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법 개정 시안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 1월 집합건물법 개정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십여 차례의 토의를 거쳐 지난달 21일 집합건물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집합건물법 개정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집합건물법 개정시안을 발표하고 개정시안의 취지와 주요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개정시안에는 집합건물의 하자보수책임과 관련한 조항들이 새롭게 추가되거나 변경됐는데 하자담보책임을 강화하고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우선 담보책임기간과 관련해서는 집합건물의 안정성을 위태롭게 하는 내력구조부 및 지반공사의 경우 20년, 구조부분 및 지반공사의 경우 10년, 그외 하자에 대해서는 10년 이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으로 나눴다. 일률적으로 담보책임기간을 10년으로 했던 기존 법률에 비해 담보책임기간을 합리적으로 세분화하려는 의도가 눈에 띈다. 또한 우리가 속칭 ‘시행사’라고 칭하는 집합건물의 분양자뿐 아니라 ‘시공사’라고 칭하는 건설회사에 대해서도 하자담보책임을 일정 부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개정시안은 집합건물법 부칙 제6조의 단서조항인 ‘다만, 공동주택의 담보책임 및 하자보수에 관해서는 주택법 제46조의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내용을 삭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위와 같은 개정시안은 헌법재판소의 주택법에 대한 일부 위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집합건물법 부칙 제6조의 단서규정과 주택법 제46조의 규정에 따라 집합건물이면서 공동주택인 아파트들의 하자담보책임의 내용과 기간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또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집합건물법이 주택법의 기본법이고, 하자담보책임기간의 모법이라는 근거를 명확히 하고 각 공종별 하자의 권리행사기간을 합리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점이 충분히 반영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러 차례의 대법원 판결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입주자들이 갖는 하자담보추급권은 집합건물법에 근거한 것이고, 주택법은 하자보수절차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를 규율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하자담보책임과 관련해서는 집합건물법이 우선 적용될 수 있도록 주택법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불가결한 과제였었다.
게다가 건축기술이 발전하고 집합건물의 수명도 장기화되는 반면, 부실건축물에 의한 안전사고의 위험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최장 20년까지 장기화하는 반면, 경미한 공종의 하자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단기의 담보책임기간을 정하도록 하는 것도 매우 합리적이다. 자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인 시행사가 아닌 실제 공사를 담당한 시공사의 담보책임을 인정하는 것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집합건물의 하자로 인해 목적물이 멸실·훼손된 때에는 멸실·훼손된 때로부터 1년 이내에 권리를 행사토록 규정한 부분이다. 공동주택을 비롯한 집합건물은 통상 구분소유가 이뤄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전유부분은 몰라도 공용부분의 경우에는 관리에 소흘함이 생길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멸실·훼손을 방치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멸실·훼손의 경우에는 권리행사를 반드시 1년 이내에 해야만 한다고 하면 지나치게 짧은 권리행사기간으로 말미암아 권리가 조기에 소멸될 위험이 존재하게 된다. 부실공사로 인한 하자가 멸실·훼손에 까지 이르지 않으면 10년의 담보책임을 부담하게 되지만 멸실·훼손이 이뤄질 정도의 심한 하자가 1년의 기간으로 권리가 소멸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담보책임기간을 장기로 둔 취지가 몰각될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시안이 확정돼 국회로 가기 전에 이러한 부분은 수정을 요한다 하겠다.
어쨌든 사소한 지적사항을 제외하고는 법무부의 개정시안은 집합건물 하자담보책임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과 이에 대한 대안이 적절하게 반영돼 있다. 이러한 개정시안이 국회로 보내져 법률로 제정되기까지 원칙과 방향이 훼손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위헌판결을 받은 개정 주택법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회가 건설회사들의 입장에서 체계상으로도 맞지 않는 법률안을 의결했던 전례들이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오민석 법무법인산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