느껴졌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를 챙겨주며 함께 취미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며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나도 저분들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몇 년이 흐른 후~ 다시 만난 그분들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부천의 어느 신생 살사 동호회의 초대 리더와 명품 디제이님이 되어계셨다.ㅎㅎ 앞으로 또 어떤 멋진 도전을 하실지…^^ 지금 이시간에도 뭔가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인 누군가가 계시다면 용기를 내시고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나아가시길~
첫댓글20대 속초에서 잠깐 생활했었는데..웨딩촬영하는 스튜디오에서 알바를 했었죠. 하일라비치콘도라는 곳에 웨딩촬영 갔는데(콘도 커피숍에서 바라보는 바닷가 해변이 아름다워 속초에서는 꽤나 유명) 늦가을.조금 쌀쌀한 날씨에 하얀 백발의 노부부 두분만이 해변을 걷고 계셨는데.. 카페에서 바라 본 두분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웨딩드레스에 턱시도를 한 예비부부의 모습도 풋풋하니 멋졌는데.. 제 눈에 들어온 백발의 노부부의 모습은.. 제가 살아온 날동안 아름다웠던 모습들중 가장 깊이 간직된 ..감동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네요.. 피미님 감동글 읽고나니 문득..그 기억이 떠올라요..ㅎ (피비님 넘 귀욤~!)
피비님의 글이 꼭 영화를 보는 것 같네요~ 아름답습니다....저도 아는 분들도 등장하셔서 더 반가웠구요...누군가와 함께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간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잘은 모르지만...아내에게 빨간 슈즈를 신겨주는 남편과 남편과 춤을 춘 예쁜 아가씨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는 아내의 모습에서 감동이 입니다...기억을 수시로 잃는 아내에게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무한반복했던 노트북의 남편도..그의 온전한 사랑을 받은 그녀도...마지막에 손 꼭 붙잡고 한날 한시에 떠난 그들의 이야기도 떠올라 그만 먹먹해집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첫댓글 20대 속초에서 잠깐 생활했었는데..웨딩촬영하는 스튜디오에서 알바를 했었죠.
하일라비치콘도라는 곳에 웨딩촬영 갔는데(콘도 커피숍에서 바라보는 바닷가 해변이 아름다워
속초에서는 꽤나 유명)
늦가을.조금 쌀쌀한 날씨에 하얀 백발의 노부부 두분만이 해변을 걷고 계셨는데..
카페에서 바라 본 두분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웨딩드레스에 턱시도를 한 예비부부의 모습도 풋풋하니 멋졌는데..
제 눈에 들어온 백발의 노부부의 모습은..
제가 살아온 날동안 아름다웠던 모습들중 가장 깊이 간직된 ..감동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네요..
피미님 감동글 읽고나니 문득..그 기억이 떠올라요..ㅎ
(피비님 넘 귀욤~!)
해변에서 맨발로 추는 춤…살사든 바차타든 꼭 사랑하는 사람과 멋지게 춰보고 싶어요. 그럼 우연히 우릴 지켜 본 누군가가 리나님 처럼 감동의 한 장면으로 기억해줄까요? 휴~같이 출 사람이 읍네요ㅎㅎ
리나언니 피비언니 다 그림 같으실 듯...해변에서....안되믄 우리끼리라도 뛰놀죠 머^^
피비님의 글이 꼭 영화를 보는 것 같네요~ 아름답습니다....저도 아는 분들도 등장하셔서 더 반가웠구요...누군가와 함께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간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잘은 모르지만...아내에게 빨간 슈즈를 신겨주는 남편과 남편과 춤을 춘 예쁜 아가씨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는 아내의 모습에서 감동이 입니다...기억을 수시로 잃는 아내에게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무한반복했던 노트북의 남편도..그의 온전한 사랑을 받은 그녀도...마지막에 손 꼭 붙잡고 한날 한시에 떠난 그들의 이야기도 떠올라 그만 먹먹해집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우린 조금씩 조금씩 나이들고 기운빠지지만 춤출때만은 모든 세포가 살아나는게 넘 신기해요. 뭔가 꽉 막혀서 힘들다가도 빨간문 열고 익숙한 음악소리와 반가운 님들의 춤사위를 보노라면 몸이 들썩들썩…
나의 진동을 느낍니다.ㅎㅎ살아있다는…
피비언니 그리고 정말 귀여워요~ !!
펄은 넘 사랑스러워요.
아리친구로 첨 봤을 때 부터 혼자 연모~ㅋ
@피비 저도 연모요...사실 넘 예쁘셔서 말을 못걸었어요 ...(예쁜여자 보면 울렁증이 ...남자로 태어났으야는디.ㅋ)
저도 춤에 대한 멋진 추억이 있었으면 하는데,,, 맨날 발 밟히는 기억만 ㅜ,.ㅜ
저두 지난주 발등 긁여서 아직도 아프네요 ㅠ 그럼에도 불구하고…끈질기게 추다보니 멋진 추억도 생기고 좋은 친구도 만나고 춤도 늘더라구요~홧팅!!
난 황후만 보면 왜 들꽃이 생각나는지...
멋있어요 ^^ 노부부도 부천의 부부도 피비님도
멋있으신 분은 콘님이셔요~^^
남자분들이 춤을 꾸준히 추고 일취월장 실력이 느는건 참 힘든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하던데…승리하셨어요. 인정!
함께 춤출 때 넘 부드럽고 행복합니다~
빠에서 꼭 홀딩하고픈 분들 중 한 분임다.
우아 피비님 표현이 참 멋져요 ...콘님 춤도 넘 부드러우시지만 매사 항상 겸손하시고 친절하시고 배려해주시고...멋진 남자 동감이요!!^^*
@피비 피비 아리 루나 님 저 초급 시절부터 많이 이끌어 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즐거워요 ^^
@pearl (너의진동을느껴라) 아놔~ 우리 펄샘 칭찬 감사해요 ㅎㅎ
나이들어도 살사를 계속 출수있을지 의문이긴 하네요~ 움직임이 덜한 땅고같은거라도 하겟죠~ ^^
80살 할머니의 살사 동영상도 있던데…
뼈관리 자알 해야겠죠? 건강관리 잘 해서 오래오래 춤춰요~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