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수선화]

시조부님 기일 잘 지냈습니다.

한번씩 불면증이 시달리곤 하는데 하필이면 기일 전날,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는 하루내 기일 음식준비에 어찌나 고단하던지

제발 오늘 저녁 제사는 조금만 이른시간에 모셨으면 하고 바래었더니

우리 아버님 12시 전에 제사를 지내는가 싶더니 왠걸?

제사상을 물리시고는 일가 친척들을 불러 모두 모이라시더니

당신 사후의 제사 지내는 법을 한시간이 넘도록 설명을 하시고 또 하십니다.

굳이 설명하시지 않아도 등너머로 배운 것만해도 몇십년인데....

에구, 아버님 말씀하시는데 꾸벅꾸벅 졸기까지 오늘도 1시가 넘어서야 끝을 맺으십니다.

부랴 부랴, 제사 음식만 냉장고에 정리해두고는 걍,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주말이면 농장밭 일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칭구네한테 모종을 얻어심은 곤드레밭 풀도 뽑고 올해에는 마늘농사는 풍작일 것 같다는 남편의 말대로

마늘대도 잘라주며 윗거름도 한번 더 주었더니 제법 마늘이 잘 여물어 수확을 하였습니다.

작년 마늘 농사에 비하면 풍작은 맞아서. 올해 마늘은 사지 않도 될것 같아 비싼 마늘값은 절약 할 것 같습니다

마늘이랑 같이 심은 양파는 완전히 흉작인지라 열 대여섯개를 수확하고 말았는데...

육쪽 마늘이 어찌나 실하고 탐스러운지 마늘을 수확하면서 거저 얻은것 같습니다.

주렁 주렁 마늘을 묶어 우리집 베란다 천정에 걸어두고는 보고 또 보며 흐뭇해 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은 감자 캘 때가 지났다는 남편의 말에 서둘어 농장에 들어 갔습니다.

지난 봄, 작년에 칭구가 농사지은 수미 감자를 구입해 먹다 남은 감자가 싹이 돋아

음식 쓰레기로 버릴려고 현관에 내놓았더니 남편이 농장 밭에 심어야겠다고 들고 나갔습니다.

그게 어케 감자가 되냐고 코웃음을 쳤더니

농장에 들어갈때마다 잎이 무성해지는가 싶더니 감자를 캘 때가 된 것입니다.

실은 무성한 감자 이파리에 기대가 큰 남편에게 그게 먹을 감자가 열리지 모르겠다고 반신했던..

그러나 감자를 캐는데 어찌나 재미나던지 고구마처럼 땅 속을 깊이 파지 않아도

줄기만 걷어내 그주변의 흙을 조금만 더듬으면 주먹만한 감자들이 하얀 속살을 드러냅니다.

농장일로 바쁜 남편은 들여다보지 않는데도 무릎, 허리가 아픈지도 모르고 정신 없이 감자를 캤더니.

농사 지을때 끌고 다니는 작은 리어카로 두개가 가득 찼습니다.

하늘이 하루내 흐리더니 금방이래도 비가 올듯 캄캄해지니 지나가던 이웃농장 주민이

감자는 비를 맞으며 금방 상한다고 서둘르라하니 온몸이 땀과 흙으로 범벅입니다.

그래도 두 리어카에 그득한 감자들이 얼마나 탐스럽던지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된 듯 싶습니다.

감자 캐는 일이 거의 마무리 될 무렵 비가 후두득 후두득 떨어지니

행여 감자가 비를 맞을까봐 남편을 불러 내힘으로는 도무지 움직일 수 없는 감자들을 옮겼습니다.

사료부대에 수확한 감자들을 닮아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지난주 내내 작성해야 했던 꼬미 시업보고.

이번에는 회계인 ㄷ에게 보고를 부탁하였더니 어찌나 똑똑하게 발표를 잘 하던지

그리 살펴보며 샅샅이 검토했건만 돋보기를 쓰고 작성했던 워드작업은 여기 저기 오타 투성이

으이고, 그러나 작년보다 여러가지로 활동 실적이 향상되었다고 칭찬을 듣고 조금은  안심,

그렇게 보름은 매달려 작성하였던 사업보고도 마치고

돌아오기가 바쁜게 감자 선별 작업을 했습니다.

굵은 것들은 굵은 것들끼리, 중간 것들은 중간 크기대로, 알감자는 알감자대로..

그렇게 골라낸 감자를 또 말려야한다는데 햇빛을 받으며 파랗게 변하니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는데

우리집 아파트 베란다는 하루종일 볕이 들고  

하는 수없이 사료부대에 담아 다용도실 컴컴한 곳에 보관하였습니다.

자, 이제 모두에게 나누어 줄 차례입니다.

먼저 엄니네와 동서네 마늘을 챙기고 감자도 굵은 알로 골라 한박스 담았습니다.

친정 동생네도 마늘은 반접, 감자도 조금 담고, 늘 신세만지는ㅇ형님네도 좀 드리고

레지오에서 늘 나를 챙겨주는 ㄹ네도 마늘 반접, 감자를 담고

같은 아파트 ㅎ도 마늘농사는 지었으니 감자를 조금 담아주고

아니, 아니 도대체 몇집이야? 손가락으로 세어보며 챙기다 보니 열집이 넘습니다.

주고 싶은 사람들은 많고 농사지은 것들은 바닦을 드러내고
풍년이라 주고 싶은 사람들과 모두 골고루 섭섭치 않게 나눠 먹을 줄 알았는데

이긍, 이렇게 나누어 먹을려면 어림도 없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이 심고 수확해 주고싶은 사람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주고 싶습니다.

그러면 정말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될 것 같습니다.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

[대지엄마]

하하!~~~참으로 큰 부자시네요 ㅎㅎㅎ
힘들게 농사지어 그렇게 나무어 지시니 주님 보시기에 얼마나 좋으실까요?
저도 작지만 100평정도 밭을 일구는데 정말 풀과의 전쟁입니다
저희도 콩 심은 곳에 감자 두그루가 났는데 걍 두었답니다 ㅎㅎ 몇알의 감자가 나오려는지....
밭을 일구는게 힘들긴 하지만 수확 할때는 기쁨이 배가가 되어 여기저기 나누어 주고 싶어 지더라구요ㅎㅎ
그런데 정말 밭일 하실같지 않게 정말 고우세요~~~^^*
부럽부럽~~~~ ㅎㅎㅎ
늘 건강하시길요^^*

[수풀孝在]

와~!
풍성한 야채들 보기만해도 부자네요~^^
감자나 마늘이 우리 식생활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요!!

나눠 받은 사람들이 그 노고를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아~~ 정말 마음이 크은 부자이십니다요~~!!
글구 밭에서 나는 작물들로
현실적으로도 큰 부자이시구요~~^^*

ㅎㅎㅎ
고단하지만 긍정적이고 어렵지 않은 사고로 평안하니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늘 건강하시옵소서~~^^*

사랑합니다~~^^*

[리나날]

수선화님
글을 읽는 내내 미소가 번지네요
올해는 비가 별로 오지 않아 농사 짖는 분들이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는데 감자와 마눌을 키워 이웃과 나눔을 하고 즐거워 하시니 진정한 부자이시네요
저희 친구 부부도 퇴직을 하시고 밭 농사를 조금하시어 농장물 수확하는데로 나누워 주시어 고맙게 받고 있는데 몇일전에는 감자를 주시며 비가 않와서 감자알이 적다고 하시며 주셔 맛있게 먹네요
수선화님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 되세요

[박스텔라]

글을 읽는 동안 나도 시골가서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네요
사랑이 가득한 님의 마음이 잘 보이는글 읽는 이들도 마음이 풍요롭습니다

[저요]

저도수확해주신 감자 상추 실컷 먹었답니다.
그 귀한 비트를 배부르게 먹었지요. 얻어먹는 기쁨도 솔솔하답니다.모든 농사가 잘되었음 좋겠네요^^♥♥♥